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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화 - 103호, 저주의 방 - ‘동물농장’(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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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 : 한가인(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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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 13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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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위치 : 계층 1, 103호(저주의 방 – 동물농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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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자의 조언 :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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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볍게 털을 핥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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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익숙해진 4족 보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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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여러 동물 중 고양이가 된 건 꽤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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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대로 우아한 동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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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종이 노르웨이숲인것도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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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어도 소나 돼지는 아니어서 다행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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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티원들에겐 좀 미안한 이야기지만, 난 사실 농장가족에게 대단히 원한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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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그 사람들이 무슨 잘못을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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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거위 털이 충분히 자랐으니 뽑았고, 늑대가 쳐들어오니 죽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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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맥락에서 소가 상했으니 도축을 준비중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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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에서 언제나 일어나는 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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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필, 그 거위, 그 늑대, 그 소 내부에 사람이 들어가 있던 게 문제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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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해야할 건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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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아아아옹! 미야아아아아아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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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한 크게 외쳐서 시선을 모았다. 아침부터 목청껏 소리를 내자 메이가 자연스럽게 내쪽을 쳐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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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부터 할 일을 생각하면 좀 미안하긴 한데, 저 애는 날 꽤 좋아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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툭 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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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아리야 안돼! 이리와~ 아리 착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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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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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어어! 아니 아리 그거 치면 안 돼! 엄마가 그 꽃병 아낀단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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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 그래서 치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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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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쨍그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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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아아아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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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를 불러놓고, 딱 봐도 제일 비싸보이던 꽃병을 툭툭 쳐서 떨어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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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완전 재밌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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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명소리와 함께 에이미까지 방에 와서 뭐라뭐라 고함치기 시작했지만 아무래도 좋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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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무시하고 창밖으로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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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내 마지막 역할을 위해 소 축사로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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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이게 대체 무슨 일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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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이언은 도저히 정신을 차릴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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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서 농장을 정상화할 방법을 찾느라 골머리를 앓기 시작한지 10분도 안돼서 들린 고함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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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서 부엌으로 가보자, 아내가 아끼던 꽃병이 산산조각 나있는데다가 고양이가 도망갔다고 딸은 난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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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어제 늑대 사태로도 정신이 없었는데 요즘은 왜 이리 일진이 꼬이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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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브라이언의 악몽은 이제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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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지금 농장 쪽으로! 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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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없이 뛰어가보자, 왠 덩치 큰 멧돼지가 밭을 초토화시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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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 작물을 골라서 뜯어먹는것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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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밭을 망치는 것 자체가 목적인 것처럼 작물을 뽑고 밟는데만 열심힌게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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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끝까지 분노가 차오름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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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조심하고 있어라. 총 가져올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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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이언은 바로 총을 챙기기 위해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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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농장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 이해할 수는 없지만,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는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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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문제를 일으키는 놈들의 머리통을 날리다 보면 해결이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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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태 해결을 위해 달려가려던 중, 충직한 골든 리트리버가 자신을 물끄러미 쳐다보는걸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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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장의 대혼란 와중에서도 무슨 일이 있냐는듯 생기발랄하게 꼬리를 흔드는걸 보자 마음이 안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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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별 일 아니다. 멧돼지를 쏘아 죽이고, 고양이도 쫓아내든지 하면 될 일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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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멍멍(엘레나) : 농부 총 가지러 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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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뱀(이은솔) : 나도 위치 잡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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멧돼지(차진철) : 피해야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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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고양(김아리) : 날 믿으면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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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우(한가인) : 언제 오는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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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고양(김아리) : 혹시 모르니 총 상태 확인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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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에서 사냥총을 집어들자 마음이 편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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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 어제 그 많은 늑대들도 결국 총 두자루로 해결하지 않았는가. 멧돼지만 쏴죽이면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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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착하게 밭으로 가자 멧돼지는 겁도 없는지 피하지도 않고 밭을 망치는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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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목에서 열이 솟아오르는것을 느끼며 바로 방아쇠를 당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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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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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순간, 총이 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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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아아아아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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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의 비명소리가 농장을 가득 메우는게 들린다. 가족들도, 다 놀라서 뛰쳐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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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획 성공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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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밤잠을 설치며(고양이는 원래 밤잠이 없긴 하지만) 총구에 쓰레기를 쑤셔넣어서 막은게 효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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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장 가족들이 경악을 감추지 못하며 브라이언을 침대로 이동시켜 약을 뿌린다 붕대를 감는다 야단법석을 시작한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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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이제 나는 계획의 마지막 작업을 하러 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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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짝 뛰어올라서 창틀을 통해 이동, 잠시 뜀박질을 하다보니 소 축사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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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도착하니까 기다렸다는 듯이 바닥에 엎드려있던 검은 소가 상체를 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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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가 외부로 나가는걸 막는 목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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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식하게 힘으로 부수는 건 소에게도 불가능하지만, 사실 구조는 너무나 단순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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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손잡이를 왼쪽으로 꺽으며 위로 들어올리면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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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하게도, 사람까지 들어가기 힘들게 만들 이유는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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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승에게야, 이 정도로 충분하다. 목책의 손잡이를 사용하는 지혜가 없으니 나갈 방도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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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생각하는 짐승에겐 사정이 좀 다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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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의 빈약한 근력 덕에 손잡이를 들어올리는게 마냥 쉽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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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지로 온몸을 비틀어서 손잡이를 들어올리자 기다렸다는 듯이 건너편의 흑우가 뿔로 들어올린 손잡이를 지탱한 후 본인 힘으로 비틀어서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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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내 역할은 다 했구나. 남은 일은 덩치 큰 친구들이 잘 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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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어먹을 농장에 소로 들어온지 4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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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자유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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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오자마자 제일 먼저 한건, 다른 소들도 전부 나오게 만든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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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의 축사 손잡이를 뿔로 전부 열어제끼고, 당황해서 밍기적거리는 소들의 엉덩이를 한번씩 찔러주자 놀라서 다 나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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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난동을 부리는건 저 친구들이 할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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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거위쪽으로 가야겠구나. 송이도 진짜 답답했을테니 풀어줄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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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장붕괴작전이 시작됐다는건 딱히 누군가의 설명 없어도 바로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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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이 되자마자 농장에 비명과 고함이 가득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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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비명소리, 슬픔에 가득 찬 울음소리, 동물들이 내는 대 소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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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농장은 이쯤 되면 확실히 망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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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이 작전이 정말 맞는 길인지 의구심이 들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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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가 틀린 건지 딱부러지게 말할 자신이 없어서 오늘은 아무 말도 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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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혼자 깃털이나 다듬던 중, 갑자기 거위 사육장의 문이 털컹 하고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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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와중에 사육장 관리를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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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육장 관리를 하러 사람이 온게 아니었다. 소가 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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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사육장 문은 어떻게 연걸까? 하기사, ‘생각하는 소’인데 보통 소처럼 생각하면 안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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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카톡’을 안해도 무슨 의미인지는 바로 이해했다. 나도 이제 나오라는 말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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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의 마지막까지도 계획에 확신은 들지 않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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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해도, 이젠 모두를 도울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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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거위가 대체 뭘 해야 농장을 망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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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서 한번도 뭔가를 망치기 위한 고민을 이렇게 깊게 해본적은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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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뭘 안해도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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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다니다 보니 이미 농장은 개판 그 자체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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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얼마나 난리를 친건지 10마리도 넘는 소가 괴성을 내지르며 뛰어다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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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더 망칠것도 없어 보이는 밭에선 멧돼지 한마리가 목책까지 무너트릴 기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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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마리가 넘는 거위들이 하늘을 날아오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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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에 피투성이가 된 농장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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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 브라이언. 농장은 아무리 봐도 망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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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뭘 얹을게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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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다니다가 할 일을 발견했다. 저건, 마차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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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니, 이 ‘무대’는 대체 몇년대가 배경인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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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류는 모르겠지만 농장주가 총을 들고 다니는데 이동수단은 또 마차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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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차에 다가가서 바퀴 가운데의 나무 못 비슷한걸 부리로 건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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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나 빼면서 남은 시간을 보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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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렇게 농장을 망치다 보면 ‘탈출’이 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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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부터 계속 느끼는 점이지만 요번 작전은 진짜 어딘가 이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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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상념에 빠져서 열심히 바퀴 나무못을 건드리던 중 그림자가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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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이 자식! 어? 어제 입질하던 놈 아닌가? 이상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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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질하던 놈은 죽었는데... 하여튼, 넌 또 왜 여기서 이러는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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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한 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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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람일때 봤다면 나름 생기있는 농촌소년이라고 좋게 생각했을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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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위 상태로 만나니까 세상 제일 무섭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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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목을 피터의 손이 붙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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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설마 이렇게 죽는거야? 나무 바퀴 못좀 건드렸다고 바로 잡을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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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설마 하는 사이에 피터의 손에 힘이 확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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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이 흐려진다. 아, 이렇게 어처구니 없는 결말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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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호에서조차도 난 아무것도 못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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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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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득하게 거대한 형체가 주변을 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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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막이 - 주변을 가득 메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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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안되는 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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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직전까지 모든 사람과 가축이 미쳐 날뛰느라 귀가 얼얼할 지경의 소음이 주변을 가득 메웠는데 한순간에 모기 소리도 안 들릴 만큼 조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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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둑한 형상의 촉수가 뻗어올라 피터를 건드리자 내 몸이 자유로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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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살려줬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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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동안은 긴가민가 했지만, 이제는 확신이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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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도깨비’는 날 나름대로 아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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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며칠간도 그랬지. 아리가 발견했을땐 그 어떤 접촉도 하지 않았다는데 나에겐 매번 와서 머리를 쓰다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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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이번엔 대놓고 위기에서 구해주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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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지금은 낮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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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그간의 행동패턴에 따르면 밤에만 활동하는 존재인데 내가 위기에 빠지자 낮인데도 나타난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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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저건 뭘까. 사람도 아닌 무언가가 날 아낀다는 건 기쁘다기보다는 굉장히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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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타났을 때처럼, 형체는 전조도 없이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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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는 마치 최면이라도 걸린것처럼 아무일 없었다는 듯이 뒤를 돌아서 다른 일을 하러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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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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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순간이 되서야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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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부터 소위 농장붕괴전략을 들을 때 마다 느꼈던 위화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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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 이상하다고 느꼈던 의구심의 정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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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상한 농장에서 가장 초현실적인 존재는 명백히 저 ‘도깨비’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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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장붕괴전략, 더 정확히는 파티가 만들어낸 탈출 계획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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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에 대한 고려가 전혀 없다. 마치, 그런게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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