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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13 KiB

20:30.

덴리드가 눈알이 뽑혀 죽었다.

파티 내에 유일한 마법사가 죽은 치명적인 상황.

막스는 함께 다녔던 잭에게 책임을 물었다.

거칠고 사납게 있는 그대로의 감정을 표출하면서 말이다.

"네가 어떻게든 했어야지!"

"몇 번을 반복해서 말하는 건지 모르겠다. 내가 할 수 있는 게 아예 없었다니까."

"너에게 덴리드를 맡긴 건 실수였어! 쓸모 없는 루카와 같이다니게 했어야 했는데!"

"이 자리에 누가 와도 똑같았을 거야. 그 괴물은 그런 존재였다."

잭은 차분히 그때 상황을 설명했다.

조명이 꺼지자 덴리드가 마법으로 불을 켰고.

눈 앞에서 무슨 소리가 들리더니.

꼬질꼬질한 복장을 입고 있는 하수인이 마치 번개처럼 등장해 덴리드의 눈알을 뽑고 사라졌다는 것을 말이다.

통신이 끊긴 건 단순하다.

그가 쇼크 때문에 더 이상 마법을 지속할 수 없는 상태였으니까.

덴리드는 고통 속에 발버둥치다가 과다출혈로 죽었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그 상황에서 잭이 뭘 할 수 있겠는가.

교실에서 선생을 만나 팔이 부러지는 것과 똑같다.

덴리드는 규칙을 어겼다.

그래서 목숨을 대가로 지불했다.

그런 간단한 이야기다.

하지만.

막스는 좀처럼 납득하지 않았다.

그도 그럴게 그는 감정적이었으니까.

녀석에게는 지금 진상을 규명하는 일보단.

마음 속에 있는 분노, 불안 같은 부정적 감정을 해소하는 게 더 중요해 보였다.

그래서 잭에게 계속해서 책임이랍시고 감정을 분출하고 있는 거겠지.

가끔 그런 녀석들이 있다.

슬럼에서 생활한 잭에게는 익숙한 일이다.

대화는 꼬리를 물고 또 물고 끝없이 이어진다.

격한 말싸움은 몸싸움으로까지 번지지 않았다. 참으로 다행이었다.

그저 감정 상한 두 사람이 서로를 노려보고 있을 뿐이다.

적막이 복도에 흐른다.

두 사람이 싸우든 말든 덴리드의 시체는 싸늘하게 식어갔다.

"막스. 일단은 그만하자. 그리고 진정된 후에 다시 이야기를 나누는 편이 좋겠어."

잭은 성숙했다.

짜증은 난다. 그도 사람이니까.

"하아…."

하지만.

이 던전에서 아군끼리 싸우는 건 자멸이었다.

책임이랍시고 갑자기 발광하는 막스의 지랄에도.

지금 이 골 때리는 상황을 좋게 넘어가려고 했다.

막스는 입술을 깨문다.

제 아무리 참을성 없는 성급한 사람이라도 그 간단한 진리는 눈치챌 수 있으리라.

"씨발."

"잠깐, 그러고보니 루카가 보이지 않는데."

등을 돌린 막스에게 마지막으로 잭이 묻는다.

굴러다니는 눈알을 줍고 직접 눈을 감겨주면서 말이다.

"돌아다니면서 조사라던가 팔이 아파 쉬고 있겠지."

자기가 상관할 바가 아니라는 듯.

막스는 피로 물든 복도를 망설임 없이 떠났다.

.

.

.

.

.

20:40.

"……."

이제 어떡하지.

어떡하면 좋을까.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던 덴리드의 부재에 숨이 턱 막혀왔다.

하루종일 이 넓은 학교를 탐사해도 모자를 판에.

심지어 수업시간이니, 선생이니, 불이 꺼지니, 탐사를 방해하는 요소가 너무 많다.

배는 고픈 지 오래고 갈증은 생각보다 심했다.

입안이 건조하다.

안 그래도 머리도 뜨거운데 차가운 물 한 잔 마시는 게 이토록 간절한 일이었다니.

사람은 물을 마시지 않으면 죽는다.

교무실을 발견하기 전에 갈사하는 미래가 스멀스멀 그려진다.

"씨발."

막스는 주먹을 내지른다.

와장창!

유리창이 깨지고 주먹에선 피가 흐른다.

아무리 좋게 생각하려고 노력해도.

지금처럼 좆같고 불쾌한 현실이 이토록 자신을 괴롭히니.

머리가 맛이 가는 기분이었다.

바람도 뭣도 느껴지지 않는 바깥.

손등을 타고 흐르는 핏방울이 공허 속으로 떨어진다.

"막스."

목소리가 들려오자 그는 팔을 회수한다.

고개를 돌리니 루카였다.

"왜."

"주변을 조사했는데 엄청난 걸 발견했어."

"…엄청난 걸 발견했다고?"

루카는 고개를 끄덕인다.

"응. 물을 마실 수 있는 장소를 발견했어."

"…그게 정말이냐!?"

그녀의 입술은 촉촉했다.

교무실도 아직 발견하지 않았는데 물을 마셨다는 증거다.

막스는 흥분했다.

안 그래도 목 말라 돌아버릴 지경이었으니까.

오랜만에 들려오는 희소식에 그의 얼굴은 잠시나마 기쁨으로 물들었다.

"응. 근데 잭은 어디에? 화해한 거야?"

"머리 식히려고 잠깐 떨어졌다. 아무튼… 물을 마실 수 있는 장소라는 게 어디지?"

루카는 막스를 10층으로 안내했다.

방을 구별할 수 있는 간판은 특이하게 교실처럼 문이 아니라 벽면에 달려 있다.

그림으로 성별을 특정할 수 있었는데.

각 입구에 바지를 입고 있는 사람과 치마를 입고 있는 사람이 그려져 있다.

막스는 안으로 들어갔다.

루카는 그 뒤를 따라간다.

"여기 철 막대기를 위로 올리면 물이 나오더라."

쏴아아아-

물줄기가 쏟아진다.

막스는 개새끼처럼 세면대에 고개를 처박고 물을 마신다.

건조한 입가가 적셔지고 시원한 청량감이 목구멍을 타고 흐른다.

"……."

새로 태어나는 기분이었다.

막막하던 현실이 눈 앞에서 사라진다.

물을 마시는 게 이렇게 행복한 행위였다니.

그가 조금 더 감성적인 사람이었다면 바로 이 자리에서 눈물을 흘렸으리라.

"하아아아……."

"행복해 보이는 표정을 보니까 다행이네."

행복하다라.

평소 막스라면 '지금 이 절망적인 상황에서 행복하다라는 말이 나와?' 라고 지랄발광을 하겠지만.

루카의 말대로 드림랜드에 온 이후로 지금이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으니.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잭은 어딨어?"

"글쎄."

어쨌든 지금은 사람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

비록 잭과 말싸움을 하긴 했어도.

사사로운 감정은 지금 당장 중요한 게 아니다.

적어도 탈출 스크롤을 얻기 전까지는 다른 이들의 조력이 절실하니.

막스도 그걸 모르는 건 아니었다.

"후우, 이제는 따로 약속 장소를 정해두는 편이 좋겠군."

"그러게…."

곤란하다.

덴리드의 사망으로 통신 마법은 이제 더 이상 사용할 수 없다.

'앞으로는 새로운 탐사 방법을 생각해야겠어.'

막스는 루카를 데리고 헤어진 잭을 찾기 시작한다.

그러자.

그를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었다.

"여기에 있었네. 루카도 정말 다행이다."

"미안."

잭은 안도했다.

"다음에는 말도 없이 사라지지마라. 걱정했잖아."

"응, 근데 그건…."

루카가 말꼬리를 흐린다.

잭은 평소에 즐겨 입는 레더아머를 착용한 상태다.

식수와 식량이 들어 있는 배낭은 물론이며 나이프까지 손에 쥐고 있었으니.

"설마 교무실을 발견한 거야?"

잭은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 교무실은 8층에 있었어. 보관함에 우리 물품들이 있던데 이제 식수와 식량 문제는 완전히 해결이다."

달콤하기 그지 없는 또 하나의 희소식.

막스의 입꼬리가 조용히 올라갔다.

.

.

.

.

.

잭은 정말로 교무실을 발견했다.

일행들을 그곳으로 인도하자 돌출된 팻말에는 '교무실'이라는 이름이 적혀 있다.

막스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이미 그는 도망칠 생각 뿐이었다.

덴리드는 죽었다.

루카는 팔이 병신이고, 잭은 멀쩡하지만.

그걸로 던전을 공략하는 건 불가능하겠지.

제 1 구역도 클리어해야 하는 상황이었으니까.

탈출 스크롤은 두 개나 있다.

하나는 믿을 만한 장소에 보관해 두었다.

비록 지금 하나를 소모해야 하는 게 아깝지만.

'노예들과 함께 들어오자. 최대한 많이 데려오는 거야.'

이번 탐사에서 많은 걸 깨달았다.

다음에는 보다 효율적으로 드림랜드를 공략하자, 속으로 그리 다짐했다.

하지만.

푹-

등 뒤에서 따끔한 느낌이 들었다.

고개를 돌리기도 전에 몸이 앞으로 고꾸라진다.

털썩-

막스는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해보지만.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가 없다.

던전의 함정은 아니다.

방금 전에 기습은 이해할 수 있는 영역이었다.

"막스. 너는 탈출 스크롤을 가지고 있지?"

범인은 잭이었다.

"……."

"분명 홀로 빠져나갈 생각이었을거야. 덴리드가 죽은 이후로 지랄발광하는 너를 보며 100%라고 생각했다."

잭은 주사기를 품에 집어넣었다.

긴 바늘 끝에는 보라색 액체가 묻어 있다.

아마도 독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막스는 조력자로서 한 번 부활할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

독이 퍼지고 심장이 멈추면 아이러니하게도 부러진 팔 또한 재생되니 문제는 없다.

잭은 강하지만 막스는 더 강했으니까.

"단순한 마비독이다. 목숨에 지장은 없으니까 안심해."

"잭…."

"나쁜 모습을 보여줘서 미안하다. 루카. 하지만, 이 던전에서 우리가 살아남을 수 있는 가능성을 높이려면 이 방법 외에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믿고 지켜봐줘. 너에게도 나쁜 일은 아닐 테니까."

잭은 막스의 목덜미를 들었다.

그리고 육중한 사내의 몸을 질질 끌며 교무실로 향했다.

"응…."

루카의 표정은 복잡해 보였다.

하지만 딱히 제지하진 않았다.

'제길! 제길! 몸이 안 움직여!'

차라리 맹독이었다면 죽고 살아난 후에 잭을 죽여버리면 그만이지만.

잭이 투여한 건 정말로 마비독이었다.

의식은 존재하지만 몸을 제대로 움직일 수가 없는 상태에서.

막스가 할 수 있는 유일한 행동은 그저 무력하게 지켜보는 것 뿐이었다.

눈 앞에는 하얀 서랍장이 네 개가 존재한다.

잭, 덴리드, 루카, 막스, 파티원의 이름표가 각각 붙어 있다.

개중에서 오로지 잭의 서랍장만이 열렸다.

"교무실에서 가져갈 수 있는 건 오로지 본인 물건 뿐이더라고. 잠시 손을 빌리겠다."

"……."

잭은 막스의 팔을 직접 조종했다.

막스의 서랍장에 문을 열고 안에 있는 탈출 스크롤을 빼내는 걸 성공한다.

"막스. 너는 분명 이 던전을 나가려고 했을 거다. 그리고 다음 번에 조금 더 많은 인원을 데리고 다시 들어온다. 그런 생각 분명 했지?"

잭이 독심술사는 아니다.

다만 막스의 생각은 단순해서 충분히 읽을 만하겠지.

"덴리드도 나도 루카도 너를 믿고 따라왔는데… 그렇게 혼자 도망치려고 하면 안 되지."

잭은 탈출 스크롤을 사용하지 않았다.

오히려 필요 없는 사람처럼 바닥에 던져버리더니.

망설임 없이 성냥에 불을 붙인다.

화르륵!

막스의 눈 앞에서 탈출 스크롤이 불탄다.

공간 학파의 정수라고 할 수 있는.

이 세계에서 가장 비싼 종이가 흔적도 없이 타들어간다.

막스는 눈을 힘겹게 깜빡인다.

저 미친 정신병자 새끼가 도대체 뭘 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자기가 사용하는 것도 아니고 불태운다고?

"네가 말했지. 내가 덴리드를 버리고 도망간 게 아니냐고… 나는 비록 슬럼에서 태어났지만 누군가를 배신하지는 않아. 무슨 일이 있어도 말이야. 누구처럼 혼자서 탈출한다는 생각 자체를 안하는 사람이란 말이다. 그래서 태웠다. 루카도, 덴리드도, 심지어 성격 나쁜 너조차도 한 배를 탄 사이라고 생각하니까."

"……."

"이봐 막스. 우리는 충분히 마석을 가지고 생환할 수 있어."

"아……."

"이게 가장 우리 파티를 위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누구는 목숨이랑 기회는 한 번 뿐이라서 열심히 하는데, 다른 사람이 만약 '다음'을 생각해서 열심히 하지 않으면 그건 꽤 불쾌한 상황이잖아?"

우리에게 다음이라는 건 없다.

이번 탐사에서 최선을 다해 던전을 공략한다.

잭은 그것을 끝없이 강조했다.

마비가 풀릴 때까지 말이다.

"막스. 우리는 이제야 진정한 의미로 한 배를 탄 거야. 참고로 쓸데 없는 생각은 하지마라. 너도 가능성 높은 게 협력하는 쪽이라는 걸 모르는 녀석은 아닐 테니까."

막스는 잭이 떠나는 모습을 허망하게 바라보았다.

.

.

.

.

.

"응?"

잭은 바닥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아무래도 교무실에 신경이 팔려 보지 못했던 모양이다.

손을 뻗어서 그것을 줍는다.

【낯선 학교 탐사 일지】

【작성자 : 뉴비】

그건 일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