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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화 – 102호, 저주의 방 - ‘공포의 저택’(2)
[사용자 : 한가인(지혜)
날짜 : 5일 차
현재 위치 : 계층 1, 102호(저주의 방 – 공포의 저택)
현자의 조언 : 3]
“다들, 준비하셨습니까?
혹시나 좀 전까지 했던 ‘최악의 뒷담화’가 들리기라도 했을까 봐 다들 아무 일도 없이 잡담이나 하던 것처럼 표정 관리 후에 나갔다.
“물론, 이미 다들 준비했네요. 저택 분위기가 너무 좋아서, 이런저런 이야기 하다 보니 시간이 빠르게 지나가는 느낌입니다.”
저택의 분위기가 너무 좋아서 우리가 어디서 어떻게 죽을지를 30분 동안 토론했다.
“하하, 저택의 풍광은 어르신께서도 항상 아끼셨던 부분이지요. 옷차림도 다들 등산하기 좋게 차려입으신 듯하니, 제가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저택 도착 1일 차, 첫 번째 일정으로 등산이 시작됐다.
어딘가 섬뜩한 산이다.
익숙하지 않은 나무들이 많아서일까? 아니면 내가 너무 편견으로 가득 찬 채 모든 걸 보고 있기 때문일까?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것이 의심스럽다. 나만 겪는 문제가 아닌지 다른 사람들도 힐끔거리며 주변을 감시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그래서인지, 긴장으로 인해 체력이 더 빨리 떨어졌고 중턱쯤 가자 진철 형을 제외하고는 다들 지친 기색이 역력해지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여기쯤에서 잠깐 쉬어가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짐작은 했지만 진철 형 이상으로 산책하듯이 산을 오르면서 땀 한 방울 흘리지 않는 노인의 제안을 모두가 받아들였다.
“딱히 할 일이 없으시다면 저택에 관한 이야기나 들어보시겠습니까?”
물론 할 일도 없고, 저택에 관한 이야기. 그것에 어쩌면 ‘공략의 힌트’가 있을지도 모른다.
“어머! 물론이죠. 항상 큰아버지의 저택에 관한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궁금했거든요. 여기, 산 분위기부터 범상치 않은데, 역시 뭔가 특별한 부분이 있나요?”
“허허, 특별 특별이라…. 특별하다기보다는, 일종의 땅 소유권과 관련된 분쟁이 좀 있었지요.”
갑작스럽게 현실적인 이야기. 무언가 300년 전에 원한에 가득 찬 누군가가 죽었다든가 하는 오컬트적인 사연을 생각 중이었는데 너무나 21세기틱한 이야기가 나왔다.
“실질적으로, 저택과 주변 땅은 대부분 어르신 소유이십니다.
그렇지만…. 아무래도 어르신의 입장과 달리 또 법이라는 게 단순하지 않지요. 몇몇 구역은 엄밀히는 어르신 소유라 보기는 어렵습니다.”
“큰아버지 소유가 아니라면, 누구의?”
“예컨대, 이 산의 중턱을 넘어서 정상부터 반대편은 정부 소유입니다. 근처의 성당이야 지금은 반쯤 폐가가 되었습니다만, 여전히 가톨릭의 소유이지요.
그 외에도, 정원 바깥쪽의 자그마한 농장이나 언제부터 있었는지 모르겠는 사당 등 애매한 땅들이 제법 있습니다.”
“그렇다면, 저희가 들어가면 안 되려나요?”
“사실, 별 상관없을 겁니다. 제가 실질적으로는 대부분 어르신 소유라고 말씀을 드렸지요? 법적인 소유자분들이 전혀 관리하지 않으십니다. 그래서 그런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산의 반대편, 성당, 정원 바깥 농장, 어딘가의 사당. 해당 지역은 저택의 소유가 아니다. 기억해뒀다. 어떤 의미인지는 모르겠지만…. 어딘가 의미가 있으리라.
“산 정상 인근은 정말이지 풍광이 좋습니다. 저는 꼭 2, 3일에 한 번은 정상을 밟고 내려오지요. 정상에서 주변 일대를 둘러보고 있노라면…. 세상의 혼탁한 기운이 사라지는 느낌입니다.”
“허허, 어르신 체력도 좋으십니다. 정상까지 가려면 쉽지는 않겠는데 말입니다.”
“근처에서 살면서 항상 오르다 보니, 요령도 많이 붙어서 할 만하더군요.”
가벼운 한담. 그러나, 왠지 모를 긴장된 분위기.
그렇게 우리는 허덕거리면서 정상까지 올랐다. 정상의 풍광은 집사가 호언장담하던 대로 나쁘지 않았다.
대단한 절경까지는 아니겠지만, 속이 탁 트이는 느낌은 있었으니까 이 정도면 동네 뒷산치고는 괜찮은 축이라 할만하다.
내려가면서, 집사가 식사와 관련된 질문을 했다.
“저녁 식사는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원래라면 저택의 식사도 준비해 드릴 수 있습니다.
또, 요즘 대학생들이 모이셨으니 캠핑하듯이 지내고 싶으실 듯 합니다. 원하신다면 계곡 쪽에 자리를 마련해드릴 수도 있습니다.”
서로 의견을 나눌 필요도 없었다.
제안을 듣자마자, 가능하면 ‘집사와 메이드’에게서 떨어져서 우리만의 시간을 가지기 위해서라도 캠핑장이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은솔 누나의 생각도 다르지 않았다.
“어머, 고마워요. 집사님. 아무래도, 우리끼리 노는 쪽이 조금 마음이 편할 것 같습니다. 계곡 쪽에 자리를 마련해주시면 감사하겠어요.”
“그렇게 해드리겠습니다.”
산에서 내려와 저택으로 돌아온 후, 다들 실종된 승엽이부터 찾았다.
물론 눈치 없이 여자아이를 쫓아다니고 있는 것 같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도 모르는 일이 아닌가. 어디서 쥐도 새도 모르게 죽는 일도 충분히 있을법한 곳이다.
다행히 승엽이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면, 우리가 도착하자 얼마 안 되어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메이드 복을 귀엽게 차려입은 소녀가 나타나서 인사했고, 그 옆에 승엽이는 거의 숨이 멎기라도 한 것처럼 힉힉대고 있었으니까.
진철 형은 한마디 해주고 싶은 표정이었지만, 시간을 끌기엔 다들 너무 지쳤다. 그래서 다들 시간 끌지 않고 쉬기 위해 저택으로 들어갔다.
적절한 휴식을 취한 후, 계곡의 캠핑장.
다행스레 계곡까지 가는 길은 험하거나 하진 않았고, 도착해보자 이미 고기 구워 먹기 딱 좋은 불판은 물론 다채로운 소고기, 돼지고기, 채소 등이 준비되어 있었다.
아무리 저택이 두렵다고는 해도, 역시나 고기 앞에서 사람은 약해지는 법이 아니겠는가! 모두가 자연스럽게 분위기가 풀렸고 표정도 풀렸다.
승엽이를 만나자마자 한번 호되게 혼낼 기세였던 진철 형은 그 분위기를 망치고 싶진 않았는지 그냥 꿀밤 한대와 말 한두 마디로 마무리 지었다.
“햐…. 여기는 진짜 최소한 먹을 것으로는 고생 안 시키는 것 같다. 그거 하나는 진짜 다행. 죽어라 고생시키면서도 밥은 잘 줘. 참 그거라도 아니면 진작 다 쓰러졌지.”
자연스럽게 불판 쪽에 가서 집게를 집은 형도 한마디 했다.
“어이쿠, 이거 소 마블링도 장난 아닙니다. 돼지도 살이 실한 느낌이고.”
“이거는 아마 양고기인 것 같아요. 한국 들어온 후로는 처음 먹어요. 정말 오랜만이네요.”
화기애애하게 분위기가 풀렸다.
청문회가 시작됐다.
“승엽이 너, 그래서 아리 따라다니면서 뭐 본 거 없니? 혹시나 해서 말인데 아리 얼굴만 보느라 아무것도 못 봤다, 아리 진짜 예뻤다, 이런 소리만 하면 오늘은 굶어라.”
“헉! 누나 무슨 말씀이세요. 저도, 저택 분위기를 살피려면 그 친해지는 게 좋을 것 같아서 도와준 것뿐인데.”
아무도 믿지 않았지만, 구태여 더 따지진 않았다.
“알겠으니까, 그래서 뭐 본 거 없냐고.”
“봤다기보다는…. 좀 이상한 저택인 것 같아요. 잠깐 느끼기에는 두 개 정도? 일단 저택이 굉장히 큰데, 관리하는 사람이 두 명인 것 자체가 이상했어요.”
“그건 진짜 이상하긴 하지. 집만 큰 게 아니고, 주변에 정원부터 시작해서 저택의 땅이 엄청나게 넓은데. 겨우 두 명. 그것도 한 명은 어린애야.”
“또, 저택의 다른 곳을 다니는 건 막지 않았는데, ‘서재’쪽은 가지 못하게 하더라구요. 이거는 딱, 뭐가 있는 거죠.”
“아주 생으로 놀기만 한 건 아니긴 했구만. 사람이 없다, 서재는 못 가게 한다. 음….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글쎄…. 이 정도로는 당장 느낌 오는 게 없네. 내가 서재 한번 억지로 가볼까? 어찌 됐든 설정상 ‘어르신’의 아끼는 조카가 나인데 하인들이 나에게 강하게 나올 수 있을까?”
“너무 위험하지 않을까요?”
“뭐 여차하면 남은 사람들이 잘 살아서 날 살리면 되는 거지.”
순간적으로 나온 농담이라기엔 너무 살벌한 말에 다들 침묵을 지켰다.
“아하, 분위기 왜 이래? 그냥 해본 말이야. 위험한 것 같으면 그만둘게. 그렇지만 우리가 뭘 할지 몰라서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결국 상대가 먼저 선공을 들어올 뿐이다.
그래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안전한 것 같지만 사실은 제일 위험한 행동이다. 이게 내 지론이거든.”
누나는 몸이 어려지면서 자신감이 더 늘어난 걸까?
어찌 됐든, 무슨 견해를 내기에 우리는 여전히 이 저택에 대해 너무 아는 게 없다.
결국 식사 시간은 고기만 맛있게 먹고 끝났다.
고기는 물론 대단히 맛있었지만…. 회의가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하자, 이윽고 일행 중 가장 생각이 없어 보이던 승엽이의 표정조차도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까아아아악! 까아아아아악!
섬찟한 – 울음소리.
마치 오늘의 회의는 끝났음을 알리는 듯한 까마귀의 소리가 울려 퍼지자 우리는 말없이 일어서서 저택으로 돌아갔다.
- 엘레나
늦은 밤.
결국 저녁 식사도, 그 후의 약간의 대화에서도 별 소득은 없다. 어느샌가 모두가 지쳐서 힘이 빠진 표정으로 각자의 방으로 들어갔다.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정말이지, 세상은 요지경이다.
러시아에서 여러 가지 문제를 겪은 후, 가족과 함께 한국으로 와서 정착한 지 근 6년.
그동안 딱히 대단한 문제는 없었다.
살아보니 장점도 있고, 단점도 있었지만 적어도 한국은 꽤 안전한 나라에 속했으니까.
그렇지만 설마하니 이런 일을 겪게 될 줄은….
매일 밤 하는 생각이지만, 이런 섬뜩한 저택에 있다 보면 다시금 그런 우울한 생각을 하게 된다.
또각 또각
또각 또각
가슴이 거칠게 뛴다. 발소리. 그렇게 크진 않다. 이런 시간에?
안전한 장소라면 별생각 없었겠지만, 지금 이곳은 아마 세상에서 제일 섬뜩한 장소.
조용히 – 저녁 식사 후에 하나 집어놨던 고기를 썰던 나이프 한 자루를 소매에 넣었다.
설령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싸우기라도 하면 주변에서 도우러 와줄 수는 있으리라.
발걸음이 문 앞까지 다가왔다.
엘레나는 여차하면 온 힘을 모아 비명을 지를 준비를 한 채로 문을 벌컥 열었다.
“어멋!”
실수다. 상대는 딱히 정체불명의 괴물이 아니었다. 익숙한 얼굴에 긴장이 탁 풀리는 걸 느끼며, 엘레나는 나이프를 다시 소매 안쪽으로 넣었다.
“늦은 시간인데? 무슨 할 말이 있어요?”
별일은 아니었다. 저택이 너무 섬뜩했고, 혼자 있으려니 마음이 복잡해졌다는 것.
충분히 이해가 간다. 엘레나 본인부터도 딱 그런 상태였으니까.
그래서 조금은 마음을 가라앉히기 위해, 어찌 보면 의미 없는 신변잡기를 꺼내며 가볍게 시간을 보냈다.
이러다 보면, 오늘의 길고 섬뜩한 밤도 생각보다는 편안하게 지나가겠지.
다음 날 아침.
우리는 엘레나의 시체를 발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