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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화 – 101호, 저주의 방 – '기묘한 가족' Re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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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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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국 1층 한편에서 묵성 어르신을 만나자마자 의문이 들었다. 대체, 어떻게 여기까지 온 것인가? 필터도 없고, 팔찌 같은 물건도 없이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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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은 '훨씬 쉽고, 모두가 따라 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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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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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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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 혹시 그 방법이라는 게 가족의 신체 일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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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허! 자네 대체 무슨 잔혹한 생각을 하는 건가? 내가 분명 '모두가 따라 할 수 있는 방법'이라 하지 않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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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솔 양이나 아리가 대체 무슨 수로 경호원이나 '수상하게 강한 엄마'의 신체 일부만 가져오겠나. 애초에, 죽여서 신체 일부만 떼어도 계속 '가족 판정'이 남아있을지도 문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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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상세하게 설명하시는 걸 보니 실제로 그 생각도 하신 모양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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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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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어떻게 오셨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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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순간이동으로 왔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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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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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 말문이 막혔다. 대체 무슨 소리지? 갑자기 순간이동? 아리는 몰라도 어르신은 딱히 초능력이 없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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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가 안 되는 표정이군. 나는 오히려 이 생각을 나만 했다는 사실이 더 신기하네. 아마도, 내가 관리국에서 일하다 와서 이런 초자연적인 일에 익숙한 탓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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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명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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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101호에 들어온 게 처음이야. 하지만, 과거에 들어갔던 자네들이 대략 설명하지 않았나? 예컨대, 자네는 집에서 가족들과 여행을 떠나면서 수목원, 음식점, 리조트 등으로 장소를 계속 옮겼다고 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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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자네는 어떻게 이동했나? 기차라도 탔나? 차라도 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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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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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음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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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시도 때 101호에서 나는 어떻게 이동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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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니 기차니 하는 교통수단은 전혀 타지 않았다. 그냥 가족들과 함께 어딘가로 가자! 하니까 즉시 장소가 바뀌고, 시간이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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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호는 이미 정체를 알 수 없는 무언가로 인해 세상의 상식이 마구잡이로 뒤틀렸네. 또, 우리는 이미 호텔이 방 내부의 시공간을 조물주처럼 뒤흔들 수 있다는 사실을 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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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호에선 교통수단 없이도 그냥 순간이동으로 위치를 바꿀 수 있어. 물론 택시나 지하철 같은 교통수단이 무대에 남아있는 걸 보면 순간이동을 위한 조건이 뭔가 있긴 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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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우리 같은 '참가자'가 저주에 감염된 경우에만 가능한 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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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리를 너무 깊이 고민할 필요는 없겠지. 중요한 건 할 수 있다는 거고, 자네들도 이미 다 해본 일이라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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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 생각은 하지 못했습니다. 저와 어르신만 도착한 걸 보니, 다른 사람들도 못 한 것 같네요. 순간이동. 가능하다는 건 알겠습니다. 실제로 처음 101호에 왔을 때는 저도 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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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 보니 그런 황당한 수단이어야 아리도 탈출할 수 있겠군요. 아리는 물리적인 이동으로는 절대 탈출 불가능한 상태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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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순간이동을 어떻게 하는 거죠? 살면서 순간이동을 해본 적이 없어서 방법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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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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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순간이동으로 오셨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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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냥 가짜 가족들에게 거리를 유지한 채 곧 방송국에 간다고 선언했네. 그다음엔 그냥 가까이 가서 저주에 휩쓸렸지. 그렇게 휩쓸린 상태로 있다 보니 어느샌가 방송국에 와있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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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주에 감염된 상태에선 순간이동이 가능하다는 점을 응용하신 것까지는 알겠습니다. 그렇게 도착했다 해도, 저주에 감염된 상태로 오신 게 아닙니까? 어떻게 깨어나신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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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은 가볍게 손을 휘저어 주변을 가리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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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주변에 다른 사람이 보이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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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쪽에 경비들은 보이는군요. 우리 근처엔 아무도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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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원래 ABS에 여러 번 와봤거든. 1층 외곽에 있는 이쪽에는 특별히 행사가 있는 날이 아니면 사람들이 오지 않네. 그래서, 저주에 감염되기 전에 미리 '이 장소로 가겠다'라고 스스로 계획을 정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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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하자 저주에 감염된 상태로도 여기 와서 앉아있었지. 그러다가 저절로 깨어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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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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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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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성 할아버지가 방송국에 온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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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성을 유지한 상태로 미리 방송국에 가겠다는 일정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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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저주에 일부러 감염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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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미리 세운 일정에 따라 방송국의 사람이 없는 장소로 순간 이동해서 도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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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사람이 없는 장소에서 저주가 풀려서 깨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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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방의 특징들을 짜 맞춰서 만들어낸 기이하면서도 창의적인 방식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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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 말마따나, 온갖 초자연적인 현상에 수도 없이 대처해온 관리국 요원이나 되니까 떠올릴만한 방법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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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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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방식대로라면 물리적으로 호텔을 나올 수 없는 아리나, 장기간 가족들과 접촉하면서 이성을 유지할 수 없는 다른 사람들도 방송국에 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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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겠습니다. 마지막으로 궁금한 점입니다만, 우리 주변에 더 이상 '가족'도 없고, 방송국 사람들도 꽤 멀리 있는 상태인데 왜 '탈출'이 뜨지 않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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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바로 우리가 올바로 찾아왔다는 증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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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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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주의 감염을 피할 수 있을 정도로 주변에 사람이 없는 방송국 1층 구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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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장소에서라면 '탈출' 알림이 뜨며 종료되어야 정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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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렇게 사람이 없는 장소인데도 '탈출'이 뜨지 않았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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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태창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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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위치 : 계층 1, 101호(저주의 방 - 기묘한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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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주의 방 – ㅁㅁ ㅁㅁ ㅁㅁ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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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주의 방 – 상식개변 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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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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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묘한 가족. 아니, '상식개변 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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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올바른 장소에 도착했다. 다음 단계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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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출이 뜨지 않은 건 지극히 당연한 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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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도 따지고 보면 2차 감염자에 불과한 존재들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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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감염자. '저주의 근원'에 더 가까이 다가섰으니 당연히 '탈출' 따위가 나올 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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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대충 상황을 이해한 것 같군. 슬슬 탐색을 시작하는 게 좋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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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까부터 와서 한 명이라도 더 오나 기다리면서 계획을 세웠으니, 일단 내 계획을 따르게. 이제부터 우리는 방송국을 사찰하러 온 관리국 요원이야. 내 앞에 서서 누군가 오는 걸 막아주게나. 그리고 최대한 구석구석 뒤져보기로 하지. 다 이해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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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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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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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스럽게 내가 앞장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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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은 나와 달리 필터 같은 게 없다. 지금까지야 근처에 사람이 없는 1층 구석진 곳에서 떠나지 않았으니 버틸 수 있었다. 이제부터 방송국 내부로 들어서면 '저주에 감염된 사람들'과 쉼 없이 마주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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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터가 있는 내가 그들이 함부로 오지 못하게 차단하는 탱커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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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이 뭔가를 툭 하고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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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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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원 배지야. 이런 곳에서 일하는 경비들은 알아볼 만한 물건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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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이한 나무가 새겨진 배지. 아래쪽엔 요원이라고 작게 적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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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보니 관리국 요원 행세도 하는구나. 새삼 신기한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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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국 탐색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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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속성으로 배운 '관리국 요원 행세'는 아주 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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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단계 : 배지만 툭 내밀고 신비주의 연출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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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여긴 허가받은 사람이 아니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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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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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무슨 – 아니? 관리국 분이시군요? 용무를 여쭤도 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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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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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합니다만, 최소한 사유는 설명해주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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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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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비밀 임무라면 대략 설명해주셔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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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단계 : 당신이 책임질 거냐고 우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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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책임질 수 있는 신분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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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그런 말이 아닙니다. 그저 최소한의 사유는 있어야 저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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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꾸 이렇게 방해하시면, 나중에 책임소재를 따질 수밖에 없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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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해가 아닙니다. 저희도 누굴 통과시킬 때는 사유서에 뭘 적긴 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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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단계 : 대놓고 협박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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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내 시간을 1분이 넘게 낭비했군. 명함 좀 보여주시지요. 어떤 대단한 분인지 확인 좀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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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헛! 갑자기 무슨 말씀이십니까. 명함이라니요? 왜 갑자기 그러시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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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거기 명패가 있군요? 방송국 경비팀 차승묵씨? 기억해 두겠습니다. 내 본부로 돌아가서 반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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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그냥 지나가시지요. 제가 실수한 듯합니다.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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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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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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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우겨도 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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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국 내부로 들어가던 중 어르신이 어깨를 툭 하고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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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훌륭했네. 베테랑 10년 차 요원의 갑질 그 자체였어. 자네 이런 쪽에 재능이 있었어? 나도 한 수 배웠네. 이름 석 자만 읊어주는데 이렇게 소름이 돋는 건 처음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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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의미심장한 분위기가 아닌가? 일반인 실명을 알아서 뭘 어쩌겠다는 거지? 무궁무진한 상상을 자극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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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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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을 나가면 관리국에 취직하는 걸 꼭 고민해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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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호텔을 나가면 다시는 이런 이상한 일에 엮이지 않기로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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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가는 도중, 오랜만에 머리에서 '대화창'이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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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묵성 : 내 말 들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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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인 : 이거 오랜만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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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묵성 : 활자 절약. 들려서 다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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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인 : 서로 가까워져서 그런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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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말로 하자. 어차피 둘이 붙어있는데. 활자는 아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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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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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나는 아까도 대화창에 너희를 불러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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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혀 대화창이 뜨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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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나랑 거리가 지나치게 멀어서가 아닌가 싶다. 사실, 거리제한이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거든. 역시나 너무 멀어지면 안 되는구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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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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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어르신을 내 뒤로 밀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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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십니까? 이쪽은 아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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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배지를 툭 치고 매섭게 노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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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은 배지를 보더니 당황한 표정을 짓고 물러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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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키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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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 죄송합니다. 관리국 분들이시군요. 어쩐 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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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 말하게 하지 마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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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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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더욱 크게 부릅뜨자, 주변에서 우리를 관찰하는듯하던 직원 서너 명이 전부 겁먹은 표정으로 물러서며 길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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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묘한 세계에서조차 관리국의 배지는 현대의 마패가 따로 없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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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의 대화. 필터를 끼고 하는 대화인데도 머리가 아프다. 어르신은 괜찮은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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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분 정도 1층 여기저기를 헤집고 다니던 중, 대화창이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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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묵성 : 화장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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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와중에 화장실이라니…. 게다가, 말로 하면 되는 걸 왜 대화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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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아했지만 화장실로 향했고, 향하자마자 대화창을 쓴 이유를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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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웨에에에엑! 으허어어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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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오자마자 어르신은 변기에 토사물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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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에 있는 음식물을 싹 게워낼 기세. 아무리 봐도 피까지 섞여서 나오는 게 심상치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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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으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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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보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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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주 때문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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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자네가 내 앞에서 그렇게 대화까지 하면서 진행하는 게 신기할 따름이야. 그 '필터'의 효과가 정말 부럽군. 난 자네 뒤에 있으면서도 억지로 버티려 드니 뇌가 녹아버리고 내장이 뒤집히는 느낌인데. 자네는 상태가 어떻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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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가 좀 아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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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럽구먼. 부러워. 내 대화창은 왜 그런 도움을 못 주는지 아쉬울 따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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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 동안 어르신의 등을 두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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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쉽지 않다. 나도 아까부터 머리가 욱신거렸지만, 필터조차 없는 어르신의 상태가 너무 심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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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서 더 진행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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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무언가가 내 주머니에 끼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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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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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권총. 자네가 들게. 대충 쏘는 법은 익혔지? 그리고 이제부턴 자네 혼자 더 가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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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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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하네. 난 도저히 더는 무리야. 같이 가다가 내가 까딱 못 버티고 결국 저주에 감염되면, 그때는 내가 자네를 해치려 들지도 모르지. 나는 그냥 이 화장실에나 있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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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시도 때 여러 사람과 와도 문제겠군요. 사실상 저, 송이, 아리 셋이서만 진행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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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방법이 있을지도 모르지. 그건 나가서 이야기해봐야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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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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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부턴 나 혼자서 진행해야 한다. 어디로 가야할까? 역시 윗층으로 가야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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