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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화 – 101호, 저주의 방 – '기묘한 가족' Re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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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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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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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뭐라고 말은 해야 한다. 안 그러면 문을 부수고라도 들어올 사람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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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쪽으로 다가가서 엄마에게 다가가자 정신을 보호하는 과정에서 피가 느릿하게 소모되는 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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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101호의 저주는 '가족'에게 접근하면서 목소리만 들어도 영향을 받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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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삼 가인이처럼 정신보호 필터가 없어서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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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저, 곧 나가요. 먼저 드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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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쿵! 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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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배고파! 혼자 먹기 싫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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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고 해야 문에서 떨어질까? 원래 어떤 성격이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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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났다. 좀 더 '어린아이를 대하듯이' 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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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엄마 선물 준비했어. 조금만 멀리 가 있지 않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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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 선물! 그래! 나 엄청나게 기대하고 있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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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다다 하고 뛰는 소리와 함께 엄마가 다시 멀어졌다. 이런 유치한 거짓말이 아직 통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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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유아적인 사람. 인내심이 길지 않으니 곧 돌아온다. 생각해보자. 대체 어떻게 탈출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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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들은 집 밖으로 나가서 탈출하기로 했지만, 내 집은 호텔로 설정되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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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갈 방법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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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2회차 현재 참여 중인 호텔이라면 눈 딱 감고 정문에서 뛰어내리면서 낙하 속도를 늦추면 탈출 가능성이 있다. 땅에 도착하기 전에 과다출혈로 죽을 수도 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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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1회차 호텔에서 정문 밖은 심해였다. 나가면 수압에 눌려 죽고, 탈출 도구도 윙 부츠가 아니고 '공기 방울'이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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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문으로는 못 나간다. 그때 썼던 탈출 방법은 지금은 재현할 방법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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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갈 수가 없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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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엄마를 흉내 내는 존재가 내게 다가올 수 없도록 무력화라도 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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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지 큰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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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은 내 엄마를 어느 정도까지 '구현'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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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가진 축복만 아니라면, 지금의 나는 충분히 저 가짜 엄마를 이길 자신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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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복까지 구현된 상태라면…. 일단 붙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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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덜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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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을 열자, 익숙한 식당이 나타났다. 멀찍이서 엄마가 손으로 눈을 가린 채로 앉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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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자신에게 금칠하는 느낌이긴 한데, 진짜 귀엽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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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만 멀쩡했으면 더욱 좋은 엄마였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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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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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움 과정에서 소모할 피, 정신 오염에 저항하기 위해 소모할 피. 여러 가지를 고려할 때 싸울 수 있는 시간은 길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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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감고 나 자신을 관조한다. 심장에서 뿜어져 나온 피가 혈관을 따라 맥동하는 움직임을 느꼈다. 피에 방울방울 맺힌 오래된 힘 또는 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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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피를 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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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시 손끝에서 냉기의 기세가 번갯불처럼 일어나며 허공을 갈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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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격. 기습이었기에 '미로'는 반응조차 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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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악! 아리야? 대체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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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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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사실 안 미안해. 너 어차피 내 진짜 엄마도 아니잖니. 이젠 그냥 이름 부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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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금 냉기의 바람을 내뻗어 미로의 몸을 두 차례 강타했다. 비명을 지르며 미로가 나뒹굴었다. 미로의 몸을 그은 두 줄의 붉은 선. 피가 뿜어져 나오는가 싶더니 얼어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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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역시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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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 오염 때문에라도 어떻게든 멀리서 끝을 보고 싶었는데, 손맛이 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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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인을 상대로라면 모를까 같은 피의 마녀를 상대로는 원거리에서 끝을 보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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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끝에 힘을 불어넣으며 뛰어오르는 순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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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블 건너편에서 섬광이 번뜩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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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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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순간에 내 어깨쯤에 구멍이 뚫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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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옆으로 구르며 나선으로 냉기를 내뿜는 동시에 미로의 위치를 살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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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은 나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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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로의 상처 회복이 더디다. 처음부터 냉기의 바람만 날려댄 효과가 있었다. 지속해서 신체 내부로 파고드는 냉기가 피의 움직임을 늦추며 미로의 힘의 운용을 방해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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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접근해서 손끝에 힘을 불어넣어 미로에게 내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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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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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카로운 금속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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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가 오래된 피를 발현해서 금속처럼 단단해진 손으로 부딪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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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 너! 대체 왜 이러는 거야? 엄마가 혼내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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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 근데 이제 내가 더 강할걸? 미로 네가 죽고 네 나이보다도 많은 시간 동안 힘을 쌓았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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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죽었다니 대체 무슨 말이야? 아리 이상한 꿈 꾼거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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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초 정도? 잠깐의 시간 동안 30번이 넘게 금속의 손이 부딪쳤고, 서로의 피의 힘을 잇고, 끊으며 치열하게 공방이 이어졌다. 내가 미로의 몸에 다섯 번 정도 냉기의 숨결을 밀어 넣었을 때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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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이 같이 깨달았다. 내가 압도적으로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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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피의 숙련도, 격투술 모두가 차원이 다르다. 실시간으로 미로가 내뿜는 정신 오염에 대항하느라 피의 반 이상을 소모하면서도 가볍게 이길 수 있을 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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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이상해! 아리 너 왜 갑자기 이렇게 강해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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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말했잖아? 네 나이보다도 많은 시간 동안 힘을 쌓았다고. 미안하지만, 미로야. 잠깐만 자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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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엄마는 아니지만, 고통스러워하는 걸 보고 있으니 심장이 저릿하게 아파졌다. 이제 거의 끝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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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암시'만 걸면 꿈조차 없는 깊은 잠에 빠지게 할 수 있다. 시선이 마주쳤다. 내 힘이 미로의 마음에 파고들던 그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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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울'이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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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망했구나. 이 병신같은 호텔이 미로의 '축복'까지 구현해줬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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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는 즉시 바로 뒤로 물러섰다. 절대 이길 수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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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쾅! 퍼어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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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 – 터지고 폭발하는 소리. 순식간에 식당의 기물이 박살 나며, 인간 따위는 한순간에 으스러트릴 거력이 나를 덮친다. 간신히 주변 기물 사이로 몸을 숨기며 103호를 벗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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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였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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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복의 성소에서 우리가 엘레나의 축복 '정의'에 대한 설명을 접했을 때, 승엽이가 했던 말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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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레나의 축복에 그토록 많은 제약이 있는 이유. 아마도 '밸런스' 때문일 것으로 추측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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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엽아. 미안한데 전혀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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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답 없는 호텔은 밸런스 따위 전혀 신경 안 쓰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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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이 내리는 축복에 제약 따위는 없으며 무한한 가능성만이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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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은 오직 사람의 마음이 만들어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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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레나의 축복의 세 가지 제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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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대상은 악행을 저지른 사람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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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엘레나가 악행을 인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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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집행이 시작되면 중지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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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 말고도 '정당방위' 같은 개념이 있을 정도로 '법'과 비슷한 논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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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적인 형법은 악행을 저지른 사람에게 적용되며, 처벌에는 증거가 필요하고, 집행자의 제멋대로 처벌 여부가 결정되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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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이 설마하니 인간 세상의 법을 고려해서 축복의 제약을 정했을까? 이런 건 '엘레나의 정의관'이 만든 제약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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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다른 사람이 정의의 축복을 얻었다고 해도 크게 다르진 않았겠지. 어지간한 사람들의 정의관이라는 건 큰 틀에서 공통점이 있기 마련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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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의 축복에 현실의 법의 특징이 반영된 제약이 생긴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한 현상. 애초에 법이라는 게 일반적인 사람들이 공유하는 정의관 때문에 형성된 것이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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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보편적인 정의관을 공유하지 않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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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컨대 정신이 이상한 사람이 '정의'의 축복을 얻는다면 어떻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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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물론이고 동물이나 괴물 심지어 사물도 내가 원하면 벌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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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에 안 드는 행동을 하면 전부 악행이라고 믿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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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벌하고 말고는 전부 본인 마음대로라고 믿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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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미로'는 나를 빚어냈고 그 대가로 지성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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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지성을 잃으며 형성된 어린아이 같은 자아가 '정의'의 모든 제약을 소멸시켜서 압도적으로 강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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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답이 없는 결과물이 지금 손짓 한 번에 모든 것을 부수며 나를 추격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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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이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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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장이 난 라디오에서 나는 듯한 소음이 머리를 가득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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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큰 소리 때문에 청력이 맛이 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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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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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장에서 폭탄이라도 터진 듯한 충격음이 터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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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이이이이이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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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카로운 기세가 대리석 바닥을 종이처럼 찢어버리며 호텔 복도가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사방이 금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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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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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이 뜯어지면서 쏟아진 돌이 방금 내 등을 후려쳤다. 오늘은 진짜 고생 많이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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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혼란의 와중에도 내가 도망칠 수 있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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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 어설프게 걸린 암시의 영향으로 미로는 지금 '나'를 찾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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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더 황당하다. '나'를 인지하지도 못하면서 주변을 전부 파괴하고 있다는 것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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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의 힘을 내가 아니라 주변을 대상으로 쓰고 있다는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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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미로의 '정의'의 기준은 뭐길래 저런 식의 활용이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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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짜증이 났는데 감히 내 옆에 복도와 문이 있으니 사악한 복도고, 사악한 문인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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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 생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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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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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분 정도의 추격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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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나도 알았다. 진짜로 이제 도망갈 곳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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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아보기도 하고 뛰어보기도 하고 정신없이 튀었는데, 그 와중에 미로가 정말 호텔을 무너트릴 기세다. 가인이가 예전에 강림을 얻을 때 호텔을 부순 것과 비견될만한 대 파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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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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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문 옆에 가만히 서서 문 바깥을 내다봤다. 여기저기 보이는 기괴한 형상의 물고기들. 1회차의 호텔은 심해에 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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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각. 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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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를 구경하다 보니 시간이 지나며 암시가 풀린 미로가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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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왔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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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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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나 이제 머리 슬슬 띵하다. 이제 견디기 힘든가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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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리 정말 이상해. 엄마한테 왜 이러는 건지 모르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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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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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한테 화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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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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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났으면 엄마가 미안해. 아깐 엄마도 너무 화나서 막 다 부쉈는데…. 아리가 날 싫어한다고 생각하니까 너무 무서워.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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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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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이 가짜 엄마조차도 날 사랑하는구나. 내가 엄마를 사랑하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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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가짜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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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당신이 날 사랑하는 것 자체가 날 '오염'시키기 직전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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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아리도 엄마한테 이러면 안 되는 거 알지? 앞으로 일주일 동안 아리 머리만 잘라서 들고 다닐 테니까! 아리도 반성해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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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말은 그냥 듣지 않는 게 나았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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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슬픈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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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엄마는 101호의 저주가 오염시켜서 이렇게 된 게 아니라 내가 태어난 후로는 원래 이런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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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이 흐려짐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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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실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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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 : 한가인(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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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 22일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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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위치 : 계층 1, 복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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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자의 조언 :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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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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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호에서 탈출하자마자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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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너무 쉽잖아? 이걸 몰라서 우리가 예전에 그렇게 고생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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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너무 쉬워서 탈출을 못 하는 사람이 있을 리가 없다. 눈감고 귀 막고 달리기만 해도 탈출인데 그걸 못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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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기쁜 표정으로 나왔겠구나 싶어서 고개를 돌렸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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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이상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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