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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제가 하고 싶은 말이 뭐냐면 이 운적인 요소를 최대한 배제해야지만 유리한 입장을 선점할 수 있는 거예요. 아까 제가 언급한 ‘동전 던지기 게임’에서 ‘배스킨라빈스 게임’으로 조금씩 바꿔나가는 거죠. 시아 언니 롤에서 확률적인 요소가 뭐가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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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 정글 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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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 물론 상대 정글도 있어야 할 곳이 제한되어 있긴 해요. 하지만 그래도 확실하지는 않잖아요? 그러니까 그 후보군을 정해서 그 주위로 가상의 점선을 그리는 거예요. 이 영역 밖에 상대 정글러가 있다면 실시간으로 손해를 보는 정도가 갱을 통해서 이득을 보는 정도보다 크다는 뜻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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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그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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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영역 안에 있을 때는 외줄타기를 잘 해야하고, 밖에 있을 때는 확실하게 배제 플레이를 하는 거죠. 아 또 영역끼리 겹칠 때는 어떻게 해야하냐. 14분 이후라면 단순히 본대 움직임을 관찰하면 되는 거고, 라인전 단계라면 타 라인 그러니까 우리들은 탑 미드 라인전을 유심히 보면서 상대 라이너들이 얼마나 과감한지 혹은 위축되었는지 그 심리를 판단하면 되는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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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블과 테이블 사이의 좁은 공간은 어느새 게임 속 전장으로 변모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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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메는 짧은 다리로 이쪽 저쪽을 열심히 쏘아다니면서 열렬히 게임강의를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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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코퐁듀를 입힌 탕후루는 몰락전에서 승리 비결을 묻기 위한 훌륭한 뇌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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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쉽죠? 항상 확인할 필요도 없고 그냥 불확실할 때 잠깐씩만 보면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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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하나도 이해 못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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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우리들은 미니맵도 제대로 못 본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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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하는데 굳이 그렇게까지 해야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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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알려준다고 해도 따라할 수 없는 영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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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메가 고양이 같은 눈을 깜빡이며 ‘이걸 왜 이해하지 못 하는 거지?’라는 식으로 어깨를 으쓱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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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나메 그럼 너 라인전 하면서 우리 탑 미드 라인전까지 실시간으로 다 보고 있던 거야? 갱 조심하라고 말했던 게 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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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준이 경악하여 물었다. 수상할 정도로 상대 정글 위치를 알던 나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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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이거 완전 맵핵이네! 사기 아냐? 빨리 우리 결승전 트로피 돌려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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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도 그렇게까지는 안 하겠다. 애초에 남의 라인전을 볼 시간이 어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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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으로 만났던 스트리머들이 격하게 항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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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요새 대미지요? 그건 너무 쉬운데. 저도 웬만한 건 다 감으로 하지만, 진짜 애매하다 싶으면 공비가 1.25인 등비급수로 대충 계산 때려도 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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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기야 게임에 수학까지 도입해버리자 사람들은 거품을 물고 쓰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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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게임 강의가 끝나고서도 스트리머들은 계속 나메가 있던 테이블쪽으로 몰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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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은 나메가 직접 찾아가는 서비스를 단행하여 적어도 한번씩은 스트리머들의 방송에 출연할 수 있도록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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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테리아 성대모사 해줘요 나메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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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아스테리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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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메가 쭈뼛쭈뼛 몸을 비틀며 작은 입술을 열었다. 어지간히 부끄러운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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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셀, 리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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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 말고 좀 더 긴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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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해야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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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를 스무 번 서른 번 끄덕이는 스트리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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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레나의 복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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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메가 인상을 잔뜩 찌푸린채로 삐딱하게 서서 손가락을 치켜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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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꺄아아아아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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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극기도 궁극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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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랏... 라 아스테리아 슈하타 파일럼... 이제 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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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에 카리스마 넘치던 아스테리아는 어디가고 웬 꼬맹이의 혀 짧은 소리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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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 대만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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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따봉까지 날리는 뜨거운 반응에, 홍조를 띠던 나메의 볼이 다시 제 색을 되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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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캬ㅏㅏㅏㅏㅏㅏㅏ 이궈궈덩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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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부터 아스테리아는 8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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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귀당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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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다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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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상한 거 시키니까 벌써 가버리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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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방장 코피 흘리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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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행선지에서는 스트리머들이 태블릿을 가져와 그녀 앞에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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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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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응속도 테스트! 우리랑 대결해볼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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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시범을 보여준 남성은 화면이 초록색으로 바뀌자마자 스크린을 터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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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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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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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메가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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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위에 진하게 새겨진 쌍꺼풀에는 일말의 움직임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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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시도는 150 밀리초. 두 번째 시도는 138 밀리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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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ㅈㄴ 빠르네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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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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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프로급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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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나이 먹어서 300ms 이하로 안 나오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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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오기가 붙더니 나메가 잠깐 타임을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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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지손가락과 중지손가락을 서로 맞대고 그 끝에는 오러를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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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가 희미하게 일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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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손가락을 서서히 움직여 꼭 감은 두 눈 위로 조심스럽게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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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눈을 떴을 때는, 칠흑같이 검었던 눈동자가 황금빛으로 이글거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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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너너! 그거 어떻게 했어? 눈에 오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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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블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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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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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메는 날카롭게 버무려진 감각을 오로지 태블릿에 집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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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색과 푸른색을 각각 음과 양으로 치환하니 온 세상이 검게 물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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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 배경화면이 초록색이 되면 클릭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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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空)의 세계’에서 오감은 모두 하나로 통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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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와 무, 혹은 0과 1. 이는 사람마다 정의하기 나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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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러로 만들어진 가상의 신경계가 감각기관과 운동기관을 잇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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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분법적으로 나뉜 세상에서는 쓸데없는 정보는 모두 걸러 없어지고 오로지 목적 수행만을 위한 정보만이 신경계를 자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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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 클릭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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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 시도: 53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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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시도: 65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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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번째 시도: 49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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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번째 시도: 47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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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번째 시도: 46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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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ms : 당신의 반응속도는 상위 0.05%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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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느릴 리가 없는데? 태블릿에 렉이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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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메는 조금은 불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결과창을 공유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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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어케했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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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꼼수도 안 썼는데 이 기록이 말이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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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러강화 쓴 거 아님? 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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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오러강화 쓴다고 반응속도가 달라지냐 멍청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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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알만 더 단단해질 듯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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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 쩐다! 어떻게 한 거야? 나도 비법 좀 알려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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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싶어요? 그거 브이튜브에서 배울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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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고 치면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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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은 잘 모르는데 아무튼 시냅스 클레프트나 뉴로트랜스미터라고 검색해보면 아무튼 인도공대에서 만든 영상이 맨 위에 나올 거예요. 눈 엄청 크게 뜨고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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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로... 우와 압도적 감사! 알려줘서 고마워 바이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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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메가 떠난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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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리머들은 방금 그녀가 알려준 영상을 시청자들과 함께 탐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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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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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는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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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이 사람 눈 개크네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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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리냐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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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설마 그 단어 나오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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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인도 영상은 한 치도 예상을 안 벗어나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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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pic # 10.3 - Neuroaurology: advanced design methodology for CNS (Engli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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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맞아? 눈이 정말 크긴 한데... 일단 한번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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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로 에브리완? 뚜데이 위 윌 또끄 어바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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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인 특유의 찰진 발음과 함께 알아듣기 힘든 영어가 쏟아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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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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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져서 어두울 줄 알았던 골목길은 오히려 땅거미가 질 적보다 더욱 밝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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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한 가로등과 형형색색의 네온사인이 펼쳐내는 야경을 보고 있자니 사이버펑크 영화의 한 장면이 따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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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알던 세상과 다르기도 하고 비슷하기도 했지만 결국 이 또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세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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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달라진 점이라면 다문화 사회가 된 대한민국에서는 사람들의 패션이 다양하다는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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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안 힘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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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름이 뒤에서 다가와 내 어깨를 붙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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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는 여태까지 어디 있었어? 우리 층에서는 안 보이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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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가만히 서 있기는 심심했는지 내 몸을 양쪽으로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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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하 그게! 잠깐 요거트님 만나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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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아 내 매니저인데 딴 스트리머를 보러 간 거야? 조금 섭섭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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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 왜 그래! 삐졌어? 언니가 어떻게 풀어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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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래. 하나도 안 삐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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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헤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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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오늘 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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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에 조금 무리를 했는지 근육이 여기저기 뭉쳐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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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어깨좀 주물러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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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얼마든지 환영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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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이렇게까지 뒤풀이 행사에 오래 있을 생각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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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버켓에 담긴 반쯤 비어있던 소주병, 살짝 취기가 오른 듯한 몇몇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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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술을 마시려고 온 자리이니만큼 어린이는 이만 퇴장해주는 게 맞는 듯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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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이 비어 있었고, 그래서 습관처럼 핸드폰을 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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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 가상현실로 돌아와서 더 늦기 전에 생일파티를 하자고 보채는 아델라의 문자가 가장 먼저 눈에 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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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델라: 언제 오는데!!! 이러다가 나 죽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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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나메: 금방 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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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활발하게 운영되는 단체 채팅방, 그 외의 잡다한 스팸성 문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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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쭉 스크롤을 내리다가 어느 한 곳에 멈춰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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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확인하지 않은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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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낸 이는 ‘한국마력공사’. 받는 이는 ‘노나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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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부할 때가 되긴 했지. 오늘 쓴 거는 같이 안 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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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마력공사에서 노나메님께 청구서를 발송하였습니다. 결제기한 내 납부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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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구목적: 무허가 긴급 하위서클(3) -hallucination- 마법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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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구금액: 13,849,293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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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제기한: 2051/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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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구 내역에 대한 문의는 청구업체로 연락바랍니다.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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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천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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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깜짝이야! 왜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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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을 수가 없다. 아니 내가 사용한 건 3서클 마법인데 왜 5서클 만큼의 비용이 들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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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서클 연성진 ‘무스시몰-이보텐산 합성’ 및 1개의 비공개 가시전 마법(6) 사용에 관한 세부 청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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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스가 되는 연성진은 문제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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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문제가 되는 쪽은 가시전 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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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마나도 별로 안 들었을 텐데 이게 어찌된 일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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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전은 결국 주 마법진에 종속되는 마법으로서 소모되는 마나가 거의 없다시피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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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귀찮아서 읽다가 포기한 마나세법을 탐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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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가장 마지막 보칙까지 가야 간신히 찾은 한 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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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8조(비공개 가시전 마법의 예외추징): 제24조제3항에서 명시하는 공개되지 아니한 마법 또는 같은 법 제26조에 따라 대통령령으로 금지된 마법은 마나비례세를 적용하지 아니하고 독립된 마법으로 간주하여 제14조제2항을 적용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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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조 2항은 또 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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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뜩이나 복잡한 조문을 베베 꼬아놔서 너무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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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나 사용량의 최소 단위를 규정하는 조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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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1서클 마법에서나 쓰는 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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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사용하는데 적게는 몇천 원밖에 안 드는 마법은, 시전을 중단하거나 불완전 시전하였을 때 세금을 고작 1원 2원 이런 식으로 낼 수는 없으니까 만들어진 조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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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기지국과의 통신 비용이 훨씬 많이 들기 때문에 마법의 오남용을 방지하고자 위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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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독립된 마법으로 적용받으면 내 고유마도 ‘메두사’는 6서클. 최저 기준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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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1천만원이 훌쩍 넘는 금액이 도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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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이런 게 다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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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왜? 큰일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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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엄청 큰일은 아닌데... 짜증나잖아...! 완전 날강도들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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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쩐지 오늘따라 지나치게 행복하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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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는 행복 총량의 법칙이라도 있는지 꼭 이럴 때마다 기분을 잡치는 사건들이 벌어지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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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세금? 히에에 왜 이렇게 많이 나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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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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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나와도 백만원이겠거니 하고 있었는데 단위부터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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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불할 수 있고 없고의 문제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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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맛없는 휴게소 닭꼬치 하나에 십만 원 주고 사먹은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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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이 기분 풀어. 기껏 좋은 날인데 나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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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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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대신 내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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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냐 내가 돈이 없는 것도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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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름을 잠시 올려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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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니까 얘 재벌집 딸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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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대신 내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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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내가 가오가 없지 돈이 없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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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름의 핑크색 장지갑에서 검정색 카드가 튀어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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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회비 300만원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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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연회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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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나메 생일선물로 그쯤이야 해줄 수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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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로 받기에는 그래도 양심에 찔리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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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절은 안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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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걸 내 돈 주고 내고 싶은 마음은 안 들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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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름에게 해줄 수 있는게 뭔지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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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이 도대체 뭐가 부족하겠냐만은 그래도 아무것도 안 해주는 건 사람된 도리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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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름, 삼연그룹, 매니저, 고양이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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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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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나중에 아델라 만나게 해줄까? 오늘은 좀 늦었으니까 다음에 시간 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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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헥...! 지... 지지지진짜? 진심으로 리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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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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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블랙카드 그냥 너 줄게! 아니 그렇다고 진짜 가져가라는 소리는 아니고! 아무튼... 너무 고마워 우리 귀염둥이 나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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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늘 키우던 고양이를 천만 원에 팔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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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델라님을 가까이서 볼 수 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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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책감은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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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는 대체 무슨 맛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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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다시 생각해보니 조금 드는 것 같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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