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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호찬: (스크린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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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호찬: 나메야 3억 3천만원 밖에 입금이 안 됐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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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호찬: (우는 토끼 이모티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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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나메: 천만원은 훈장님께 드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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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호찬: 엥? 할아버지한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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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나메: 마공품 하나를 주문제작 맡겨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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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호찬: 아니 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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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나메: 넉넉하게 챙겨드렸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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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나메: (초롱초롱 고양이 이모티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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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호찬: 야! 결국 네 개인 돈으로 썼다는 얘기잖아! 40%나 쥐여줬는데 출자의무는 지켜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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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나메: 지금 내가 얼마나 힘들게 민우 오빠하고 아린이를 돌봐주고 있는데 잘 알지도 못하면서... 그냥 베이비시터 급여라고 생각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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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g: 노나메님이 나갔습니다.(채팅방으로 초대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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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g: 백호찬님이 노나메님을 초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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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호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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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리도를 떠나기 전, 백훈장에게 자이로스코프가 달린 착용형 간이 연성진 작성기를 만들어줄 수 있는 여쭈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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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한 달만 시간을 주면 충분히 만들고도 남는다며 자신있게 단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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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찌의 형태가 될지 장갑의 형태가 될지는 모르지만 아무튼 지혜에게 이 소식을 전해주니 너무 고마워서 몸 둘 바를 모르겠단다. 개인적으로 뿌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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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물이 어떻게 나올지 나도 궁금해가지고 대략적인 형태만이라도 알려달라고 했지만 백 훈장은 한사코 거절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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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완전 랜덤박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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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도 자그마치 천만원짜리 랜덤박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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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건 요즘 유행이 아닌데 어쨌거나 장인의 의사이니만큼 존중해줘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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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섬에 가 있는 사이에도 세상의 톱니바퀴는 빠르게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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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가장 긍정적인 소식은 설아의 유골이 안치되어 있는 봉안당이 리모델링 된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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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거대한 공룡과도 같아서 발걸음이 매우 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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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발푸르기스에 대한 조사는 진전이 없었지만, 아직까지는 개선의지를 보이는 점에 있어서 정상참작의 여지가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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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내가 이전에 증명한 일곱 개의 난제들도 세계 각지의 대학에서 전부 검증 불가능 의견을 받았다는 것에 심기가 불편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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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기자들이 내 증명에 오류가 있다는 식으로 왜곡하여 퍼 나르면서 제법 머리 아픈 상황이 연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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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온유 교장으로부터 직접 전화가 걸려온 건 정확히 그 시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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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지금 세피론 본부에서 파견 나온 인사들이 한국대학교 교수회관에 머물러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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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미국으로 가지 않아서 자기네들이 직접 왔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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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우리 나메 학생이 만약 시간이 되면 한번 만나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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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왜 아카데미가 아니라 하필 한국대학교로 숙소를 잡으셨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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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에 미팅 공간이 없는 것도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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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한창 전기 절약 중이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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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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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 장난이고, 다른 교수들도 초청할 텐데 아카데미보다는 국립대쪽이 서로에게도 훨씬 편하지 않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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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장의 말은 전혀 장난처럼 들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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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방학 동안 한국대학교행이 결정이 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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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영어 수업은 VR로 한다는데 우린 왜 이 학교까지 기어 올라와서 수업을 들어야 하는 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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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따가 학교 터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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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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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에 통계학 수업을 마치고, 오후의 생물학 수업을 기다리는 한국대학교 1학년 학생들은 구름 한 점 없는 무더운 날씨가 더욱 얄미워질 지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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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조국의 미래를 묻거든 ‘고개를 들어’ 관악을 보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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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학교가 얼마나 높은 고도에 있으면 굳이 고개까지 들어야 하냐고 우스갯소리로 말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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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한 학기 동안 학교에 다니면서 한국대학교 뽕이 빠질 대로 빠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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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7학기 동안 산송장처럼 흐리멍덩하게 졸업만을 바라보고 살 미래를 생각하니 눈앞이 깜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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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도 1년 반 갔다 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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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지랄하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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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전 98주년 행사 준비도 한국 어딘가에서 착실하게 진행되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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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하게도 한국은 100년 넘도록 분단국가 신세를 면치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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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 힐링할 게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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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크무늬 셔츠를 입은 청년은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찾는 심정으로 친구에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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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브이튜브 봄? 노나메가 가야금 연주하는 거 개지리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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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나메가 누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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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나메를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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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한국 대통령이 병실까지 방문해 화환을 선물하였고, 발푸르기스 사태 공식 생존자로 지정된 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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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나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압도적인 초고지능자로 전 세계에서 유명세를 떨치는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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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걔 이름이 노나메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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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은 몰라도 당시 뉴스에 하도 많이 언급돼서 천재라고 하면 대충 알아들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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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는 최근 브이튜브에 올라온 나메의 영상을 가리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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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꼭 봐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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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얘 브이튜브 채널도 있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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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진짜 시사에 관심이 하나도 없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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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것도 시사에 포함되나? 아무튼 볼게 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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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이튜브 쇼츠 조회수 2천만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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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로드된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2백만을 훌쩍 넘겨버린 본편 영상의 조회수에 그들은 숫자를 하나 더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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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능이란 의외로 쉽게 관측되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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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능이 너무 아득히 높은 곳에 있어서 범인들에게 이해받지 못할 수도 있었고, 또는 시대를 잘못 타고나서 재능의 적절한 쓰임새를 찾지 못하는 경우도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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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나 수학의 경우는 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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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강국으로 알아주는 대한민국조차도 수포자 비율이 30%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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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나메의 활약이 일반인들에게도 잘 와닿지 않은 것도 사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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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음악은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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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장들의 작품은 음악을 향유하지 않는 자들까지 모두 포용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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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가야금, 오타마톤 등의 친숙하지 않은 악기로 가려진 면이 있지만, 척 보기에도 어려운 곡을 8세 아이가 완주하고 나니 청년의 입은 떡 벌어져서 다물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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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느끼는 건 기특함, 대견함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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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이건 경외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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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사기캐 아냐? 이 세상에 심각한 버그가 걸린 게 분명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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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메 엄청 귀엽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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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옆에는 뱀이냐? 무슨 알라딘도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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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 이름이 세바스챤이래. 나메처럼 귀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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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도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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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먹구렁이의 이름은 아직 ‘다큐멘터리 편’ 편집이 끝나지 않았기에 생방송 시청자들만 알 수 있는 고급 정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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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이튜브 댓글창에서 세바스챤의 근황을 묻는 이들도 간간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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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강 시간에 도서관에 가서 공부하겠다는 다짐은 벌써 잊은 지 오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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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는 청년에게 노나메 입덕 영상을 1시간 내내 틀어주며 또 한 명의 팬을 양산해내는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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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런 애를 이제야 알게 됐을까, 인생 절반 손해봤어! 살면서 노나메 한번이라도 만나보면 소원이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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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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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름학기, 아니 1학기 평점까지 모두 제물로 바칠 테니까 나메느님을 영접해보게 해주면 안 될까요 신이시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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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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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엽지, 똑똑하지, 말도 잘하지, 볼도 말랑말랑하지! 대체 이 완벽한 생물체는 대체 뭐란 말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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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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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방금 감사인사 한 것처럼 목소리도 얼마나 상큼해...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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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 농간이라도 부린 듯, 청년의 소원은 곧바로 이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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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트윈테일이 바람에 흩날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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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하게 뒤도 돌아보지 않고 저 멀리 발을 재촉하는 작은 키의 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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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저기 보랬잖아... 노나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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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영업을 한 친구조차도 몸이 굳어버려 둘은 한동안 제자리에서 꼼짝도 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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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대학교 익명 커뮤니티에서는 한창 나메의 위치 추적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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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대학교 에브리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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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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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메느님 지금 자하연에서 오리 밥 주고 계신다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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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하연 근황.g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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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못 관리자(?) 한 분이랑 같이 고무보트 타고 둥둥 떠다니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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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귀탱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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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1: 이건 심장에 많이 해롭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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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2: 아니 저 좁은 연못에 보트를 띄울 수 있는 거였어?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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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3: 누군데 그래? 나도 좀 같이 알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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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익명(글쓴이): 노나메 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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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익명4: W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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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 아무나 노나메한테 가서 말 좀 걸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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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대학교 학생들 수준 실화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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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동물원 침팬지 구경하는 것처럼 둘러싸서 보기만 하고 아무도 나서지를 않네 이게 맞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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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1: 킹치만... 한국대쨩에겐 그런 용기가 없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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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2: 쓰니야...? 오히려 몰?루는 사람이 가서 말 거는 게 더 무례?한 게 아닐까? 아무튼 그렇게 생각행! 퓨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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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익명3: 말투 진짜 패버리고 싶네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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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4: 오 한명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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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도네로 만원 준 놈 누구냐 미친놈아ㅋㅋㅋㅋㅋ 빨리 나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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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메 찐텐으로 당황하는 게 눈에 보였음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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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1: 미친놈인줄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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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2: 그거 나임. 나메님이 고맙다고 하더라. 이따가 크레페 사먹는데 보태겠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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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익명3: 넌 개추받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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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익명(글쓴이): 나도 만원 내면 나메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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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익명4: 작성자 지금 혹했다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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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익명5: 나도... 나도 만원 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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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네임 현실도네 GG 선언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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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들 때문에 후원창 막혔잖아! 어떻게 책임질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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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1: 여기가 에타야 스갤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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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글쓴이): 님은 스갤을 어떻게 아시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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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2: 나메를 못 만나서 뿔난 익명1님 한판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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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3: 방금 바이올린 빌런 누구냐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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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4: 뭔 상황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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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2: 음대생 한명이 나메한테 자기 바이올린 건네줌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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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글쓴이): 오늘 개레전드넼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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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5: 진짜 연주하나? 진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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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원권, 5천원권, 그리고 만원권 지폐들이 바닥에 수북이 쌓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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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받기에는 난처해져서 이 이상의 현실도네는 나도 정중하게 거절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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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이 바람에 날아가지 않도록 잠시 무거운 돌멩이를 가져와 위에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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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나메양! 혹시 바이올린 켤 줄 알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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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학생까지만 적당히 응대해주고 이제 나도 내 할 일을 찾아 떠나려는 참에, 이번에는 단체 손님이 우르르 몰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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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클래식 음악 브이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는 ‘바크’라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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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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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들의 크레센도’의 약자야! 영어로 하면 바흐(Bach)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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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언어유희구나. 들어본적 있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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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 들었어? 우리 이제 월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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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을 본 적은 없었지만 무슨 컨텐츠를 제작하는 사람들인지는 대충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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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우리 영상 찍는 날에 만나냐. 그것도 끝나고 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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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의 신이 강림했다. 이 기회를 놓치면 안 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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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에서 속닥이는 두 남성, 그리고 나와 말을 섞는 두 여성은 아까 전부터 방실방실 웃고만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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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나메님만 괜찮다면 촬영해도 될까요? 오늘 시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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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저, 그렇게 많지는 않아서. 조금 이따가 가봐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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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그럼 어떡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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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글게 모여서 작전회의에 들어가는 네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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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는 검은 바이올린 케이스를 열어보이더니 살짝 빛바랜 바이올린을 내게 꺼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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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나메님 이걸로 연주 하나만 부탁하면 안 될까요? 제발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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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를 킁킁대고 케이스에서 뿜어져나오는 냄새를 맡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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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는 잘 되어 있지만 오래된 냄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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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비싼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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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옙옙! 마테오 고프릴러예요! 대여라서 가격은 잘 모르지만 그래도 한 5억원은 넘지 않나? 아 7억원이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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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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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집 한 채를 지고 다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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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섬에서 그 개고생을 해서 백호찬이 겨우 얻어낸 금액의 족히 두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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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넘겨주는 바이올린을 조심히 받고 어깨에 고정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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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성인용인지라 내가 쓰기에는 부담이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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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악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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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년이 넘도록 몸통 부분에 마나 방벽이 유지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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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어보기만 해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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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한 뒤로 단 한번도 마나가 덧씌워지거나 오염되지 않은 제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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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활을 갖다 대었을 때 어떤 소리가 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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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궁금증을 참기는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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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젠의 바이올린과 17세기 이탈리아의 바이올린 중에는 뭐가 더 우수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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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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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그 곡으로...! 부탁해도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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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거요? 파가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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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남녀가 동시에 고개를 위아래로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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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거 좋아하시는 구나. 전공자라면 분명 싫어할 줄 알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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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실력이 진짜 전공자들 앞에서 선보일만한 건 아니라서 조금 부끄럽긴 하지만, 그래도 최선을 다해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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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올린 지판을 눈에 익히면서 자세를 조금씩 수정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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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호흡을 크게 들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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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첫 데뷔탕트 때처럼 수많은 관중들이 연못 앞에 삼삼오오 모여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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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들은 화사한 드레스나 멋진 정장 차림이 아닌, 편한 티셔츠와 반바지를 입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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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보이는 감정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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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기심에서 호기심으로 치환된 공간 속에서 앞으로 펼쳐나갈 선율을 선명하게 직조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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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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