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dd 3 AI agents (writing, revision, story-continuity specialists) - Add 4 slash commands (rovel.create, write, complete, seed) - Add novel creation/writing rules - Add Novelpia reference data (115 works, 3328 chapters) - Add CLAUDE.md and README.md 🤖 Generated with [Claude Code](https://claude.com/claude-code) Co-Authored-By: Claude Opus 4.5 <noreply@anthropic.com>
14 KiB
71화 – 101호, 저주의 방 – '상식개변 미디어' (5)
네 번째 시도
- 차진철
너무 놀라서 뒤를 돌아섰다. 갑자기 방송국이 사라졌다.
거대한 절벽들. 그 절벽들을 잇는 줄 하나. 나는 그 줄 위에 위태롭게 버티고 있다.
건너편에 여학생 한 명이 있었다.
... 알 것 같다. 저 여학생. 저 괴물이 이 모든 기현상의 원인. 저걸 죽이면 된다!
줄을 발로 박차며 퉁기듯 튀어 올랐다. 5초 정도? 얼마 지나지 않아서 여학생에게 도착했다.
가까이서 보니 꽤 귀여운 인상의 소녀. 학교에서 꽤 인기가 좋지 않을까?
다만 표정이 좀 섬뜩했다. 마치 마네킹처럼 아무 표정도 없이 나를 노려보고 있다.
아무래도 좋지. 그래봐야 괴물. 한방이면 충분하다!
주먹을 내리쳤다.
...
또다시 세상이 무너졌다.
갑자기 정글이 나타났다. 사방에서 원숭이가 나에게 덮쳤다.
전력으로 원숭이들을 내던졌다. 일격에 머리통을 터트리고, 한 마리의 다리 춤을 잡아 바닥에 내리찍었다. 두 마리를 양손으로 잡아 동시에 터트렸다.
이런 식으로 원숭이 열댓 마리를 죽이고 나자.
...
또 모든 것이 무너졌다.
이번엔 온 세상이 돌산으로 가득 찼다. 전후좌우 모든 곳에 가득 찬 암석들. 마구잡이로 팔다리를 휘저으며 주변을 부수면서 생각했다.
이런 식으로는 결코 이길 수 없다. 도저히 벗어날 수 없는 무간지옥에 떨어졌구나.
아까 그 여학생일까? 대체 무슨 수로 이런 힘을 쓰는 거지?
---탕! ---탕!
... 고개를 내렸다.
가슴에서 격렬한 통증이 느껴졌다.
...
의식이 흐릿해진다.
악몽 속에서 '내'가 어렴풋이 깨어남을 느낀다.
이게 대체 무슨? 그러니까 내가 지금 -
- 엘레나
흐르던 눈물을 닦아내며 방송국을 바라보았다.
흡사 전쟁터가 된 듯한 풍경.
10명 이상의 방송국 직원들은 으깨진 채로 죽었고, 할아버님은 다리가 박살이 난 채로 신음만 내고 있다.
...
---탕!
...
송이는 총을 들고 사방을 돌아다니며 '확인 사살' 중이다.
아까의 일을 되새겨보았다.
마지막까지 정신을 차리지 못한 진철 씨가 묵성 할아버님을 반쯤 죽였고, 내가 뒤늦게 총으로 '어머님'을 죽여보려 했지만 실패.
결국 나도 이제 죽었구나.
싶었는데.
뒤늦게 도착한 송이가 상황을 수습했다.
진철 씨 뒤에서 손을 까딱하더니 갑자기 진철 씨는 돌아서서 엉뚱한 방향으로 뛰었고, 혼자 넘어졌고, 벽에 부딪혀서 날뛰었다.
진철 씨를 막으려고 방송국 직원이나 경비원들이 잔뜩 달려갔지만, 단체로 맞아 죽었다.
그 순간만큼은 사람이 아니라 무슨 고릴라가 사람을 집어 던지는 것 같았다.
킹콩이 뉴욕을 부수는 듯한 혼란을 멀찍이서 구경하던 송이가 총을 들고 다가가서 진철 씨에게 몇 방 쏘면서 상황이 끝났다.
난장판 속에서 진철씨 어머님은 진작에 죽었지만, 진철씨가 방송국 직원들과 싸우기 시작하면서 저주가 풀릴 기미가 없었으니까 어쩔수 없었겠지.
송이는 그 후로 총을 들고 직원들을 마저 몰살시키기 시작했다.
정신이 반쯤 나가서 멍하니 서 있는 와중에 갑자기 카메라와 마이크가 다가왔다.
"안녕하세요! 엘레나 이바노프 양? 저는 차 PD라고 합니다. 방금, 생방송 진행 중에 방송국에서 재미난 이벤트가 일어났다는 제보가 무수히 들어왔습니다.
혹시 무슨 -"
---탕!
---탕!
어! 어! 어! 하던 사이에 송이가 PD부터 카메라맨까지 쏴 죽였다.
오히려 현실이라면, 아무리 총을 들었다고 해도 이렇게까지 다 죽이긴 어려울 텐데.
최소한 도망은 갈 것 아닌가.
그러나 저주 때문에 사람의 죽음을 재미난 이벤트나 쇼로 여기는 비정상적인 상황.
사람들은 도망도 가지 않았다. 바로 옆 사람이 죽는데도 웃으면서 죽었다.
...
새삼스럽지만, 저주에 감염된 진철 씨는 왜 그렇게 화를 낸 걸까.
이 이상한 세계에서 어머니 정도 죽인 게 무슨 큰일이라고.
아마 이곳의 '상식'대로면 그냥 웃고 넘길 일 같은데, 지나치게 효자였나 보다.
"언니. 조심하세요."
"...아. 고, 고마워."
송이는 묵성 할아버님 쪽으로 다가갔다.
할아버님은 그새 나름대로 응급처치를 한 상태였다.
"버틸 만하세요?"
"한쪽은 대충 수습했는데, 다른 한쪽은 도저히 무리다. 부축은 필요하다."
"쉬고 계세요. 제가 대충 정리하고 있을 테니까."
그 후로 송이는 주변의 시체들에서 피를 채우면서 마저 확인 사살을 진행했다.
그걸 보던 할아버지가 한마디 내뱉었다.
"여기도 최고의 후배 요원이 한 명 있는데? 요즘 젊은 친구들은 이 정도가 보통인가? 선배는 별걱정을 다하시는구먼."
...
누군가가 방송국으로 들어섰다.
- 한가인
[사용자 : 한가인(지혜)
날짜 : 23일 차
현재 위치 : 계층 1, 101호(저주의 방 – 상식개변 미디어)
현자의 조언 : 3]
새삼스럽지만, 이 방에선 진짜 내가 다 하는 느낌이다!
정보도 내가 다 모은 느낌이고, 탐색도 내가 제일 많이 한 느낌이지?
이거, 내가 유산 하나 얻을 때 된 거 아닌가?
다음 축복의 성소로 가서 그놈의 올빼미 만나면 유산 탁 내밀면서 이거 봐라 이 새끼야 한번 딱 외치자.
벌써 기쁘다. 게다가 요번 네 번째 시도에서도 내가 또 많은 사실을 알아내지 않았는가!
'빌런'이 무슨 힘을 가졌는지까지는 모르겠지만, 대충 '빌런'이 누구인지, 대략적인 시나리오가 뭔지는 감을 잡았다.
이렇게 즐거운 생각을 열심히 하다 보니 택시에서의 고통스러운 시간도 금방 흘러갔다.
모두에게 가져갈 많은 정보.
마치 월급을 타서 집에 피자나 치킨을 사가는 가장이 된 기분으로 함박웃음을 지으며 방송국에 도착했다.
?
??
???
뭐임? 대체 왜 방송국이 전쟁터가 된거임?
너무 당황해서 나는 그만 정신이 나갔다.
...
이게 대체 무슨 일인가.
뒤늦게 방송국 동료들에게 설명을 듣자 말문이 막혔다.
그러니까….
진철 형의 어머님이 따라왔구나. 아마 형이 정신 멀쩡할 때는 혼자 방송국에 가겠다고 계획을 짰지만, 이성을 잃은 사이에 어머님이 우겨서 같이 따라오기라도 했나 보다.
아무도 예상 못한 대혈투.
덕택에 형은 죽고, 할아버지는 다리가 결딴이 나서 움직이기도 힘들고, 나와 엘레나, 송이만 남았다.
거의 반 전쟁터가 된 방송국에서 셋이 모였다.
"..."
"..."
"어떻게 해야 할 것 같습니까?"
"아무래도 한 번 더 시도 해야 할 분위기 아니냐? 그 멧돼지 새끼가 죽어서 전력에 큰 구멍이 생겼어."
엘레나가 우려를 표했다.
"하지만 할아버님. 이미 네 번째 시도에요. 다섯 번째부터는 난이도가 높아지는 모양이던데."
"뭐, 어쩌겠냐. 열심히 해봐야지."
"어르신은 움직일 수 있겠습니까?"
"..."
"솔직히 말씀해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누군가 계속 부축해주지 않으면 무리다."
결국 송이가 모두의 마음속에 있던 말을 대변했다.
"그러면, 할아버지는 그냥 방송국 밖으로 나가셔서 탈출하시는 게 어떨까요. 가족이 근처에 없는데도 탈출 판정이 나오지 않는 건 방송국 내부에 있기 때문일 테니, 방송국을 나가서 10여 분만 움직이면 탈출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 그러마. 방해는 하지 않는 게 좋겠지."
"먼저 가서 쉬고 계세요. 최대한 정보를 알아보고, 가능하면 유산까지 얻어보겠습니다."
"열심히들 해 봐. 참, 어차피 나가서 듣긴 하겠지만, 그래서 뭐 검색해서 알아본 건 있냐?"
제대로 검색한 건 나 뿐인가? 모두의 시선이 나에게 향했다.
"우선, 대체 '어떤 방법'으로 저주를 뿌리기 시작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다만, '누가' '왜' 이런 일을 발생시켰는지는 알았습니다.
신동 고등학교에 김상민이라는 학생이 있었습니다. 이후에 올라온 기사들을 바탕으로 보면, 꽤 가혹한 학교폭력에 시달린 모양입니다. 주로 괴롭힌 학생들이 8명입니다.
괴롭힘당하다가 학교 내에선 도움을 얻지 못하자 학교 밖에서 도움을 구하고, 소송도 걸고 부모님도 열심히 나선 모양이더군요.
그런데, 당시엔 재판에서 졌습니다. 기사를 보면 그 학생이 정신병으로 인한 망상으로 있지도 않았던 폭력을 지어냈다는 식으로 결론이 나왔던 모양인데, 또 다른 기사를 보면 애초에 그 정신병이 생긴 원인이 극단적인 괴롭힘을 당해서가 아니냐? 하더군요.
한마디로 괴롭힘을 당해서 정신병이 생겼냐, 정신병이 있어서 괴롭힘을 상상한 거냐 이걸로 싸웠는데, 재판에선 후자의 손을 들어서 피해자를 병원으로 보내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그 이야기에서 방송국은 왜 나온 거냐?"
"중간에 피해자 쪽이 재판에서 진 가장 큰 원인이 뉴스였거든요. ABS 기자 한 명이 가서 조사하면서 피해자가 원래 정신병이 있어서 학교에서 수시로 난동을 부렸다, 오히려 다른 학생들이 피해자였다. 식의 기사를 여러 개 낸 게 재판에서 증거로 쓰였습니다."
"듣다가 느낀 건데, 실제로 재판이 맞을 수도 있는 것 아니에요? 상민이라는 애가 실제로 미쳤고, 학교에선 난동을 부렸고, 오히려 다른 학생이 자신을 괴롭혔다고 망상했을 수 있는 것 같은데."
"송이 말이 맞아. 나도 진짜 진실까진 모르겠고, 다만 이 '시나리오'에서 빌런은 김상민 같으니까, 일단 그 친구 기준으로 설명 중일 뿐이야. 결국 그놈이 어디 숨어서 뭘 하는지 이해를 해야 하니까."
"더 설명해 봐라. 방송국까진 알겠고, '신세계 병원'은 어디서 나온 거냐?"
"김상민이 재판에서 패소한 후에 신세계 병원에서 치료받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때부터 다른 관점의 보도들도 나오기 시작했죠. 말하자면, 김상민의 편이 생겼달까요?
신세계 병원은 정신과 전문 병원이었는데, 병원장이 직접 김상민을 진료했다고 합니다. 진료하는 과정에서 환자의 사정을 들었고, 본인이 진료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환자의 말에 일부 설득된 모양입니다.
그래서 환자 편에서 '가해자들이 환자를 가혹하게 괴롭혀서 정신병을 만들었다.' 식의 이야기를 꺼냈죠. 유명한 병원 원장이 정반대의 이야기를 하니 기자들도 그쪽 보도도 쏟아냈고.
그러다가 병원이 갑자기 사라지고, 딱 3일 후부터 세상이 망했습니다."
"병원이 사라져?"
"네. 세상이 망하기 3일 전에 엄청난 화제가 됐던 사건입니다. 병원이 말 그대로 사라졌어요. 건물째로."
"그 시점에서 '김상민'이 뭔가 엄청난 힘을 얻은 걸까요?"
"아마도?"
대략적인 설명을 끝내자, 다들 가만히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너는 이 사달을 낸 '범인'이 그 '김상민'인가 하는 꼬맹이라 생각하는 거냐?"
"그렇습니다. 지하에서 고문당하고 있던 다른 학생들, 하필 병원에서 시작해서 방송국까지 휘말린 이유까지 설명이 되죠."
"음. 그놈 입장에서 지하의 학생들, 방송국, 더해서 세상 전체가 복수의 대상이라 치자.
그런데 병원이 왜 첫 번째 타겟이 된 거지? 병원은 오히려 '김상민' 입장에선 은인 아니냐? 왜 병원까지 이상하게 만든 거지? 네가 보기로는 간호사들이고 환자들이고 다 괴물이 된 모양인데."
"그 부분은 더 확인해 봐야겠습니다. 단순히 미쳐서일 수도 있겠죠."
"시나리오는 상투적이구먼. 그래서 범인이 누구고 하는 게 큰 의미는 없어 보인다. 중요한 건, 고작해야 인간 고등학생이 무슨 수로 세상을 망쳤냐는 거지."
"초자연적 힘을 가진 흉수는 따로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글쎄다. 흉수가 따로 있을 수도 있고, 그 꼬맹이가 감당할 수 없는 보물이라도 얻었을지도 모르겠다."
"오빠 생각엔 우리가 이제 어딜 탐색해야 할 것 같아요?"
"방송국 위층이겠지?"
"뭘 찾아야 할까요?"
"내가 딱 지정해주마. 너희가 찾아야 할 건 이제 하나다. 이 사달을 낸 장본인으로 추정되는 그 김상민이라는 꼬마. 그놈을 찾아야지.
이 방송국, 또는 방송국을 통해 갈 수 있는 '사라졌다는 병원' 어딘가에 그놈이 있을 거다. 가능하면 죽이고, 힘들다 싶으면 다음번에는 진짜 다 같이 와서 그놈을 죽이면 끝날 거라 본다."
대화를 끝마친 후, 묵성 할아버지는 한숨을 쉬며 방송국 밖으로 나갔다.
남은 사람은 세 명.
우리는 방송국 위층을 뒤지고, 방송국을 통해 갈 수 있는 '사라진 병원'을 뒤져서 빌런을 찾아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