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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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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하. 실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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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오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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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가를 받고서야 문을 연 기사는 조심스럽게 묵례를 올린 뒤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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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동자들의 확보가 모두 끝났습니다. 과연 전하의 말처럼 시민들 사이에 숨어 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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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한 병력이 움직이는데 도움이 없었을 리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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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시우스는 그리 읊조리다 뒤늦게 한 가지 사실을 깨닫곤 기사에게 전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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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참, 범인 중에 얼굴이 뭉개진 녀석이 있을 텐데. 그 자식은 죽이지 말고 고문해. 누군지는 크리스토퍼에게 물어보면 알려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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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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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자가 직접 죽이지 말고 고통을 주라고 명령한 만큼, 기사는 그 대상이 될 범죄자 녀석에게 동정을 보냈다. 무슨 짓을 저질렀기에 원한을 샀는지는 몰라도─ 녀석은 차라리 죽여달라고 빌만큼 끔찍한 나날들을 보내게 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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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를 모두 마친 기사가 방 안에서 빠져나가는 가운데, 카시우스는 오늘 날 있었던 일에 대해 떠올렸다. 반왕국연맹에 의해 아카데미 생도들이 탄 열차가 나포되는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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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일을 계기로 앞으로 열차의 탑승과 보안이 조금 더 철저해지리라. 어쩌면 열차에 탈 때마다 마법으로 검사를 받게될 수도 있었고. 마차에 대포가 달려서 다가오는 적들을 요격하게 될 수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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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수칙은 피로 쓰이는 법. 카시우스는 그 말뜻을 진정 이해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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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하나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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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공작이 그런 전력을 숨기고 있었을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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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시우스는 공작령의 기사에 대해서 떠올렸다. 녹색 머리의 기사. 공작령에서 처음 보았을 땐 껄렁껄렁하고 일하기 싫어하는 모습이 한량, 파락호를 떠올리게 했지만…… 그의 실력을 본 뒤에는 그 모든 생각이 180도 뒤바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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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날 열차를 피습했던 반인류연맹과 그 주동자인 엘프는 결코 약하지 않았다. 아카데미 생도들을 보호하는 마법학과 교수와 왕족, 귀족들을 지키기 위해 파견된 호위기사들. 심지어 열차 안에서 난동을 막기 위해 모집된 경비들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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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이름을 한 끗 날리는 정예 엘리트들이었다. 농담이 아니라 어지간한 영지 하나쯤은 그들만으로도 점령할 수 있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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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반인류연맹은 그런 호위들을 모조리 박살내버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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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리는 홀로 반인류연맹을 쓰러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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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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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 영지를 무너뜨릴 수 있는 초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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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영지에 쳐들어가 영주를 죽이고 도망칠 수 있는 강자가 공작령에 있다는 뜻이다. 그동안 이를 꽁꽁 감추다가 이제서야 그 존재를 드러낸 이유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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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시우스는 클라우디아 공작의 의도를 읽기 위해 머리를 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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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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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네, 왜 혼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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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기 귀찮아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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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그렇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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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석은 가져왔나? 다른 이들에게 연락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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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깜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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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괘, 괜찮네. 열차 안에는 통신석이 마련되어 있으니까, 그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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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리와의 대화를 떠올린 카시우스는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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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왜 아무 생각도 없는 것 같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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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그것이 정답이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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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시우스를 포함한 아카데미 생도들중 그 누구도 그것이 사실이라는 것을 깨닫지 못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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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고로 권위 있는 자의 행동은 과대평가받기 마련이다. 초인적인 업적을 눈앞에서 펼친 엔리를 의심할 수 있는 이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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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의도가 무엇이냐. 클라우디아 공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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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시우스는 그리 고민을 쌓아올리며 하루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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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머리를 굴려본들 진실에 닿는 일은 없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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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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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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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빈에게나 주어지는 호화로운 방 안에서, 엔리는 통신석을 향해 보고를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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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되어서. 오늘 안으로 돌아가는 건 어려울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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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알았어. 천천히 복귀해도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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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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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소. 못 해도 사흘 안으로 복귀하도록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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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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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말 실수를 깨달은 이브 공녀가 사흘 내로 복귀하란 명령을 내리는 가운데, 엔리는 조심스럽게 만약의 경우를 질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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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런데. 만일 스카웃 당하면 어떻게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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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이미 내 기사야. 다른 귀족과 봉신 계약을 맺은 기사에게 영입 제안 같은 멋 없는 짓은 하지 않을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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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좀 잘났잖아요. 그런 거 안 따지고 제안할 수도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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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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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돌하기 그지 없는 엔리의 발언에 할 말을 잃은 이브 공녀가 침묵을 유지하는 가운데, 그가 원하는 바를 뒤늦게 깨달은 이브는 한숨을 살짝 내쉬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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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멍아. 넌 내 꺼야. 주인 몰라보는 멍멍이는 거세해버릴 테니, 그렇게 알아. 알았니? 알았으면 짖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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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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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 잘 했어. 잘 다녀와. ……내 나이가 몇인데, 이런 짓거리는 시키지 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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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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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럽다는 듯 얼굴 붉히며 통신을 끊는 이브 공녀를 보며 실실거리던 엔리는 통신석을 가방 안에 집어넣고 적당히 침대에 몸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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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그렇게 몸을 던지기가 무섭게 누군가가 방문을 두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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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리 경. 깨어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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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에- 들어오십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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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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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통신을 끊기가 무섭게 방 안으로 들어선 메이드는 가볍게 고개를 숙이며 테이블을 설치하고 간식거리들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이는 곧 그의 통신을 엿듣고 있었다는 증거였지만, 엔리는 별 개의치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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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껏해봐야 왕실 안에서 ‘클라우디아 공작 영애는 자기 기사를 개라고 부른다.’ 라는 날조 0 사실 100에 입각한 소문이 나돌아다닐 뿐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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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메이드가 간식거리를 세팅하는 모습을 지켜보던 엔리는 무언가 이상함을 느끼고 멈칫했다. 아무리 보아도 세팅되는 간식의 양이 지나치게 많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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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이 조금 많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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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기다려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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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팅을 끝마친 메이드는 그리 말한 뒤 곧장 바깥으로 나가 누군가를 데려왔다. 메이드가 데려온 상대를 본 엔리는 침대에서 일어나 조심스레 예법을 갖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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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님을 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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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괜찮답니다. 편히 있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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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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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발에 푸른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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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깔만 보자면 코델리아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온몸에서 기품을 뿜뿜 뿜어내는 존재. 그라시아 왕국의 2왕녀, 엘레노아 그라시아가 그곳에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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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리는 긴장을 늦추지 못 한 채 그녀를 바라보았다. 이곳은 여자들이 어플로 원나잇 상대를 찾고 친구들과 몇 명의 남자를 만났는지 자랑스럽게 떠들어대는 현대가 아니었다. 오히려 그 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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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의 정조가 상품으로 팔리는 시대. 왕족과 추문이라도 돌았다간 불경하다며 사형을 때리는 중세 왕정 시대였다. 그녀가 제 방에 드나들었단 소문이 퍼지기라도 했다간 큰일이었다. 아무리 엔리라고 해도 나라와 척을 지는 건 곤란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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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님께서 제 방에는 무슨 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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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 안 되나요? 제가 어딜 갈 때마다 누군가의 허락을 받아야 할 줄은 몰랐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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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게는 몰라도 국왕 폐하께는 말씀드리시겠죠. 하물며 외간남자의 방에 들어간다고 한다면야 더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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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마디도 지지 않으려는 엔리를 보며 뾰루퉁하게 볼을 부풀린 엘레노아는 대답 없이 지그시 엔리를 노려보다가, 자신이 졌다는 듯 가볍게 표정을 풀고서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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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을 구해준 생명의 은인이자 영웅을 보러왔답니다. 이걸로도 부족한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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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뇨, 충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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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리는 그리 말하며 엘레노아의 맞은 편에 마주 앉았다. 허락도 없이 왕녀와 동석하는 모습에 둘을 시중들던 시녀가 화들짝 두 눈을 뜨기는 했지만, 굳이 앞에서 그 사실을 지적하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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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레노아 본인도 동생을 구해준 영웅에게 그깟 예법을 지키지 않았노라 꾸짖을 정도로 막돼먹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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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저는 기사님들을 동경했답니다. 마왕에게 납치당한 공주를 구하러 떠나는 것도, 저주에 걸려 잠든 숲 속의 공주를 구하는 것도, 못된 왕비에 의해 탑에 유폐된 공주를 구한 것도 모두 기사님이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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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그렇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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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하필 그 예시가 전부 다 동화 속 이야기인지는 모르겠지만, 엘레노아가 기사에게 그닥 나쁘지 않은 이미지를 갖고 있는 건 확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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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기야 그렇지 않고서야 기사 하나를 만나겠다고 남자 혼자 있는 방에 불쑥 찾아오지는 않았겠지. 그녀의 머릿속에선 만에 하나 일어날 참사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왜? 자신이 바로 기사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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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에 대한 환상이 강한 공주님이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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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제게 호의를 가진 사람을, 그것도 얼굴 예쁜 미녀를 매몰차게 내쫓을 수도 없는 노릇. 엔리는 결국 엘레노아의 이야기 상대가 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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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도 그닥 힘든 일은 아니었다. 엔리에게 있어선 그저 있었던 일들을 덤덤하게 이야기하면 될 뿐이었으니까. 듣는 사람을 위해 이야기를 멋들어지게 꾸며낼 필요또한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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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쳐들어갔더니, 안에는 함정을 판 도적떼들이 기다리고 있더군요. 대략 80명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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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십 명이요!? 그래서, 어떻게 됐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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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하던 대로 쓰러트렸습니다. 다수랑 싸울 때 중요한 건 둘러싸이지 않는 건데 다행히 입구가 좁아서 여럿이 저를 상대할 각이 나오지 않았거든요. 정면에서 셋 정도만 상대하면 되었는데, 도적 셋을 상대하는 건 기사라면 누구에게나 가능한 일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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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 엔리가 겪은 일들 자체가 일반 사람들에게 있어선 허풍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허황된 이야기들이었으니까. 굳이 부풀려서 기대감을 높일 필요도 없었다. 반대로 성과를 줄이면 줄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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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한참동안 이야기꽃을 피우며 눈동자를 반짝거리던 엘레노아는 이제 슬슬 시간이 되었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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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같아서는 더 듣고 싶지만, 슬슬 시간이 다 됐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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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쉽게 됐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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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이지, 이럴 때는 언니나 여동생이 없다는 게 아쉬울 정도예요. 만일 자매가 있었더라면 저 대신 분장시켜서 수업에 보낼 텐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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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그게 무슨…… 왕녀님은 2왕녀 아닙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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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그런데요? 2왕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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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리가 대체 무슨 소리냐는 듯 엘레노아를 바라보자, 엘레노아는 그게 무슨 문제라도 되느냐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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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1왕녀 전하가 있으니까 2왕녀……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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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아. 엔리 경은 아직 궁중 예법에 익숙하지 않으신 모양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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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레노아는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주억이며 제가 2왕녀인 이유에 대해 설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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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오라버니, 아우렐리아 왕자가 1왕자. 그 다음 제가 둘째니까 2왕녀, 마지막으로 카시우스가 막내 3왕자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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낳은 순서대로 번호가 붙여진다고 생각하면 외우기 쉽다고 이야기하는 엘레노아를 보며, 엔리는 자신의 생각이 옳았음을 다시금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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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이 로판이 아니고서야 이딴 빡대가리 같은 명칭은 붙이지 않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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