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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화 – 파티 타임 (2) - 축복의 성소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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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 : 한가인(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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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 25일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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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위치 : 계층 1, 10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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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자의 조언 :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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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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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티 타임 1일차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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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일찍 가볍게 식사하며, 오늘 오전엔 어떤 일부터 할지 대화했다. 먼저 나부터 의견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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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복의 성소부터 가는 게 어떨까요? 요번엔 꽤 많은 사람이 강화될 거라는 확신이 듭니다. 저번에 성소에 들른 후로 104호 호텔고, 106호 호텔 랜드, 101호 상식개변 미디어를 진행했죠? 대충 계산해도 여러 명이 기여도를 인정받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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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철 형이 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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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찬성합니다. 축복을 강화하면, 뭔가 새로운 능력이 생길 겁니다. 그것도 연습할 시간이 필요할 테니 빨리빨리 진행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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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복의 강화! 유산을 제외하면 가장 가치 있는 보상 중 하나가 아닐까? 많은 사람이 기대감 어린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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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기여도를 인정받을지 생각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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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고는 역시 나와 아리겠지? 호텔랜드는 나와 진철 형이 눈에 띄게 활약했다. 상식개변 미디어야 이미 호텔에서 공식적으로 밝힌 명단이 엘레나, 차진철, 김묵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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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한 나, 김아리, 차진철, 엘레나, 김묵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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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은 강화의 대상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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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생각이 비슷했는지 해당하는 사람들이 기대감 어린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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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다닥 식사를 끝내고, 호텔 정문으로 달렸다. 도착하자마자 바로 정문 옆의 스위치를 눌러서 불부터 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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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나와 할아버지의 짜증이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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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야! 혼자 달려가서 불부터 끄면 난 안 보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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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놈! 저거, 자기 축복 강화될 때 됐다고 자랑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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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불을 켜서 모두가 합류한 후, 불을 끄고 축복의 성소로 진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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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알림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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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에 도착한 것을 축하하고, 축복을 이해하고 강화할 수 있다는 알림이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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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플레이로 다가가자 ‘강화’가 활성화됐다. 빠르게 터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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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아리, 엘레나, 차진철, 한가인의 강화가 가능합니다. 진행하시겠습니까? (네/아니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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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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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성 할아버지의 이름이 없다. 바로 반응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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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냐? 야 호텔 개새끼들아! 내가 얼마나 고생했는데 아직 강화가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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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로도 몇 분간 할아버지의 고함을 들으며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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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짐작 가는 부분은 있다. ‘관리국 팀’은 우리 파티에 좀 늦게 합류했으니 기여도 평가에 손해가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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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할아버지가 가장 큰 기여를 쌓은 장소라면 역시 ‘상식개변 미디어’의 해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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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예전에 송이가 ‘인간 목장’을 해결했을 때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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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개변 미디어’의 해결은 특정 1인이 해결했다기보다는 여러 사람의 힘이 모여서 해결한 상황이다. 기여도 역시 여럿에게 나눠서 인정됐을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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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엽이가 위로를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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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 이런 건 보통 경험치가 레벨업 직전까지 갔는데, 딱 렙업을 못해서 생긴 일 같아요. 아마 다음번에 오면 무조건 강화할 수 있으실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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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엽아. 나는 이해하겠는데, 할아버지가 경험치, 레벨업 이런 걸 어떻게 아시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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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참. 아직도 그놈의 경험치를 보여주지도 않으니 알 수가 있어야지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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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하시는구나. 묵성 할아버지는 내 생각보다 신세대이신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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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철 형은 오히려 더 기쁜 기색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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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자! 기여도 낮은 양반은 좀 비키시고, 강화할 사람들은 빨리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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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나도 못 참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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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네’를 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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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를 밝히던 광채가 나, 김아리, 차진철, 엘레나를 강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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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이 쭉 하늘로 날아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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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여서인지 익숙한 감각. 지상을 초월한 장소. 어디에도 없는 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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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빼미가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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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산을 얻지 못했다고 잔소리라도 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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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빼미의 첫 반응은 내 예상과는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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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나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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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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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산을 얻지 못해서 안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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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쓸만한 물건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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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위기가 나쁘지 않다. 애초에 내가 쓸만한 물건도 아니었으니, 별로 아쉬워하지 않는 분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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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야 축복에 익숙해지기 시작한 것 같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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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언'이 설마 내가 답을 달라고 기도해야 하는 능력인 줄은 몰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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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한 것 아닌가? 네가 뭘 궁금해하는지 알아야 제대로 알려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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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에 뵈었을 때, 조언의 사용법을 알려주셨으면 좋았을 텐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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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줄 수 있는 도움의 형태에 한계가 있다. 근본적으로는 참가자 스스로 깨달아야 하는 구조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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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빼미. 나의 '후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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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말을 곱씹었다. 적극적으로 축복의 사용법 등을 안내해줄 수는 없다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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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하는 사이 올빼미가 말을 이어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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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네가 기본적인 사용법을 이해했으니 약간 더 알려줄 수 있다. 최근에 병실에 들어서자마자 조언을 구했던 때를 기억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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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을 동료에게 건네주라고 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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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런 조언이 나왔다고 생각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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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수가 없어서 아닙니까? 무슨 수를 써도 진행할 방법이 없으니 그냥 편히 죽을 방법이나 알려준 것으로 이해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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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린 분석은 아니다. 그러나, 별 도움이 안 되는 조언이지. 그냥 편히 죽는 방법 안내가 무슨 대단한 의미가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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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도움이 안 되는 조언이 나온 까닭은, 너 스스로 '아무것도 알지 못하는 무언가'에 대한 조언을 구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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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알지 못하는 무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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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조언을 구한 시점은 병실에 들어서기 전이었다. 즉, 병실에 어떤 위험이 있는지 전혀 모르는 상태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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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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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올바른 선택지를 찾아내는 것은 지혜가 아니다. 그런 일은 예지력이나 행운에 가깝지. 지혜로운 자라 해도 현명한 판단을 위해서는 최소한의 정보가 필요한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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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언'의 활용도 그와 같다. 아무것도 알지 못하는 무언가에 대한 조언을 구하지 말고, 나름대로 정보를 얻어낸 후에 '조언'을 활용할 때 훨씬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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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렴풋이 느꼈던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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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빼미는 명쾌하게 알려줬다. 조언을 처음 쓰기 시작했을 때부터 막연히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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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무작정 뭘 할지 알려달라는 식으로는 제대로 된 조언을 얻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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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지상태에서 올바른 선택을 하는 건 지혜가 아닌 예지나 행운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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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스스로 최대한 정보를 모은 다음에 조언을 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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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이지만 유용한 대화였다. 하지만, 결국 서론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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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본론은 '축복의 강화'가 아닌가! 기대감 어린 표정으로 올빼미를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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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복의 강화를 기대하는 표정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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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습니다. 저번에 주셨던 동료의 정보 확인, 유용하게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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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다른 제안을 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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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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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최근에 상당히 많은 기여도를 쌓았다. 104호의 탈출, 106호의 미션 해결 과정에서 모두 꽤 큰 점수를 얻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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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에 쓰러지긴 했으나, 101호의 해결 과정에서 보여준 판단력도 나쁘지 않았다. 여기서, 조금만 더 모으면 '아주 강력한 강화'를 해줄 수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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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강력한 강화.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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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강력한 강화라고 하시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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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그대로다. 동료 정보 확인 정도와는 비교할 수 없는 강력한 강화. 네가 이 호텔에서 추구하는 목표에 큰 도움이 되리라 확신하지. 다만, 조금 더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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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강화하지 말고, 기여도를 아껴두라는 말씀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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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선택이다. 원한다면 바로 평범한 강화를 해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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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이 된다. 아주 강력한 강화는 몹시 탐나지만, 이번 기회에 아무 강화도 얻을 수 없다는 점은 분명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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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강력한 강화'가 어떤 능력인지 약간이라도 알려주실 수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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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빼미는 잠시 고민하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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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리오'를 이해하는 힘이라고 해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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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겠다. '시나리오'를 이해하는 힘. 뭔가 거창한 힘 같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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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아주 강력한 강화'라는 설명을 듣자 도저히 포기할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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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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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껴두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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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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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대화를 끝으로 의식이 밑으로 추락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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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강력한 강화'. '시나리오를 이해하는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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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뭘까? 무척 기대되는 건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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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결국 이번 성소에선 아무것도 얻지 못한 셈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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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간은 아쉬운 마음이 들면서 의식이 흐릿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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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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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이런 풍경을 볼 일이 생길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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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까지 수없이 많은 냉병기들이 가득 깔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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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걷고 있는 바닥조차도 냉병기들로 가득 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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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도산검림(刀山劍林)이라는 단어가 연상되는 광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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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병기의 산 위에서 갑옷을 입은 믿기 힘들 정도로 거대한 존재가 나를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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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어느 정도 크기인지 가늠하기 힘들었다. 키만 수백 미터는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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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찔한 표정으로 거인을 바라보자, 냉병기의 세계 전체를 울리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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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둔한 짓만 골라 하길래 썩은 종자인가 실망했거늘. 이번에는 운이 좋았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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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그 후원자인가 뭔가 하는 분이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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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이번에도 어리석은 실수로 시도 한번을 날려 먹었지? 한숨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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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째 만나자마자 혼만 내는 분위기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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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압도적인 덩치에 위압됐었으나, 만나자마자 혼나고 있으니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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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힘으로 해결할 수 없는 경우가 많은데 어찌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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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어미를 방송국에 데려간 일도 힘이 부족해서 생긴 일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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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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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이쯤 하자. 운이든 뭐든 유산을 얻은 것은 잘했다. 유산을 쓰는 데 도움 될만한 힘을 내려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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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움이 될 힘이라 하시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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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의 대화는 없었다. 거인이 냉병기의 세계에서 발을 한번 구르자, 내 의식은 그대로 멀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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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진철 – 용기 -> '재생력'을 얻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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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엘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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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 하는 소리와 함께 내 앞에 찻잔이 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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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색하네요. 엄청 어색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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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이 붕 뜨는가 싶더니, 목가적인 풍경의 정원 한가운데 선 나 자신을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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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의 길을 쭉 따라가자 간단한 다과 테이블이 나타났고, 그곳엔 정체불명의 여성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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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인 씨에게 설명을 들은 바에 따르면, 저 존재가 바로 내 '후원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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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블에 앉자 여성은 나에게 차를 내어주고, 같이 다과 시간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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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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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말씀은 하지 않으시나? 슬쩍 외형을 살폈는데,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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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뭔가 초자연적인 힘이겠지. 외형이 보이지 않았다. 여성이라는 것도 단순히 실루엣을 보고 내린 자의적인 판단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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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조해하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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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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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천천히 마시거라. 위기 속에서도 마음에는 평정심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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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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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키는 대로 천천히 차를 마셨다. 다 마실 때쯤, 다시 대화가 재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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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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뜬금없는 칭찬. 나, 잘하고 있는 거였어? 솔직히 별 활약을 못 한 적이 더 많은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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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내에서의 활약이 대단하다는 의미가 아니다. 그 부분은 조금은 아쉬운 면도 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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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뭘 잘하고 있다는 말씀이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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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에 대한 너의 믿음. 그간 너를 지켜보았다. 네가 마음속에 세운 '저울'의 기준. 사람이 만든 법과 유사하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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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악한 행동에 대한 처벌, 증거의 존재, 자의성의 배제 등. 옳고 그름에 대해 인간종이 오랜 세월 고찰해온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그 가치를 인정할 수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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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제가 사람이니까 당연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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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하지 않다. 나는 너보다 훨씬 많은 인간을 보아왔느니라. 많은 인간은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악행이라 단정 짓고, 자의적으로 판단하곤 하지. 너 이전에 존재했던 '정의'의 주인은 그 극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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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이전의 '정의'의 주인. 대체 누구일까? 눈앞의 후원자는 그 존재를 몹시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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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바른 길에는 가시가 많은 법. 짧게 생각하기엔, 제약만 심하고 보상이 없는 길이라 착각할 수 있지. 길게 보거라. 도리어, 바른길이기에 주어지는 가능성이 있느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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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무슨 말씀이신지 잘 이해하지 못하겠습니다. 그냥 열심히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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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정도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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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다시 차 한잔을 나에게 건넸다. 천천히 차 한잔을 마시는 동안, 그녀는 이번엔 좀 다른 이야기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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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 잘못된 방향으로 흔들려는 아이가 있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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