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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실습은 아무런 사고 없이 잘 진행되었다. 중간에 생도 하나가 화살을 맞는 사소한 찐빠가 생기긴 했지만, 숲 속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숨기길 원했던 피해자의 의견과 현장 담당관의 절묘한 합의로 인해 없던 일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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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무사고 1일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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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동안 진행되는 현장 체험 실습. 당연한 말이지만 그 모든 이들을 공작저에서 맞이할 수는 없었다. 아카데미 생도들은 공작령에 있는 숙박업소로 여기저기 퍼져나갔다. 아카데미 생도이기 전에 귀족이니만큼 어느 정도 낙수 효과를 기대해볼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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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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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이들을 맞이할 수 없단 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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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몇 손님은 받아들일 수 있단 뜻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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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입니다. 카시우스 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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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오랜만이야. 클라우디아 영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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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마로 드러눕는 바람에 먼저 찾아뵙지 못 한 점, 송구하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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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네. 꾀병에 걸렸다면서? 자네 기사에게 들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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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 시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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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브는 방긋 웃는 동시에 이를 박박 가는 소리를 애써 숨기며 눈동자를 굴렸다. 3왕자인 카시우스가 이 자리에 있는 건 그러려니 할 수 있었다. 그에게 안 좋은 감정이라고 해봐야 정치적인 이유로 자신을 사형시킨 것밖에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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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니 짜증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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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뭐, 왕세자를 죽이고 왕권을 손에 넣은 3왕자가 정통성과 정치적 영향력을 위해 자신을 죽인 건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그에 비해 결코 이해할 수도, 용서할 수도 없는 존재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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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과 약혼까지 한 주제에 딴 여자에게 눈독 들이고, 그 여자를 차지하겠다고 형제끼리 싸움을 벌이다 패배해 폐위당하는 걸 넘어 아예 목숨까지 잃어버리곤 제 약혼자까지 죽게 만든 쓰레기는 결코 용서하지 못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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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쓰레기를 꼬신 탕녀가 제 눈앞에 앉아 있는 꼴은, 더더욱 못 보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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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브 공녀님! 저는 아카데미 마법학부 1학년, 피에시타 남작령의 코델리아라고 합니다! 만나서 반가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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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브 클라우디아라고 합니다. 코델리아 영애. 만나서 반가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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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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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브는 왕족 앞에서 약점을 내보일 정도로 어리숙한 귀족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 반대. 전회차와 이번 회차를 포함하면 공작과 비슷한 나잇대가 아니던가? 속에 능구렁이 수백 마리는 기르고 있다고 봐도 무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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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녀님을 만나고 싶어서 밤잠도 설치고 오늘만을 기다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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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밤잠을 줄이면 피부가 상한답니다? 앞으로는 그런 일이 없도록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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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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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긋 미소 짓던 이브 클라우디아는 부채를 펼쳐 입가를 가렸다. 그러지 않고서는 표정 변화를 도무지 숨길 수 없을 것만 같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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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꼬리만을 유지한 채 입꼬리를 끌어내린 이브는 속으로 욕지거리를 마구 내뱉으며 3왕자를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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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전하. 오늘은 무슨 일로 방문해주셨는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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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별 거 아닐세. 우리 코델리아 양이 자네와 꼭 만나고 싶다고 해서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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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군요. 코델리아 영애? 영애는 무슨 일로 저와 만나고 싶으셨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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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녀님과 친해지고 싶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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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델리아가 테이블을 탁-! 내리치며 몸을 일으켰다. 옆에 앉아 있던 3왕자는 그리 일어나면서 생긴 가슴의 출렁거림에만 시선을 모두 빼앗긴 모양이었지만…… 그녀의 정면에 있던 이브는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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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녀는 그녀의 얼굴에서 순수함을 엿보았다. 다른 그 어떤 흑심도 섞이지 않은, 그저 순수한 호의와 선의. 친구가 되고 싶다는, 세살배기 코흘리개 꼬맹이나 떠올릴 법한 그런 순수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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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넌 그때도 그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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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브는 처형당하기 직전 만났던 코델리아를 떠올렸다. 그녀가 3왕자에 의해 구금되었을 당시, 남 몰래 그녀를 찾아와 이렇게 될 줄은 몰랐다며 서글피 울던 그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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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상황이 그렇게 되었을 당시에도 순수함을 잊지 않았다. 모두가 마녀라고 부르며 돌 던지던 당시에도 너는 나와 친구가 되고 싶다고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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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제서야 이브는 코델리아라는 존재가 어떻게 왕국을 표백시켰는지 알 수 있었다. 그 어떤 얼룩도 지워버릴 새하양은 시커멓게 물든 왕국에게 있어선 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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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무슨 소리인가요, 코델리아 영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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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여, 역시 안 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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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테이블에 앉아 차를 나눴으니. 저흰 이미 친구가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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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망감으로 물들어가던 코델리아의 얼굴에 희열이 가득 차오른다. 그 가증스러운 얼굴을 보면서 이브는 마주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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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이 여자는 이번 생에도 왕국을 새하얗게 물들일 것이다. 그 순수함에 빠져버린 얼룩들은 제 자신을 조금이라도 깨끗하게 만들기 위해 그 새하양에 손을 담글 것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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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여 마찬가지로, 지난 번과 같은 혼란이 일어날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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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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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생에는 지난 번처럼 그저 휩쓸리기만 하지는 않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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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잘 부탁드려요. 코델리아 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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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를 위해서 준비해온 10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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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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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례 없던 현장 체험 학습을 경험한 생도들은 각자 나름의 감상평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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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딴 짓거리는 대체 왜 하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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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시간이 남아도는 줄 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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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끔찍한데. 이딴 곳에서 먹고 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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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당연한 감상이었다. 공작령이 아무리 좋다고는 해도 왕국의 수도, 그라시아 령보다 좋을 수는 없는 바. 마찬가지로 그라시아 령에 지어진 아카데미보다 훌륭한 시설을 자랑할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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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몇몇 이들은 수도에 버금가는 시설을 즐길 수 있었겠지. 하지만 모두가 그러지는 못 했다. 사람은 가진 것보다 가지지 못 한 것에 열을 내는 생물인 지라, 생도들은 자신이 최고급 시설을 누리지 못 했음에 분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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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지 못 한 대다수의 생도가 불만을, 누릴 수 있던 극소수의 생도들도 별 만족스럽지 못 한 경험에 불평을 쏟아내는 가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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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리는 아카데미 생도들을 이곳으로 데려온 원흉과 대면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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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만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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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국제일기사단의 단장 테오도르 발헤임의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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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토퍼 발헤임은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검자루를 지팡이 쥐듯 부여잡고서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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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만 더,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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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갈면서 눈앞에 있는 상대에게 고개를 숙인다. 엔리는 슬슬 지루하다는 듯 기지개를 켜며 귀찮다는 감정을 노골적으로 표현하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그의 부탁을 아예 거부하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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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한 놈을 상대하는 게 지루한 일인 건 맞아도 재미 없는 일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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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리는 어서 덤비라는 듯 가볍게 손을 까딱였다. 그 신호에 명백히 하수인 크리스토퍼가 달려나갔다. 나름 기사학부 수석이라는 자존심이 있긴 했지만, 현직 기사 앞에서 으스댈 정도는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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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물며 상대는 이미 자신을 몇 번이고 고꾸라뜨렸던 강자. 아무런 망설임 없이 달려나간 크리스토퍼는 그대로 검을 휘둘렀다. 어려서부터 아버지에게 배운 왕국검술. 숱한 기사들에게 칭찬 받았던 그 기술이지만 엔리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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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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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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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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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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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토퍼는 정신을 차려보니 바닥을 뒹굴고 있었다. 무엇에 당했는지 짐작조차 할 수 없는 기술의 격차. 마치 이쪽이 무얼 할 지 훤히 들여다보고 있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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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련의 가장 큰 문제점은 상대방이 제게 무언가 가르쳐 줄 마음이 없다는 점이었다. 엔리는 그저 가장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그를 쓰러트렸을 뿐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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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이것이 아무런 재능 없는 생도나 어린아이에게 행해지는 일이었더라면, 그건 충분히 학대라고 부를 법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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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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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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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토퍼는 왕실기사단장의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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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능이라는 단어로 똘똘 뭉친 천재였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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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코 굴하지 않는 정신력까지 겸비한 사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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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르침,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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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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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슬 끝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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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상대하고 있는 것이 상식의 틀에서 벗어난 존재였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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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내겠다는 일방적인 선언 이후, 크리스토퍼는 엔리가 처음으로 먼저 움직이는 것을 목도했다. 제자리에서 가만히 기다릴 때에도 자신을 압도하던 상대가 움직이니, 그 결과는 놀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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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토퍼는 일격에 기절했다. 그는 엔리가 접근하는 것도, 검을 휘두르는 것도 보지 못 했다. 다만 그가 무언가를 하리란 확신은 있었기에, 애써 버텨낼 수는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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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성은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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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리는 기절했음에도 두 발로 꼿꼿이 서서 버텨내는 크리스토퍼를 보며 살짝 감탄사를 터트렸다. 근성 있는 후배를 보는 건 그닥 나쁜 기분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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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그 모습을 보고자 귀찮음을 감수할 정도는 아니었을 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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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절한 크리스토퍼가 깨어난 이후, 아카데미로 돌아가는 행렬에 합류하는 걸 확인한 엔리는 달력을 확인했다. 어느덧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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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다수는 아무것도 얻지 못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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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친구를 얻었고, 또 누군가는 깨달음을 얻은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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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걸 마무리할 헤어짐의 때가 도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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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한동안은, 어쩌면 평생 동안은 그들을 다시 마주할 일이 없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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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 생각하며 막사로 돌아가 휴식을 취하려던 그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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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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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리는 이브의 갑작스런 호출을 받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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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차가 피습당했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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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서 청천벽력과도 같은 말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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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생도들을 태운 열차가 테러리스트들에 의해 나포 당했다는 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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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같았더라면 납치된 귀족의 가문에서 알아서 몸값을 내고 구해오겠으나, 지금은 그럴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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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그 열차에는 귀족뿐만 아니라 3왕자까지 탑승해 있는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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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가까운 영지는 우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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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유롭게 몸값을 준비하고 협상 따위를 기다릴 여유가 없단 뜻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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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가라. 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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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서 너의 무력을 보여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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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령을 받은 기사는 조심스레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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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스 마이 레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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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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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명의 기사가 공작령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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