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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간혹 엘리베이터에 벌레처럼 생긴 사람이 탑승할 수 있습니다. 어떻게든 무시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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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 탐사 4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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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리우스의 탐사대는 드림랜드에 입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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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오늘이 바로 나흘째가 되는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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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르의 탐사대보다 인선도 훌륭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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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리우스 자체의 리더쉽도 뛰어나, 탐색은 분명 수월할 거라고 예상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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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익, 끼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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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 또한 레베리오와 지우스, 티르의 탐험대와 마찬가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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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베이터 앞에서 가로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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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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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명이서 던전에 들어왔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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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인원은 자신을 포함해 겨우 4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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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베이터 앞에는 말라비틀어진 시체들과 육편들이 가득 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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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롭게 나아가려고 했던 대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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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까지 일행들의 죽음을 통해 알아낸 사실은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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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기계장치에 두 명 이상 탑승할 경우, 안에서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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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기계장치의 숫자 버튼을 누르면 부유감과 함께 층이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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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최대 세 번까지 층을 바꿀 수 있으며 이후 1층으로 복귀하고 문이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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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1층부터 10층까지 전부 조명이 없는 어두운 복도다. (우리가 지금 있는 복도도 1층이지만, 엘리베이터에서 1층을 누르면 어두운 복도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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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조명이 없는 복도는 기계장치와 마찬가지로 마법으로 탐지할 수 없는 영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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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만약 조명이 없는 복도가 보임에도 엘리베이터 밖으로 나간다면 체액이 빨려서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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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가끔씩 층을 이동하면 엘리베이터에 벌레 인간이 탑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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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정말로 신생 던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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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리우스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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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던전이라는 건 하수인을 죽이고 함정들을 때려부수면서 나아가는 게 아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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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앞에 펼쳐진 장소는 그의 상식을 부정하는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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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이 해괴한 던전은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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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를 가로막고 있는 저 함정은 공간이동 장치로 추정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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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한 규칙을 지키지 않으면 침입자들을 바로 살해시키는 흉악한 특성을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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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박살나지도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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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익끼익 불길한 소리를 뱉고 자빠졌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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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르가 실패한 이유가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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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드림랜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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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인 엘프들의 마법과 체술이 아예 의미가 없는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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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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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너머에서 가만히 우리들을 구경하고 있는 슬라임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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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로를 막고 있는 기계장치는 파괴되지도 사라지지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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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앞선 두 탐사에서 던전 마스터의 손실이 없음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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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기분을 느끼는 건 아주 오랜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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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까마득한 높이의 산을 올려다보는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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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인 엘프의 수는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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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베리오와 지우스, 티르의 탐사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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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지금 자신과 함께 던전에 들어온 낙인 엘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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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22명이나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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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에 입장한 건 낙인 엘프들 중에서도 실력 있는 자들이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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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마석을 얻는다는 가정하에 얼마든지 감내할 수 있는 희생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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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입구에서 길을 헤매고 있는 꼴이었으니, 손실이 굉장히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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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다행인 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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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수 없는 규칙을 지킨다는 가정하에 일행들은 죽지 않는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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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괴한 현상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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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어도 깜깜한 복도에 있는 괴물이 엘리베이터에서 내려와 일행들을 몰살시키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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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숨을 건 퍼즐 풀이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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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예 답이 없다면 깔끔하게 손을 털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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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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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출구는 존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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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입장에는 노예들을 데리고 와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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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인 엘프들의 전투력이 쓸모가 없다는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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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말로는 전투를 할 수 없는 녀석 또한 이 던전에서는 장기말로 쓸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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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노예를 이용한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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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솔도 낙인 엘프들보다 훨씬 쉬운 편이고, 시간이 좀 걸리지만 보급하기도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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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의 상황에서 칼날을 자신한테 들이민다고 하더라도 쉽게 제압할 수 있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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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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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일은 나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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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까지나 베스트는 이번 탐사에서 최대한 정보를 많이 얻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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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리우스는 사기가 꺾인 낙인 엘프들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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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으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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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이 안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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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어떻게 하면 입구에서 나아갈 수 있는 거지. 조명이 없는 복도로 나가면 안 되는데 어떤 버튼을 눌러도 조명이 없는 복도만 보일 뿐이고… 도무지 감이 안 잡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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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어떻게든 괴물을 이겨야하는 거 아니야? 녀석이 길을 막고 있는 걸지도 모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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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님 다음으로 강한 호르드가 당했는데, 우리가 무슨 수로 이겨. 둘 이상 타면 엘리베이터에서 죽고, 씨발… 원로님이 한 번 나서주시면 안 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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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체가 내뿜는 참을 수 없는 악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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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갈 수도 없고 나아갈 수도 없는 현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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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괴한 소리를 내는 엘리베이터의 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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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행들의 인내심은 거의 한계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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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방법이 있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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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법은 지랄! 애들이 지금 어떤 꼴을 당하면서 죽었는지 그 누구보다 잘 알고 계신 분께서 그런 망발을 지껄입니까! 이제까지 뒤에서 구경 잘 하셨으면 좀 나서시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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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만… 원로님 혹시 탈출 스크롤 가지고 계시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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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야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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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남은 이들의 눈이 사나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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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리우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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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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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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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질 급한 한 낙인 엘프가 검을 뽑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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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리우스에게 기세 좋게 휘두르지만, 순식간에 손목이 붙잡혀 바닥에 내동댕이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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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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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스크롤은 너희들의 생각대로 도저히 답이 없을 때 내가 사용할 것이다. 그건 부정하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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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손목을 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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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차분히 말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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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너희들이 협심해서 기적적으로 나에게서 탈출 스크롤을 가져간다고 한들, 내가 가지고 있는 탈출 스크롤은 하나 뿐이다. 그 이후에도 너희들끼리 서로 죽고 죽일 생각인가? 운이 좋게 최후의 한 명이 된다고 한들 팔다리 없는 병신으로 살아가야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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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리우스의 말대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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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강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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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이서 덤벼도 이길 수 있는 확률은 극히 희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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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탈출 스크롤이 하나인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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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녀석들과도 경쟁해야 하기에 협업이 제대로 이루어질 리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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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인 엘프들의 살의가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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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히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니야. 지금까지 동료들의 희생으로 얻은 정보들을 봐라. 이 입구에서 멈춰 있는 꼴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한 발자국 한 발자국 확실히 나아가고 있다. 그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인원이 줄어서 식량과 식수도 충분한데 뭐가 그렇게 두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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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리우스는 엘프들을 다독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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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분히 할 수 있다고, 무책임한 희망을 심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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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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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엘리베이터에는 분명 규칙이 있다. 확실하다. 규칙을 알아낸다면 우리는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던전 마스터는 신이 아니야. 극복할 수 있는 시련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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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가 속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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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리우스는 제 자신에게 칼을 겨누었던 낙인 엘프를 엘리베이터에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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녀석은 고민하다가 결국 명령에 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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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쩔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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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거부한다면 율리우스 뿐만이 아니라 다른 생존자들에게도 밉보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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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은 없었습니다. 2층 3층 4층을 순서대로 눌렀음에도 조명이 없는 복도 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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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를 마친 엘프가 입구에서 그리 보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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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리우스는 턱을 쓰다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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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 마법을 통해서 대략적인 상황은 이미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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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지 아쉬운 점은 역시 눈으로 직접 볼 수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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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 줄 알았다면 암흑 학파의 흑마법이라도 배워둘 걸 그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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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상세하게 이야기해도 입에서 전해 듣는 정보보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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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안으로 확인한 정보가 질이 훨씬 좋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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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레 인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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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까지 벌레 인간은 보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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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레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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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씩 조명이 없는 복도에서 나와 엘리베이터에 탑승하는 괴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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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괴물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저승사자라고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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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낙인 엘프들의 단말마로서 유추할 수 있는 정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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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물리적인 공격도 통하지 않으며, 생김새 또한 끔찍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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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입자를 확인하는 즉시 죽여버린다는 점이 특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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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만 들으면 답이 없을 정도로 무시무시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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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이 벌레 인간 또한 일정한 규칙이 존재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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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베이터는 내부에 있는 침입자를 그대로 육편으로 만들 수 있는 살상력을 가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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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탔을 경우에는 어떠한 해를 가하지도 않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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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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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리우스의 뇌에서 번개처럼 아이디어가 스쳐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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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벌레 인간과 조우하면 공격하지마. 최대한 우호적으로 대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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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호적으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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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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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가위바위보에서 상대가 계속해서 빠를 내는데 묵을 내면 그 사람은 바보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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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까지 공격적인 스탠스를 취했던 게 소용이 없다는 걸 확인했다면, 다른 방법을 시도할 필요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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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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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인 엘프는 내키지 않는 표정이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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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은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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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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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도는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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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리우스는 혀를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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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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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 탐사 5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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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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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남은 인원은 자신을 포함해서 세 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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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리우스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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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란은 일어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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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출 스크롤을 탈취할 수 없는 상황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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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던전에서 나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가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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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을 일행들에게 확실하게 각인시켰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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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무방비한 사이에 급습당할 가능성도 있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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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 율리우스는 남은 두 명과 거리를 상당히 벌린 채로 휴식을 취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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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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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들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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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원로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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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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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제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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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리우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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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아무런 반응도 하지마라. 마치 그 벌레 인간이 보이지 않는다는 듯이 태연하게 행동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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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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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들렌은 엘리베이터 안에서 분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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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을 걷어차고, 문을 때리고, 유리창에 머리를 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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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엘리베이터에는 흠집 하나 생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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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발, 내가 어쩌다가 이딴 좆같은 장소에 끌려와서… 씨발, 씨발, 씨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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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의 명령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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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들렌에게 자살하라는 이야기와 다를 게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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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미 없는 새끼. 애미가 두 명인 개새끼. 창자와 내장을 씹어먹어도 시원찮을 씹새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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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나를 보고 이야기하는 건 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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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요. 던전 마스터에게 하는 욕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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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겠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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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법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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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에게 덤벼도 자살, 기계장치에 타는 것도 자살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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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어도 살 수 있는 확률이 0.1% 라도 있는 이 기계장치에 배팅하는 편이 그의 삶의 철학과 어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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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들렌은 한숨을 쉬며 버튼을 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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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라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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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이 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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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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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라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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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이 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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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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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라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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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이 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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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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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앞에 보이는 건 오직 조명이 없는 복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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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으로 나가면 기계장치의 문이 닫히고 죽는다고 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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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들렌은 상황을 보고하며 엘리베이터 안에서 그저 가만히 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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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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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이 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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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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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쿠웅- 소리와 함께 1층으로 돌아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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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버튼을 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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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라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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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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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이 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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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이 없는 복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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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들렌은 지루한 얼굴로 정면을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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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레 인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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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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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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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긴장이 맴돌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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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역시 적응이 빠른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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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자 심장이 조용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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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이 닫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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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들렌은 늘어지게 하품을 하고 기지개를 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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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 무사히 출구를 발견할 수 있으면 좋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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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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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이렇게 문이 천천히 닫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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쾅! 소리가 들릴 정도로 원래라면 빠르게 닫혔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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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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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들렌의 표정이 굳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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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혀지는 틈새 사이로 누군가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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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의 피부는 촉촉하게 젖은 막처럼 들러붙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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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가 있어야할 자리는 사라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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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자리를 대신한 건 길고 검은 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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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처럼 반짝이는 그 끝에는 굳은 피가 말라붙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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윙… 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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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을 쉴 때마다 모기의 날갯짓 같은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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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고 커다랗게 부풀어오른 겹눈을 바라본 순간 비명을 지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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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틈새를 비집고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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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이 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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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레 인간은 옆에 서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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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물끄러미 마들렌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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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억, 허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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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들렌은 필사적으로 심호흡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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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이라도 엘리베이터 바깥으로 나가고 싶은 충동을 참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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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순간이 빠르게 지나가길 간절히 기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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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들은 벌레 인간과 조우하자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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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놈은 시비를 걸었고, 한 놈은 대화를 걸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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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무의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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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취할 수 있는 유일한 행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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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리우스 원로의 말대로 아무 반응도 하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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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들렌? 마들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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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레 인간의 더듬이가 마들렌을 탐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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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끝부터 시작해서 머리까지 꼼꼼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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끔찍할 정도로 부드러운 촉감이 얼굴을 전체적으로 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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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이 요동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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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흡이 가파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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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라도 들킬까봐 눈을 감지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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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이 닫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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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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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레 인간은 기계장치에서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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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들렌은 그대로 자리에서 주저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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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 살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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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사한 건 다행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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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지가 축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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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발, 내가 이 나이먹고 지릴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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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들렌은 한숨을 내쉬며 1층으로 복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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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자신이 본 것들을 일행들에게 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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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리우스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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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베이터의 수수께끼를 거의 다 푼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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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조금만 더 나아가면 입구에서 빠져나갈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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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을 지켜보던 무색무취의 슬라임이 사라져 있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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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차린 녀석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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