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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화 – 101호, 저주의 방 – '상식개변 미디어'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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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째 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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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 : 한가인(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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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 23일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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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위치 : 계층 1, 101호(저주의 방 – 상식개변 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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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자의 조언 :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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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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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층 탐색은 지하 탐색보다 훨씬 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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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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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다 쏴 죽이면서 가니까 이렇게 편할 수가 없다. 송이에게 총을 받아서 내가 쏘면서 진행했는데, 계속 쏘다 보니 어째 내 사격 실력도 점점 나아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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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주저앉아서 다시 피를 충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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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일로 알게 된 건데, 권총의 탄창 보충용 피를 굳이 우리가 뽑을 필요가 없다. 어차피 방송국 전체가 시체로 가득 차서 피도 넘쳐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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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 명후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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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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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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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레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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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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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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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위치가 방송국이다 보니, 엘레나가 아는 사람이 중간중간 있던 것 같다. 하지만 어차피 진짜 사람도 아니고, 오히려 엘레나를 알아보고 다가오면 더 위험한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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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쩔 수 없이 다 쏘면서 지나가니 엘레나도 흠칫흠칫 놀라기만 할 뿐 막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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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이렇게 보이는 대로 다 쏴 죽인다 치고, 대체 어디를 탐색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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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레나 양. 혹시 ABS에 어디를 수색해야 할지 감이 오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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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알고 있는 방송국에 대한 지식 보다는, 오히려 가인 씨가 찾아낸 정보에 힌트가 있는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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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찾아낸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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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의 경비실에서 '주의사항'을 찾아내시지 않았나요? 위층에도 비슷한 물건이 있을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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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사항'. 위층에도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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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고 보니, 대체 '주의사항' 같은 건 누가 만들어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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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으로 이동해서 사무실 쪽으로 향했다. 이미 1층에서 대형 사고가 터질 때 대부분 사람이 내려와서 죽었던 걸까? 사무실엔 사람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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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에 들어가자 과연 '주의사항'이 적힌 코팅된 종이가 벽에 붙어있는 걸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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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엘리베이터는 한 번에 한 층만 누르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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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4층과 5층 사이엔 빈층이 없습니다. 이상한 층은 들어가지 말고 내려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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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6층 화장실은 항상 노크하고 들어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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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옥상에는 절대 가시면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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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주의사항이 위층에도 있네요. 제가 탐색했을 때처럼 하나하나 어기면서 확인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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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서려고 할 때, 송이가 내 팔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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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인 오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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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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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직접 할 필요가 있을까요? 계단에서 뒤를 돌아봤을 때는 괴물이 나타났다면서요? 이번에도 비슷한 위험이 있을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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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말인지 이해했다. 지하를 수색할 때야 나 혼자였지만, 위층에는 우리 말고도 직원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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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직접 저런 위험한 일을 할 필요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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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레나가 호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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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이 말이 맞는 것 같아요! 여긴 카메라도 많으니까요. 직원분에게 '부탁'해서 카메라로 촬영하면서 진행하라고 하죠. 우리는 카메라에 연동시킨 태블릿으로 확인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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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까 내가 방송국 직원들을 쏠 때만 해도 흠칫거리던 엘레나는 어디론가 사라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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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들에게 카메라를 달아서 우리 대신 죽게 시키자는 사람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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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좋은 생각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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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분 정도 이리저리 머리를 써서 사무실에 있던 태블릿과 카메라들을 연동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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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우리 대신 위험한 장소로 갈 직원만 구하면 되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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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시키지? 총으로 협박하면 들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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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 사람이 죽어도 웃어넘기는 세상에서 목숨으로 협박이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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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한번 해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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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레나의 인도로 다 같이 4층까지 이동했다. 확실히 나나 송이와 달리 ABS에 몇 번 온 적이 있다더니 엘레나는 움직임에 거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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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층의 혼란이 4층엔 전파가 안된 걸까? 4층으로 가자마자 굉장히 사람이 많았다. 무조건 쏘면 되는 건가? 누구에게 일을 시키긴 해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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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인 씨. 제가 지정하는 분 말고 쏘세요. 지금 보이는 분들은 다 쏘셔도 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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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네 명 정도 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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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새삼스럽긴 한데, 옆에서 사람이 총에 맞아 죽는데 이 직원들은 도망가긴커녕 재미난 표정으로 구경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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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엘레나가 내 팔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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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나오는 분은 쏘지 마세요. 송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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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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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나한테 그 정신 보호를 걸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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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찌가 반짝이더니 엘레나는 앞으로 나서서 안쪽에서 나온 남자와 대화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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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 시작하고 딱 3초 만에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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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남자, 대화의 내용을 미뤄볼 때 저 직원은 엘레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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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 하자. 누구나 이룰 수 없는 사랑 한 번씩은 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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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레나가 뭐라고 말했는지는 몰라도, 직원은 상기된 표정을 감추지 않으며 우릴 따라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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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도 쪽으로 나와서 엘레나는 우리가 준비한 카메라를 그에게 설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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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진욱 씨! 엘리베이터로 가주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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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입니다. 그런데 엘레나? 준비하신 게 뭔지 여쭤도 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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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 그런 건 미리 알면 재미없지 않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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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레나가 준비한 건 아마 지옥행 급행열차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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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허허! 제가 좀 생각이 짧은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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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이 엘리베이터에 혼자 들어간 후, 우리는 위층 주의사항 중 '1번 엘리베이터는 한 번에 한 층만 누르셔야 합니다.'를 확인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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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욱 씨! 그러면, 3층과 4층을 같이 눌러주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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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레나가 그 말을 꺼내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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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이 얼어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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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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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욱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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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무슨말을선생님말씀못들었습니까엘리베이터에선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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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숨도 안 쉬고 말을 내뱉었다.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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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듯이 말을 쏟아내던 남자는 말을 멈추고 숨을 고르더니, 천천히 말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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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니, 엘레나 양은 방송국의 주의사항에 대해 잘 모르시겠군요. 엘리베이터에서는 절대 두 개 층을 한꺼번에 누르면 안 됩니다. 선생님께서 엄히 금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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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욱 씨. '선생님'이라는 건 대체 어떤 분을 말씀하시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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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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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대답하는 대신 온몸을 부르르 떨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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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갑자기 옷을 찢고 미친 듯이 발광하며 엘리베이터에서 튀어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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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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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건드려서는 안 되는 무언가를 건드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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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우리 사이에 침묵이 감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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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레나 언니. 또 비슷하게 끌어낼 사람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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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긴 해요. 하지만, 아무래도 직원들은 '주의사항'을 절대 어길 수 없도록 어떤 금제가 된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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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한 명 더 데려와 보세요. 이번엔 제가 속여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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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과정을 통해 남자 하나를 더 데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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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엘레나는 대체 이 방송국 직원을 몇 명이나 홀린 걸까. 배우 지망생이라고 하던데, 분위기 보면 현실에 있었으면 곧 떴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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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주의사항을 어기라 마라 그런 말은 아예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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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엘리베이터 버튼 하나를 우리가 미리 눌러둔 채로 직원을 집어넣었고, 팔찌에 의해 속은 직원은 주저 없이 또 다른 버튼을 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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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베이터의 문이 닫힘과 동시에 우리는 재빨리 태블릿으로 지켜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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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엘리베이터 내부가 칠흑처럼 물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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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을 눈치챈 건가? 직원은 갑자기 엎어져서 울부짖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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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 죄, 죄송합니다! 선생님! 원장님! 죄송합니다. 실수했습니다. 이 머저리 같은 놈이 실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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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직원은 온몸을 엘리베이터 벽에 미친 듯이 부딪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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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식간에 카메라가 부서졌다. 연결이 끊기기 직전. 우리는 엘리베이터 문 쪽에서 무언가 하얀 형체가 다수 나타나는걸.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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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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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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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을 데려와 봅시다. 카메라 위치 좀 바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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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로도 주의사항의 내용을 순서대로 어기면서 무슨 일이 생기는지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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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번. 엘리베이터는 한 번에 한 층만 누르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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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간호사 괴물로 가득 찬 장소에 멈춰 서는 것 같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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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을 살펴보면 멀찍이 다른 방들이 보여요. 괴물이 직원을 바로 죽이는 게 아니라 어딘가로 끌고 가는 느낌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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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끌고 가서 무슨 짓을 하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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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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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번. 4층과 5층 사이엔 빈 층이 없습니다. 이상한 층은 들어가지 말고 내려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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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긴 진짜 이상합니다. 그냥 내려가거나, 올라갈 때는 아무 일 없는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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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가고 올라가기를 두어 차례 반복하니까 갑자기 중간에 빈 층이 생기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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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빈 층은 대체 뭐지? 엘레나 양 혹시 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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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국에 이런 이상한 층은 없다는 건 확실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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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도 '병원' 어딘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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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공간이네요. 아무것도 없고, 굉장히 넓고. 직원은 뭐가 그리 죄송한지 무릎을 꿇고 우는 분위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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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거, 저거 뭐지? 오른쪽 구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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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나게 큰 눈알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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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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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눈알이 '우리'를 바라보고 있다. 직원이 아니라, 카메라를 주시하는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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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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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쾌해져서 바로 해당 카메라와의 연동을 해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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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점점 끔찍한 게 나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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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가요. 오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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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번. 6층 화장실은 항상 노크하고 들어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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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시발! 아 죄송합니다. 순간 놀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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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을 뜯어서 먹고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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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끔찍한걸 엘레나 양은 잘도 보시고 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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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블릿을 통해서 보니까 그냥 영화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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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에 노크하고 들어가면 그냥 사람이 나타나서 나가는데, 노크 없이 들어가면 식인 괴물이 나온다. 기억해두도록 해요. 오빠. 마지막 주의사항 확인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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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번. 옥상에는 절대 가시면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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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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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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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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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안 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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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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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다. 그동안 송이는 팔찌로 사람의 움직임을 꽤 쉽게 통제해왔는데, 직원을 옥상으로 보내기로 한 이후로는 제대로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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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이가 뭘 어떻게 해도 카메라를 단 직원들은 꼭대기 층에서 옥상으로 가는 문 근처만 맴돌 뿐 절대 그 문을 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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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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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히 어떤 느낌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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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상으로 향하는 문을 절대 인식하지 못하는 느낌. 이 느낌 익숙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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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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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언니에게 팔찌를 썼을 때, 내가 무슨 수를 써도 '아타나시아'가 통제하던 언니를 도저히 내 뜻대로 움직일 수 없었는데 딱 그때 느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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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결국 나를 어떻게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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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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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이는 대답하지 않았다. 엘레나는 그런 걸 새삼 왜 물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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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무슨 상황인지는 알겠다. 그때 아타나시아가 송이보다 더 강한 힘으로 우리를 통제했던 것처럼, 지금 무언가가 더 강한 힘으로 옥상으로 못 가게 막는 거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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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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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까지 숨긴다면 더더욱 가봐야지. 우리가 직접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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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직원을 마저 죽인 후, 우리가 직접 옥상으로 가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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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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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상 문 앞에서 셋 다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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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은 하지 않았지만, 서로 짐작은 하는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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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서 '주의사항'을 어겼을 때 무슨 일이 생겼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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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베이터를 두 층 동시에 누른 직원은 지옥 같은 병원에서 간호사 괴물에게 끌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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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층과 5층 사이의 층으로 들어간 괴물은 어마어마하게 거대한 눈알과 마주한 후 무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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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층 화장실을 노크 없이 들어간 직원은 잡아먹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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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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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상에도 끔찍한 장소가 있겠지. 그리고 이제 그런 장소를 직접 들어가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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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인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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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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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서, 아 이제 죽겠다 싶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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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하게 해드리겠습니다. 가능하면, 우리 셋 모두 총에 죽는 게 낫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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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부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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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이런 말만 하다간 도저히 못 들어가겠다. 이제 들어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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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서로 가능하면 총에 맞아 죽자며 서로의 용기를 북돋운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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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상으로 진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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