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dd 3 AI agents (writing, revision, story-continuity specialists) - Add 4 slash commands (rovel.create, write, complete, seed) - Add novel creation/writing rules - Add Novelpia reference data (115 works, 3328 chapters) - Add CLAUDE.md and README.md 🤖 Generated with [Claude Code](https://claude.com/claude-code) Co-Authored-By: Claude Opus 4.5 <noreply@anthropic.com>
297 lines
10 KiB
Markdown
297 lines
10 KiB
Markdown
|
||
30화 - 103호, 저주의 방 - ‘동물농장’(4)
|
||
|
||
[사용자 : 한가인(지혜)
|
||
|
||
날짜 : 12일차
|
||
|
||
현재 위치 : 계층 1, 103호(저주의 방 – 동물농장)
|
||
|
||
현자의 조언 : 3]
|
||
|
||
- 한가인
|
||
|
||
가슴이 답답하다. 숨이 쉬어지지 않는다.
|
||
|
||
마음 깊숙한 곳에서 솟아오르는 뜨거운 것이 위부터 식도까지 불태우며 올라온다.
|
||
|
||
아직도 승엽이의 심장을 관통하던 총소리가 귓가에서 울려 퍼진다.
|
||
|
||
대체 왜?
|
||
|
||
분명히 도망가라고 말했는데. 무리하지 말라고, 여차하면 나 혼자 죽으면 그만이라고 말했는데!
|
||
|
||
그런데 그 멍청이는 도망가긴 커녕, 농부를 상대로 위험천만한 도발을 벌인 끝에 농부를 소 축사 쪽으로 데려오기까지 했다.
|
||
|
||
그 대가는 한 발의 총탄.
|
||
|
||
늑대가 총을 쥔 인간을 상대로 도발한 대가는 끔찍했다.
|
||
|
||
인내해야 한다. 아직은 끝난 게 아니니까.
|
||
|
||
살아나가면 된다.
|
||
|
||
어떻게든지 나가기만 하면, 바보같이 날 구하려다가 죽은 녀석도 다시 일어설 테니까.
|
||
|
||
그때 머리 한 대 쥐어박으면서 왜 내 말 안 들었냐고 혼내주고, 그다음엔...
|
||
|
||
한동안 승엽이가 아리와 자주 만날 수 있게 노력이나 해볼까? 아하, 이건 그래도 아리 생각도 들어봐야겠네.
|
||
|
||
억지로 생각을 돌리고 돌렸다.
|
||
|
||
어떻게든지 안전하게 나가서 이렇게 해 보자 저렇게 해 보자 하다 보니 마음이 조금은 가라앉았다.
|
||
|
||
천천히, 천천히 마음을 얼렸다. 분노는 아무짝에도 쓸모없으니까.
|
||
|
||
영화에 나오는 초록 괴물은 분노할 수록 끝없이 강해진다지만 나랑은 무관한 이야기.
|
||
|
||
분노는 어리석은 판단을 만들어 낼 뿐이다.
|
||
|
||
마음이 얼어붙으며 되살아난 이성이 여러 경고를 시작했다.
|
||
|
||
부서진 다리. 다리 쪽이 정상이 아니다.
|
||
|
||
3마리의 늑대와 싸우던 중 한 마리가 앞에서 얼쩡거리는 것에 시선이 쏠렸다.
|
||
|
||
그 사이에 후방의 늑대가 내 다리를 어찌나 거세게 물었는 지, 숫제 일어나는 것조차 어려웠다.
|
||
|
||
쥐대왕(김묵성) : 다들... 괜찮나?
|
||
|
||
똑똑뱀(이은솔) : 상황정리. 나머지 문제없음. 늑대 사망, 소 부상
|
||
|
||
돼지(차진철) : 다리 부상 어느 정도?
|
||
|
||
흑우(한가인) : 부상 심함.
|
||
|
||
똑똑뱀(이은솔) : 변수 많아짐. 정보수집 필요.
|
||
|
||
변수가 많아졌다.
|
||
|
||
나와 똑같은 생각을 누나도 하는구나.
|
||
|
||
그 말이 맞다.
|
||
|
||
농장은 딱 봐도 여기저기 난리가 났고, 가축들은 여럿이 다쳐서 신음을 토해냈다.
|
||
|
||
농장 가족들도 여기저기서 슬피 우는소리가 들렸다.
|
||
|
||
늑대사태도 완전히 끝난 게 아니다. 실질적으로 죽은 늑대는 10마리 안팎이다.
|
||
|
||
여전히 30마리가 넘게 남아서 근처에서 어슬렁거리고 있었다.
|
||
|
||
우리 처지에선 어찌 보면 더 위험해졌다.
|
||
|
||
이제 승엽이가 없으므로 늑대무리의 동향을 파악할 방법조차 사라지고 말았기 때문이다.
|
||
|
||
종합적으로 이제 이 농장에서 무슨 일이 생길지 더욱 예측하기 어려워졌다.
|
||
|
||
한 가지 불길한 생각이 떠오른다.
|
||
|
||
다리가 작살난 소를 계속 기르는 농부가 있을까?
|
||
|
||
불길한 상상은 곧 현실이 되었다.
|
||
|
||
김고양(김아리) : 가족들 피해복구 이야기 중.
|
||
|
||
김고양(김아리) : 분위기 좋지 않음. 아내는 농장 정리 주장.
|
||
|
||
김고양(김아리) : 남편은 가축부터 정리 주장.
|
||
|
||
김고양(김아리) : 다친 소 도축 이야기 나옴.
|
||
|
||
아아... 역시나구나.
|
||
|
||
이상하지 않다.
|
||
|
||
애초부터 딱히 농사일을 한 적은 없었고, 아마도 나는 고기용 소였으리라.
|
||
|
||
그런데 그 고기용 소의 심각한 다리 부상.
|
||
|
||
이걸 무슨 수의사 불러서 다리 치료할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
||
|
||
그런데도 이제는 받아들였다.
|
||
|
||
내가 살겠다고 다른 사람을 더 죽일 때가 아니다. 그렇게 되면 모두의 파멸 뿐.
|
||
|
||
흑우(한가인) : 각오함. 더 이상 구조 필요 x. 탈출기원.
|
||
|
||
그래. 이게 맞다.
|
||
|
||
나는 이 시점에서 마음을 편히 먹기로 했다.
|
||
|
||
늑대에게 잡혀먹히는 것보단 나은 것 같다.
|
||
|
||
농장주가 날 뭐 일부러 괴롭히면서 죽일리는 없으니까.
|
||
|
||
나름의 도구를 써서 단숨에 끝내주겠지.
|
||
|
||
똑똑뱀(이은솔) : 아니 이제 전략 바꾼다.
|
||
|
||
흑우(한가인) : 나는 진짜 괜찮
|
||
|
||
똑똑뱀(이은솔)
|
||
|
||
-> 이제 내가 활자 다 쓸 테니 다 닥치자.
|
||
|
||
공포의 저택때와 상황 다른 데, 판단 착오함.
|
||
|
||
공포의 저택 : 위험이 뭔지 불확실. 희생을 통해 위험을 찾아내야 했음
|
||
|
||
동물농장 : 적이 명확함. 희생의 의미 없으며 전력손실일 뿐. 전력이 멀쩡할 때 승부 봐야함
|
||
|
||
쥐대왕(김묵성) : 적은 농장가족인가?
|
||
|
||
똑똑뱀(이은솔) : 농장주에게 늑대(박승엽) 사망, 거위(유송이) 소(한가인) 목숨 위협받음.
|
||
|
||
이 정도면 상황 명확함. 농장가족이 103호에서의 적임.
|
||
|
||
누나의 논지는 명확했다.
|
||
|
||
공포의 저택에선 최종적으로 밝혀진 위험(타락한 신부, 빙의된 송이, 지저의 악마, 움직이는 조각 등)이 후반까지도 불분명했다.
|
||
|
||
따라서 한두 명씩 희생해가며 위험의 정체를 밝혀야 했다.
|
||
|
||
반면, 동물농장에선 이미 위험이 명확하다!
|
||
|
||
농장가족이 이미 우리 목숨을 여러 차례 위협했고 한 명은 죽인 상황이다.
|
||
|
||
이런 상황에서 희생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 오히려, 전력이 멀쩡할 때 최대한 빨리 붙어야 한다!
|
||
|
||
전략을 듣고 나자 손은 없지만 마음으로 무릎을 탁 쳤다.
|
||
|
||
이거구나.
|
||
|
||
내심 안심되기도 했다. 이런 전략대로라면, 내가 딱히 희생하고 자시고 할 필요가 전혀 없다!
|
||
|
||
역시나 모두는 내가 도축되기 전 일을 벌리는 것을 전제로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
|
||
|
||
내일 우리는 이 빌어먹을 농장을 붕괴시킬 것이다.
|
||
|
||
*
|
||
|
||
- 유송이
|
||
|
||
저게 맞는 걸까.
|
||
|
||
부리로 날개 쪽 깃털을 정리하면서 여러 가지 상념에 빠졌다.
|
||
|
||
농장붕괴전략.
|
||
|
||
이미 사람들은 농장을 어떻게 하면 더 효율적으로 붕괴시킬 것인지, 어떻게 하면 농장가족을 처참하게 무너트릴지 세세한 전략을 짜기 시작했다.
|
||
|
||
뭔가... 이상해.
|
||
|
||
그런데 뭔지 모르겠다. 왠지 이 방향은 아닌 것 같은데, 왜 아닌 건지 설명할 자신이 없어.
|
||
|
||
사람들이 감성적으로 행동한다는 생각이 자꾸 든다.
|
||
|
||
농장 가족이 자꾸 우리를 위협하니까, 승엽이가 모두의 눈앞에서 총에 맞아 죽기까지 했으니까.
|
||
|
||
화가 나는 것도 이해가 간다. 나도 그 순간 울고 싶었으니까.
|
||
|
||
근데 이 방향은 진짜 뭔가 이상해.
|
||
|
||
거위(유송이) : 계획 이거 맞나요?
|
||
|
||
똑똑뱀(이은솔) : 의견 있음?
|
||
|
||
거위(유송이) : 뭔가 아닌 느낌.
|
||
|
||
바보 같아. 내가 쓰고도 후회했다.
|
||
|
||
다들 목숨을 건 전쟁 계획을 짜는데, 그걸 반박한답시고 하는 말이 ‘뭔가 아닌 느낌’.
|
||
|
||
내 눈으로 봐도 멍청이 같은데...
|
||
|
||
그런데 정말 그런 표현 말고는 설명을 못 하겠어.
|
||
|
||
엘멍멍(엘레나) : 송이는 사육장 나오기 힘드니까 가만 있어도 됨.
|
||
|
||
똑똑뱀(이은솔) : 어차피 멧돼지랑 뱀이 핵심. 걱정 말 것.
|
||
|
||
아.
|
||
|
||
내가 겁먹어서 이런다고 생각하는구나.
|
||
|
||
언니들이 나를 어떤 이미지로 보는지 한순간에 이해해 버려서 가슴이 아팠다.
|
||
|
||
겁이 많아서 큰일에는 끼어들 수 없는 어린 학생. 배려의 대상.
|
||
|
||
이해한다. 여태 내가 한 역할이 실제로 배려받은 것뿐이니까.
|
||
|
||
그래도... 가슴이 아팠다. 짐 덩이가 되고 싶지 않았는데.
|
||
|
||
나이 많은 언니오빠들은 몰라도, 나보다 어린 승엽이나 아리보다도 못한 건 자괴감이 든다.
|
||
|
||
아리야 재난관리국 수습이기라도 하지, 승엽이는 그냥 중학생인데도 가인오빠를 구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날뛰다가 죽지 않았나.
|
||
|
||
나는 대체 뭘 하는 걸까.
|
||
|
||
우울한 생각에 잠겨 있는 사이, 작전은 끝났다.
|
||
|
||
나는... 오늘도 할 일 없이 도깨비나 한 번 더 볼 생각에 사육장 외곽으로 향했다.
|
||
|
||
늦은 밤.
|
||
|
||
휘영청 하늘에 걸린 달의 은혜가 아니면 정말이지 내 몸도 볼 수 없을 만큼 어둠이 깊어지고 나서야-
|
||
|
||
어둑한 형체가 나타났다.
|
||
|
||
어제와 똑같다.
|
||
|
||
형체가 나타남과 동시에 세상 전체에 적막이 깃들었다.
|
||
|
||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동물들은 조용해지고, 밤새도록 도란도란 회의를 하는 것 같던 농장 가족들의 말소리도 싹 사라졌다.
|
||
|
||
어둑한 형체는 뭔가 관찰하듯이 주변을 돌아보았고...
|
||
|
||
‘나’에게 다가온다.
|
||
|
||
분명하다. 눈이 없고, 형체가 불확실해도 알 수 있다.
|
||
|
||
저 존재는 어제도 그랬듯이, 오늘도 나를 의식하며 다가왔다.
|
||
|
||
두 번째라서인가? 어제처럼 하염없이 무섭진 않았다.
|
||
|
||
다가온 형체에게서 길쭉한 촉수가 뻗어 나온다.
|
||
|
||
마치, 사육장의 벽이 무슨 물이라도 되는 것처럼 관통하더니 또 내 머리를 툭툭 쳤다.
|
||
|
||
다음에는 내가 부리로 정리해 둔 깃털도 이리저리 쓸었다.
|
||
|
||
대체 뭘까. 이 태도는 뭔가... 익숙하다.
|
||
|
||
그렇게 30여분 정도가 흘렀다.
|
||
|
||
어둑한 형체가 나타날 때처럼 아무 전조도 없이 녹아내리듯이 허공에 사라진다.
|
||
|
||
[사용자 : 한가인(지혜)
|
||
|
||
날짜 : 13일차
|
||
|
||
현재 위치 : 계층 1, 103호(저주의 방 – 동물농장)
|
||
|
||
현자의 조언 : 3]
|
||
|
||
- 한가인
|
||
|
||
아침 해가 뜨자마자 잠에서 깼다. 밤새도록 잠을 설치게 했던 다리 통증도 약간은 가라앉았다.
|
||
|
||
오늘부터는 진짜 바쁘다!
|
||
|
||
최소한 지난 기간처럼 멍하니 외양간에 주저앉아서 음머어어어나 하는 무의미한 시기는 끝났다.
|
||
|
||
다른 사람의 생각도 마찬가지였을까? 본격적으로 다들 ‘오전 작전 브리핑’을 시작했다.
|
||
|
||
똑똑뱀(이은솔) : 야간조? 총?
|
||
|
||
김고양(김아리) : 총 망침
|
||
|
||
똑똑뱀(이은솔) : 작전 개시. 고양이, 돼지, 개 시작! 소 준비. 난 위치잡음.
|
||
|
||
이제야 진짜 시작이구나. 그동안 우리가 겪은 고통을 돌려줄 때가 됐다.
|
||
|
||
끔찍한 동물농장에서의 4일차.
|
||
|
||
우리는 드디어 농장붕괴작전을 시작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