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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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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실습은 아무런 사고 없이 잘 진행되었다. 중간에 생도 하나가 화살을 맞는 사소한 찐빠가 생기긴 했지만, 숲 속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숨기길 원했던 피해자의 의견과 현장 담당관의 절묘한 합의로 인해 없던 일이 되었다.
그렇게 무사고 1일 차.
일주일 동안 진행되는 현장 체험 실습. 당연한 말이지만 그 모든 이들을 공작저에서 맞이할 수는 없었다. 아카데미 생도들은 공작령에 있는 숙박업소로 여기저기 퍼져나갔다. 아카데미 생도이기 전에 귀족이니만큼 어느 정도 낙수 효과를 기대해볼 수 있으리라.
그리고.
모든 이들을 맞이할 수 없단 말은.
몇몇 손님은 받아들일 수 있단 뜻이기도 했다.
“……오랜만입니다. 카시우스 전하.”
“아아, 오랜만이야. 클라우디아 영애.”
“병마로 드러눕는 바람에 먼저 찾아뵙지 못 한 점, 송구하게 생각합니다.”
“괜찮네. 꾀병에 걸렸다면서? 자네 기사에게 들었네.”
“그러, 시군요.”
이브는 방긋 웃는 동시에 이를 박박 가는 소리를 애써 숨기며 눈동자를 굴렸다. 3왕자인 카시우스가 이 자리에 있는 건 그러려니 할 수 있었다. 그에게 안 좋은 감정이라고 해봐야 정치적인 이유로 자신을 사형시킨 것밖에 없으니까.
‘생각해보니 짜증나네?
그래도 뭐, 왕세자를 죽이고 왕권을 손에 넣은 3왕자가 정통성과 정치적 영향력을 위해 자신을 죽인 건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그에 비해 결코 이해할 수도, 용서할 수도 없는 존재가 있었다.
자신과 약혼까지 한 주제에 딴 여자에게 눈독 들이고, 그 여자를 차지하겠다고 형제끼리 싸움을 벌이다 패배해 폐위당하는 걸 넘어 아예 목숨까지 잃어버리곤 제 약혼자까지 죽게 만든 쓰레기는 결코 용서하지 못 하겠다.
그 쓰레기를 꼬신 탕녀가 제 눈앞에 앉아 있는 꼴은, 더더욱 못 보겠고.
“안녕하세요! 이브 공녀님! 저는 아카데미 마법학부 1학년, 피에시타 남작령의 코델리아라고 합니다! 만나서 반가워요!”
“이브 클라우디아라고 합니다. 코델리아 영애. 만나서 반가워요.”
다만.
이브는 왕족 앞에서 약점을 내보일 정도로 어리숙한 귀족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 반대. 전회차와 이번 회차를 포함하면 공작과 비슷한 나잇대가 아니던가? 속에 능구렁이 수백 마리는 기르고 있다고 봐도 무방했다.
“공녀님을 만나고 싶어서 밤잠도 설치고 오늘만을 기다렸어요!”
“이런, 밤잠을 줄이면 피부가 상한답니다? 앞으로는 그런 일이 없도록 하세요.”
“네! 감사합니다!”
싱긋 미소 짓던 이브 클라우디아는 부채를 펼쳐 입가를 가렸다. 그러지 않고서는 표정 변화를 도무지 숨길 수 없을 것만 같았기에.
눈꼬리만을 유지한 채 입꼬리를 끌어내린 이브는 속으로 욕지거리를 마구 내뱉으며 3왕자를 바라보았다.
“그나저나 전하. 오늘은 무슨 일로 방문해주셨는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아아- 별 거 아닐세. 우리 코델리아 양이 자네와 꼭 만나고 싶다고 해서 말이야.”
“그렇군요. 코델리아 영애? 영애는 무슨 일로 저와 만나고 싶으셨는지요.”
“─공녀님과 친해지고 싶어서요!”
코델리아가 테이블을 탁-! 내리치며 몸을 일으켰다. 옆에 앉아 있던 3왕자는 그리 일어나면서 생긴 가슴의 출렁거림에만 시선을 모두 빼앗긴 모양이었지만…… 그녀의 정면에 있던 이브는 달랐다.
공녀는 그녀의 얼굴에서 순수함을 엿보았다. 다른 그 어떤 흑심도 섞이지 않은, 그저 순수한 호의와 선의. 친구가 되고 싶다는, 세살배기 코흘리개 꼬맹이나 떠올릴 법한 그런 순수함을.
‘……그래, 넌 그때도 그랬지.
이브는 처형당하기 직전 만났던 코델리아를 떠올렸다. 그녀가 3왕자에 의해 구금되었을 당시, 남 몰래 그녀를 찾아와 이렇게 될 줄은 몰랐다며 서글피 울던 그녀를.
너는 상황이 그렇게 되었을 당시에도 순수함을 잊지 않았다. 모두가 마녀라고 부르며 돌 던지던 당시에도 너는 나와 친구가 되고 싶다고 울었다.
그제서야 이브는 코델리아라는 존재가 어떻게 왕국을 표백시켰는지 알 수 있었다. 그 어떤 얼룩도 지워버릴 새하양은 시커멓게 물든 왕국에게 있어선 독이었다.
“그게 무슨 소리인가요, 코델리아 영애.”
“아…… 여, 역시 안 되나요……?”
“같은 테이블에 앉아 차를 나눴으니. 저흰 이미 친구가 아닌가요?”
실망감으로 물들어가던 코델리아의 얼굴에 희열이 가득 차오른다. 그 가증스러운 얼굴을 보면서 이브는 마주 웃었다.
아마, 이 여자는 이번 생에도 왕국을 새하얗게 물들일 것이다. 그 순수함에 빠져버린 얼룩들은 제 자신을 조금이라도 깨끗하게 만들기 위해 그 새하양에 손을 담글 것이고.
그리하여 마찬가지로, 지난 번과 같은 혼란이 일어날 터였다.
다만.
이번 생에는 지난 번처럼 그저 휩쓸리기만 하지는 않으리라.
“앞으로 잘 부탁드려요. 코델리아 양.”
그를 위해서 준비해온 10년이었다.
* * *
유례 없던 현장 체험 학습을 경험한 생도들은 각자 나름의 감상평을 남겼다.
“이딴 짓거리는 대체 왜 하는 거지?”
“우리가 시간이 남아도는 줄 아나…….”
“정말 끔찍한데. 이딴 곳에서 먹고 자라고?”
그건 당연한 감상이었다. 공작령이 아무리 좋다고는 해도 왕국의 수도, 그라시아 령보다 좋을 수는 없는 바. 마찬가지로 그라시아 령에 지어진 아카데미보다 훌륭한 시설을 자랑할 수는 없었다.
물론 몇몇 이들은 수도에 버금가는 시설을 즐길 수 있었겠지. 하지만 모두가 그러지는 못 했다. 사람은 가진 것보다 가지지 못 한 것에 열을 내는 생물인 지라, 생도들은 자신이 최고급 시설을 누리지 못 했음에 분노했다.
누리지 못 한 대다수의 생도가 불만을, 누릴 수 있던 극소수의 생도들도 별 만족스럽지 못 한 경험에 불평을 쏟아내는 가운데.
엔리는 아카데미 생도들을 이곳으로 데려온 원흉과 대면하고 있었다.
“─한 번만 더.”
왕국제일기사단의 단장 테오도르 발헤임의 아들.
크리스토퍼 발헤임은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검자루를 지팡이 쥐듯 부여잡고서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한 번만 더, 부탁드립니다.”
이를 갈면서 눈앞에 있는 상대에게 고개를 숙인다. 엔리는 슬슬 지루하다는 듯 기지개를 켜며 귀찮다는 감정을 노골적으로 표현하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그의 부탁을 아예 거부하진 않았다.
약한 놈을 상대하는 게 지루한 일인 건 맞아도 재미 없는 일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엔리는 어서 덤비라는 듯 가볍게 손을 까딱였다. 그 신호에 명백히 하수인 크리스토퍼가 달려나갔다. 나름 기사학부 수석이라는 자존심이 있긴 했지만, 현직 기사 앞에서 으스댈 정도는 아니었다.
하물며 상대는 이미 자신을 몇 번이고 고꾸라뜨렸던 강자. 아무런 망설임 없이 달려나간 크리스토퍼는 그대로 검을 휘둘렀다. 어려서부터 아버지에게 배운 왕국검술. 숱한 기사들에게 칭찬 받았던 그 기술이지만 엔리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툭.
퍼억-.
쿠웅.
“윽!”
크리스토퍼는 정신을 차려보니 바닥을 뒹굴고 있었다. 무엇에 당했는지 짐작조차 할 수 없는 기술의 격차. 마치 이쪽이 무얼 할 지 훤히 들여다보고 있는 듯했다.
이 대련의 가장 큰 문제점은 상대방이 제게 무언가 가르쳐 줄 마음이 없다는 점이었다. 엔리는 그저 가장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그를 쓰러트렸을 뿐이니.
만일 이것이 아무런 재능 없는 생도나 어린아이에게 행해지는 일이었더라면, 그건 충분히 학대라고 부를 법 했다.
그러나.
“한, 수.”
크리스토퍼는 왕실기사단장의 아들.
재능이라는 단어로 똘똘 뭉친 천재였으며.
결코 굴하지 않는 정신력까지 겸비한 사내였다.
“가르침, 부탁드립니다……!”
그저.
“슬슬 끝내지.”
그가 상대하고 있는 것이 상식의 틀에서 벗어난 존재였을 뿐이다.
끝내겠다는 일방적인 선언 이후, 크리스토퍼는 엔리가 처음으로 먼저 움직이는 것을 목도했다. 제자리에서 가만히 기다릴 때에도 자신을 압도하던 상대가 움직이니, 그 결과는 놀라웠다.
크리스토퍼는 일격에 기절했다. 그는 엔리가 접근하는 것도, 검을 휘두르는 것도 보지 못 했다. 다만 그가 무언가를 하리란 확신은 있었기에, 애써 버텨낼 수는 있었다.
“근성은 있네.”
엔리는 기절했음에도 두 발로 꼿꼿이 서서 버텨내는 크리스토퍼를 보며 살짝 감탄사를 터트렸다. 근성 있는 후배를 보는 건 그닥 나쁜 기분은 아니었다.
그저 그 모습을 보고자 귀찮음을 감수할 정도는 아니었을 뿐이지.
기절한 크리스토퍼가 깨어난 이후, 아카데미로 돌아가는 행렬에 합류하는 걸 확인한 엔리는 달력을 확인했다. 어느덧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대다수는 아무것도 얻지 못 했지만.
누군가는 친구를 얻었고, 또 누군가는 깨달음을 얻은 시간.
모든 걸 마무리할 헤어짐의 때가 도래했다.
이제 한동안은, 어쩌면 평생 동안은 그들을 다시 마주할 일이 없으리라.
그리 생각하며 막사로 돌아가 휴식을 취하려던 그때였다.
“예? 뭐요?”
엔리는 이브의 갑작스런 호출을 받았고.
“열차가 피습당했다네.”
그곳에서 청천벽력과도 같은 말을 들었다.
아카데미 생도들을 태운 열차가 테러리스트들에 의해 나포 당했다는 소식.
평소 같았더라면 납치된 귀족의 가문에서 알아서 몸값을 내고 구해오겠으나, 지금은 그럴 수 없었다.
당장 그 열차에는 귀족뿐만 아니라 3왕자까지 탑승해 있는 상태였다.
“가장 가까운 영지는 우리고.”
여유롭게 몸값을 준비하고 협상 따위를 기다릴 여유가 없단 뜻이었다.
“그러니 가라. 엔리.”
가서 너의 무력을 보여줘.
명령을 받은 기사는 조심스레 고개를 끄덕였다.
예스 마이 레이디.
잠시 후.
한 명의 기사가 공작령을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