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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화 – 파티 타임 (4), 기념품 상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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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 : 한가인(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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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 25일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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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위치 : 계층 지하, 등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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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자의 조언 :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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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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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아! 저거 잡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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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듯이 울려 퍼지는 고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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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꺄아아아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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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전체를 울리는 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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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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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갑자기 이게 무슨 난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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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서 뜬금없이 나타난 소녀는 갑자기 도망치기 시작했고, 우린 정신없이 그 소녀를 쫓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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쫓아가면서도 궁금하다. 대체 저 애는 왜 우릴 보고 도망가지? 우리는 왜 저 애를 이렇게 죽어라 쫓아가지? 뭔지 모르겠지만 일단 쫓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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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뜩이나 산세가 험한데, 등산로에서 벗어나 험한 길과 나무 사이를 뛰어가다 보니 순식간에 옷이 더러워졌다. 평상복이었다면 이미 찢어지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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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대체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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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선가 들리는 누나의 목소리. 뒤늦게 우리의 추격전을 보고 합류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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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꺄아아아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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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비명 지르지 말라고! 쟤는 대체 왜 저러지? 우리가 무슨 나쁜 사람 같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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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스럽게도 도망가던 소녀의 신체 능력은 아리처럼 인간을 반쯤 벗어난 정도는 아니었다. 반면, 할아버지는 거의 전설의 무림 고수를 방불케 하는 움직임의 소유자. 따라잡기까지 10분도 걸리지 않았다. 분기탱천한 할아버지의 고함이 산을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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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왜 도망가는 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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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왜 쫓아오시는 건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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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도망가니까 쫓아간 것 아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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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가 쫓아오니까 도망간 것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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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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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어이가 없어졌다. 생각해보니까 우리가 잘못한 것 같다. 여자애가 산에서 할아버지와 청년을 만나서 살짝 웃었는데, 갑자기 청년이 고함을 지르고 할아버지가 미친 듯이 달려오면 일단 도망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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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게 혼란의 추격 현장에 누나가 나타나자, 갑자기 소녀는 누나의 옷깃을 붙들고 눈물을 뚝뚝 흘리기 시작했다. 얘는 왜 우릴 자꾸 나쁜 사람처럼 만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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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 야! 좀 적당히 해라. NPC인지 뭔지 몰라도, 이상한 짓 그만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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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그 애는 거짓말처럼 표정이 밝아지더니 놀리듯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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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 났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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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는 어이가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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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가 나고 자시고, 이런 곳에 그냥 애가 있을 리가 있냐? 그래서 네 역할이 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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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기념품 가게 점원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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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을 듣고 여자애의 복장을 보니, 어디 관광지에서 전통 의상을 입고 호객을 담당하는 직원같이 보이기도 했다. 어느샌가 발랄해진 느낌으로 일어선 소녀는 우리를 이끌고 어디론가 향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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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이 절반 미만의 인원으로 호텔을 돌아다니다 보면 저를 만날 수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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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반 이하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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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반 미만이 아닐 텐데? 우린 다섯 명이 산에 들어왔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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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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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알겠다는 누나의 반응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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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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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엽이가 하도 힘들다고 해서 그냥 돌아가서 쉬라고 했거든. 송이도 중간에 멈춰있길래 지나쳤는데, 아무래도 밖으로 나간 모양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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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어린놈들이 벌써 요령만 늘었구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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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님. 요즘 애들 데리고 갑자기 이렇게 산에 오면 도망가는 게 정상이에요. 도망 안 간 가인이랑 내가 대단한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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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뭐라도 하나 얻을 분위기 아니냐! 원래 어른 말씀 잘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나오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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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들으면 어르신이 기념품 가게가 있는 줄 알고 데려온 줄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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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분 정도 걷자, 도무지 산 한가운데에 있다는 게 믿기지 않는 가게 하나가 뜬금없이 나타났다. 가게 안쪽은 말 그대로 기념품 가게였다. 여러 인형, 엽서, 장난감, 간단한 의복 등 기념품 가게에 흔히 있을 만한 물건들이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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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원의 쾌활한 목소리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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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를 찾으신 여러분께 기념품을 1인당 1개씩 증정합니다! 각자 자기 물건만 골라주세요. 이 자리에 없는 분의 선물을 대신 고르는 건 불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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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작은 했지만 확인차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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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물건들은 아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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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물건이면 실망스럽겠죠? 당연히 호텔 특제! 다만, 구체적인 성능은 증정받으신 후에 확인할 수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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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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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골라야 할까? 느낌상 모든 물건이 각 별개의 '특별한 기능'이 있을 것 같은데, 대체 뭘 골라야 정답인지 모르겠다. 누나가 다가와서 쿡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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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혀 모르겠다. 조언 써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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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에선 제대로 알려주지 않을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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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써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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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정신을 집중하면서 '뭘 골라야 할지 알려달라'고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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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물건을 골라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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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물건을 고르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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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대충인데? 익숙한 물건이 한두 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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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에서 질문하면 이런 허접한 대답밖에 안 나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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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 승엽이가 있었어야 했는데. 걔가 행운 딱 키면 기가 막히게 이 가게에서 제일 좋은 것 3개 골랐을 것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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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내려가지 못하게 누나가 끌고 오셨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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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걔를 데려왔으면 이 가게가 생기지 않았을 모양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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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서로 열심히 떠들었지만, 뭘 골라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그래도 조언을 참고나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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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물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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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에 오기 전까지 내 인생에서 제일 큰일이란 대학입시였고, 책보고 공부한 시간이 제일 많다. 익숙하다면 역시 필기구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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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에 온 후로는 단검을 꽤 많이 쓰긴 했는데, 단검 같은 물건은 보이지 않았다. 결국 펜 하나를 집어 들었다. HP라고 크게 박혀있다. 호텔 파이오니어의 약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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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보자, 은솔 누나는 역시 HP라고 박힌 배지를 들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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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가지고 다니기 편한 것 골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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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는 어디선가 장갑 하나를 들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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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고급스러워 보이지 않냐? 질감이 좋길래 골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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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 펜, 배지, 장갑을 고른 채로 점원 앞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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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물건들이 확실한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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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다른 추천하는 물건이라도 있으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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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게의 물건은 모두 호텔 특제! 전부 우수한 물건이니, 전부 추천해 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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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알려줄 수 없다는 말을 길게도 말하는구나. 난 그냥 이 장갑으로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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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펜으로 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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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배지로 정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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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원은 가볍게 손뼉을 치더니, 손으로 문을 가리켰다. 자연스럽게 나가려다가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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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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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점원도 NPC 겠지. 아마도, 우리 이전에 호텔을 겪었던 '실패자'중 한 명일 것 같다. 뭔가 질문할 수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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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에 대해서 아무거나 알려줄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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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전까지만 해도 발랄하게 생긋거리던 소녀의 표정이 한순간에 얼음처럼 굳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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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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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물어야 할지도 모르겠어. 그냥 아무거나, 간단한 것이라도 좋아. 여차하면 네 '진짜' 이름이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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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야말로 가장 대답할 수 없는 것 중 하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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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의사, '김상현'과의 대화를 떠올렸다. 그는 '내 정신'이 멀쩡한 상태에선 정상적인 대화가 불가능하다는 투로 이야기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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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원이라는 '역할'에서 벗어난 대화는 불가능한 걸까? 점원은 어딘가 멍한 표정으로 허공을 바라보더니,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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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두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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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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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님과 아가씨는 이미 물건을 구하셨으니, 나가보시는 게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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뜬금없다. 점원은 갑자기 나를 제외한 할아버지와 누나보고 나가라고 말했다. 두 사람은 의아한 표정을 짓더니 시키는 대로 가게 밖으로 나갔다. 가게엔 점원과 나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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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고 싶으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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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하지. 이런 이상한 호텔에 평생 있고 싶은 사람이 있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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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엔 여러 탈출 루트가 있죠. 이미 여러 가지 파악하셨을 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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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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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을 하는 점원은 '나를' 뚫어지게 쳐다봤다. 본능적으로 느꼈다. 점원은 동료 중 내가 탈출 루트를 제일 많이 알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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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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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하실 겁니다. 특정한 1인이 아니라, 모두가 나갈 수 있는 길이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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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길이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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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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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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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층에 모두가 조건 없이 나갈 수 있는 길이 있습니다. 3층의 객실을 깰 필요도 없고, 3층에 도착만 하면 됩니다. 사실상, 2층 관문 방을 통과하는 순간 여러분 전원이 나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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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이 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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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베이터를 통한 탈출 루트를 알았을 때, 나는 그 루트를 본능적으로 숨겼다. 나 혼자 이용하고 싶다는 얄팍하고 이기적인 마음. 없었다고는 못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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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애초에 1인 탈출 루트라는 것 자체가 분열의 씨앗이 될 수밖에 없다. 존재 자체를 숨겨야 한다. 모두가 탈출할 수 있는 길이 있다. 그 사실만으로 마음이 벅차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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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더 대화할 생각이 없다는 듯이 고개를 숙였다. 왜 그녀는 나에게만 알려줬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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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으려다가 그만뒀다. 점원의 의미심장한 태도에서 나는 답을 알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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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출에 대한 정보'는 아마도 '이미 탈출에 대해 누구보다 많이 알고 있던 사람'에게만 주어지는 게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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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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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을 열고 가게를 나왔다. 돌아보자 가게는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이후에 동료들을 다시 데려와도 가게를 만날 일은 없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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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에서 기다리던 할아버지와 누나가 대체 무슨 대화를 했냐고 물었다. 들은 대로 전했다. 모두가 탈출할 수 있는 길이 3층에 가자마자 있다는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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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점원이 나에게만 이 사실을 알린 건 아마 내 축복 '지혜' 때문일 것이라고 둘러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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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의 방을 나와서 105호로 도착했을 때, 먼저 와서 쉬고 있던 승엽이와 송이를 만났다. 상황을 모르는 승엽이와 송이는 어딘가 미안한 표정으로 다가와서 다리가 너무 아파서 내려갔다고 변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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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할아버지, 누나 셋은 순간적으로 말문을 잃었다. 이 두 사람이 이탈한 덕에 인원이 절반 미만일 때만 나타난다는 NPC를 만나서 뜬금없이 보물을 얻었으니, 고맙다고 말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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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의 대화가 진행된 후, 분위기는 완전히 바뀌었다. 보물을 얻은 셋은 기뻐하는 마음을 감추지 못하며 오히려 둘을 위로하기 시작했고, 먼저 내려간 둘은 바닥을 굴러다니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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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바닥을 구르고 있는데? 승엽이는 몰라도 송이는 이럴 나이는 아니지 않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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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너네 뭐하냐? 초등학생이야? 삐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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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저 화났어요! 그런 곳에 가면서 우릴 부를 생각도 하지 않으시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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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너희가 갑자기 사라졌는데 어떻게 부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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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가 대화창으로 부르실 수도 있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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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그 생각도 하긴 했지. 하지만, 송이나 승엽이가 나타나면 가게가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 안 부르기로 했다. 그렇게 약간의 위로 시간을 가진 후. 모두가 흥분한 채로 새롭게 얻은 3가지 도구의 성능을 시험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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