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dd 3 AI agents (writing, revision, story-continuity specialists) - Add 4 slash commands (rovel.create, write, complete, seed) - Add novel creation/writing rules - Add Novelpia reference data (115 works, 3328 chapters) - Add CLAUDE.md and README.md 🤖 Generated with [Claude Code](https://claude.com/claude-code) Co-Authored-By: Claude Opus 4.5 <noreply@anthropic.com>
251 lines
12 KiB
Markdown
251 lines
12 KiB
Markdown
|
||
‘오랜만에 방송 다시 키셨네?’
|
||
|
||
한국마학기술원 인터랙티브 인공지능연구실에서 하루 일과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남성은 외출복 그대로 침대에 뛰어들었다.
|
||
|
||
모두가 일상의 피로를 집어던지고, 자기만의 시간을 보내는 저녁 시간 때.
|
||
|
||
‘대살’은 자신이 구독하는 스트리머의 홈화면을 툭툭 터치했다.
|
||
|
||
[NoName]
|
||
|
||
특이하게도 이 스트리머는 자신의 아바타를 최소 나이대로 설정했었다.
|
||
|
||
페도필리아적 취향을 가진 시청자들을 겨냥한 거라면 절반은 성공했다고 볼 수 있었다.
|
||
|
||
아무런 컨텐츠도 없는 무미건조한 방송에서 그녀의 목소리를 듣고 아바타만을 감상하기 위해서 온 이들이 있을 정도였으니까.
|
||
|
||
어린 시청자들이 보내주는 천원 이천원의 후원금액을 받고 숙제를 풀어주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안쓰럽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
||
|
||
하지만 진성 트위시 시청자라면 평범한 방식으로 스트리머에게 후원을 보내지 않는다.
|
||
|
||
지금이야 남부럽지 않은 교육기관에서 대학원생을 하고 있었지만, 힘겨운 재수 시절 때 생겼던 학력에 대한 열등감이 스트리머의 밑천을 까발리도록 대살을 부추겼다.
|
||
|
||
초중고생들에게 환호를 받는 이 스트리머가 사실은 능력없는 백수였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었다.
|
||
|
||
그래서 일부러 대학교 4학년 수준의 어려운 추상이론마학과 전파공학 질문을 보냈다.
|
||
|
||
[에르미트 행렬이잖아요. 좌상단에 레샤아이크바르를 쓰면 되겠네요.]
|
||
|
||
그녀가 문제를 보자마자 내린 답이었다. 평범한 백수가 아니었잖아?
|
||
|
||
그 이후로 대살은 노네임의 방송을 전부 챙겨보지는 않더라도 꾸준히 틀어놓게 되었다.
|
||
|
||
대학원 과정은 학습 데이터가 없어 과제를 인공지능에게 물어봐도 정확한 대답을 기대할 수 없다.
|
||
|
||
그런데 이 스트리머는 자신보다도 훨씬 박학다식한 면모를 보였다.
|
||
|
||
한동안 대살은 노네임을 유용한 숙제 셔틀로 삼았다. 돈은 조금 많이 들었지만 그게 대수인가. 서로 윈윈하는 관계면 충분한 거지.
|
||
|
||
그런 노네임이 롤을 하고, 월오아를 했다.
|
||
|
||
알고보니 그녀는 롤을 8년간 수만판을 해온 폐인이었고, 일주일만에 다른 롤 스트리머와 합방을 해서 순식간에 마스터까지 올렸다고 했다.
|
||
|
||
대살은 유일하게 그때 방송만큼은 챙겨보지 않았다. 논문 때문에 바쁜 주간이기도 했고 롤을 전혀 몰랐었다.
|
||
|
||
그런데 노네임이 월오아를 시작한다고 했을 때 그는 마음이 들뜰 수밖에 없었다.
|
||
|
||
이쪽이라면 자신의 전문 분야나 다름없었으니까.
|
||
|
||
뉴비를 돌봐주는 마음으로 그녀에게 훈수를 두던 찰나, 그녀는 하루만에 최고 난이도로 나이트메어 1부를 클리어 직전까지 공략했다.
|
||
|
||
더 이상 나만의 작은 스트리머가 아니다.
|
||
|
||
마음만 먹으면 무엇이든 달성할 수 있는 천재 중에 천재.
|
||
|
||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세분께는 제 방의 매니저 권한을 드리겠습니다.]
|
||
|
||
엄청난 위업을 이루고 복귀한 그녀는 일본 애니메이션 삽입곡으로 개미털기를 한 뒤 방송의 매니저를 뽑는다 선언했다.
|
||
|
||
대살은 직감했다.
|
||
|
||
노네임의 방송은 무조건 뜨는 성장주였다. 만약 이 방송이 하나의 주식이었으면 전 재산도 아니고 대출까지 영끌해서 전부 꼴아박았으리라.
|
||
|
||
‘대기업’ 스트리머들의 매니저는 권한도 명예도 상당하지 않은가?
|
||
|
||
방송 초기 시청자로서 욕심이 나지 않을 수 없었다.
|
||
|
||
대살은 침을 꿀꺽 삼키며 미루었던 과제들도 내팽개치고 캡슐에 들어갔다.
|
||
|
||
지금까지 방송을 꾸역꾸역 본 보상을 받을 시간이었다. 빅데이터로 쌓인 그녀의 취향을 낱낱이 파헤쳐내리라.
|
||
|
||
* * *
|
||
|
||
[전투 마법진 월드컵 32강 1/16]
|
||
|
||
[5서클 이그니스 벨룸(불의 장막) vs 4서클 글라키스 아스타(얼음 창)]
|
||
|
||
“오 대살님 아니세요? 네임드도 참여하러 오셨네.”
|
||
|
||
“아아 네. 좀 떨리네요. 나름 노네임 방송도 오래 챙겨봤는데 빨리 떨어지버리면 어쩌나 생각하고 있어요.”
|
||
|
||
“넵 그럼 화이팅 합시다!”
|
||
|
||
같은 시청자끼리 격려의 말을 주고받은 대살은 비장한 마음으로 세트장 위에 섰다.
|
||
|
||
첫 번째 라운드인 만큼 노네임은 자신의 생각을 아낌없이 사람들에게 풀어주었다.
|
||
|
||
시청자들은 긴장의 끈을 풀고 있었다.
|
||
|
||
대살 또한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이그니스 벨룸 위에 서 있었던 사람이었다.
|
||
|
||
[확실히 불의 장막이 겉보기에도 더 멋있긴 하네요.]
|
||
|
||
노네임이 작위적인 말을 내뱉기 전까지는.
|
||
|
||
그 말을 듣고 얼음 창을 골랐던 사람들마저 불의장막 진영으로 우르르 몰려왔다.
|
||
|
||
반면 대살은 고민했다.
|
||
|
||
방금은 노네임이라면 평소에 할 법한 말이 아니었다.
|
||
|
||
오로지 마법의 효율과 확장에 미쳐있는 사람이 멋있다 따위의 미적 판단을 내린다?
|
||
|
||
‘무조건 함정이다!’
|
||
|
||
수상함을 감지한 대살이 선택 타이머가 끝나기 전 옆 진영으로 몸을 날렸다.
|
||
|
||
진영을 바꾸기가 무섭게 불의 장막을 고른 사람들은 모두 무저갱으로 사라져버렸다.
|
||
|
||
[소신이 없네요 다들.]
|
||
|
||
“하하...”
|
||
|
||
잊을 만하면 되새겨준다. 이 사람이 얼마나 악질인지를.
|
||
|
||
[전투 마법진 월드컵 32강 13/16]
|
||
|
||
[1서클 라이트(라이트) vs 3서클 디아곤 카이도(사선베기)]
|
||
|
||
[라이트 마법을 대체 전투에 어떻게 활용한다는 걸까... 이런 게 전투마법으로 선정된 게 웃기네요.]
|
||
|
||
아예 대놓고 사선베기 마법을 옹호하는 모습에 도리어 수상함을 느낀 몇몇 시청자들이 이번엔 역으로 라이트 마법을 골라보지만.
|
||
|
||
[디아곤 카이도(사선베기)]
|
||
|
||
아쉽게도 그런 꼼수는 통하지 않았다.
|
||
|
||
[3명이 탈락하셨습니다.]
|
||
|
||
[5명이 생존하셨습니다.]
|
||
|
||
결국 노네임이 진행하는 전투마법 월드컵이 끝까지 가보지도 못하고 벌써 최후의 3인이 결정나게 생겼다.
|
||
|
||
아마도 다음 문제가 마지막이 될 것임이 유력했다.
|
||
|
||
드넓은 공간에 시청자가 다섯 명밖에 남지 않으니 스테이지가 황량하게만 느껴졌다.
|
||
|
||
나메가 무대에서 내려와 시청자들을 반겼다.
|
||
|
||
“축하드려요. 마음 같아서는 다섯 분 모두에게 매니저를 드리고 싶네요.”
|
||
|
||
“그럼 저희 다섯 명 전부 임명해주시면 안 될까요? 하하.”
|
||
|
||
한 남성이 멋쩍게 웃었다.
|
||
|
||
눈치없는 발언이었다만 대살도 그의 심정이 충분히 이해가 갔다.
|
||
|
||
희박한 확률을 뚫고 방장과의 눈치 싸움을 하며 겨우겨우 살아남았다.
|
||
|
||
마지막 한 문제 차이로 매니저를 달지 못하게 되면 두고두고 후회되겠지.
|
||
|
||
“혹시 여기 있는 분 중에 시간상 여유가 안 되시는 분들이 계신가요?”
|
||
|
||
노네임의 질문에 다섯 명 모두 침묵을 지켰다. 매니저를 할 수만 있다면 현생도 포기할 각오로 온 사람들이었다.
|
||
|
||
“일단 약속은 지켜야 하니까요. 대신 마지막 문제는 다른 걸로 내보도록 하죠.”
|
||
|
||
그녀는 돌연 전투마법 월드컵 창을 종료시켜버렸다.
|
||
|
||
“그걸 왜 꺼버려요?”
|
||
|
||
다섯 명의 매니저 후보들도, 애초에 전투마법 랭킹 따위는 하나도 궁금해하지 않았던 1500여명의 시청자들도 결말은 보고 싶었기에 탄식을 내뱉었다.
|
||
|
||
이러면 지금까지 컨텐츠를 진행한 의미가 무엇이 있느냐는 뜻이었다.
|
||
|
||
“월드컵은 그저 명분이었고 당신 처음부터 매니저 뽑을 생각밖에 안 했지...!”
|
||
|
||
날카로운 지적에도 두 눈을 깜빡깜빡거리기만 하는 노네임.
|
||
|
||
속내를 알 수 없어 답답했다.
|
||
|
||
“여러분들은 모두 소신 있는 사람들이에요. 제가 뭐라고 말하든,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선택을 믿었죠.”
|
||
|
||
나메의 말대로였다.
|
||
|
||
한두번쯤은 요령껏 그녀의 눈치를 보며 무얼 선택할지 고민한 적은 있어도, 결국은 오로지 자신의 판단에 맡겨야 했다.
|
||
|
||
“마지막까지 소신대로 답해주시길 바라요. 그럼 문제 드릴게요.”
|
||
|
||
깊은 심호흡을 한 나메.
|
||
|
||
그녀는 자연스럽게 팔짱을 끼고 후보들의 앞을 지나쳤다.
|
||
|
||
다른 아바타의 가슴에도 닿지 않는 그녀의 작은 키가 유독 돋보였다.
|
||
|
||
그녀는 다시금 숨을 내뱉었다. 나메의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날숨이 고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
||
|
||
“한번 가정해봅시다.”
|
||
|
||
그녀는 차분히 걷다가 한 남성의 앞에 멈춰섰다. 아까 모두에게 매니저를 시켜줄 수 있느냐는 근육질의 남성이었다.
|
||
|
||
“여러분들은 산에서 조난당했어요. 물과 식량은 없고, 구름은 잔뜩 낀 어두운 밤이에요.”
|
||
|
||
“밤 중에 산을 타는 건 정말 위험하지.”
|
||
|
||
남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메는 그의 닉네임을 힐긋 보더니 질문을 하나 던졌다.
|
||
|
||
“혹시 여자친구가 있나요?”
|
||
|
||
“있죠. 그런데 왜요?”
|
||
|
||
“각자 사랑하는 사람을 하나 떠올려주세요. 여기 있는 ‘hells몬스터’님은 여친을 생각하시면 되겠네요. 없으면 가족을 떠올리셔도 상관없어요.”
|
||
|
||
나메는 다시 반바퀴 빙글 돌아 반대편 참가자에게로 향했다.
|
||
|
||
“그렇게 둘이 조난된 상황이에요. 다음 날 아침까지 기다린다면, 분명 안전하게 산을 내려올 수 있겠죠. 하지만 추위와 배고픔을 견디지 못했던 여러분은 하산하기를 선택했어요.”
|
||
|
||
꼬맹이의 묘하게 구체적인 스토리텔링에 사람들은 서서히 빠져들었다.
|
||
|
||
“당신의 그런 잘못된 판단 때문에 급하게 산비탈을 내려오던 도중 여러분의 애인이, 또는 가족이 독사에게 물렸어요. 당장 치료를 하지 않으면 무조건 죽는 독이 몸에 실시간으로 퍼지고 있어요.”
|
||
|
||
“이런.”
|
||
|
||
어느 한쪽에서 탄성이 흘러나왔다.
|
||
|
||
“그리고 당신에게는 사용할 수 있는 두 개의 마법이 있어요.”
|
||
|
||
그녀는 프라이빗 룸에 있던 칠판 아이템을 소환하더니 마법진을 그리기 시작했다.
|
||
|
||
다들 의미는 모른다.
|
||
|
||
나메는 하얀색 공간을 빼곡한 원으로, 선으로, 꼬불거리는 문자로 계속해서 채워나갔다.
|
||
|
||
그녀의 손에서 광기까지 느껴질 법 했다.
|
||
|
||
마커펜이 수명을 다하면 다시 새로운 보드마카의 뚜껑을 열어 기어이 마법진을 완성시켰다.
|
||
|
||
“첫 번째 마법진은 당장 하루의 시간을 벌 수 있는 마법이에요. 이튿날 안전하게 구조되면 일단 치료는 받을 수 있겠지만 시기를 놓쳐서 시한부로 시름시름 앓다가 1개월 안에 죽어버리겠죠.”
|
||
|
||
“잔인한 상황이네요.”
|
||
|
||
“강력한 독사구만.”
|
||
|
||
곧이어 나메는 두 번째 마법진을 가리켰다.
|
||
|
||
그러나 전자의 것보다 훨씬 크고 복잡한 데 비해 이 마법진은 중앙이 뻥 뚫려 있었다.
|
||
|
||
“두 번째 마법진은 독을 완전히 해독할 수 있는 마법이에요. 후유증도 남지 않고, 아주 말끔하게 독을 없애버릴 수 있어요.”
|
||
|
||
“그럼 두 번째가 좋은 거 아닌가?”
|
||
|
||
“그런데, 당신은 이 마법진에 들어갈 중앙 룬문자를 전혀 몰라요. 그나마 짐작이 가는 열 개 이십 개 중에 하나를 찍어야할지도 모르겠네요.”
|
||
|
||
확실하게 1개월만 살려낼 것인지, 낮은 확률로 온전히 살려낼 것인지.
|
||
|
||
“마... 만약 기회는 단 한 번뿐이라면.”
|
||
|
||
하필 마나가 부족했으니까.
|
||
|
||
“어떤 걸 고르시겠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