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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화 – 파티타임 (7) - 103호의 비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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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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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호. 다시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극악한 조건으로 가득 차 있던 장소. 대체, 103호의 비밀은 뭐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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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시선을 느꼈는지 송이가 내 쪽을 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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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 할 말 있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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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새삼 네가 103호에서 진짜 대단한 일을 했다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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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하~. 갑자기 왜 그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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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다 보니, 갑자기 궁금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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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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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호. 너무 이상하지 않아? 시작하자마자 전원이 외계인의 목장에 감금된 상태고, 동물이 되었다는 환각에 파묻힌 상태. 심지어, 장소는 우주공간을 비행 중인 우주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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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어떻게 탈출할 수 있는 거지? 송이 네가 가진 ‘친화’의 힘으로 아타나시아와 ‘삼키는 자’를 홀리는 게 유일한 방법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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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리는 없겠죠. 모든 호텔 파티에 항상 친화가 있던 것도 아닐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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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다른 방법이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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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이는 어딘가 깊이 고심하는 눈빛으로 하늘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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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깬 제 경험에 따르면, 몇 가지 빈틈이 있긴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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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은솔 누나가 끼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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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송이가 103호 겪으면서 느꼈던 걸 이야기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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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엇! 새삼 그럴 필요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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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이 자랑이나 듣자고 하는 이야기가 아니야. 우리가 여태 해결한 방이 101호와 103호뿐이고, 101호는 다 같이 해결해서 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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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103호는 직접 겪은 송이 말고는 잘 모르니까. 이미 해결한 방을 잘 분석해보면, 아직 해결하지 못한 방에 대한 실마리가 나올지도 모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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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도 생각을 정리해야 여러분에게 잘 설명해 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곧 말씀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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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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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이 말고는 그 실체를 제대로 접하지도 못했던 10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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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하다. 해결한 사람의 관점에서 볼 때, 103호의 탈출 루트나 ‘빈틈’등은 뭐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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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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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이가 본격적으로 우리에게 ‘강의’를 시작하기까지는 생각보다 긴 준비시간이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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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티타임 둘째 날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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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파리를 다녀온 우리는 다들 지쳐서 빠르게 식사를 마친 후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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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날 오전엔 날 쫓아다니는 할아버지를 피해 다니다가, 결국 붙들려서 어쩔 수 없이 공원에서 탐색을 빙자한 달리기만 줄곧 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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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셋째 날 점심 무렵이 되어서야, 송이가 ‘103호 특강’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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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제가 103호를 설명하는 목적은 자랑이 아니에요. 다른 분들은 제대로 경험하지 못한 103호를 다시금 짚고 넘어가면서 ‘저주의 방의 구조’에 대해서 다 같이 이해하기 위함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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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제가 이해한 저주의 방의 구조를 설명해 드리고, 다음으로 101호와 103호가 각자 가지고 있던 ‘약점’을 짚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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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는 그렇다면 103호의 해결, 탈출 방법에는 뭐가 있었을지 떠올려 본 걸 말씀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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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에 이해하기 어렵거나, 각자 생각이 다른 부분은 말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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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송이가 선생님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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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저주의 방의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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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우리가 모은 정보를 종합하면, 저주의 방은 다음과 같은 구조가 존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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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이는 노트에 적은 걸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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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참가자 파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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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대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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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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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저 역할에 들어가지 않는 NPC들도 많지만, 그 사람들은 사실 별 역할도, 영향력도 없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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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시나리오에 영향을 끼치는 존재들은 셋으로 분류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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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참가자 파티, 즉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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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우리가 상대해야 하는 존재들, 호텔의 표현을 빌리면 ‘대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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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거의 신적인 힘을 가졌지만 엄청난 제약에 눌려서 간접적으로만 영향을 끼치는 ‘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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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죄수’라는 표현은 관리국에서 쓴다고 할아버지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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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가 건너편에서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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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확인된 바에 따르면, 대체로 대적자는 방 내부에서 여러 가지 음모를 꾸미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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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호에서 대적자는 ‘김상민’, 102호에선 아마도 저택의 주인인 ‘어르신’, 103호에선 ‘아타나시아’, 104호에선 아마도 ‘인도자’일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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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수의 경우, 저주의 근원과 깊은 관련은 있지만 처리할 필요까진 없는 것 같습니다. 애초에 우리 힘으로는 도저히 어찌할 수 없는 존재들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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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솔 누나가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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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모아두고 보니, 새삼 103호가 말도 안 될 정도로 어려운데? 물론 104호의 인도자도 엄청나긴 했는데, 최소한 1명이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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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호의 대적자는 아타나시아 전체였던 거야? 듣기로는 하나하나가 엄청나게 강한 존재들인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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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이가 설명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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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설명해 드리고 싶은 게 다음 부분이에요. 각 저주의 방의 ‘약점’. 저주의 방은 잘 모르는 상태로 보면 깬다는 게 이해가 가지 않을 정도로 악조건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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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저주의 방에는 분명 공략을 위한 ‘약점’이 있고, 그 약점을 이용하면 생각보다 쉽게 깰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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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호도 마찬가지예요. 우리 모두 잘 알고 있는 101호부터 이야기해봐요. 여러분이 생각하기에 101호의 약점이 뭐였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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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이 생각해보자 떠오르는 요소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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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적자, 김상민이 생각보다 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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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요. 나름대로 거인을 만들어냈다고는 하지만 좀 강한 생물 정도였죠. 김상민 자체는 그냥 살덩어리에 불과하고, 심지어 움직이지도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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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을 넘어서 방송국, 방송국을 넘어서 병원, 병원을 넘어서 병실의 김상민을 찾아내는 과정이 어려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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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적자 자체는 찾아내기만 하면 너무나 쉽게 죽일 수 있었어요. 그게 101호의 약점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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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호의 약점은 대적자의 빈약한 무력과 움직일 수 없다는 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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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성 어르신이 고개를 끄덕거린 후 질문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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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호는 설득력 있다. 그런데, 103호는 여전히 모르겠구나. 103호의 아타나시아들은 하나하나가 대단히 강한데다가, 숫자 또한 많지 않으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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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호는 다른 방과 결정적으로 다른 요소가 한 가지 있었습니다. 그 점이 바로 약점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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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적으로 다른 103호만의 차이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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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호는 우리가 발견한 모든 방 중, 유일하게 대적자와 '죄수'의 관계가 적대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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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호의 죄수는 마지막까지 제대로 나오지 않았지만, 최소한 '김상민'과 적대관계는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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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호의 죄수는 아마도 저택 지하의 악마. 저택의 주인은 악마에게서 힘을 얻고, 악마를 해방하려 했죠. 협력관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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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호의 죄수는 '주'. 인도자는 '주'를 신으로 모셨죠. 협력관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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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호의 죄수는 '삼키는 자'. 대적자인 아타나시아들은 '삼키는 자'를 알 수 없는 설비를 통해 감금한 채, 억겁의 세월 동안 힘을 빨아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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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삼키는 자를 해방한 순간, 그가 제일 먼저 했던 행동은 아타나시아들을 몰살하는 일이었죠. 적대관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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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방 중 유일하게 죄수가 대적자를 증오했던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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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점이 바로 103호의 약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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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여러분은 제가 '친화'를 가지고 있었기에 삼키는 자가 제 편을 들었고, 그 힘으로 해결했다고 생각하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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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죄수'는 신에 비견될 힘을 지닌 존재. 그런 존재가 축복에 그렇게까지 휘둘렸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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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아닌 누구라도 '삼키는 자'와 접촉할 수만 있다면 그의 적극적인 도움을 얻었으리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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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축복이 삼키는 자를 조금 친절하게 만드는 정도의 효과는 있었겠지만, 축복이 아니더라도 삼키는 자는 참가자를 도왔으리라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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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삼키는 자는 아타나시아들을 끝없이 증오하는 존재였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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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야 조금씩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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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호의 죄수는 처음부터 대적자가 아닌, '참가자의 협력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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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점이 바로 103호의 해결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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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 설명 만으론 부족하다. 몇 가지 의문점을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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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중 누구라도 삼키는 자와 접촉만 했다면 도왔으리라는 점은 알겠어. 그런데, 애초에 접촉하러 갈 방법이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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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친화'로 아타나시아 하나를 홀려서 나갈 수 있었지만, 우리는 아타나시아를 홀릴 수도 없고, 죽일 수도 없었을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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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그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야 해요. 103호에서 아타나시아와 싸우는 건 우리 역할이 아닙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절대로 깰 수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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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타나시아들은 하나하나가 사람이 보기엔 반신적인 존재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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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호를 탈출하는 과정에서 제가 죽인 아타나시아는 겨우 하나였고, 그나마도 삼키는 자가 멈춰둔 걸 제가 마무리 작업만 했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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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타나시아를 쓸어버리는 건 삼키는 자의 역할입니다. 우리의 역할은 뭐였을까요? 삼키는 자가 회복할 때까지 버티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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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호의 탈출, 해결을 위한 우리의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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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이는 그것이 ‘삼키는 자가 회복할 때까지 버티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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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호 진입 시점에서 대략 2주? 3주? 저도 정확한 시점은 모르겠네요. 대충 그 정도가 지나면 삼키는 자는 탈출을 시도할만한 힘을 회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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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선 전체에 충격파를 퍼트려서 아타나시아들을 멈출 수 있죠. 그러므로, 우리의 역할은 그 시점까지 버티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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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티기만 했다면 그 후로는 삼키는 자가 어떤 식으로든 했을 겁니다. 스스로 우리와 접촉했을 수도 있고, 우리랑 상관없이 우주선을 붕괴시켰을 수도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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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덕거리던 어르신의 말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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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아타나시아와 싸울 생각을 하면 안 된다. 까진 이해했네. 그런데, 지성과 영혼이 착취당하면서 2, 3주씩이나 버티는 일이 가능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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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이가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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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성을 착취하는 건 팔찌가 아니라 당시 우리의 목에 있던 목걸이의 역할이었습니다. 그 목걸이는 우리 눈에 보이지 않았을 뿐, 실체가 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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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내구성도 약합니다. 그걸 적절히 고장 내는 것부터 시작이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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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걸이를 고장 내면 아타나시아가 개입해서 다시 채우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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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걸이가 부서졌을 때도 그들은 바로 개입하지 않았어요. 지금 시점에서 알 수는 없지만, 몇 가지 근거는 떠올릴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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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걸이 하나하나의 고장을 바로 파악할 수 없는 시스템일 수도 있어요. 또 다른 가설은 목걸이를 채우려면 농장 전체를 재시동해야 하는 시스템이라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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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관찰하기로 목걸이를 채우는 건 동물농장의 운영을 멈춘 상태에서만 이루어졌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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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작 가축 일부의 ‘생산량’이 떨어졌다고 농장 전체를 재시동하면 수지타산이 안 맞을 수도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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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목걸이를 망가트려서 지성의 추출을 막아서 버티는 쪽이 탈출 루트였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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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아하다고 느낀 승엽이가 질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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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왜 탈출이에요? 우주선에서 벗어난 것도 아니고, 그냥 여전히 농장에 갇힌 가축 상태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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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방의 탈출을 생각해보세요. 예컨대 101호에서는 가족과 거리만 벌려도 탈출이 인정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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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호에선 어르신의 의식을 망치기만 해도 탈출이 인정됐고, 104호에선 학교에서 쫓겨나기만 해도 탈출이 인정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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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사실 그 세계들의 위기는 전혀 해결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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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호에서 가족과 거리를 벌려 봐야 세상은 여전히 망한 상태고, 102호에서 어르신의 의식을 망쳐 봐야 어르신은 언젠가 또 일반인을 끌어들여서 기어이 악마를 소환할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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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호에서 우리가 쫓겨나 봐야 호텔고는 멀쩡히 운영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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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출’을 위해선 그 세계의 위기를 해결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냥, 지금 당장 우리를 덮친 위협으로부터 일시적으로만 벗어나면 인정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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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호도 비슷하게 생각해요. 승엽이 말대로, 목걸이를 부숴봐야 계속 그 안에 갇힌 가축 신세는 변함없습니다. 하지만, 당장 지성을 빨아 먹히면서 죽을 운명에선 벗어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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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말인지 깨닫기 시작했다. 애초에 호텔에서 탈출과 해결은 명확히 구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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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결과 달리 탈출은 그 세계의 근본적인 저주를 해결할 필요가 없다. 그냥 현재의 위험으로부터 일시적으로만 벗어나도 인정되는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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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호를 돌이켜 보자. 가족에게 물리적으로 벗어난다 해서 의미가 있을까? 세상은 여전히 망해있는데. 그러나 당장 가족에게 죽을 위험에서 벗어난 것만으로 탈출이 인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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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호도 비슷하게 생각하면 된다. 영혼이 빨아 먹히면서 조만간 죽을 운명을, 목걸이를 부숴서 몇 달 이상 살 수 있게 연장하는 것만으로도 탈출이 인정될 만하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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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일종의 IF 스토리 느낌으로, 제 친화가 신비한 일을 만들지 않았다면 우리가 겪었을 ‘정상적인 시나리오 진행’을 말해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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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우리 모두 처음엔 아무것도 몰랐을 겁니다. 그냥 동물 상태로 살아보려고 발악했겠죠. 그러다가 우리 중 누군가의 목걸이가 ‘우연히’ 부서졌을 겁니다. 저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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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은 나머지 전원이 죽은 후에도 꽤 오래 살다가, 몇 주를 버틴 끝에 삼키는 자가 우주선을 뒤엎으려 시도하는 걸 봤을 겁니다. 그 과정에서 환각도 깨져서 동물농장의 실체도 알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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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우리의 협조가 없으니 삼키는 자의 반란은 실패했을 테고, 그 시점에서 ‘탈출’이 떴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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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바깥으로 나온 우리는 ‘삼키는 자’의 존재를 인지한 상태에서 다시 시도했을 겁니다. 다음 시도에선 어떻게든 아타나시아와 적대적인 ‘삼키는 자’와 협력을 시도하려 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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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여기서 ‘탈출’과 ‘해결’이 나뉘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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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걸이를 부숴서 장기 생존만 하는 게 ‘탈출’, 어떤 식으로든 삼키는 자와 접촉해서 그와 힘을 모아 삼키는 자의 해방에 성공하는 게 ‘해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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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 시간 내내 강의를 듣고 나서야 103호의 대략적인 구조를 이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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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최초에 목걸이가 ‘우연히’ 부서지지 않으면 그냥 다 죽는 것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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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죠. 사실, 101호도 똑같잖아요? 승엽이가 ‘우연히’ 롤만 하느라 가족을 피한 게 아니라면 우린 다 죽었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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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 듣고 있던 아리가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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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각엔 ‘우연히 목걸이가 부숴진다.’ 말고 다른 탈출 방법도 있었을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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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이가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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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있었을 거야. 나는 내가 떠올린 것만 말한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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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컨대, 농장 내에서 우리가 ‘농장 가족 역할’을 얻을 방법이 있지 않았을까? 그들은 일반적인 가축과는 달리 오랫동안 ‘농장 관리자’로 써먹기 위한 역할이니까 금방 죽임당하지 않았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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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리 있네. 다만 그 부분은 잘 모르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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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정도로 103호에 대한 우리의 ‘복습’이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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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토의를 끝낸 후, 내용을 간단히 종이에 네 줄로 요약해서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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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 -> 목걸이 파괴로 지성 흡수를 저지할 것. 장기 생존 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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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출 -> 2~3주간 생존으로 조건 인정. 이후, 삼키는 자의 반란을 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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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결 -> 삼키는 자의 존재 인지 후 그의 협조 얻어서 아타나시아 몰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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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장 가족 역할을 얻을 방법이 있었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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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다 보니, 새삼 왜 호텔에서 참가자 대부분이 실패한다는지 알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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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도 좋아야 하고, 힘도 세야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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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본적으로 일단 운이 좋지 않으면 뭘 해보기도 전에 쓸려나가기 딱 좋은 구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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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슬슬 파티타임도 끝나가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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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엔 어떤 방에 들어갈지 슬슬 다 함께 이야기를 나눌 시간이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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