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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457 lines
14 KiB
Markdown

던전은 어쩌면 이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단어일지도 모른다.
그도 그럴게 가장 값진 보물이 잠들어 있는 보물고다.
그 멍청한 고블린과 트롤조차 관심을 쏟는데.
마성의 매력을 가진 던전을 그 누가 무시할 수 있겠어.
겨울이 끝나지 않는 대륙 북부에는.
파이어 포지라는 도시 국가가 있다.
그곳에서 철을 두들기고 있는 드워프들 또한.
던전에 큰 흥미를 보이고 있었으니.
【드림랜드】
지금으로부터 약 보름 전.
이 낯선 던전은 파이어 포지 근처에 나타났다.
"던전이다. 진짜 던전이야!"
"던전을 실물로 보는 건 처음인데. 입구가 이렇게 생겼구나."
"가까이 다가가지마. 혹시라도 실수로 들어가면 어떡하려고."
"걱정하지마. 멍청아. 어차피 반나절까지는 자유롭게 나갈 수 있어. 그나저나 드림랜드…?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이름인데."
던전은 일정 주기마다 전이된다.
얼마 전에 위치 변동 주기였기에 어찌보면 당연한 현상이었다.
드림랜드라는 미지의 던전은 드워프들의 영역에 똬리를 틀었다.
지금까지 파이어 포지 근처에 나타난 던전들이 꽤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드워프들의 많은 관심을 받는 던전은 드림랜드가 처음이리라.
"이거 신생 던전이잖아."
"그게 정말이냐?"
이유는 간단하다.
드림랜드가 신생 던전이기 때문이었다.
생소한 이름이었다.
아마 드워프 뿐만이 아니라 다른 지성체들에게도 마찬가지리라.
많은 던전들이 존재하던 과거라면 모를까.
현재에 이르러선 신생 던전이라는 이름은 마치 멸종된 고대 생물과도 같았다.
새로운 던전이 나타나지 않는 이유는 모른다.
망각의 신만이 알고 있는 것을 드워프들이 어찌 알겠는가.
다만.
파이어 포지의 드워프들에게 중요한 건 아니었다.
신생 던전은 다른 던전들처럼 마석이 잠들어 있는 장소.
이 사실이 가장 중요하다.
이 소식은 파이어 포지의 주인 골드핸드에게까지 퍼지니.
"축복자들이 공략하기 전에 우리가 공략한다."
시장 골드핸드는 드림랜드를 마주한 순간 그리 결심했다.
다른 던전들은 수백 년 동안 이 세계에 존재했고.
수많은 침입자들을 상대하면서 강력해진 던전은 공략하기 불가능에 가깝지만.
아직 신생에 불과한 드림랜드를 공략하는 일은 비교적 간단하다고.
드워프들에게는 돈이 필요했다.
상승 욕구는 인간만의 전유물이 아니었다.
더 많은 황금을 축적하기 위해, 더 많은 철을 두들기기 위해, 더 많은 맥주를 마시기 위해, 마석을 탐낼 수밖에.
골드핸드의 사고방식은 이제까지 드림랜드를 침입했던 이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는 병사들을 소집했고 그중에서 가장 용맹하고 강한 자들을 선출하여 제 1차 드림랜드 공략대를 만들었다.
"시장을 위해! 파이어 포지를 위해!"
드워프들은 자신만만하다.
고작 신생 던전 용맹한 드워프 전사들이라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분명 다들 그리 생각했겠지.
1차 공략이 시작됐다.
골드핸드는 위풍당당하게 던전 안으로 들어가는 전사들의 등을 바라본다.
결과를 기다렸다.
분명 행복한 기다림이다.
골드핸드의 머리에는 이미 휘황찬란한 미래만이 존재했다.
'마석을 먹어치워 힘을 취해도 좋고, 국익을 위해 팔아서 기금을 모아도 좋고… 이거 정말로 큰 행운이 파이어 포지에 찾아왔군.'
마석을 얻는다는 기쁨에 상당히 취해 있다.
그는 언제나 미소를 드러낸 채로 일상을 보냈다.
다만.
좀처럼 공략대의 귀환 소식은 들려오지 않고.
"아무래도 공략대는 던전 안에서 전멸한 모양입니다."
공략대가 드림랜드로 출발한지 어느덧 보름이나 지났을 때.
보좌관은 최악의 소식을 전하며 골드핸드의 눈치를 살폈다.
"……."
그의 표정은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
.
.
【1차 공략 결과】
【작성자 : 체이스】
입장 인원 : 12명
탐사 결과 : 전멸.
▼ I
본격적인 탐사를 시작하기 전에 공략대는 자유롭게 나갈 수 있는 반나절 동안 탐지 마법 및 입구 주변을 관찰했다.
그 결과 하수인과 함정이 확인되지 않았다.
그리고 던전 마스터의 존재도 마찬가지, 재밍 가능성은 0%.
입구부터 시작해 매우 긴 통로가 하나 있다.
넓은 공동 같은 구역이 둘. 그 뒤에 코어룸.
백색 조명의 하얀 복도가 존재한다.
그 외에는 공략대가 전멸해 확인되지 않는다.
.
.
.
1차 공략대는 파이어 포지로 결국 돌아오지 못했다.
눈이 내리는 산.
거친 나무 뒤에 기이하게 생긴 균열이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균열을 감싸고 있는 아치에는 하얀 가루 같은 눈이 수북히 쌓였다.
골드핸드는 보좌가 쓴 보고서를 바라보며 숨을 내쉬었다.
내연기관의 증기 같은 숨결이 허공에 모습을 드러내다 사라진다.
"믿을 수가 없는데."
공략대에는 솜씨 좋은 마법사도 있었다.
탐지 마법을 사용했고 구조를 확인했다.
이는 과거의 축복자들이 정립한 던전 공략의 기초였다.
함정과 하수인의 위치 파악.
탐지 마법으로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재밍도 없었으니까.
하지만 이 던전에서는 아무 것도 발견되지 않았다.
재밍은 말 그대로 마법 방해에 가깝다.
탐지 마법을 사용할 수 없게 그 공간 자체의 마나를 불안정하게 만들어 흐름을 읽을 수 없게 만드는 일종의 대(對)마법인데.
강조해서 두 번 이야기하자면 이 던전에 재밍은 없다.
그건 확실하다.
"그렇다면 도대체 공략대는 어째서 전멸한 거지?"
던전 마스터의 존재를 확인할 수 없는 이유도 그렇고, 뭔가가 존재하는 건 분명하다.
"일단 이유부터 알아내는 편이 좋겠지. 제 2차 공략대를 편성해야겠어."
골드핸드는 탈출 스크롤을 구매하기로 판단했다.
한 번에 성공할 수 없다면.
던전의 정보를 차근차근 모아 약점을 알아내고 공략하는 게 합리적이다.
제 1차 공략에서 소득이 없었다.
소득은 그저 탈출할 수 있는 반나절 동안 초입을 확인한 것 뿐이다.
지출이 좀 크지만 어쩔 수 없다.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생각하는 편이 좋겠지.
어차피 신생 던전에 불과하니까.
.
.
.
.
.
"원래 탈출 스크롤은 이보다 더 비싼 가격이지 않았나?"
"아 이번에 마탑주께서 훨씬 효율적인 탈출 마법식을 개발하셔서 말입니다. 제작 기간이 1/2이나 단축되어 인건비가 좀 많이 싸졌습니다. 수량도 꽤 많아졌구요."
"탈출 스크롤이 지금도 연구될 정도로 그렇게까지 수요가 있었나? 이제 거의 축복자만 사는 물품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스트 왕국이랑 세계수의 숲 엘프 그리고 다이아몬드 포지 등등 아직까지 던전에 관심을 가지는 세력들이 많아서요. 탈출 스크롤은 늘 알게 모르게 수요가 있었답니다."
골드핸드는 평소 알고 지내는 공간 학파 마법사를 저택에 초대했다.
그리고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희소식을 들었다.
탈출 스크롤의 가격이 저렴해졌다.
비싸지 않은 건 아니었다.
그러나 기존 계획보다 훨씬 많은 스크롤을 구할 수 있었다.
골드핸드는 총 7장을 구매했다.
지출이 좀 크지만 앞서 말한대로 필요한 소비였다.
나중에 필요하면 더 구매하겠다고 약속한 후.
골드핸드는 본격적인 제 2차 공략대를 꾸렸다.
탈출 스크롤은 한정적이다.
애석하지만 탐험대 모두에게 배분할 수 없었다.
따라서 인원을 조율해야했다.
드워프 죄수 2명과 드워프 전사 2명 그리고 믿을만한 드워프 마법사 지휘관 1명.
새롭게 편성한 공략대였다.
전사들은 용맹하고 충직하다.
리더의 말이라면 죽으라고 말해도 따르는 이들이었다.
아마 파이어 포지를 위해서라면 기꺼이 목숨도 바칠 수 있으리라.
골드핸드는 전사들에게 보상을 약속했다.
만약 던전에서 죽더라도 가족들에게 심심치 않은 금액을 증정하겠다고 말이야.
죄수들은 뭐 흔히 말하는 고기방패였다.
적절한 장치를 해두었으니 던전 내부에서 분란을 일으키거나 그러지는 않으리라.
이번 공략대는 여러모로 탐색의 목적에 가까웠다.
지휘관 외에 모두가 죽는 걸 상정했다.
아마 대원들도 어렴풋이 알고 있겠지.
골드핸드는 결과를 조용히 기다렸다.
.
.
.
【2차 공략 결과】
【작성자 : 체이스】
입장 인원 : 5명
탐사 결과 : 4명 사망, 전사 생존, 탈출 스크롤 1개 소비.
▼ I
탈출 스크롤은 분명 지휘관에게 있었지만.
드림랜드에서 탈출한 건 전사 토르드였다.
평소 충직하고 강인한 성품을 가졌기로 유명한 그에게 이유를 묻자.
그는 던전 내에서 일이 아무 것도 기억나지 않는다고 답했다.
토르드는 정말로 단기 기억상실증에 걸린 사람처럼 보인다.
말과 행동에는 모순이 없었고 그 어떠한 거짓도 느껴지지 않았다.
적어도 토르드가 지난 세월 동안 충직하고 강인한 성품을 가진 드워프를 연기했고.
그 연기에 파이어 포지의 드워프들 모두가 위화감을 느끼지 않으며.
그가 어떠한 도덕적 책임감을 느끼지 않는 악인이라는 모든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면.
토르드가 기억을 잃은 건 100% 진실이라고 판단된다.
다만, 한 가지 신경 쓰이는 점이 있다.
토르드는 바깥으로 나오기 전에 어떤 꿈을 꾸었다고 한다.
꿈에서 그는 기괴하게 생긴 고양이를 마주했고.
그 고양이가 자신의 뇌를 꺼내 잡아먹는 악몽이었다고 하는데.
제 1차 탐사에서 탐험대의 기억은 멀쩡했다.
적어도 자유롭게 던전을 출입할 수 있던 반나절 동안은 말이다.
확인을 조금 더 해봐야겠지만.
드림랜드는 던전 내부에 있었던 기억을 소거시킬 수 있는 특별한 함정.
혹은 하수인을 가진 게 아닐까?
아래는 지휘관이 작성한 일지다.
탈출한 토르드의 소지품에서 발견됐다.
▼ 지휘관의 일지
-P.01
지도를 보며 복도를 걸었다.
처음에는 의문이었다.
하수인과 함정이 없는 던전이라는 게 존재할 수 있을 리가 있나.
1차 탐사대가 실패한 이유가 분명 있을 거다.
보이지 않는 하수인이라던가, 수동으로 움직이는 함정이라던가.
일행들에게 주변을 경계하라고 지시했다.
다행히 걱정했던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만.
어느 지점에 도달하니 기계장치가 길목을 가로 막고 있었다.
부술 수는 없었다.
기계장치는 폭탄으로도 파괴하는 게 불가능해 보였다.
할 수 있는 유일한 선택지는 하나겠지.
우리는 하는 수 없이 기계장치를 조사하기로 했다.
-P.02
아래는 우리가 목숨을 걸고 기계장치를 조사하면서 발견한 사실이다.
부디 다음 공략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
1. 기계장치의 이름은 엘리베이터다. 이걸 이용해야 다음 구역으로 갈 수 있다.
2. 엘리베이터는 다인용으로 원활한 탐사를 위해 최대한 여러 명이서 탑승해야 한다.
3. 조명이 없는 복도로 절대로 나가면 안 된다.
4. 가끔씩 벌레 인간이 탑승하는데 싸워서 이겨야한다.
...
...
.
.
.
"체이스."
골드핸드는 보고서를 읽으며 작성한 보좌관의 이름을 부른다.
"네, 시장님."
"내 생각은 말이야. 이 던전은 일반적인 던전이랑 아예 느낌이 다른 모양인데…… 자네는 어떻게 생각하지?"
체이스는 정성스럽게 꾸민 턱수염을 쓰다듬었다.
"저 또한 그렇게 생각합니다. 사실 저는 여기서 던전 공략을 그만두는 편이 좋다는 생각이 들긴 하는데 시장님의 생각은 어떠십니까?"
"드워프가 망치를 들었으면 돌이라도 내리쳐야지. 지금 여기서 어떻게 그만둘 수 있겠어. 기이하게 느껴져도 신생 던전이다. 마석이라는 보물이 눈 앞에 있는데 포기하는 건 우리의 거친 삶과 어울리지 않잖아."
"뜻이 그러시다면 저 또한 따르겠습니다. 다만 탐사 방식을 조금 바꿀 필요는 있어보입니다."
골드핸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에는 1차 공략대처럼 많은 인원을 준비해라. 이 던전의 수수께끼를 파헤치는 거다. 굳이 병사가 아니어도 좋아. 돈을 원하고 용기가 충만한 이들로 구성하자."
드워프들은 멈추지 않았다.
드림랜드의 난공불락이 시장의 도전 욕구를 자극한 걸지도 모르겠다.
파이어 포지에서는 그렇게.
제 3차 드림랜드 공략대가 모집되기 시작했다.
***
오늘도 드림랜드의 감시 카메라는 침입자들의 모습을 관측한다.
나는 책상 앞에 앉아서 모니터를 가만히 응시하는데,
이걸 뭐라고 해야 하지.
물론 던전 마스터로서 좋은 상황이라고 생각하지만.
지난 웨이브에서도 그렇고.
이번 웨이브에서도 그렇고.
여러 명이서 호기롭게 엘리베이터로 돌진하는 모습을 보면, 이게, 이게…….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어어어어어어어어으어어어으어어으어어으...
아무리 나라도 연민이라는 감정이 들 수 밖에 없다.
너무 무력하게 당하잖아. 이거.
"……시발, 도대체 뭐라고 바꿔둔 거야?"
나는 기괴하게 생긴 동물 조각상들을 바라보았다.
무시무시한 자식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