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dd 3 AI agents (writing, revision, story-continuity specialists) - Add 4 slash commands (rovel.create, write, complete, seed) - Add novel creation/writing rules - Add Novelpia reference data (115 works, 3328 chapters) - Add CLAUDE.md and README.md 🤖 Generated with [Claude Code](https://claude.com/claude-code) Co-Authored-By: Claude Opus 4.5 <noreply@anthropic.com>
351 lines
12 KiB
Markdown
351 lines
12 KiB
Markdown
|
||
109화 – 파티 타임 (11) - 마지막 정비, 관문의 방 진입
|
||
|
||
* 파티 타임 4일 차 점심
|
||
|
||
- 한가인
|
||
|
||
아침이 되자 승엽이가 나와서 다들 안심했다. 평소보다도 더욱 마르긴 했지만, 멀쩡히 움직일 정도로는 회복된 것 같다.
|
||
|
||
묵성 할아버지가 은근히 옆에 가서 앉더니 승엽이 접시에 고기를 잔뜩 덜어주기 시작했다.
|
||
|
||
열심히 먹으면서 승엽이가 한 이야기는 제법 흥미로웠다.
|
||
|
||
꿈에서 후원자가 나와서 축복의 활용법에 관한 이야기를 해줬다고 한다.
|
||
|
||
다소 혼란스러웠지만, 내용은 명쾌했다.
|
||
|
||
뭔가 너무 의심하거나 계산하지 말고 그냥 하라는 것.
|
||
|
||
잘 풀리리라 믿고 그냥 하면 잘 풀린다는 말인데, 이해하기 어려운 축복이다.
|
||
|
||
왜 ‘승엽이를 골랐다’라고 표현했는지 느낌이 왔다.
|
||
|
||
정말 그런 식의 축복이라면, 머리에 생각이 많은 사람은 오히려 쓸 수 없는 축복이다.
|
||
|
||
솔직히 나는 바다로 그냥 뛰어들면서 바다 거북이가 날 구해주겠거니~ 하고 진심으로 믿는 것 불가능할 것 같다.
|
||
|
||
다만, 아무리 믿으면 다 잘 풀려요~ 식의 웃기는 축복이라 해도 그 한계는 있을 것 같다.
|
||
|
||
애초에 ‘액티브 스킬’이 있다는 것 자체가 정상적인 범주에선 한계가 있다는 의미 아니겠는가?
|
||
|
||
“승엽아. 듣다 보니 궁금해졌는데, 혹시 실험 해봤어? 평상시의 행운의 한-”
|
||
|
||
여기까지 말했을 때, 아리가 듣다가 바로 내 입을 막았다.
|
||
|
||
... 나 뭔가 실수했나?
|
||
|
||
식사를 마치고 프런트 근처를 산책하던 중, 아리가 내 근처로 왔다.
|
||
|
||
“아까 뭐였어? 갑자기 내 입을 막아서 놀랐는데.”
|
||
|
||
“넌 앞으로 절대 승엽이 앞에서 행운에 대해 이러쿵저러쿵하지 마.”
|
||
|
||
“어?”
|
||
|
||
“보나 마나 한계가 어쩌고 원리가 어쩌고 하면서 분석하려고 했겠지. 물론 나름의 원리도 있을 테고, 당연히 한계도 있겠지. 그런데 그걸 네가 분석해서 승엽이에게 전달하는 것 자체가 그 축복을 약하게 만들어.”
|
||
|
||
“...”
|
||
|
||
“난 알 것 같아. 유사한 경험을 해봤거든. 축복의 소유자가 좀 돌아버려야 강해지는 경우가 있어. ‘행운’은 마음이 아파야 강해지는 축복인 것 같아.”
|
||
|
||
“... 너야말로 그런 이야기 승엽이 앞에선 하지 마라.”
|
||
|
||
하지만 무슨 말인지는 이해했다. 내가 실수할 뻔했구나.
|
||
|
||
아리에게 들은 이야기를 다른 사람들에게도 전달했다.
|
||
|
||
앞으로 승엽이 앞에서 ‘행운’에 대한 분석적인 이야기는 금지.
|
||
|
||
우리가 나름대로 이해한 내용을 전달하는 것 자체가 승엽이의 머리를 복잡하게 만들어서 행운을 약하게 만들 수 있다.
|
||
|
||
승엽이의 ‘각성’을 끝으로, 우린 관문의 방에 진입하기 위한 모든 준비를 마쳤다.
|
||
|
||
*
|
||
|
||
[사용자 : 한가인(지혜)
|
||
|
||
날짜 : 37일 차
|
||
|
||
현재 위치 : 계층 1, 복도
|
||
|
||
현자의 조언 : 3]
|
||
|
||
- 한가인
|
||
|
||
꿀꺽.
|
||
|
||
나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관문의 방, 107호 앞에 서자 모두에게 긴장감이 감돌았다.
|
||
|
||
은솔 누나가 다소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
||
|
||
“마지막으로 장비 점검! 난 브로치랑 배지, 할아버님은 장갑과 권총, 가인이는 펜, 유산은 다들 각자 잘 가지고 있지? 송이도 페로 잘 챙기고, 옷은 튼튼한 종류 주문해서 다들 잘 챙겨입었고 -”
|
||
|
||
“누님, 벌써 몇 번이나 확인했습니다. 이제 들어갑시다.”
|
||
|
||
“그래. 이제 들어가자. 앞에서 기다린다고 바뀔 것 없다.”
|
||
|
||
묵성 할아버지가 앞으로 나서서 107호의 문고리를 잡는 순간, 전원에게 알림이 떴다.
|
||
|
||
/경고!
|
||
|
||
관문의 방은 휴식 없이 다수의 시련을 통과해야 하며, 지극히 어렵습니다.
|
||
|
||
최소 조건 : 모든 저주의 방의 탈출, 1개 이상의 유산 획득.
|
||
|
||
권장 조건 : 2개 이상의 유산 획득.
|
||
|
||
...
|
||
|
||
...
|
||
|
||
...
|
||
|
||
참가자분들은 권장 조건을 충족하였습니다.
|
||
|
||
시도하시겠습니까?/
|
||
|
||
“혹시나 해서 하는 말인데, 알림엔 휴식이 없다고 나오네. 휴식이 아예 없는 건가?”
|
||
|
||
아리가 애매하게 답했다.
|
||
|
||
“이번 관문의 방은 휴식이 아예 없을 수도 있고, 잠깐 숨돌릴 시간은 주지만 며칠씩 파티타임을 주던 그런 장기 휴식은 없다는 의미일 수도 있겠지.”
|
||
|
||
---탈칵!
|
||
|
||
관문의 방으로 진입했다.
|
||
|
||
내부엔 기묘하게 빛나는 환한 공간이 있었다.
|
||
|
||
다들 얼떨떨한 분위기로 서로를 바라보다 보니, 알림이 떴다.
|
||
|
||
/관문의 방에 도전하시는 참가자 여러분. 환영합니다.
|
||
|
||
여러분은 이제부터 총 다섯 번의 시련을 통과하셔야 합니다.
|
||
|
||
시련의 테마는 ‘제약’.
|
||
|
||
축복이나 유산이 참가자분들의 모든 것이라고 여기십니까?
|
||
|
||
명심하세요. 축복이나 유산은 결국 외력일 뿐입니다.
|
||
|
||
제약 속에서 여러분의 진정한 실력을 발휘해 주세요.
|
||
|
||
30초 후, 첫 번째 시련이 시작됩니다./
|
||
|
||
“... 아무래도 축복이나 유산을 쓰지 못하게 할 모양인데요? 예전에도 이랬어?”
|
||
|
||
아리가 허탈한 분위기로 답했다.
|
||
|
||
“전혀 듣지 못한 이야기야! 이래서 호텔이 엿 같아. 매번 바뀌니까 준비해도 소용없잖아!”
|
||
|
||
“아하하하…. 너도 이렇게 욕할 때가 다 있네.”
|
||
|
||
모두의 헛웃음 속에서 첫 번째 시련이 시작됐다.
|
||
|
||
* 첫 번째 시련
|
||
|
||
---철컹! 철컹!
|
||
|
||
의식이 흐릿해졌다가 다시 돌아왔다.
|
||
|
||
나는 기차를 타고 있었다. 주변을 돌아보려 일어서려던 차, 설명하기 힘든 불편함을 느꼈다.
|
||
|
||
주변을 돌아보자 의아한 표정의 동료들이 보였다.
|
||
|
||
열차 칸 내에는 동료들 이외에 다른 사람은 없었다.
|
||
|
||
천장에서 안내문이 들려왔다.
|
||
|
||
/열차 내에선 축복을 쓰실 수 없습니다.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
||
|
||
... 과연, 상태창이 나타나지 않았다.
|
||
|
||
자연스럽게 다들 일어서서 대화하기 시작했다.
|
||
|
||
“대체 어떻게 해야 통과일까요?”
|
||
|
||
은솔 누나가 답했다.
|
||
|
||
“단순하게 생각하면 열차 칸에서 나가는 게 아닐까?”
|
||
|
||
그 말을 듣고 바로 진철 형이 열차의 문을 움직여봤다.
|
||
|
||
“문이 꼼짝도 하지 않는데?”
|
||
|
||
“그걸 보니 진짜 나가는 게 탈출인가 보네요. 나가면 탈출이니까 문을 잠갔겠죠?”
|
||
|
||
다른 사람들도 여기저기 만져봤다.
|
||
|
||
가장 이상한 장소는 열차의 다른 칸으로 통하는 통로였다.
|
||
|
||
“아무것도 없는데 지나갈 수가 없네?”
|
||
|
||
은솔 누나의 말대로 통로는 시각적으로 뚫려 있었는데도 지나갈 수가 없다.
|
||
|
||
마치 보이지 않는 벽이라도 있는 모양새.
|
||
|
||
통로 건너편에는 다른 칸이 흐릿하게 보였다.
|
||
|
||
열차의 창문 바깥은 바닷가가 보였지만, 창문 자체는 열리지도 않고 깨지지도 않았다.
|
||
|
||
“멧돼지 너, 한번 주먹으로 내리쳐봐라.”
|
||
|
||
“할배, 나 이제 그런 힘 없습니다. 몇 번 쳐봐도 꿈쩍도 하지 않습니다.”
|
||
|
||
축복이 봉인됐다는 점은 우리에게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
||
|
||
나는 상태창을 볼 수 없고, 진철 형은 그냥 운동선수 정도의 신체 능력으로 돌아왔고, 대화창도 사라지는 등 많은 변화가 있었다.
|
||
|
||
송이도 당황하며 외쳤다.
|
||
|
||
“페로는 어디 갔죠?”
|
||
|
||
그 말대로 페로는 사라져서 보이지도 않았다.
|
||
|
||
대체 뭐지? 이 장소를 나가야 하는 것 같긴 한데, 도저히 나갈 방법이 없다.
|
||
|
||
다들 열차 칸 구석구석을 뒤져봤지만 나갈 방법을 도저히 찾을 수 없었다.
|
||
|
||
열차 칸을 뒤지다 보니 또 설명할 수 없는 불편함이 느껴졌다.
|
||
|
||
아리가 의견을 냈다.
|
||
|
||
“물리적으로 부숴서 나가는 건 아닌 것 같아. 애초에 통로는 그냥 뚫려 있는데 투명한 결계가 막고 있잖아? 초자연적인 힘이 탈출을 막고 있는 것 보면, 뭔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하는 게 아닐까?”
|
||
|
||
“그 조건이 뭘까?”
|
||
|
||
다들 침묵에 잠겼다.
|
||
|
||
결국 다들 지쳐서 대충 자리 하나씩 잡고 쉬기 시작했다.
|
||
|
||
나도 멍하니 앉아서 창밖을 보기 시작했다.
|
||
|
||
대체 이게 뭔 지랄이냐? 아니 무슨 최소한의 힌트라도 줘야 할 것 아냐?
|
||
|
||
이렇게 되고 보니, 내가 그간 상태창에 제법 의존했구나 싶다.
|
||
|
||
평소 같으면 바로 ‘조언’에 대고 묻기 시작했을 텐데.
|
||
|
||
---철컹! 철컹!
|
||
|
||
... 열차는 움직이고, 시간은 흐른다.
|
||
|
||
30분은 흐른 것 같다. 여기저기서 다들 뭔가 시도하는 듯한데, 아무 성과가 없다.
|
||
|
||
그때, 익숙한 소리가 들려왔다.
|
||
|
||
---피요오오오!
|
||
|
||
뒤쪽에서 들려오는 페로의 울음소리!
|
||
|
||
다들 일어서서 고개를 돌렸다. 열차 뒤의 통로에서 페로가 날아왔다!
|
||
|
||
페로는 결계의 영향을 받지 않는 건가?
|
||
|
||
송이가 가장 적극적으로 일어섰다.
|
||
|
||
“페로야!”
|
||
|
||
송이는 거의 이산가족을 만난 분위기로 팔을 활짝 벌리며 페로를 안을 준비를 했고 -
|
||
|
||
페로는 지나갔다.
|
||
|
||
?
|
||
|
||
??
|
||
|
||
???
|
||
|
||
뭐야? 쟤 어디가?
|
||
|
||
“아얏! 뭐 하는 짓이야!”
|
||
|
||
페로는 우리 쪽을 휙 훑어보더니, 승엽이를 놀리듯이 부리로 한번 쿡 물고 앞 칸으로 날아갔다.
|
||
|
||
쟤 뭐함? 그냥 온 김에 승엽이 한번 물고 가는 게 전부야?
|
||
|
||
은솔 누나의 황당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
||
|
||
“대체 뭐야? 송이야? 페로가 왜 저러는 거야?”
|
||
|
||
“모르겠어요…. 친화가 사라져서 그런가 봐요.”
|
||
|
||
아하! 송이가 페로와 교류하던 힘인 ‘친화’가 사라져서 소통할 수 없게 됐구나.
|
||
|
||
좀 섭섭한 이야기다.
|
||
|
||
아무리 친화가 사라졌다 해도, 평소엔 그렇게 송이 옆에 달라붙어서 부리를 비볐으면서 축복이 사라지니까 매몰차게 지나치다니!
|
||
|
||
송이가 눈에 띄게 풀죽은 태도를 보였다.
|
||
|
||
“하! 고놈의 앵무새! 하여튼 새대가리에 뭘 기대한 게 잘못이지.”
|
||
|
||
묵성 할아버지가 송이를 위로하기라도 하듯이 페로를 욕했다.
|
||
|
||
그런데 페로는 대체 왜 앞칸으로 간 거지? 앞에 뭐 앵무새 사료라도 있나?
|
||
|
||
결국 또 아무것도 알 수 없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
||
|
||
---철컹! 철컹!
|
||
|
||
열차는 끝없이 뻗어있는 철로를 하염없이 나아간다. 시간은 물결처럼 흘러간다.
|
||
|
||
가만히 창가에 기대서 바깥을 바라보았다.
|
||
|
||
이렇게 열차에 멍하니 앉아서 여행하는 경험도 오랜만이다.
|
||
|
||
아주 어렸을 때, 이런 식으로 열차를 타고 여행하곤 했지.
|
||
|
||
그때만 해도 할아버지가 계시던 시골로 가면 녹화사업이 한창이었는데, 과연 효과가 있었다.
|
||
|
||
창밖에 보이는 모든 산에 전부 나무가 가득하지 않은가!
|
||
|
||
아, 생각해보니 저 산이 현실의 산이 아니라서 의미 없는 생각이다.
|
||
|
||
?
|
||
|
||
뭐지? 무언가 위화감이 들었다.
|
||
|
||
---꺄아아아악!
|
||
|
||
---으아아아악!
|
||
|
||
갑자기 열차에서 비명이 들리기 시작했다. 동료들이 화들짝 놀라서 일어섰다.
|
||
|
||
열차 앞칸. 페로가 날아간 방향에서 요란한 소리와 엄청난 비명이 들려왔다.
|
||
|
||
... 익숙한 소리.
|
||
|
||
아까부터 느끼기 시작한 ‘불편함’, ‘위화감’의 정체를 깨달았다.
|
||
|
||
혹시나 해서 마도서를 소환해본 후 확신을 가졌다.
|
||
|
||
이제 시작이구나. 슬슬 깨달은 사람이 생겼다. 페로 덕택인가?
|
||
|
||
짐작은 가지만 확인은 해야겠지.
|
||
|
||
승엽이에게 다가가서 물었다.
|
||
|
||
“승엽아.”
|
||
|
||
“예? 형? 지금 저 소리 대체 뭐 -”
|
||
|
||
“너, 롤 무슨 점수니? 좋아하는 캐릭은 뭐야?”
|
||
|
||
“갑자기 무슨 -”
|
||
|
||
“대답해.”
|
||
|
||
“... 아직 플레에요. 곧 다이아 갈 수 있어요. 예전엔 주챔 야스오였는데, 요샌 요네를 -”
|
||
|
||
“무슨 말인지 전혀 모르겠다. 그래서 확실하네. 너구나.”
|
||
|
||
“예?”
|
||
|
||
“넌 뒤쪽에 가 있으렴.”
|
||
|
||
조용히, 상의 안쪽에 숨겨둔 단검의 손잡이를 붙들었다.
|
||
|
||
호텔은 참 잔인한 장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