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dd 3 AI agents (writing, revision, story-continuity specialists) - Add 4 slash commands (rovel.create, write, complete, seed) - Add novel creation/writing rules - Add Novelpia reference data (115 works, 3328 chapters) - Add CLAUDE.md and README.md 🤖 Generated with [Claude Code](https://claude.com/claude-code) Co-Authored-By: Claude Opus 4.5 <noreply@anthropic.com>
339 lines
12 KiB
Markdown
339 lines
12 KiB
Markdown
|
||
40화 – 축복의 성소, 104호 진입
|
||
|
||
[사용자 : 한가인(지혜)
|
||
|
||
날짜 : 14일차
|
||
|
||
현재 위치 : 계층 ???, 축복의 성소
|
||
|
||
현자의 조언 : 3]
|
||
|
||
기묘한 공간. ‘성소’이기 때문일까?
|
||
|
||
마치 별빛 같은 광채가 끝없이 높은 하늘에서 쏟아져 내렸고,
|
||
|
||
땅에는 거대한 빛의 응집체와 호텔 여기저기서 봤던 디스플레이가 있다.
|
||
|
||
최소한 어떤 위험이 있는 느낌은 아니다.
|
||
|
||
긴장이 풀릴 때쯤, 디스플레이에 문자열이 떠올랐다.
|
||
|
||
/축복의 성소에 도달한 것을 축하합니다!
|
||
|
||
도전자 여러분은 성소에서 자기 축복을 이해하고, 강화할 수 있습니다.
|
||
|
||
그러나 강화할 자격이 있는 사람에 한합니다./
|
||
|
||
온갖 미사여구를 늘어놓으며 혼란스럽게 하던 통상적인 호텔의 안내문과 달리 ‘성소’의 안내문은 짧고 명료했다.
|
||
|
||
축복을 이해하고 강화할 수 있다. 강화에는 자격을 요한다.
|
||
|
||
다들 얼떨떨한 분위기로 서 있다가 상황을 이해했다.
|
||
|
||
“이거... 아무래도 딱히 위험한 장소는 아닌 것 같은데? 말 그대로 축복과 관련된 도움을 주는 장소인 모양인데.”
|
||
|
||
“이해, 강화. 둘 다 괜찮네요? 저처럼 상태창 딱 떠서 아 이게 내 축복이다! 하는 사람도 있지만,
|
||
|
||
아직도 자기 축복이 뭔지 모르는 사람도 있으니까. 강화야 말할 필요도 없이 좋고”
|
||
|
||
“정말 다행이예요. 솔직히 다들 뭔가 초능력 같은 게 생겼는데, 저만 그냥 ‘정의’라고 뜬구름잡는 단어만 알려주고 아무것도 없어서 너무 답답했는데.”
|
||
|
||
“그런데 ‘강화의 자격’ 이게 뭐냐? 애초에 강화가 되면 어떻게 좋아지는지도 모르겠는데.
|
||
|
||
내가 지금 보다 더 세지면, 이제 주먹질로 콘크리트도 부수는 건가?”
|
||
|
||
“일단 저 빛으로 가보죠. 가보면 뭐라도 뜰 것 같네요.”
|
||
|
||
전원이 광원으로 다가가는 순간, 디스플레이의 내용이 바뀌었다.
|
||
|
||
1. 이해 2. 강화
|
||
|
||
크게 떠오른 두 글자.
|
||
|
||
뭔가 알 것 같아서 손을 내밀어서 ‘이해’를 터치했다.
|
||
|
||
곧바로 반응이 왔다. 아 이거 터치도 되는구나
|
||
|
||
한가인(20) - 지혜 -> 호텔에서 살아남기 위한 지식 획득
|
||
|
||
차진철(31) – 용기 -> 신체의 강화
|
||
|
||
유송이(17) – 친화 -> 혼돈체를 상대로 한 친화력 발생
|
||
|
||
박승엽(14) - 행운 -> 주기적으로 발현되는 행운
|
||
|
||
이은솔(32) - 부귀 -> HP 마켓의 접속과 보급
|
||
|
||
김묵성(64) - 소통 -> 참가자들간의 정신 연결
|
||
|
||
엘레나(23) – 정의 -> 악인에 대한 응징
|
||
|
||
김아리(16) - 암시 -> 자신과 타인에 대한 최면
|
||
|
||
대부분은 이미 짐작한 내용이다.
|
||
|
||
지혜, 용기, 친화, 행운, 부귀의 내용은 짐작했던 대로다.
|
||
|
||
암시도 짐작했던 것과 다르지 않다.
|
||
|
||
역시나, 모두가 신기하게 여긴 건 ‘정의’ 였다.
|
||
|
||
“악인에 대한 응징?”
|
||
|
||
“엘레나양, 뭔가 짐작 가는 게 있으십니까?”
|
||
|
||
“여전히 전혀 모르겠네요. 애초에, 여태 호텔에서 사악한 존재를 자주 만났지만 한 번도 무슨 응징할 만한 능력이 생긴적이 없는데.”
|
||
|
||
“약간 알 것 같긴 합니다. ‘사악한 존재’가 아니라, ‘악인’ 이건 최소한 ‘인간 같은 존재’이긴 해야 한다는 말이겠죠?
|
||
|
||
그렇게 보면, 아타나시아들은 ‘인간’이 아예 아니고 농장가족이야 이제 와서 보면 전혀 악하지 않은 존재들이었으니 발동하지 않은 거겠죠.”
|
||
|
||
“103호 인간목장에선 가인이 말대로 ‘악한 인간’이 없어서 그랬다 치고, 101호 기묘한 가족에선?
|
||
|
||
걔네는 분명히 사악한 인간이었을 텐데.
|
||
|
||
102호 공포의 저택에서도 엘레나가 마지막으로 만난 빙의된 송이는 분명히 사악한 인간이고.”
|
||
|
||
103호는 쉽게 이해가 갔는데, 101호와 102호에서도 ‘정의’가 발동하지 않은 이유는 모르겠다.
|
||
|
||
다들 침묵하며 생각하던 중 아리가 입을 열었다.
|
||
|
||
“본인이 인지해야 작동하는 게 아닐까요?”
|
||
|
||
“엘레나가 상대가 사악한 인간임을 인지해야 한다?”
|
||
|
||
설득력이 있다.
|
||
|
||
101호 기묘한 가족에선 본인의 정신이 비틀어진 상태였으니 정상적인 판단이 불가능했을테니 '인지'하지 못했다.
|
||
|
||
102호 공포의 저택에선 자다가 죽었으니 빙의된 송이의 사악함을 인지하지 못했다.
|
||
|
||
“그게 사실이라면, 제 축복은 너무 제약이 심한 게 아닌가요? 이 호텔은 무슨 일이 생겼는지 아는 것부터가 엄청 어려운데.”
|
||
|
||
“누나! 좋게 생각해요. 이 호텔은 약간 게임 식이거든요. 조건이 많이 붙었으면 반대로 그 조건이 충족되는 순간은 엄청 강할거예요. 그래야 밸런스가 맞으니까!”
|
||
|
||
밸런스.
|
||
|
||
틀린 말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확실히 우리의 추론대로면 ‘엘레나’의 축복은 다른 축복에 비해 조건이 까다롭다.
|
||
|
||
이렇게 조건 충족이 어렵다면, 충족할 때는 그만큼 강한 능력이어야 균형이 맞겠지.
|
||
|
||
그 정도로 상황을 정리하고, 디스플레이의 다음 버튼을 눌렀다.
|
||
|
||
2. 강화
|
||
|
||
박승엽, 한가인, 유송이의 강화가 가능합니다. 진행하시겠습니까? (네/아니오)
|
||
|
||
딱 3명. 나머지 사람들의 이름은 없다.
|
||
|
||
이름 세 개를 보는 순간 모두가 ‘강화의 자격’이 뭔지 깨달았다.
|
||
|
||
저주의 방 탈출/해결에 절대적인 기여를 했을 것!
|
||
|
||
101호는 승엽이 혼자서 탈출했고
|
||
|
||
102호는 솔직히 내가 거의 다 했다.
|
||
|
||
103호는 송이가 혼자 클리어까지 했다.
|
||
|
||
“약간 아쉽네. 나도 매번 머리 쓴다고 썼는데... 그래도, 저 3명이 맞긴 맞는 것 같다.
|
||
|
||
클릭해 봐. 강화라는 게 어떻게 될지 궁금한데?”
|
||
|
||
자연스럽게 ‘네’를 클릭했다.
|
||
|
||
/강화 진행 중-------------완료!/
|
||
|
||
!!!
|
||
|
||
성소 한가운데를 밝히던 광채가 갑자기 나와 승엽이, 송이를 강타했다.
|
||
|
||
한순간에 의식이 몸에서 빠져나감을 느꼈다.
|
||
|
||
*
|
||
|
||
상승.
|
||
|
||
상승.
|
||
|
||
아, 나는 지금 하늘을 나는 걸까?
|
||
|
||
유체 이탈이라는 게 이런 건가?
|
||
|
||
지금의 나에게는 몸이 없다.
|
||
|
||
무언가 – 내 의식만 끝없이 위로 올라간다.
|
||
|
||
물리적인 개념의 ‘위’가 아닌 보다 근본적인 의미로서의 ‘위’
|
||
|
||
진정으로 지상을 초월한 장소
|
||
|
||
어디에도 없는 땅.
|
||
|
||
어느 순간 상승이 멈췄다.
|
||
|
||
거대한 – 새가 내 앞에 섰다.
|
||
|
||
올빼미.
|
||
|
||
무심코 보다가 깨달았다. 익숙한데?
|
||
|
||
호텔에 들어오기 전날 밤. 잡아들었던 조각상. 그 모양과 닮았다.
|
||
|
||
최근에는 실망스러웠다.
|
||
|
||
나에게 말한 것인가?
|
||
|
||
어리석은 자는 아니라 여겼는데, 아타나시아의 간단한 수작도 알아채지 못할 줄이야.
|
||
|
||
103호에 대한 이야기?
|
||
|
||
그러나 저택에선 나쁘진 않았으니, 합쳐서 보면 가능성은 있다고 평하마.
|
||
|
||
이 자는 누구인데, 나를 평가하는 걸까.
|
||
|
||
너의 후원자라고 해 두지. 앞으로도 몇 번은 나를 보게 될 터...
|
||
|
||
좀 더 얹어 주마. 다음번엔 유산 정도는 얻어내고 오길 바란다.
|
||
|
||
짧은 대화. 아니, ‘대화’라고 할 수 있을까? 일방적인 의사의 전달.
|
||
|
||
끝없이 드높은 공간에서 의식이 아래로 추락했다..........
|
||
|
||
*
|
||
|
||
[한가인(20) - 지혜 -> 이제부터 동료의 위치를 알 수 있습니다.]
|
||
|
||
*
|
||
|
||
[사용자 : 한가인(지혜)
|
||
|
||
날짜 : 15일차
|
||
|
||
현재 위치 : 계층 1, 105호(휴식의 방)
|
||
|
||
현자의 조언 : 3]
|
||
|
||
침대에서 일어나자마자 확인했다. 15일차.
|
||
|
||
어처구니없게도 그 잠깐 사이에 하루가 삭제됐구나.
|
||
|
||
꿀같은 3일의 휴식. 조금이라도 여유 있게 보내고 싶었는데...
|
||
|
||
13일은 팔찌 시험, 14일 오전은 탐색으로 다 썼고, 14일 오후와 15일 오전은 그냥 눈감았다 뜨니까 삭제됐다.
|
||
|
||
심지어 뭐 좋은 말이라도 듣고 왔으면 모르겠다.
|
||
|
||
실망스럽다, 다음엔 유산이나 얻어와라
|
||
|
||
이런 욕나오는 ‘평가’나 듣고 오니 황당할 따름이다.
|
||
|
||
누가 이런 이상한 곳에 납치해 달라고 부탁이라도 했냐?
|
||
|
||
어이가 없어서 욕지거리를 내뱉다가, 문득 상태창에 새로운 기능이 생겼음을 확인했다.
|
||
|
||
[사용자 : 한가인(지혜)
|
||
|
||
날짜 : 15일차
|
||
|
||
현재 위치 : 계층 1, 105호(휴식의 방)
|
||
|
||
현자의 조언 : 3
|
||
|
||
동료 위치정보(!)]
|
||
|
||
혹시나 해서 확인해 보자 전원이 계층 1, 휴식의 방에 있다고 나온다.
|
||
|
||
저주의 방에 들어가면, 더 ‘상세한 위치’를 알려주는 걸까?
|
||
|
||
확실히 유용한 기능이다.
|
||
|
||
마침 식사 시간 도중인 듯해서 식당 쪽으로 가자 동료들이 있었다.
|
||
|
||
“햐! 이제 나오는구만. 어제, 셋이서 갑자기 쓰러져서 얼마나 당황했는지 아냐? 내가 다 날랐다 임마! 그리고 승엽이랑 송이는 진작 나왔는데, 너는 왜 이리 늦게 나오나 했다.”
|
||
|
||
“그래서 가인이 너는 뭐 얻은 거 있니?”
|
||
|
||
“네. 이제 ‘동료 위치정보’가 뜨면서 여러분 위치가 나오네요. 지금은 그냥 방만 나오는데, 아마 저주의 방에 들어가면 더 자세한 위치가 나오지 않을까요?”
|
||
|
||
즉시 변화를 확인할 수 있는 나와 달리 송이와 승엽이는 갸웃거리는 반응이 나왔다.
|
||
|
||
“음... 저는 주변에 ‘혼돈체’가 없으니 뭐 확인할 방법이 없네요.”
|
||
|
||
“전 그냥 불투명한 창 하나만 생겼어요. [98%] 이렇게만 있네요.”
|
||
|
||
“100%가 되면 ‘쿨타임’이 차는 모양이지. 그때가 되면 원하는 순간에 운이 좋아질 수 있나 보네. 98%면, 거의 다 찼구만.”
|
||
|
||
대략 축복의 변화에 대해 말을 나눈 후 나도 뒤늦게 저녁식사했다.
|
||
|
||
새삼 억울하네.
|
||
|
||
억지로 끌려왔는데, 제대로 못한다고 지적이나 당하고, 휴식날짜는 하루 삭제되고.
|
||
|
||
군대도 이렇게까지 개념이 없진 않을 것 같다.
|
||
|
||
*
|
||
|
||
식사까지 끝난 후, 본격적으로 토의를 시작했다.
|
||
|
||
안건은 ‘대체 HP 마켓에서 어떤 물건을 주문할 것인가.’
|
||
|
||
“어제도 말했지만, 하나는 캡사이신으로 할게. 내가 돌아다니면서 스프레이는 보이는 대로 모아서 지금 4개까진 만들었는데, 정작 캡사이신이 다 떨어졌어.”
|
||
|
||
“나머지 두 개도 무기로 합니까? 제 톤파같은 걸로?”
|
||
|
||
“그게 고민이야. 톤파든 뭐든 그런 물리적인 도구는 여자들에겐 그냥 캡사이신 스프레이만 못하다고 봐. 게다가, 이 호텔은 장식품으로 날붙이가 여기저기 있잖아. 가인이 은단검도 그냥 호텔에서 주운 거고.”
|
||
|
||
일리가 있다.
|
||
|
||
어차피 HP 마켓에 무슨 총이나 제대로 된 날붙이가 있는 것도 아니다. 사봐야 식칼.
|
||
|
||
그런 건 그냥 호텔에 여기저기 장식된 날붙이들보다 나은 점이 없다.
|
||
|
||
말없이 있던 아리가 한마디 했다.
|
||
|
||
“라이터.”
|
||
|
||
“라이터?”
|
||
|
||
“불을 붙이는 도구는 어떤 식으로든 쓸모가 있을 것 같네요. 그리고 돌아다니면서 라이터는 못 봐서.”
|
||
|
||
“나쁘지 않네. 그러면 하나-”
|
||
|
||
“누님, 우리가 어차피 뭐 담뱃불 붙이는데 쓸리도 없으니, 무기로 쓴다 생각도 하면 아예 토치가 어떻습니까?”
|
||
|
||
“형, 토치는 오히려 휴대성이 너무 떨어지지 않나요?”
|
||
|
||
“그러면 캔들라이터로 하자.”
|
||
|
||
“캔들라이터가 뭔가요?”
|
||
|
||
“고깃집 같은 데서 쓰는 그 주둥이 길쭉한 라이터. 보면 알 거다.”
|
||
|
||
이후로도 이런저런 대화를 나눴지만, 세 번째 물품으로 적합한 건 다들 떠올리지 못했다.
|
||
|
||
결국, 페퍼 스프레이 제작용 캡사이신이 어차피 소모품이니, 2통 주문하고 다른 하나는 라이터로 정한 후 그날의 하루가 끝났다.
|
||
|
||
이튿날, 16일차 아침. 우리는 104호로 진입했다.
|
||
|
||
*
|
||
|
||
[사용자 : 한가인(지혜)
|
||
|
||
날짜 : 16일차
|
||
|
||
현재 위치 : 계층 1, 104호(저주의 방 – 입시 명문 호텔고)
|
||
|
||
현자의 조언 : 3]
|
||
|
||
띵 동 댕 동~
|
||
|
||
익숙한 교복.
|
||
|
||
멍한 표정으로 주변을 바라보는 동료들. 그리고 수많은 학생 역할의 NPC들.
|
||
|
||
수능 끝난 고3. 대학 입학 직전 인생의 최대 황금기.
|
||
|
||
나는 고등학교로 돌아왔다. 그것도 ‘호텔고’라는 답이 없는 이름의 학교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