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dd 3 AI agents (writing, revision, story-continuity specialists) - Add 4 slash commands (rovel.create, write, complete, seed) - Add novel creation/writing rules - Add Novelpia reference data (115 works, 3328 chapters) - Add CLAUDE.md and README.md 🤖 Generated with [Claude Code](https://claude.com/claude-code) Co-Authored-By: Claude Opus 4.5 <noreply@anthropic.com>
219 lines
12 KiB
Markdown
219 lines
12 KiB
Markdown
|
||
46화 – 104호, 저주의 방 - ‘입시 명문 호텔고’(6)
|
||
|
||
[사용자 : 한가인(지혜)
|
||
|
||
날짜 : 18일차
|
||
|
||
현재 위치 : 계층 1, 104호(저주의 방 – 입시 명문 호텔고)
|
||
|
||
현자의 조언 : 3]
|
||
|
||
압도적이다.
|
||
|
||
늦은 밤, 주변에 건물 하나 없는 평야 지대. 분명 텅텅 빈 공간인데도 하늘에서 강림한 존재의 카리스마가 공간을 가득 채웠다.
|
||
|
||
머리가 아프다. ‘인도자’를 만났던 동료들이 예외 없이 했던 말. 머리가 아프다는 말의 의미를 이해했다. 마음속에서 찬송가가 울려 퍼진다.
|
||
|
||
일찍이 주께서 천상의 파도를 지상에 내리셨나니, 그분의 적자가 지상에 섰도다. 미천한 이들은 무릎꿇라. 천상의 낙원이 준비되었나니-
|
||
|
||
--- 퍽!
|
||
|
||
“정신 차려!”
|
||
|
||
“흐어억! 방금 이건?”
|
||
|
||
“아직 ‘지혜’를 쓰는 법을 잘 모르네. ‘저런 존재’들은 태양과도 같아. 맨눈으로 보면 눈이 멀지. ‘상태창’을 통해서 봐.”
|
||
|
||
상태창을 통해서? 듣는 순간 이해했다. 상태창은 언제나 내 시야 한 켠에 자리한 반투명한 홀로그램.
|
||
|
||
이걸 내 시야의 정면에 세우면 -
|
||
|
||
정면에 세운다고 생각하자 상태창이 저절로 시야의 앞으로 움직였다.
|
||
|
||
[사용자 : 한가인(지혜)
|
||
|
||
날짜 : 18일차
|
||
|
||
현재 위치 : 계층 1, 104호(저주의 방 – 입시 명문 호텔고)
|
||
|
||
현자의 조언 : 3]
|
||
|
||
기묘한 감각. ‘글씨’를 연하게 만들고, 마치 반투명한 유리를 통해 창밖을 내다보는 느낌으로 상태창을 ‘거쳐서’ 천사를 바라본다. 두통이 사라졌다. 머릿속에서 울려 퍼지는 찬송가가 멎었다.
|
||
|
||
지혜의 축복의 또 다른 사용법을 알았다!
|
||
|
||
*
|
||
|
||
아이야. 어이하여 이렇게 많은 죄악을 쌓았는고? 비록, ‘주’께서는 아이들에게 관대하시나 그 한계란 있는 법이니라.
|
||
|
||
“네가 무슨 자격으로 죄를 논하지? 구교사에서 사람을 무수히 죽이고, 이제는 사람을 부려 언니와 할아버지도 죽인 네가!”
|
||
|
||
타당치 않구나. 구교사, 제단에서 나는 사람을 죽인 적이 없다. 그저, 주의 품으로 인도하였을 따름. 구원이 어찌 죄겠느냐? 또한 이 교사들은 아이들을 홀려 잘못된 길로 인도한 자. 타락한 목자일 뿐이라. 나는 너희를 바른길로 인도하고자 타락한 목자를 베었노라. 역시 이 또한 죄가 아니다.
|
||
|
||
“네 마음대로 자아를 빼았고, 사람을 바꿔치고, 죽이기까지 하는게 구원이야? 당신의 구원은 그냥 갖다 붙이면 그만인가? 그러면 이제 내가 너를 구원하겠다!”
|
||
|
||
네 조악한 천칭이 나를 잴 수 있겠느냐? 인간의 저울이 천상에서 내려온 나를 들어 올릴 수나 있겠느냐?
|
||
|
||
“너 따위가 무슨 천사라도 되는 양 행세하지 마. 이 이상한 곳에 신이나 천사가 있을 리가 없으니까!”
|
||
|
||
저울이 – 다시금 공전을 시작했다. 엘레나가 인지한 ‘죄악의 무게’가 천사를 짓눌렀다.
|
||
|
||
천사의 주변에서 신성한 노랫소리가 울려 퍼졌다.
|
||
|
||
---라아아아아아아아아!
|
||
|
||
엄청난 고음이 천지를 뒤흔들고 저울이 내뿜는 광채가 밤을 대낮처럼 밝혔다!
|
||
|
||
*
|
||
|
||
“빨리 튀자!”
|
||
|
||
“어? 어?”
|
||
|
||
“어, 어가 아니야. 저런 미친 싸움에 끼어들면 우린 숨도 못 쉬고 죽어.”
|
||
|
||
조건이 충족되면서 거의 반신 같은 힘을 얻은 엘레나와 진짜 천사 같은 존재의 싸움. 아무리 봐도 나는 물론이고 아리도 끼어들 체급이 아니다. 정신없이 차에서 튀어나와서 뛰기 시작했다.
|
||
|
||
“나는 상태창 덕에 아직 정신이 멀쩡한 것 같고, 너야 지옥에 떨어져도 괜찮을 것 같지만 엘레나는 어떻게 저렇게 정신이 멀쩡한 거지?”
|
||
|
||
“쉽게 생각하면 ‘집행’중이니까 그렇겠지. 집행이 시작되면 자의와 타의에 의한 영향이 모두 억제돼서 누구도 집행을 멈출 수 없는 상태가 되는 모양인데? 그리고 은근슬쩍 독설 섞지 마.”
|
||
|
||
“독설은 아니고 너를 알 수 없어서 하는 말이지. 내 축복의 사용법을 나보다 네가 더 잘 아는 것부터가 점점 이상한데?”
|
||
|
||
“그나저나 아무리 봐도 저건 ‘인간’이 아닌데 축복이 먹히네?”
|
||
|
||
대놓고 아리가 말을 돌렸다. 하지만 나도 궁금한 부분이기도 하고, 지금은 상황이 다급하니 그냥 넘어가자.
|
||
|
||
“큰 틀에선 인간처럼 생기긴 했지.”
|
||
|
||
“저게? 예쁜 건 그렇다 쳐. 날개가 달려서 날고 있는데? 게다가 크기도 커졌는데? 특이한 인간이 넘쳐나는 관리국에서도 저런 건 인간이라 안쳐.”
|
||
|
||
“관리국 기준은 나야 모르고, 날개야 ‘주’인지 뭔지 하는 신적인 존재가 붙여줬을 수도 있지. ‘어르신’ 기억 안나? 그냥 인간인데 사람 몸까지 뺐고 다녔잖아. 그런 힘도 내리는데 날개 정도를 못 붙이겠어?”
|
||
|
||
“‘인도자’는 힘을 얻은 인간일 뿐이다? 흐음... 나는 다른 가설이 떠오르는데.”
|
||
|
||
*
|
||
|
||
숨이 차다. 차가운 밤공기를 들이마시며 뛰다 보니 슬슬 힘들다.
|
||
|
||
“넌 내 축복에 대해서도 알던데 ‘정의’에 관해선 몰라?”
|
||
|
||
“관리국이 아는 건 극히 일부라고 했잖아. 그리고 우리 그만 멈추자.”
|
||
|
||
갑자기 아리가 멈췄다.
|
||
|
||
“뭐야? 왜 안 뛰고-”
|
||
|
||
“싸움 끝난 것 같아. 엘레나가 이겼으면 도망갈 필요가 없고, 천사가 이겼으면 도망가 봐야 의미가 없으니까 그냥 쉬자.”
|
||
|
||
“... 그래. 멈춘 김에 하는 말인데, 사실 아까 좋은 생각이 들었거든.”
|
||
|
||
“어머, 나도 마찬가지인데. 그러면 다음 말도 짐작이 가네?”
|
||
|
||
“천사가 이겼으면 그냥 반항하지 말고 잡혀가자. 좋은 생각이 떠올랐어.”
|
||
|
||
“좋아. 여러 차례 ‘주’께선 아이에게 관대하시다 말하는 천사님이시니, 머리 박고 조아리다 보면 살려는 주시겠지.”
|
||
|
||
갑자기 아리가 어디선가 작은 주사를 꺼내서 자기 피를 뽑았다.
|
||
|
||
“갑자기 무슨 -”
|
||
|
||
“만약을 대비한다고 해 두지. 마셔.”
|
||
|
||
...
|
||
|
||
설마 했지만 공포의 저택에서 마셨던 건 정말 아리의 ‘피’였나?
|
||
|
||
“용도가 뭐야? 난 아직 체력은 괜찮은데.”
|
||
|
||
“이번엔 체력 보충용이 아니야. ‘천사가 이길 때’를 대비한 거야. 걍 마셔.”
|
||
|
||
체력 보충용이 아니라면 무슨 용도일까? 마셨다. 저번처럼 비릿하고 짭짤한 맛. 어딘가 열기가 느껴지는 맛. 두번 마실만한 맛이 아닌데, 두번째 마신 걸 보니 왠지 앞으로도 자주 마시게 될 것 같다.
|
||
|
||
*
|
||
|
||
3분 정도 지난 후. 천사가 우리 앞에 내려섰다.
|
||
|
||
이제는 익숙한 감각으로 바로 상태창을 ‘필터 모드’로 바꿔서 천사를 바라보았다.
|
||
|
||
천방지축처럼 뛰어다닐 줄 알았는데 포기했느냐?
|
||
|
||
“저희같이 미천한 어린 양이 어찌 천사님의 손을 벗어나겠어요? 날아다니는 분이신데. 반성하고 조아리겠습니다.”
|
||
|
||
“엘레나는... 죽었습니까?”
|
||
|
||
인간의 저울로 여를 들어 올리려 한 죄. 깊고 깊도다. ‘주’께서 아이들에게 관대하나, 한계는 있는 법. 벌하지 않을 수 없었다. 너희는 어떤 길을 택할 것이냐?
|
||
|
||
“‘주’께 무릎 꿇겠나이다.”
|
||
|
||
“‘주’께 죄송하다 전해주세요~”
|
||
|
||
천사의 상태가 정상이 아니다. 날개는 여기저기 찢어졌고, 황금색 피가 몸 전체에서 흘러내렸다. 눈도 한쪽이 뭉개진 것 같다. 고개를 숙이며 발을 살피자 발가락도 세 개는 사라졌음이 보였다.
|
||
|
||
진심으로 놀랍다. 대체 ‘정의’는 어떤 힘이기에 이런 초현실적인 존재를 이 정도로 몰아세운 거지?
|
||
|
||
물론 나가서 이야기해볼 문제일 뿐. 아무리 봐도 이 천사가 지금 보다 3배는 많이 다치고 팔 두 개가 다 없어도 우리 정도는 손가락 하나로도 이길 것 같다.
|
||
|
||
지금은 숙여야 한다. 나간다면. 나가서 우리가 더욱 강해져서 돌아온 다음에 갚아주자.
|
||
|
||
아아. 비통하도다. 이 땅이 비명으로 가득 찼구나. 오늘 이 땅에서 30이 넘는 신실한 자가 숨을 거뒀도다. ‘주’여. 당신의 어린 딸 ‘아우렐리아’가 비나이다. 신실한 자에게 또 한 번의 기회를 허하소서.
|
||
|
||
천사가 우리 앞에서 하늘을 향해 고개 숙이며 기도했다.
|
||
|
||
그리고 기적이 일어났다.
|
||
|
||
엘레나가 터트린 사교도들의 신체가 무에서 일어섰다. 죽은자의 숨이 되돌아오고, 다친자의 상처가 나아간다.
|
||
|
||
이건... 정말 너무나 ‘압도적인 권능’이 아닌가? 기도 한 번으로 수십의 사람을 되살리는 권능. 이게 정녕 신이나 천사가 아닐 수가 있다고?
|
||
|
||
새삼스레 숭배할 생각이 든 건 아니다. 다만 언젠가 ‘이런 존재’를 쓰러트려야 한다는 생각하니 숨이 막혔다.
|
||
|
||
*
|
||
|
||
천상의 빛이 쏟아지는 순간, 천사가 뒤를 돌아서서 우리를 바라보았다.
|
||
|
||
아아 -
|
||
|
||
다시금 머릿속에서 찬송가가 울려 퍼진다. 자연스럽게 느낀다. 이건 ‘상태창’의 필터가 막을 수 있는 한도를 넘어선 힘.
|
||
|
||
우리가 자기 앞에서 멀쩡하게 대화하니까 ‘더 강한 정신제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걸까? 의식이 멀어진다. 내가 내 몸에서 붕 떠올랐다.
|
||
|
||
자연스럽게. 내가 위대한 분의 따님의 앞에 무릎을 꿇는 것을 ‘보았다.’
|
||
|
||
???
|
||
|
||
‘보았다’
|
||
|
||
나는 지금 ‘내가 무릎을 꿇는걸 보고 있다.’
|
||
|
||
대체 또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마치 3인칭 시점으로 게임을 하는 것처럼 내가 나를 보고 있다. 유체 이탈이라도 했나?
|
||
|
||
*
|
||
|
||
경찰이 도착했다. 어처구니없게도 야밤의 초현실적인 사태의 뒷마무리를 담당한 건 경찰이었다.
|
||
|
||
대체 누가 불렀을까?
|
||
|
||
모르겠지만, 도착한 경찰들은 차근차근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자, 김묵성, 이은솔, 엘레나의 시신을 수습한 후 ‘죽음에서 부활한’ 사교도들에게 이런저런 질문을 했다. 사교도들은 ‘충격에 빠진 어린 학생들’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우릴 차에 태워서 물샐 틈 없이 감시하며 기숙사로 보냈다.
|
||
|
||
그리고 난 그 모든 광경을 몸에서 벗어난 채로 마치 다른 세상 일 보듯이 감상했다. 분명히 ‘나’는 내 몸에서 벗어났는데. 내 몸은 자연스럽게 사교도들의 지시에 따라서 움직이고 있다.
|
||
|
||
진짜 살려는 주는구나.
|
||
|
||
솔직히 고개 숙인다고 살려줄지 의문스러웠는데, 정말 살려 줬다. 도주 시도하자 주저 없이 교사들에게 총을 쏜 것과 너무 다르다. 심지어 딱히 우리를 윽박지르지도 않았다. 오히려, ‘올바른길로 돌아오도록’ 훈계하는 분위기로 기이한 경전의 글귀만 읊었을 뿐.
|
||
|
||
이미 ‘천사’가 정신을 제압했으니 괜찮다고 생각하는 건가?
|
||
|
||
‘주’께서 아이에게 관대하다는 말은 그냥 한 말이 아닌 것 같다. 정말로 미성년자는 엘레나처럼 천사의 날개를 잡아 찢는 수준의 대죄가 아니면 벌하지 않는 것. 이게 그들의 교리인 걸까?
|
||
|
||
이유는 아무래도 됐다. 중요한 사실은 덕택에 나와 아리는 마지막까지 살아남았다는 점이다. 그리고... 나는 아직도 이 모든 광경을 공중에서 부유하면서 보고 있다.
|
||
|
||
이쯤 되어서야 짐작이 갔다.
|
||
|
||
‘천사가 이길 때의 대비책!’
|
||
|
||
이건 아리가 준 피에 특수한 효과가 있었음이 틀림없다. 기다리다 보면, 더 정확한 효과도 알게 되겠지. 나는 내가 할 수 있는걸 하자. 곰곰이 생각했다. 오늘 하루. 이 종교단체의 행각에서 드러난 명확한 행동원리. 경찰이 온 것을 보고 확신이 섰다.
|
||
|
||
우리는 내일 밤. 이번엔 진짜로 탈출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