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dd 3 AI agents (writing, revision, story-continuity specialists) - Add 4 slash commands (rovel.create, write, complete, seed) - Add novel creation/writing rules - Add Novelpia reference data (115 works, 3328 chapters) - Add CLAUDE.md and README.md 🤖 Generated with [Claude Code](https://claude.com/claude-code) Co-Authored-By: Claude Opus 4.5 <noreply@anthropic.com>
341 lines
13 KiB
Markdown
341 lines
13 KiB
Markdown
|
||
57화 – 106호, 미션의 방 – ‘희망의 호텔랜드’(4)
|
||
|
||
[사용자 : 한가인(지혜)
|
||
|
||
날짜 : 21일 차
|
||
|
||
현재 위치 : 계층 1, 106호(미션의 방 – 희망의 호텔랜드)
|
||
|
||
현자의 조언 : 0]
|
||
|
||
...
|
||
|
||
당황했다. '엄마'.
|
||
|
||
지금 이 몸이 아리와 외견이 약간 다르다 생각은 했지만 설마 진짜 다른 사람일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그냥 이게 원래 아리 모습인데 지금의 모습은 염색이라도 한 걸까 정도로 생각했을 뿐.
|
||
|
||
다른 사람의 사진을 건드렸을 땐 모두 그 사람으로 변했는데, 왜 아리의 사진을 건드렸을 때만 아리의 엄마의 모습이 된 거지?
|
||
|
||
고민은 집어치우기로 했다. 이런 건 원래 나중에 시간 많을 때 하면 되는 것 아닌가.
|
||
|
||
그보다, 지금의 상황은 나쁘지 않다. 뭔지는 몰라도 아리는 '지금의 내 모습'을 꽤 신뢰하는 분위기가 아닌가?
|
||
|
||
당황을 가라앉히고 최대한 '아리의 엄마'를 흉내 내봤다.
|
||
|
||
그러니까, 양팔을 벌리고 최대한 활짝 웃고, '우리 딸 이리 온~' 정도?
|
||
|
||
그런 느낌으로 입을 벙긋거리고 있었다.
|
||
|
||
"휴우…."
|
||
|
||
아리는 뭔가 크게 실망한 분위기로 한숨을 내쉬었다.
|
||
|
||
연기가 어색했나?
|
||
|
||
----쨍그랑!
|
||
|
||
실패는 아닌 것 같다. 내가 고민하는 사이에 아리는 유리를 깨고 건너왔다.
|
||
|
||
"됐다! 이걸로 두 명 꺼냈네. 이제 진철 형이랑 엘레나만 꺼내면 되겠다. 아리 너도 옆에 가서 쉬고 있어."
|
||
|
||
"..."
|
||
|
||
다음은 진철 형이다. 누구로 변신하는 쪽이 괜찮으려나? 역시 아리 모습으로 다시 한번 신비주의로 가볼까?
|
||
|
||
왠지 꽤 즐거워지기 시작했다.
|
||
|
||
진철 형 쪽으로 통하는 거울 앞으로 가서 손을 허리 뒤편으로 돌린 채 어딘가 샐쭉한 표정을 흉내 내고 있던 차 -
|
||
|
||
---퍼억!
|
||
|
||
주먹이 날아왔다.
|
||
|
||
"난 그런 행동 안 해."
|
||
|
||
"윽! 놀랐네. 비슷한 느낌 아니었어?"
|
||
|
||
"전혀 아니야."
|
||
|
||
"형. 진짜 전혀 아니에요."
|
||
|
||
"그러면, 좀 더 미스테리한 분위기로 약간 입가를 비틀어볼까?"
|
||
|
||
"너, 지금 진철 오빠를 구출하는 게 목적이야? 아니면 날 놀리는 게 목적?"
|
||
|
||
"..."
|
||
|
||
좀 더 진지하게 생각해보자. 어떻게 하면 진철 형을 구출할 수 있을 것인가.
|
||
|
||
몇 번 아리 모습으로 거울 앞에서 춤추듯이 행동해봤다.
|
||
|
||
그래봐야 아리의 한숨만 깊어질 뿐이다.
|
||
|
||
아리는 그걸 보다가 그냥 날 밀어내고 자기가 뭔가 하려고 했다.
|
||
|
||
그러나 거울에 아리 모습은 아예 비치지도 않았다.
|
||
|
||
다시 내가 가서 여러 가지 다채로운 자세를 취하면서 이리 오라고 말해봤다.
|
||
|
||
진철 형은 대체 뭐지 하는 표정으로 쳐다보기만 하지 다가오지도 않았다.
|
||
|
||
"진철 오빠의 캐릭터를 좀 생각하고 연기해봐."
|
||
|
||
"캐릭터?"
|
||
|
||
"그냥 내가 하고 싶지만, 아무래도 '제일 먼저 탈출한 사람'만 타인을 구출할 자격이 생기는 것 같으니까 내 생각 말해볼게. 엘레나 모습으로 변해봐. 그리고 입가에 피도 묻혀가면서 반쯤 죽어가는 티를 내봐. 진철 오빠가 못 참고 나올 거야."
|
||
|
||
...
|
||
|
||
죽어가는 엘레나 흉내. 확실히 형에게 통할 느낌이다.
|
||
|
||
잠깐 사이에 시간을 많이 썼구나.
|
||
|
||
엘레나의 사진을 건드린 후, 아리의 코치에 따라서 입가에 주사기로 뽑은 피도 묻히고, 일부러 몸에 상처도 내고 하면서 크게 다친 엘레나를 흉내 냈다.
|
||
|
||
그렇게 거울 앞으로 가서 혼신의 연기를 시작한 지 1분 정도.
|
||
|
||
---쨍그랑!
|
||
|
||
결국 죽어가는 엘레나를 보며 견딜 수 없던 표정을 짓던 형이 거울을 부수고 나왔다.
|
||
|
||
"..."
|
||
|
||
이상하게 아리랑 똑같이 나와서 날 보자마자 말문이 막힌 표정을 지었다.
|
||
|
||
"형도 저쪽에 가 계세요. 이제 마지막으로 엘레나만 구출하면 되니까."
|
||
|
||
"그…. 엘레나 흉내를 네가 낸 거냐?"
|
||
|
||
"설명은 저쪽 가서 들으세요."
|
||
|
||
"... 수고했다."
|
||
|
||
표정은 고맙다기보다는 날 한 대 치고 싶은 것 같은데, 상황을 보니 억지로 참는 듯한 표정.
|
||
|
||
이거 뭔가 억울한데?
|
||
|
||
따지고 보면 내가 머리 굴려서 제일 먼저 나와서 모두를 구해내는 상황인데 왜 고마워하는 사람은 없고 다 화가 난 분위기인가!
|
||
|
||
마지막으로 엘레나 쪽의 거울로 가서 생각했다.
|
||
|
||
누구의 모습을 취해야 엘레나를 설득하기 편할까?
|
||
|
||
신비한 방법으로 엘레나를 구출하러 온 아리 흉내? 듬직한 진철 형 흉내? 승엽이로 변신해서 불쌍한 체하기?
|
||
|
||
의외로 이거다 싶은 게 떠오르지 않았다.
|
||
|
||
언제나 아름답고, 친절하고, 상냥하지만 동시에 속내를 거의 드러내지 않는 엘레나가 아니던가. 따지고 보면 서로가 친해졌다 싶으면서도 속내를 감추는 건 모두가 마찬가지긴 하지만.
|
||
|
||
엘레나에게는 더더욱 어떤 마음의 벽이 있다고 생각하곤 했다.
|
||
|
||
모르겠다.
|
||
|
||
일단은 아리의 모습으로 변신해서 여러 가지 동작을 취하며 넘어오라고 해 봤다.
|
||
|
||
미동도 하지 않는다. 아예 반응 자체도 없고, 다른 거울에 있는 괴물과 다를 바 없는 존재로 여기는 듯하다.
|
||
|
||
다음으로 승엽이로 변신해서 뭔가 시도하자 -
|
||
|
||
엘레나는 아예 내가 비치는 거울의 시야에서 벗어났다. 제일 위험한 거울이라고 생각한 걸까?
|
||
|
||
이렇게 아예 소통을 거부하듯이 떠나버리자 방법이 사라졌다.
|
||
|
||
내가 당황해서 어쩔 줄 모르고 있자, 다른 사람들도 내 곁으로 와서 머리를 짜내기 시작했다.
|
||
|
||
"어떻게 부를 방법 없냐? 소리 질러봤어?"
|
||
|
||
"거울 너머로는 목소리가 넘어가질 못해요."
|
||
|
||
"엘레나 자신으로 변해보는 건 어때?"
|
||
|
||
"뭐로 변신하냐를 떠나서, 아예 거울 시야 밖으로 나갔어. 아예 보이지도 않아."
|
||
|
||
10분도 남지 않았다.
|
||
|
||
대책이 없다.
|
||
|
||
엘레나는 거울 시야 밖으로 나가버린 후 아예 내가 비치는 거울을 쳐다보지도 않았다. 중간중간 엘레나가 스쳐 지나가는 건 보였지만, 아무리 봐도 그냥 하염없이 미로를 탐색만 하는 모양새.
|
||
|
||
5분이 남았을 때. 엘레나는 '자신이 비추지 않는 거울'을 발견했다.
|
||
|
||
저 거울의 실체는 단순히 괴물이 숨어있는 거울. 그걸 엘레나가 이해할 수 있을까.
|
||
|
||
이해하지 못했다. 엘레나는 마치 안전한 거울을 마침내 찾아낸 듯한 기쁜 분위기로 그 거울을 부쉈고….
|
||
|
||
그다음 장면은 잊도록 하자. 모두에게 상당히 큰 충격이 되고 말았으니까. 동료가 눈앞에서 잔혹하게 죽는 장면은 여러 번 본다고 익숙해지는 장면이 아니다.
|
||
|
||
그나마 다행인 점. 거울의 집은 딱히 물리적으로 힘든 구간은 아니었기에, 자이로드롭에서 약화된 아리와 진철 형이 어느 정도는 회복한 느낌이 든다.
|
||
|
||
현재까지 생존자.
|
||
|
||
한가인, 차진철, 김아리, 박승엽.
|
||
|
||
*
|
||
|
||
/미션 4. 진짜? 가짜? 거울의 방 성공! 축하합니다. 다음 미션으로 진행하겠습니까?/
|
||
|
||
*
|
||
|
||
/미션 5. 우주에서 출발하는 청룡 열차.
|
||
|
||
미션 5까지 도달한 참가자분들 축하드립니다! 우리 열차는 우주에서 출발할 예정입니다. 그에 앞서 로켓을 타고 우주로 날아갈 예정이니 올바른 위치에 자리를 잡으세요.
|
||
|
||
30초 후 시작합니다!/
|
||
|
||
또 무슨 미친 소리야? 우주에서 출발해? 그 와중에 눈에 확 들어오는 단어가 있다.
|
||
|
||
'올바른 위치에 자리를 잡으세요.', 30초 후 시작합니다.
|
||
|
||
자이로드롭에서 한번 당했기에 이젠 이해했다. 위치선정 자체가 중요하다는 의미.
|
||
|
||
다시금 공간이 요동쳤다.
|
||
|
||
그리고 어느 순간 우주선 안에 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
||
|
||
*
|
||
|
||
30!
|
||
|
||
"뭐죠? 뭐죠? 뭐죠? 우리 어디 가야 하는 거죠???"
|
||
|
||
"제발 조용히 좀 해라! 근데 진짜 어딜 가야 한다는 거지?"
|
||
|
||
27!
|
||
|
||
탁 트인 넓은 공간. 4명의 사람. 창밖을 보자 말 그대로 우주선을 쏘는 시설.
|
||
|
||
25!
|
||
|
||
"일단 어디로든 움직여야 하는 거 아냐? 가만히 있으면 안 될 것 같은데?"
|
||
|
||
"저쪽에 문이 몇 개 있긴 하다!"
|
||
|
||
23!
|
||
|
||
"문이 4개나 되는데요? 어디로 가요?"
|
||
|
||
"흩어지자!"
|
||
|
||
"흩어지다니?"
|
||
|
||
"어디가 맞는 곳인지는 모르니까, 다 흩어지면 누군가 살겠지. 나는 여기로 갈게!"
|
||
|
||
19!
|
||
|
||
잠깐 사이에 다들 작은 방들로 들어갔다. 서로를 신경 쓸 틈도 없다.
|
||
|
||
나는…. 조금만 더 생각해보자.
|
||
|
||
16!
|
||
|
||
여긴 우주선이다. 우주선은 어떤 식으로 비행하더라? 애초에, 그냥 우주선 안에 있으면 우주로 가는 것 아닌가? 왜 특정 장소는 있으면 안 되는 걸까?
|
||
|
||
14!
|
||
|
||
깨달았다.
|
||
|
||
13!
|
||
|
||
곧바로 옆에 있는 방으로 가서 승엽이를 끄집어냈다. 말할 틈도 없이 그냥 바로 원래 있던 가운데 큰 공간으로 던졌다.
|
||
|
||
"형???"
|
||
|
||
"가만히 있어! 무조건 거기 가만히 있어!"
|
||
|
||
8!
|
||
|
||
다음에는 건너편 방으로 들어간 아리. 역시 무조건 힘으로 끌어내려 했는데 순순히 나왔다.
|
||
|
||
"뭘 알아챈 거야?"
|
||
|
||
"가운데 있어!"
|
||
|
||
5!
|
||
|
||
큰일이다. 진철 형은 힘으로 끌어낼 수가 없는데.
|
||
|
||
"형 무조건 나와요! 거기 아니에요!"
|
||
|
||
"뭐?"
|
||
|
||
"닥치고 나오라고 당장!"
|
||
|
||
2!
|
||
|
||
2초 남기고 모두가 원래 있던 공간으로 돌아왔다. 다들 얼떨떨한 표정으로 날 바라보았다.
|
||
|
||
발사!
|
||
|
||
우주선이 발사됐다. 동시에, 작은 방으로 통하는 문들이 잠겼다.
|
||
|
||
발사 후 1분 정도 흘렀을까? 작은 방들에서 덜컹거리는 소리가 나더니, 전부 우주선에서 분리됐다.
|
||
|
||
당연한 일이다. 우주선이 출발하고 나면 우주선의 추진을 담당하는 추진체들은 전부 분리되기 마련이니까.
|
||
|
||
때문에, 우리는 애초에 움직일 필요가 없었다. 시작부터 올바른 위치에 있었으니까.
|
||
|
||
*
|
||
|
||
"그러니까, 애초에 처음 있던 장소에 가만히 있으면 되는거였구만?"
|
||
|
||
"그런 거죠. 바깥쪽 작은 방들이 전부 함정이었던 겁니다. 전부 추진체로 통하는 방이었어요."
|
||
|
||
"그러면 시작하고 무슨 올바른 위치로 가라, 30초 준다. 이건 뭐냐?"
|
||
|
||
"뭐 함정 아니겠습니까."
|
||
|
||
"진짜 갈수록 피곤하네. 난 또 다 같이 흩어져야 한둘이라도 살 줄 알았는데. 다 죽을 뻔했네."
|
||
|
||
"이상하게 여기 들어온 후로 가인이 형이 평소보다 머리가 좋아진 것 같아요."
|
||
|
||
"평소보다?"
|
||
|
||
"..."
|
||
|
||
"아냐. 가인이는 아마 원래 머리가 좋았을 거야."
|
||
|
||
"굳이 '아마'를 붙일 필요 있냐."
|
||
|
||
"하여튼 수고했다. 이걸로 끝인가?"
|
||
|
||
"끝은커녕 시작 아닌가요. 미션 이름이 우주에서 출발하는 청룡 열차인데 우리는 아직 열차를 타지도 않았잖아요. 그냥 우주로 출발만 한 거지."
|
||
|
||
"하. 좀 쉬자. 진짜 죽겠다."
|
||
|
||
*
|
||
|
||
우주공간을 움직이며 한참의 시간이 지난 후, 우리는 열차의 정거장에 도착했다.
|
||
|
||
"이제, 이걸 타면 그놈의 청룡 열차가 시작되는 건가."
|
||
|
||
"여기 오는 데만도 위기였는데, 열차를 타면 대체 무슨 일이 생길 것 같냐?"
|
||
|
||
"다들 정신이나 똑바로 차립시다."
|
||
|
||
주변을 돌아봤다. 어느샌가 모두가 한없이 지친 표정.
|
||
|
||
그나마 거울의 방이 딱히 물리적으로 힘든 장소는 아니었기 때문에 나는 나름대로 체력을 회복했다. 문제는 다른 사람들이다.
|
||
|
||
겨우 1시간의 휴식으로 회복을 논하기에, 아리는 이미 대량의 피를 썼다. 진철 형은 아직도 한걸음 내디딜 때마다 몸 전체가 파르르 떨린다.
|
||
|
||
슬슬 한계에 도달한 상황. 오늘의 하루는 그 어떤 때보다 힘들겠다는 생각이 든다.
|
||
|
||
정거장 안쪽에 청룡 열차가 준비되어 있었다.
|
||
|
||
"출발하기 전에 대충 무슨 일 생길지 예상이라도 해보자. 마음의 준비는 해야지."
|
||
|
||
"당장 바로 보이는 위험 요소가 있네요."
|
||
|
||
"아리 누나? 뭐가 위험해 보이세요?"
|
||
|
||
"우주를 달리는 은하철도 같은 청룡 열차인데, 외부에 오픈되어있어. 대충 생각해도 숨은 어떻게 쉬라는 건지 모르겠네."
|
||
|
||
"헉! 우주공간에 노출되면 우리 터져 죽는 거 아니에요?"
|
||
|
||
"넌 나이가 몇 살인데 아직도 토탈리콜 같은 고전 영화에서나 나온 이야기를 하니? 우주에 나가도 터져 죽지도 않고, 엄청나게 오래 있는 거 아니면 얼어 죽지도 않아. 그 전에 숨을 못 쉬어서 죽지."
|
||
|
||
"예? 대체 왜-"
|
||
|
||
"자, 자! 과학 상식 이야기는 그쯤하고. 대충 그런가 보다 해. 어떻게 숨을 쉴지가 문제 될 모양이네. 벌써 열차에서 무슨 소리 나기 시작했으니까 빨리 가서 타기나 하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