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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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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화 파티 타임 (11) - 마지막 정비, 관문의 방 진입

  • 파티 타임 4일 차 점심
  • 한가인

아침이 되자 승엽이가 나와서 다들 안심했다. 평소보다도 더욱 마르긴 했지만, 멀쩡히 움직일 정도로는 회복된 것 같다.

묵성 할아버지가 은근히 옆에 가서 앉더니 승엽이 접시에 고기를 잔뜩 덜어주기 시작했다.

열심히 먹으면서 승엽이가 한 이야기는 제법 흥미로웠다.

꿈에서 후원자가 나와서 축복의 활용법에 관한 이야기를 해줬다고 한다.

다소 혼란스러웠지만, 내용은 명쾌했다.

뭔가 너무 의심하거나 계산하지 말고 그냥 하라는 것.

잘 풀리리라 믿고 그냥 하면 잘 풀린다는 말인데, 이해하기 어려운 축복이다.

왜 ‘승엽이를 골랐다’라고 표현했는지 느낌이 왔다.

정말 그런 식의 축복이라면, 머리에 생각이 많은 사람은 오히려 쓸 수 없는 축복이다.

솔직히 나는 바다로 그냥 뛰어들면서 바다 거북이가 날 구해주겠거니~ 하고 진심으로 믿는 것 불가능할 것 같다.

다만, 아무리 믿으면 다 잘 풀려요~ 식의 웃기는 축복이라 해도 그 한계는 있을 것 같다.

애초에 ‘액티브 스킬’이 있다는 것 자체가 정상적인 범주에선 한계가 있다는 의미 아니겠는가?

“승엽아. 듣다 보니 궁금해졌는데, 혹시 실험 해봤어? 평상시의 행운의 한-”

여기까지 말했을 때, 아리가 듣다가 바로 내 입을 막았다.

... 나 뭔가 실수했나?

식사를 마치고 프런트 근처를 산책하던 중, 아리가 내 근처로 왔다.

“아까 뭐였어? 갑자기 내 입을 막아서 놀랐는데.”

“넌 앞으로 절대 승엽이 앞에서 행운에 대해 이러쿵저러쿵하지 마.”

“어?”

“보나 마나 한계가 어쩌고 원리가 어쩌고 하면서 분석하려고 했겠지. 물론 나름의 원리도 있을 테고, 당연히 한계도 있겠지. 그런데 그걸 네가 분석해서 승엽이에게 전달하는 것 자체가 그 축복을 약하게 만들어.”

“...”

“난 알 것 같아. 유사한 경험을 해봤거든. 축복의 소유자가 좀 돌아버려야 강해지는 경우가 있어. ‘행운’은 마음이 아파야 강해지는 축복인 것 같아.”

“... 너야말로 그런 이야기 승엽이 앞에선 하지 마라.”

하지만 무슨 말인지는 이해했다. 내가 실수할 뻔했구나.

아리에게 들은 이야기를 다른 사람들에게도 전달했다.

앞으로 승엽이 앞에서 ‘행운’에 대한 분석적인 이야기는 금지.

우리가 나름대로 이해한 내용을 전달하는 것 자체가 승엽이의 머리를 복잡하게 만들어서 행운을 약하게 만들 수 있다.

승엽이의 ‘각성’을 끝으로, 우린 관문의 방에 진입하기 위한 모든 준비를 마쳤다.

[사용자 : 한가인(지혜)

날짜 : 37일 차

현재 위치 : 계층 1, 복도

현자의 조언 : 3]

  • 한가인

꿀꺽.

나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관문의 방, 107호 앞에 서자 모두에게 긴장감이 감돌았다.

은솔 누나가 다소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마지막으로 장비 점검! 난 브로치랑 배지, 할아버님은 장갑과 권총, 가인이는 펜, 유산은 다들 각자 잘 가지고 있지? 송이도 페로 잘 챙기고, 옷은 튼튼한 종류 주문해서 다들 잘 챙겨입었고 -”

“누님, 벌써 몇 번이나 확인했습니다. 이제 들어갑시다.”

“그래. 이제 들어가자. 앞에서 기다린다고 바뀔 것 없다.”

묵성 할아버지가 앞으로 나서서 107호의 문고리를 잡는 순간, 전원에게 알림이 떴다.

/경고!

관문의 방은 휴식 없이 다수의 시련을 통과해야 하며, 지극히 어렵습니다.

최소 조건 : 모든 저주의 방의 탈출, 1개 이상의 유산 획득.

권장 조건 : 2개 이상의 유산 획득.

...

...

...

참가자분들은 권장 조건을 충족하였습니다.

시도하시겠습니까?/

“혹시나 해서 하는 말인데, 알림엔 휴식이 없다고 나오네. 휴식이 아예 없는 건가?”

아리가 애매하게 답했다.

“이번 관문의 방은 휴식이 아예 없을 수도 있고, 잠깐 숨돌릴 시간은 주지만 며칠씩 파티타임을 주던 그런 장기 휴식은 없다는 의미일 수도 있겠지.”

---탈칵!

관문의 방으로 진입했다.

내부엔 기묘하게 빛나는 환한 공간이 있었다.

다들 얼떨떨한 분위기로 서로를 바라보다 보니, 알림이 떴다.

/관문의 방에 도전하시는 참가자 여러분. 환영합니다.

여러분은 이제부터 총 다섯 번의 시련을 통과하셔야 합니다.

시련의 테마는 ‘제약’.

축복이나 유산이 참가자분들의 모든 것이라고 여기십니까?

명심하세요. 축복이나 유산은 결국 외력일 뿐입니다.

제약 속에서 여러분의 진정한 실력을 발휘해 주세요.

30초 후, 첫 번째 시련이 시작됩니다./

“... 아무래도 축복이나 유산을 쓰지 못하게 할 모양인데요? 예전에도 이랬어?”

아리가 허탈한 분위기로 답했다.

“전혀 듣지 못한 이야기야! 이래서 호텔이 엿 같아. 매번 바뀌니까 준비해도 소용없잖아!”

“아하하하…. 너도 이렇게 욕할 때가 다 있네.”

모두의 헛웃음 속에서 첫 번째 시련이 시작됐다.

  • 첫 번째 시련

---철컹! 철컹!

의식이 흐릿해졌다가 다시 돌아왔다.

나는 기차를 타고 있었다. 주변을 돌아보려 일어서려던 차, 설명하기 힘든 불편함을 느꼈다.

주변을 돌아보자 의아한 표정의 동료들이 보였다.

열차 칸 내에는 동료들 이외에 다른 사람은 없었다.

천장에서 안내문이 들려왔다.

/열차 내에선 축복을 쓰실 수 없습니다.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 과연, 상태창이 나타나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다들 일어서서 대화하기 시작했다.

“대체 어떻게 해야 통과일까요?”

은솔 누나가 답했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열차 칸에서 나가는 게 아닐까?”

그 말을 듣고 바로 진철 형이 열차의 문을 움직여봤다.

“문이 꼼짝도 하지 않는데?”

“그걸 보니 진짜 나가는 게 탈출인가 보네요. 나가면 탈출이니까 문을 잠갔겠죠?”

다른 사람들도 여기저기 만져봤다.

가장 이상한 장소는 열차의 다른 칸으로 통하는 통로였다.

“아무것도 없는데 지나갈 수가 없네?”

은솔 누나의 말대로 통로는 시각적으로 뚫려 있었는데도 지나갈 수가 없다.

마치 보이지 않는 벽이라도 있는 모양새.

통로 건너편에는 다른 칸이 흐릿하게 보였다.

열차의 창문 바깥은 바닷가가 보였지만, 창문 자체는 열리지도 않고 깨지지도 않았다.

“멧돼지 너, 한번 주먹으로 내리쳐봐라.”

“할배, 나 이제 그런 힘 없습니다. 몇 번 쳐봐도 꿈쩍도 하지 않습니다.”

축복이 봉인됐다는 점은 우리에게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나는 상태창을 볼 수 없고, 진철 형은 그냥 운동선수 정도의 신체 능력으로 돌아왔고, 대화창도 사라지는 등 많은 변화가 있었다.

송이도 당황하며 외쳤다.

“페로는 어디 갔죠?”

그 말대로 페로는 사라져서 보이지도 않았다.

대체 뭐지? 이 장소를 나가야 하는 것 같긴 한데, 도저히 나갈 방법이 없다.

다들 열차 칸 구석구석을 뒤져봤지만 나갈 방법을 도저히 찾을 수 없었다.

열차 칸을 뒤지다 보니 또 설명할 수 없는 불편함이 느껴졌다.

아리가 의견을 냈다.

“물리적으로 부숴서 나가는 건 아닌 것 같아. 애초에 통로는 그냥 뚫려 있는데 투명한 결계가 막고 있잖아? 초자연적인 힘이 탈출을 막고 있는 것 보면, 뭔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하는 게 아닐까?”

“그 조건이 뭘까?”

다들 침묵에 잠겼다.

결국 다들 지쳐서 대충 자리 하나씩 잡고 쉬기 시작했다.

나도 멍하니 앉아서 창밖을 보기 시작했다.

대체 이게 뭔 지랄이냐? 아니 무슨 최소한의 힌트라도 줘야 할 것 아냐?

이렇게 되고 보니, 내가 그간 상태창에 제법 의존했구나 싶다.

평소 같으면 바로 ‘조언’에 대고 묻기 시작했을 텐데.

---철컹! 철컹!

... 열차는 움직이고, 시간은 흐른다.

30분은 흐른 것 같다. 여기저기서 다들 뭔가 시도하는 듯한데, 아무 성과가 없다.

그때, 익숙한 소리가 들려왔다.

---피요오오오!

뒤쪽에서 들려오는 페로의 울음소리!

다들 일어서서 고개를 돌렸다. 열차 뒤의 통로에서 페로가 날아왔다!

페로는 결계의 영향을 받지 않는 건가?

송이가 가장 적극적으로 일어섰다.

“페로야!”

송이는 거의 이산가족을 만난 분위기로 팔을 활짝 벌리며 페로를 안을 준비를 했고 -

페로는 지나갔다.

?

??

???

뭐야? 쟤 어디가?

“아얏! 뭐 하는 짓이야!”

페로는 우리 쪽을 휙 훑어보더니, 승엽이를 놀리듯이 부리로 한번 쿡 물고 앞 칸으로 날아갔다.

쟤 뭐함? 그냥 온 김에 승엽이 한번 물고 가는 게 전부야?

은솔 누나의 황당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대체 뭐야? 송이야? 페로가 왜 저러는 거야?”

“모르겠어요…. 친화가 사라져서 그런가 봐요.”

아하! 송이가 페로와 교류하던 힘인 ‘친화’가 사라져서 소통할 수 없게 됐구나.

좀 섭섭한 이야기다.

아무리 친화가 사라졌다 해도, 평소엔 그렇게 송이 옆에 달라붙어서 부리를 비볐으면서 축복이 사라지니까 매몰차게 지나치다니!

송이가 눈에 띄게 풀죽은 태도를 보였다.

“하! 고놈의 앵무새! 하여튼 새대가리에 뭘 기대한 게 잘못이지.”

묵성 할아버지가 송이를 위로하기라도 하듯이 페로를 욕했다.

그런데 페로는 대체 왜 앞칸으로 간 거지? 앞에 뭐 앵무새 사료라도 있나?

결국 또 아무것도 알 수 없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철컹! 철컹!

열차는 끝없이 뻗어있는 철로를 하염없이 나아간다. 시간은 물결처럼 흘러간다.

가만히 창가에 기대서 바깥을 바라보았다.

이렇게 열차에 멍하니 앉아서 여행하는 경험도 오랜만이다.

아주 어렸을 때, 이런 식으로 열차를 타고 여행하곤 했지.

그때만 해도 할아버지가 계시던 시골로 가면 녹화사업이 한창이었는데, 과연 효과가 있었다.

창밖에 보이는 모든 산에 전부 나무가 가득하지 않은가!

아, 생각해보니 저 산이 현실의 산이 아니라서 의미 없는 생각이다.

?

뭐지? 무언가 위화감이 들었다.

---꺄아아아악!

---으아아아악!

갑자기 열차에서 비명이 들리기 시작했다. 동료들이 화들짝 놀라서 일어섰다.

열차 앞칸. 페로가 날아간 방향에서 요란한 소리와 엄청난 비명이 들려왔다.

... 익숙한 소리.

아까부터 느끼기 시작한 ‘불편함’, ‘위화감’의 정체를 깨달았다.

혹시나 해서 마도서를 소환해본 후 확신을 가졌다.

이제 시작이구나. 슬슬 깨달은 사람이 생겼다. 페로 덕택인가?

짐작은 가지만 확인은 해야겠지.

승엽이에게 다가가서 물었다.

“승엽아.”

“예? 형? 지금 저 소리 대체 뭐 -”

“너, 롤 무슨 점수니? 좋아하는 캐릭은 뭐야?”

“갑자기 무슨 -”

“대답해.”

“... 아직 플레에요. 곧 다이아 갈 수 있어요. 예전엔 주챔 야스오였는데, 요샌 요네를 -”

“무슨 말인지 전혀 모르겠다. 그래서 확실하네. 너구나.”

“예?”

“넌 뒤쪽에 가 있으렴.”

조용히, 상의 안쪽에 숨겨둔 단검의 손잡이를 붙들었다.

호텔은 참 잔인한 장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