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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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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

-전하. 실례하겠습니다.

“들어오도록.”

허가를 받고서야 문을 연 기사는 조심스럽게 묵례를 올린 뒤 입을 열었다.

“주동자들의 확보가 모두 끝났습니다. 과연 전하의 말처럼 시민들 사이에 숨어 있더군요.”

“그만한 병력이 움직이는데 도움이 없었을 리 없으니까.”

카시우스는 그리 읊조리다 뒤늦게 한 가지 사실을 깨닫곤 기사에게 전언했다.

“아참, 범인 중에 얼굴이 뭉개진 녀석이 있을 텐데. 그 자식은 죽이지 말고 고문해. 누군지는 크리스토퍼에게 물어보면 알려줄 거야.”

“충.”

왕자가 직접 죽이지 말고 고통을 주라고 명령한 만큼, 기사는 그 대상이 될 범죄자 녀석에게 동정을 보냈다. 무슨 짓을 저질렀기에 원한을 샀는지는 몰라도─ 녀석은 차라리 죽여달라고 빌만큼 끔찍한 나날들을 보내게 될 테니까.

보고를 모두 마친 기사가 방 안에서 빠져나가는 가운데, 카시우스는 오늘 날 있었던 일에 대해 떠올렸다. 반왕국연맹에 의해 아카데미 생도들이 탄 열차가 나포되는 사건.

이 일을 계기로 앞으로 열차의 탑승과 보안이 조금 더 철저해지리라. 어쩌면 열차에 탈 때마다 마법으로 검사를 받게될 수도 있었고. 마차에 대포가 달려서 다가오는 적들을 요격하게 될 수도 있었다.

안전수칙은 피로 쓰이는 법. 카시우스는 그 말뜻을 진정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하나 더.

‘……설마 공작이 그런 전력을 숨기고 있었을 줄이야.

카시우스는 공작령의 기사에 대해서 떠올렸다. 녹색 머리의 기사. 공작령에서 처음 보았을 땐 껄렁껄렁하고 일하기 싫어하는 모습이 한량, 파락호를 떠올리게 했지만…… 그의 실력을 본 뒤에는 그 모든 생각이 180도 뒤바뀌게 되었다.

오늘 날 열차를 피습했던 반인류연맹과 그 주동자인 엘프는 결코 약하지 않았다. 아카데미 생도들을 보호하는 마법학과 교수와 왕족, 귀족들을 지키기 위해 파견된 호위기사들. 심지어 열차 안에서 난동을 막기 위해 모집된 경비들까지.

모두 이름을 한 끗 날리는 정예 엘리트들이었다. 농담이 아니라 어지간한 영지 하나쯤은 그들만으로도 점령할 수 있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그러나 반인류연맹은 그런 호위들을 모조리 박살내버렸고.

엔리는 홀로 반인류연맹을 쓰러트렸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가.

“……혼자서 영지를 무너뜨릴 수 있는 초인.”

홀로 영지에 쳐들어가 영주를 죽이고 도망칠 수 있는 강자가 공작령에 있다는 뜻이다. 그동안 이를 꽁꽁 감추다가 이제서야 그 존재를 드러낸 이유가 무엇일까.

카시우스는 클라우디아 공작의 의도를 읽기 위해 머리를 굴렸다.

다만.

─자네, 왜 혼자인가?

─기다리기 귀찮아서요.

─……그, 그렇군.

─통신석은 가져왔나? 다른 이들에게 연락을……

─아, 깜빡했다.

─괘, 괜찮네. 열차 안에는 통신석이 마련되어 있으니까, 그걸로─

엔리와의 대화를 떠올린 카시우스는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근데 왜 아무 생각도 없는 것 같지?

물론 그것이 정답이었지만.

카시우스를 포함한 아카데미 생도들중 그 누구도 그것이 사실이라는 것을 깨닫지 못 했다.

자고로 권위 있는 자의 행동은 과대평가받기 마련이다. 초인적인 업적을 눈앞에서 펼친 엔리를 의심할 수 있는 이는 없었다.

‘대체, 의도가 무엇이냐. 클라우디아 공작……!?

카시우스는 그리 고민을 쌓아올리며 하루를 보냈다.

아무리 머리를 굴려본들 진실에 닿는 일은 없었지만.


왕실.

귀빈에게나 주어지는 호화로운 방 안에서, 엔리는 통신석을 향해 보고를 건넸다.

“─그렇게 되어서. 오늘 안으로 돌아가는 건 어려울 거 같습니다.”

[그래. 알았어. 천천히 복귀해도 좋아.]

“정말요?”

[……취소. 못 해도 사흘 안으로 복귀하도록 해.]

“에이…….”

자신의 말 실수를 깨달은 이브 공녀가 사흘 내로 복귀하란 명령을 내리는 가운데, 엔리는 조심스럽게 만약의 경우를 질문했다.

“아, 그런데. 만일 스카웃 당하면 어떻게 하죠?”

[너는 이미 내 기사야. 다른 귀족과 봉신 계약을 맺은 기사에게 영입 제안 같은 멋 없는 짓은 하지 않을 걸.]

“제가 좀 잘났잖아요. 그런 거 안 따지고 제안할 수도 있죠.”

[……]

당돌하기 그지 없는 엔리의 발언에 할 말을 잃은 이브 공녀가 침묵을 유지하는 가운데, 그가 원하는 바를 뒤늦게 깨달은 이브는 한숨을 살짝 내쉬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멍멍아. 넌 내 꺼야. 주인 몰라보는 멍멍이는 거세해버릴 테니, 그렇게 알아. 알았니? 알았으면 짖어.]

“─멍.”

[좋아. 잘 했어. 잘 다녀와. ……내 나이가 몇인데, 이런 짓거리는 시키지 좀 말고.]

뚝-.

부끄럽다는 듯 얼굴 붉히며 통신을 끊는 이브 공녀를 보며 실실거리던 엔리는 통신석을 가방 안에 집어넣고 적당히 침대에 몸을 던졌다.

그가 그렇게 몸을 던지기가 무섭게 누군가가 방문을 두드렸다.

-엔리 경. 깨어계십니까?

“네에- 들어오십쇼.”

“실례하겠습니다.”

그가 통신을 끊기가 무섭게 방 안으로 들어선 메이드는 가볍게 고개를 숙이며 테이블을 설치하고 간식거리들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이는 곧 그의 통신을 엿듣고 있었다는 증거였지만, 엔리는 별 개의치 않았다.

기껏해봐야 왕실 안에서 ‘클라우디아 공작 영애는 자기 기사를 개라고 부른다. 라는 날조 0 사실 100에 입각한 소문이 나돌아다닐 뿐이었으니까.

그렇게 메이드가 간식거리를 세팅하는 모습을 지켜보던 엔리는 무언가 이상함을 느끼고 멈칫했다. 아무리 보아도 세팅되는 간식의 양이 지나치게 많았기 때문이다.

“양이 조금 많은데.”

“잠시 기다려주십시오.”

세팅을 끝마친 메이드는 그리 말한 뒤 곧장 바깥으로 나가 누군가를 데려왔다. 메이드가 데려온 상대를 본 엔리는 침대에서 일어나 조심스레 예법을 갖췄다.

“─공주님을 뵙습니다.”

“아아- 괜찮답니다. 편히 있으세요.”

“감사합니다.”

금발에 푸른 눈.

색깔만 보자면 코델리아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온몸에서 기품을 뿜뿜 뿜어내는 존재. 그라시아 왕국의 2왕녀, 엘레노아 그라시아가 그곳에 서 있었다.

엔리는 긴장을 늦추지 못 한 채 그녀를 바라보았다. 이곳은 여자들이 어플로 원나잇 상대를 찾고 친구들과 몇 명의 남자를 만났는지 자랑스럽게 떠들어대는 현대가 아니었다. 오히려 그 반대.

여자의 정조가 상품으로 팔리는 시대. 왕족과 추문이라도 돌았다간 불경하다며 사형을 때리는 중세 왕정 시대였다. 그녀가 제 방에 드나들었단 소문이 퍼지기라도 했다간 큰일이었다. 아무리 엔리라고 해도 나라와 척을 지는 건 곤란했기에.

“공주님께서 제 방에는 무슨 일로?”

“어머- 안 되나요? 제가 어딜 갈 때마다 누군가의 허락을 받아야 할 줄은 몰랐네요.”

“제게는 몰라도 국왕 폐하께는 말씀드리시겠죠. 하물며 외간남자의 방에 들어간다고 한다면야 더더욱.”

한 마디도 지지 않으려는 엔리를 보며 뾰루퉁하게 볼을 부풀린 엘레노아는 대답 없이 지그시 엔리를 노려보다가, 자신이 졌다는 듯 가볍게 표정을 풀고서 입을 열었다.

“동생을 구해준 생명의 은인이자 영웅을 보러왔답니다. 이걸로도 부족한가요?”

“아뇨, 충분합니다.”

엔리는 그리 말하며 엘레노아의 맞은 편에 마주 앉았다. 허락도 없이 왕녀와 동석하는 모습에 둘을 시중들던 시녀가 화들짝 두 눈을 뜨기는 했지만, 굳이 앞에서 그 사실을 지적하진 않았다.

엘레노아 본인도 동생을 구해준 영웅에게 그깟 예법을 지키지 않았노라 꾸짖을 정도로 막돼먹지는 않았다.

“사실 저는 기사님들을 동경했답니다. 마왕에게 납치당한 공주를 구하러 떠나는 것도, 저주에 걸려 잠든 숲 속의 공주를 구하는 것도, 못된 왕비에 의해 탑에 유폐된 공주를 구한 것도 모두 기사님이잖아요?”

“뭐, 그렇죠.”

왜 하필 그 예시가 전부 다 동화 속 이야기인지는 모르겠지만, 엘레노아가 기사에게 그닥 나쁘지 않은 이미지를 갖고 있는 건 확실했다.

하기야 그렇지 않고서야 기사 하나를 만나겠다고 남자 혼자 있는 방에 불쑥 찾아오지는 않았겠지. 그녀의 머릿속에선 만에 하나 일어날 참사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왜? 자신이 바로 기사였으니까.

‘기사에 대한 환상이 강한 공주님이시네…….

그러나 제게 호의를 가진 사람을, 그것도 얼굴 예쁜 미녀를 매몰차게 내쫓을 수도 없는 노릇. 엔리는 결국 엘레노아의 이야기 상대가 될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도 그닥 힘든 일은 아니었다. 엔리에게 있어선 그저 있었던 일들을 덤덤하게 이야기하면 될 뿐이었으니까. 듣는 사람을 위해 이야기를 멋들어지게 꾸며낼 필요또한 없었다.

“그렇게 쳐들어갔더니, 안에는 함정을 판 도적떼들이 기다리고 있더군요. 대략 80명 정도…….”

“팔십 명이요!? 그래서, 어떻게 됐나요!?”

“늘 하던 대로 쓰러트렸습니다. 다수랑 싸울 때 중요한 건 둘러싸이지 않는 건데 다행히 입구가 좁아서 여럿이 저를 상대할 각이 나오지 않았거든요. 정면에서 셋 정도만 상대하면 되었는데, 도적 셋을 상대하는 건 기사라면 누구에게나 가능한 일이라─.”

그야 엔리가 겪은 일들 자체가 일반 사람들에게 있어선 허풍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허황된 이야기들이었으니까. 굳이 부풀려서 기대감을 높일 필요도 없었다. 반대로 성과를 줄이면 줄였지.

그렇게 한참동안 이야기꽃을 피우며 눈동자를 반짝거리던 엘레노아는 이제 슬슬 시간이 되었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섰다.

“마음 같아서는 더 듣고 싶지만, 슬슬 시간이 다 됐네요.”

“아쉽게 됐군요.”

“정말이지, 이럴 때는 언니나 여동생이 없다는 게 아쉬울 정도예요. 만일 자매가 있었더라면 저 대신 분장시켜서 수업에 보낼 텐데 말이죠.”

“예? 그게 무슨…… 왕녀님은 2왕녀 아닙니까?”

“네. 그런데요? 2왕녀.”

엔리가 대체 무슨 소리냐는 듯 엘레노아를 바라보자, 엘레노아는 그게 무슨 문제라도 되느냐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기 시작했다.

“아니, 1왕녀 전하가 있으니까 2왕녀…… 아닌가요?”

“네? 아. 엔리 경은 아직 궁중 예법에 익숙하지 않으신 모양이네요.”

엘레노아는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주억이며 제가 2왕녀인 이유에 대해 설파했다.

“제 오라버니, 아우렐리아 왕자가 1왕자. 그 다음 제가 둘째니까 2왕녀, 마지막으로 카시우스가 막내 3왕자랍니다.”

낳은 순서대로 번호가 붙여진다고 생각하면 외우기 쉽다고 이야기하는 엘레노아를 보며, 엔리는 자신의 생각이 옳았음을 다시금 깨달았다.

이 세상이 로판이 아니고서야 이딴 빡대가리 같은 명칭은 붙이지 않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