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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화 – 102호, 저주의 방 - ‘공포의 저택’ Re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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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 번째 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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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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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언을 들은 후, 빠르게 작전을 짜서 파티를 둘로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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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진철 사제를 중심으로 악마에게 돌격하는 ‘자폭 파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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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성원은 별의 주인인 진철 사제, 형에게 정신 보호를 걸어줄 송이, 마찬가지로 빙의에 저항할 수 있는 나 이렇게 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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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과 종은 내가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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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전투에 기여하기 어려우므로 차 타고 최대한 멀리 도망가는 ‘탈출 파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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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이 인간이 아니고, 빙의 능력에 저항할 수 없다면 접근 자체가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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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엘레나 수녀와 추기경 둘은 탈출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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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의 길을 떠나기 직전, 엘레나 수녀가 울먹이면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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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죄송합니다. 나가서 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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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철 사제는 위로하듯이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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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습니다. 나가서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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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에게 돌격하는 시점에서 ‘자폭 파티’ 전원이 각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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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 가능성은 없다. 우린 전원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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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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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읍. 흐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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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호흡을 거듭했다. 저택으로 걸어가며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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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이 정도의 적수와 싸우러 나갈 일이 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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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밖에서 격투가로서 성공하는 것을 꿈꾸던 시절, 도저히 이길 수 없던 다른 격투가들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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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는 내 필생의 경쟁자라 느꼈고, 열정이 식은 후로는 영원히 넘을 수 없을 벽이라고 느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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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다시 생각해보니 고작 인간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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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부터 싸우게 될 악마가 손가락 한 번만 튕겨도 다 죽을 존재들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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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큰물에서 놀게 된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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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사람처럼 들릴까 봐 동료들에게 말한 적은 없지만, 사실 호텔에 들어온 후로 나는 설명할 수 없는 성취감을 느낄 때가 종종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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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존재가 되어가는 이 감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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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고작해야’ 인간 사이의 격투에 목매달았던 이유가 대체 뭐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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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장 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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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인간을 초월한 축복을 얻었고, 마왕을 상대할만한 보물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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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택으로 걸어갈수록 그야말로 지옥이 된 세계가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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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근의 사람들은 차마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잔혹하게 죽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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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저히 더 볼 생각이 들지 않아 고개를 돌렸는데, 가인이는 그 와중에 가까이 가서 구경하더니 날카로운 촉수가 땅에서 솟아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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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시체를 보면 알아낼 정보들이 있긴 하겠지만, 참 비위도 좋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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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쿵! ---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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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택 근처까지 다가가자, 믿을 수 없이 거대한 ‘고치’가 보였다. 고치에서 진동만으로 땅을 울릴 정도로 거대한 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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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게 대체 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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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제님. 제 눈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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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야! 이제 컨셉 잡는 것 그만하자. 이제 눈치 볼 사람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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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이 맞네요. 제 눈엔 엄청나게 큰 살덩어리처럼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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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가 바로 나오진 않았네? 저 살덩어리를 부수면 되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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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바닥에서 검은 촉수들이 마구 솟아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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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반응할 틈도 없이 촉수들이 내 몸을 휘감더니 조이기 시작했고, 전력을 다해 힘겨루기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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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를 간지럽히는 듯한 기이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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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인간이 맞긴 한 거냐? 곰도 이렇게 힘이 세진 못할 터인데…. 그래봐야 소용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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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선가 마치 반지의 제왕에서 본 ‘골룸’같이 생긴 생물이 나타나더니, 가볍게 손짓으로 수십 개의 촉수를 더 불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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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씨발 새끼가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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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아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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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칠게 울려 퍼지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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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말로도 맑다고 말하긴 어려운, 거친 금속음이 울려 퍼지는가 싶더니, 촉수들이 순식간에 시든 오징어처럼 허약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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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룸 같은 놈의 눈이 동그랗게 커지더니 허겁지겁 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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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었다 병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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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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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탄이 터지는듯한 폭음과 함께 내 몸이 순식간에 거리를 좁히며 놈에게 달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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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그 종은 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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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의 종이다! 씹새끼야! 이제 넌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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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룸 놈의 어깨에 내 팔이 닿자마자 놈의 어깨가 말 그대로 으스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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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지러지는 비명이 귓가를 찌른다. 이제, 펀치 한 번이면 이놈 대가리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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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몸! 참으로 탐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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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놈의 눈이 시뻘게지더니 내 의식이 순식간에 - 아무 일 생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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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하냐 병신아? 내가 등신도 아니고 네 빙의에 당하겠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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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내가 뭘 한 건 아니야. 송이가 아마 뭘 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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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부터 미친 듯이 종을 치던 가인이가 내 뒤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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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지 몰라도 아마 저 종을 치는 동안엔 이 골룸이 별 힘을 못 쓰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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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좋은데, 종소리는 진짜 구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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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히 뭘 더 알아낼 건 없겠지? 알아낼 게 있다고 해도 더 시간 끌 틈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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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부터 건너편의 고치에서 아주 천지를 뒤흔드는 듯한 고동 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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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 뒤지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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놈의 대가리를 터트리기 직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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놈은 헛웃음을 터트리며 유언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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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용없다. 곧 신께서 이 땅에 내려오신다. 이윽고 새로운 시대가 시작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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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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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놈을 이렇게 쉽게 죽일 줄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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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인이가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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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이 종이 통하는군요. 종을 울리는 동안엔 빙의할 수 없는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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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의는 송이가 막아준 거 아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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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이가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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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가 너무 빨리 움직여서 타겟을 못했어요.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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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 내가 또 실수할 뻔했네. 하지만 종의 성능을 알아낸 건 큰 수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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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적자를 죽였는데도 해결이 뜨진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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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이의 의문에 가인이가 한숨을 쉬며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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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늦었다는 의미겠지. 악마가 이미 태어난 다음에 대적자를 죽여봐야 뒷북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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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같은 생각이다. 이미 저 악마의 고치가 소환된 시점에서, 이 골룸 놈은 제 역할을 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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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고치를 어떻게든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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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쿵! ---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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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고치. 저택이 있던 장소에 저택을 붕괴시키며 나타난 고치는 크기만으로 범인을 압도하기에 충분했다. 거의 무슨 빌딩 같은 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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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별을 쓸 때가 됐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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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온 송이의 팔찌가 번쩍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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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물러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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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말과 함께 송이와 가인이가 멀찍이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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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의 별을 소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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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아아아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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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도적인 기파가 별로부터 뿜어져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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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파리에서 여러 차례 연습했지만, 쓸 때마다 느껴지는 두려움만큼은 억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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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뒤트는 이계의 힘. 생물과 비생물을 넘어서서, 삼라만상 전체를 비웃는 이계의 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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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의 파동이 고치에 닿는 순간 이변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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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오오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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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로 가득 찬 울음소리가 고치에서 터져 나온다. 태어나지 못한 신이 자신을 완성하기 위해 빚어낸 고치로부터 거대한 손들이 솟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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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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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식간에 뻗어 나온 손들이 날 붙잡으려는 걸 피하고, 또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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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이 늘어나고 또 늘어났다. 마침내 손 하나가 내 몸을 통째로 움켜쥐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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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예 별을 그 손에 쑤셔 박자 손이 기괴한 광물과 액체로 변하면서 녹아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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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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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치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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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앞에서 고치가 세로로 갈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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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처럼 거대한 나방이 고치에서 튀어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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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것이 내 기억의 마지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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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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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고 또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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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치에서 비명이 터져 나오고, 솟아 나온 손들이 진철 형을 죽이려다가 별에 녹아내리는 순간만 해도 설마 별의 힘으로 끝장을 보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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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저런 장면은 영화에서도 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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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딩보다도 거대한 고치가 세로로 갈라지더니, 그 고치조차 작아 보이는 산처럼 거대한 나방이 튀어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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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철 형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나방이 튀어나오는 순간 죽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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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직이는 산과 같은 그 거체를 보는 순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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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런 놈이 태어난 시점에서 세상은 끝이다. 그 어떤 병기도 저놈에겐 무용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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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방이 날아다니면 분진이 떨어지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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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처럼 거대한 나방이 날갯짓을 한번 하자, 세상 전체에 희뿌연 가루들이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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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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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광경은 우리에겐 지옥의 한 장면이나, 누군가에겐 신세계의 시작이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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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루 하나하나에서 이해할 수 없는 생명들이 태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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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방의 날갯짓 한 번에 수천의 생명이 태어나고, 세계 전체가 활력으로 가득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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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도 본 적 없는 생물들이 온 사방에서 태어나고, 공기부터 대지까지 완전히 달라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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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제야 왜 저 존재가 ‘악마’가 아니라 ‘신’인지 이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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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 가지 문제점이 있다면, ‘사람의 신’이 아니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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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 전체를 뒤덮은 가루를 나라고 피할 수 있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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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몸을 덮은 가루들이 나를 무언가 ‘다른 존재’로 바꿔가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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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로 끝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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넋이 나간 채로 나방을 바라보다가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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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 날개 한쪽의 모양이 이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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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이이이잇! 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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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를 창조하던 나방이 갑자기 허공에서 비틀거리더니, 대지로 추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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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양이 뒤틀린 날개를 이리저리 더듬는가 싶더니, 나방은 결국 자신의 날개를 찢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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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것이 내 마지막 기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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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은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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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관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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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집에서 태어나서, 나름대로 맛있는 것도 많이 먹고, 신기한 구경도 많이 하면서 한세상 잘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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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에 들어온 후에야 내가 얼마나 ‘아무것도 모르고’ 살았는지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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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세상이 있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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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들이 다들 악신의 제단을 부순다 어쩐다고 하면서 마을과 뒷산을 싸돌아다니는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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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이세현하고 차나 마시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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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가 본 장면이 이런 광경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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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저택이 붕괴한 후 빌딩만 한 고치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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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치가 쪼개지더니 산만한 나방이 튀어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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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방이 세상을 날아다니기 시작하자 그야말로 이계 버전 천지창조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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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신기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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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 되니까 너무 현실감이 없어서 뭐 무섭다 이런 생각도 안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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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가 나방이 하늘에서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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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하는 거지? 갑자기 나방은 자기 날개를 유심히 살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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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같이 보다 보니, 그제야 날개 하나가 이상하게 생긴 걸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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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깔도 좀 기괴하고 이상한 촉수 같은 것이 마구 돋아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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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먼 거리에서도 보이는 걸 보니, 아마 실제 저 촉수의 크기는 거의 건물만 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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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날개에 돋아난 건물만 한 촉수를 살피던 산만 한 덩치의 나방은, 고심 끝에 ‘불량품 날개’를 뜯어내더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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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고치를 만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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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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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탈출’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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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지 몰라도 내 동료들이 잘 활약해서 고치에서 나방이 ‘정상적으로 형성되는걸’ 막은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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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자기 몸의 일부가 불량품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나방이 자기 몸을 다시 만들려고 고치로 들어갈 테니, '현재의 위험'에선 벗어났다는 판정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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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속도라면 조만간 나방은 고치로 들어가고, 탈출 판정이 뜨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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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전에 나도 해야 할 일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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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오라버니. 제게 정말 하실 말씀이 없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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넋이 나간 표정으로 멍하니 이 모든 광경을 ‘하늘에서’ 구경 중이던 이세현이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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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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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전 참 신기한 일을 많이 겪었답니다. 물론 저 나방이 제일 신기하긴 한데, 그 전에 있던 일도 이상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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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택이 뒤흔들린다 싶더니, 갑자기 오라버니는 날 끌고 ‘뭔가’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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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 차렸을 때, 나와 오빠는 하늘을 나는 이상한 생물의 배 안에서 세상을 구경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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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널 살리려고 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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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저도 알아요. 오빠는 절 위하려고 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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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걸 알면서 엑소시스트들을 데려와? 내가 모를 줄 알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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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알고 있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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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다. 차근차근 대화하면 된다. 그간 느끼기에, 이세현은 악인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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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택에서 그간 수상한 일을 한두 번 본 게 아니었으니까요. 심지어 지금 일도 기이하기 짝이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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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제게 숨기실 생각인가요? 아니면 절 입막음이라도 하실 생각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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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대체 무슨 말이냐! 입막음이라니. 난…. 난 도대체 모르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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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무슨 일이 생긴 건지 모르겠다는 말이다! 저런 터무니없는 괴물이 나타날 줄은 정말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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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착하게 관찰했다. 명백히 느껴지는 ‘죄책감’. 이 남자는 ‘뭔가’를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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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지만, 전부 다 알던 건 아니다. 최소한 지금처럼 세상 전체가 파멸할 줄은 상상도 못 했음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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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우는…. 시우는 어디 있는 거지? 대체! 이게 어떻게 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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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에서 끊을 필요성을 느꼈다. 이 남자는 지금 정신이 완전히 무너지려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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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가서 이세현의 손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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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 진정하세요. 아직 끝난 게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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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흐흐…. 은솔아. 정신 차리거라. 저 밖을 봐! 이제 모든 게 망했다! 시우도 죽은 게 틀림없다…. 아아! 하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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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 본래는 마지막 순간까지 지키려던 비밀인데. 교황청은 시간을 돌릴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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넋이 나간 채로 주저앉아있던 이세현이 멍하니 고개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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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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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청은 시간을 돌릴 수 있어요. 그러니까, 제게 말해주세요. 오빠는 뭔가 알고 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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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호에 진입한 첫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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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세현을 나름대로 조사한 끝에 그가 아무것도 모른다는 판단을 내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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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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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분명 ‘마도서’나 ‘실종 사태’에 대해선 아무것도 몰랐지만, 이 방의 비밀에 대해 완전히 무지한 자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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넋이 나간 채로 내 말을 듣던 이세현은 내 표정을 살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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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망해가는 세상을 바라보면서도, 명백히 아직 희망이 남아있다는 내 분위기를 살피던 이세현은 그제야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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