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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화 – 104호, 저주의 방 - ‘입시 명문 호텔고’(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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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 : 한가인(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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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 18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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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위치 : 계층 1, 104호(저주의 방 – 입시 명문 호텔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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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자의 조언 :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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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솔(교사) :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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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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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숙사 방의 시계는 새벽 1시. 이 정도면, 야간 숙직 교사나 경비들 말고는 대부분 잠들었을 시간. 오늘 우리는 이곳을 탈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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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서 몇 권과 라이터를 준비한 후 방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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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 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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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소리. 최대한 조심스럽게 발을 내딛는데도 아무도 없는 야간의 기숙사에선 내 발소리가 울린다. 잠깐 고민하다가 신발을 벗고 양말로 걷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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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방 위치는 3층. 매 층 경비원이 있는 건 아니므로 1층까지는 쉽다. 문제는 1층 기숙사 정문. 경비원이 입구 앞을 지키고 있고, 문은 잠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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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 위쪽에 화재감지기가 보인다. 이걸 이용해서 1층의 경비원을 끌어내는 계획인데 잘되려나? 일단 책들을 서너권 쌓고 불을 붙였다. 학교 다니는 동안 교과서 태워 버리고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는데 소원을 이루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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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띵! 띵! 띵! 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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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적절하게 1층에 도착할 때쯤 경보기가 울렸다. 벽 뒤편에서 경비실을 주시하자, 경비원이 뛰쳐나오는 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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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비원이 사라진 사이에 1층 정문 근처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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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인(학생) : 지금 도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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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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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금이 풀리는 소리와 함께 은솔 누나가 교사카드로 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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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가자. 앞에 세워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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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바로 문밖으로 나가자 검은색 SUV 한대가 있었다. 여자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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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를 돌리자 이미 엘레나와 아리가 뒤편에 타 있고, 앞좌석엔 묵성 할아버지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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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인의 탈출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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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 나오셨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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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아리 따라갔더니 아리가 당당하게 정문으로 가서 경비원을 쳐다봤거든요? 그랬더니 스스로 문을 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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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나에게 걸었던 최면. 그걸 경비에게 걸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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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 다 조용. 너희는 들키면 안 되는 거 몰라? 맨 뒷칸 가서 이거 덮고 누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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휙 하고 검은 천 비슷한 게 날아왔다. 의자와 비슷한 색깔. 밤이기까지 하니 이걸 덮으면 거의 안 보이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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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같이 의자 뒤쪽 짐칸으로 가서 천을 뒤집어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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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헛, 죄송합니다. 잘 안 보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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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괜찮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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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하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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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은 공간에서 셋이서 숨는 것도 완전 힘드네. 손이나 발이 자꾸 물컹거리는 것과 부딪친다. 그게 뭔지는 그만 생각하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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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 ---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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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시간에 웬일이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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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고하십니다~ 잠깐 시내에서 볼일이 있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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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 좀 보여주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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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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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솔 교원 확인되셨습니다. 그런데 아시다시피 심야 외출은 미리 신청하셔야 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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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한 일이 있어서 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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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한 일이고 뭐고,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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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허 참. 젊은 친구. 수업 교보재로 구할 게 있어서 나가는 건데, 이렇게 빡빡하게 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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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헛 죄송합니다. 그런데 이 시간에 수업 교보재를 구하신다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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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게 아니고, 받아오는 거야. 시내에 아는 사람이 챙겨뒀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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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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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 참. 자꾸 이럴 거야! 교원 명의도 확인하지 않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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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알겠습니다. 그래도 다음번엔 꼭 미리 신청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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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나갈 수 있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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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이놈의 나이로 깔아뭉개기는 이 기괴한 호텔고에서도 통하는구나. 하기사, 어제는 근육으로 깔아뭉개기도 통했지. 이놈의 입시명문은 이상한 데서 K 문화가 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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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정문을 통과하자 긴장이 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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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로 탈출인가? 학교 밖으로 나왔으니 딱히 얽힐만한 게 없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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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생각을 했는지 다들 천을 치우고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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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된 것 같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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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 일단 학교는 벗어난 것 같네. 이대로 길 따라가다 보면 탈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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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밀히는 아직 학교라네. 내가 어제 교무실에서 이런저런 서류를 살펴보니, 이 터무니없는 학교는 정문 밖의 광대한 토지를 전부 학교법인 소유로 가지고 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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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그 법인 소유 땅에서 완전히 벗어나야 하는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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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를 일이지. 한 20분은 가야 벗어날 정도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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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로 20분? 속도 좀 더 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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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똥차야. 시속 50km도 안 나오는 구만. 부장 놈은 이런걸 차라고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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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긴장이 풀린 채 다들 이런저런 잡담을 하고 있던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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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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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이이이잉! --------위이이이이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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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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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어엇! 이건 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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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격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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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격대? 아니 대체 뭔 놈의 고등학교에 추격대가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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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비 종교가 점령해서 사람을 바꿔치는 고등학교엔 추격대가 있을 수도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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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 속도 못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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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이 똥차 속도 안 나온다! 아니 이게 대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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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지하라! -----------정지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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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뒤쪽을 바라봤다. 헤드라이트 불빛 수로 미뤄볼 때, 최소 4, 5대. 속도도 훨씬 빠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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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이거 어떡하죠? 대체 어떡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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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라! 어차피 이제 무르기는 늦었어. 할배! 죽어라 밟아봐요. 설마 하니 교사랑 학생이 있는 차에 거칠게 굴겠어? 어떻게든 이 학교 소유 땅만 벗어나면 뭐가 될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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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 -------탕! -------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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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와 학생이 있으니 거칠게 굴리가 없다는 말이 무색하게 총소리가 울려 퍼졌다! 아니 얘네 미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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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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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막 나가는 집단이라면, 애초에 우리가 학교에 도착하자마자 총 들고 협박해서 구교사로 데려갔으면 되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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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명문이라는 허울 좋은 명칭. 구교사로 데려가기 위해 시험이나 철인 3종 같은 ‘명분’을 준비하는 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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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는 분명히 뭔가 ‘감추려는’ 티라도 냈는데, 지금은 마치 다 필요 없다는 듯한 극단적인 대응. 비슷한 생각을 한걸까? 아리에게서 반응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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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역린을 건드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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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들이 절대 용납할 수 없는 뭔가를 한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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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아니라면 이 정도 극단성은 설명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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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출 시도 때문인가? 우리가 104호에서 나가려고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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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출시도 때문은 맞을거야. 그런데 원인을 그런식으로 생각하지 말고, '무대 내의 관점'에서 생각하는게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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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내의 관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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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다. 이 ‘무대’가 호텔이 만든 세계라는 사실은 ‘삼키는 자’ 같은 극도로 초월적인 존재들만 인지하는 사실. 대부분의 ‘등장인물’들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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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내의 관점. 이들은 사람을 가지고 이상한 짓을 하는 사이비 종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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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 세계에 노출되는 걸 피하려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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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사람을 바꿔치는 게 목적인데, 그걸 위해 입시학교를 만들고, 광대한 땅을 사고, 진짜 입시 교육까지 실제로 하고 있어. 최대한 ‘티 안 나게’ 하려고 애쓰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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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외부 세계의 이목을 사는 걸 극단적으로 꺼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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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걸 이용한다면 – 정면에서 상대방의 차가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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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 ---탕! - 탕! 쨍그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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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이이이이익! 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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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 빙글빙글 돌았다. 그야말로 통제 불능의 야수처럼 춤을 추던 차가 도로 밖을 벗어나더니 옆의 언덕과 거세게 충돌했다. 잠깐 사이에 여기저기 부딪치면서 온몸이 욱신거렸다. 정신없이 운전석 쪽을 살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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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성 할아버지의 머리가 터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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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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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에 들어온 이래로 잔혹한 장면은 쉼 없이 봤다. 그러나 여전히 이런 장면은 도무지 익숙해지지 않는다. 토악질이 나오는걸 억지로 참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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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는 말없이 다가가서 할아버지의 눈을 감겼다. 은솔 누나 쪽은... 이쪽도 몸에 구멍이 뚫려 있다. 누나의 눈은 내가 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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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사이에 교사팀이 전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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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이 멎는다. 형언할 수 없는 절망감이 나를 덮쳤다. 이렇게 끝이야? 이대로 학교로 끌려가서 교체당하는 결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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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순간. 아까부터 말이 없던 엘레나로부터 이변이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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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레나’는 속이 울렁거린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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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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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나는 이렇게 할 수 있는 게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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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축복이나 리더십, 무력, 신비한 도구 등으로 나름의 역할을 얻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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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순간까지도 할 수 있는 게 없다. 탈출 조차도 그저 아리 뒤만 쫓아다녔을 뿐. 이렇게 총까지 쏘는 추격대가 와서 모두를 죽이려고 하는데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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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를 죽이려고 하는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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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찬물을 끼얹은 것처럼 머리가 맑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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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도 알지 못했던 지식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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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 이걸 지식이라고 해야 할까? 그보다는 어떤 감각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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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면의 깊은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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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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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수 없는 어딘가에 하나의 천칭이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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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죄악을 재는 천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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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란 무엇인가. 죄를 지은 자는 그 응보가 따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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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나먼 고대의 로마시대 사람들조차도 믿었다. 세상 어딘가에 죄악을 저울로 재어 올바른 질서를 세울 수 있는 신이 있기를. 정의의 여신의 천칭이 세상에 질서를 가져오기를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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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가 무엇을 해야 할지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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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압했습니다! 선생 둘은 사망! 뒷좌석 학생들은 어떻게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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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까지 죽이진 말라는 지시가 있었다. 타락한 어른이야 늦었지만, 아이들에겐 아직 구원의 길이 있음이라. 살려서 데려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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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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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라. 너희의 죄가 작지 않지만, ‘주’의 품은 한없이 넓으니. 너희는 아직 용서 받을 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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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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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거대한 하늘의 망치가 사람을 내리친것 같다. 한순간에 사교도가 으깬 감자처럼 짓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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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혹함에 놀라기 이전에,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인지 이해할 수 없어서 넋이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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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지? 대체 무슨 일이냐? 갑자기 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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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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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으깨졌다. 반쯤 작살난 차 안에서 억지로 나와서 엘레나를 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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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 - 황금색으로 빛나는 도구. 저울? 저울이 엘레나의 주변을 공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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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퍽! ----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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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하늘에서 거대한 망치가 내리찍기라도 하는 것처럼 추격대가 순식간에 터져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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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 탕! 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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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게 추격대가 총을 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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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 없는 저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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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레나는 애초에 딱히 차에서 나오지도 않고 있고, 반쯤 망가진 차는 훌륭한 방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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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엘레나는 차 안에서 멍하니 하늘을 쳐다 보면서 20명이 넘는 추격대를 전부 터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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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일 아니라는 듯이 태연하게, 호기심 어린 아리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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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정의’의 힘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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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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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커니즘이 대체 뭐야? 조건이 복잡해서 강할 줄은 알았지만, 이건 너무 심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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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요... 아직은 나도 이해중이랍니다. 나가서 이야기하는 게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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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도 맞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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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는 그쯤 하고, 우리 그러면 당장 탈출합시다. 차로 꽤 많이 온 상태니까, 걸어서 1시간 정도면 이 빌어먹을 학교 땅을 벗어날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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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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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레나양? 그게 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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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란 곧 공정한 것. 자의적으로 처벌 받을자와 그렇지 않은 자를 구별해선 안 되는 것. 일단 ‘집행’이 시작됐으니, 저는 끝까지 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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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해야 한다. 그 말은 설마 학교로 돌아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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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인 모양인데? 학교로 돌아가서 다른 사교도까지 다 죽여야 해? 일단 축복이 시동 걸리면 자신도 멈출 수 없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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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죽여야 하는 건지는 저도 가 봐야 알겠지만, 돌아가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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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피곤한 능력이다. 손도 대지 않고 수십 명을 터트릴 정도로 말도 안 되는 위력. 지금까지 우리가 봐온 그 어떤 축복도 이런 임팩트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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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조건도 황당할 정도로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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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인간 비슷한 존재를 대상으로 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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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사악한 행위를 인식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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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진 알고 있었는데, 거기에 3이 있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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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집행을 시작하면 자의로 멈출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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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하지? 엘레나는 선택권이 없는 것 같고, 아리 너랑 나라도 도망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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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걱정하지 않아도 되느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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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에게도 선택권은 없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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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서 - 천사가 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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