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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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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녀왔습니다.”
나는 현관문을 열며 집으로 들어왔다. 안쪽에서 TV 소리가 들려왔다.
거실로 들어서자, 이승아가 소파에 앉아 있다.
큰 화면으로 애니를 보던 녀석은 힐끔 이쪽을 살피더니.
도로 고개를 돌렸다.
“···뭐야, 운동하고 왔냐? 솔이 언니랑 공부하다 온 거 아니었어?”
“상담 때문에 오늘은 안 했어.”
“그래···?”
이승아도 별로 관심은 없었던 것인지, 온 신경이 TV로 이어진 것처럼 보였다.
나도 대화를 더 이어갈 생각은 없었다.
지금은 쉬고 싶은 기분이 더 컸다.
나는 대충 가방을 방 안에 벗어던지고 교복을 갈아입었다.
“흐아—”
곧장 씻고 와 침대에 벌러덩 드러누웠다.
“후우···.”
이제 한숨 돌렸다.
오랜만에 스케이트를 탔더니, 이것도 체력 소모가 제법 되었다. 눈꺼풀이 깜빡깜빡 무겁게 느껴졌다.
이 상태로는 오늘은 운동 못할 것 같다.
깜짝하면 곧 잠들 느낌이었다.
“···.”
그래도 할 건 해야겠다 싶어서, 나는 침대 위를 구르며 휴대폰을 들었다.
‘일단 신아영은 수습했는데···.
그녀의 노이즈는 해결했다. 당분간은 괜찮을 터다.
단지, 아직 남은 사람이 있었다.
이솔.
여전히 노이즈를 내뿜을 녀석이다.
“···.”
조금 전의 일을 떠올렸다. 학교에서 나올 때 그 노이즈는 더 거세졌었기에.
지금은 괜찮을는지 모르겠다.
급하게 나온다고 그 뒤로는 연락을 못 했는데.
‘···어떡할까.
휴대폰을 만지작거렸다. 천장 방향으로 들어 올린 기기가 무겁게 느껴졌다.
이솔의 노이즈는 명백히 신아영의 것과는 다른 종류다.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여전히 고민되는 와중이라.
가벼운 연락을 하는 것도 망설여졌다.
···뭐라도 하긴 해야 하는데.
선뜻 손이 안 갔다.
* * *
집은 좋다. 그곳에 누워있는 건 더더욱 좋다.
이솔은 집에 있는 것을 누구보다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밥 먹는 개를 건드리지 않는 것처럼.
잠든 사람은 괜히 깨우지 않는 것처럼.
누웠을 때만큼은, 집에 있는 이 순간은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된다.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은, 다시 말하면 아무런 갈등도 피로도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솔은 집이 좋았다.
···단지.
오늘만큼은 아니었다.
자신이 왜 집에 있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
이솔은 거실 소파 위에 엎드려 쿠션 위로 턱을 올렸다.
“푸우······.”
내뱉은 한숨은 쿠션에 맞닿아, 부르륵—거리는 진동음이 되었다.
작은 화면을 가만히 들여다봤다.
휴대폰을 휙휙 넘겼다. 그에 따라 올망졸망한 눈동자도 따라 돌아갔다.
‘피방에 간 것도 아니고···.
두 계정 전부 전적이 그대로다.
부계정이 있는 게 아닌 이상. 피시방에는 가진 않은 듯하다.
‘대체 뭐냐고···!
이솔은 제 회색 머리카락을 북북 긁었다.
울컥울컥 신아영에 대한 배신감이 올라왔다.
도와준다고 했으면서···!
“···.”
···아니.
수학여행 때 알아서 할 테니까, 안 도와줘도 된다고 했긴 했지만.
그게 방해하라는 뜻은 아니지 않은가.
“으윽···.”
등 쿠션을 끌어안았다. 그 위에 얼굴을 파묻었다.
소파를 뒹굴뒹굴 구르다가, 축 늘어진 상태가 되었다.
“···?”
방금까지 씻고 있었던 어머니가 머리를 털면서 화장실에서 나오더니.
그녀를 보고선 우뚝 발걸음을 멈추었다.
조금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머리를 털던 수건을 잠시 내려놓고선.
“···혹시 학교에서 무슨 일 있었니···?”
어머니가 조심스레 물어왔다.
무표정한 얼굴 아래에 은밀한 걱정이 담겨있다.
“···.”
이솔은 괜스레 소파에서 몸을 일으켰다.
“···별일 없었어요.”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정말 별일 아니었다.
그래, 어차피 하루 정도인걸.
“···그렇구나아···?”
이솔의 어머니는 어색한 표정이 되었다.
어쩐지 방으로 들어가지 않고, 거실을 서성거리다가.
부엌 앞의 식탁에 앉았다.
띠링—.
휴대폰이 작게 알람음을 울렸다.
“?”
이솔은 화면을 들어 뭔지 확인해 봤다.
혹시 신아영이 전화 온 거라면. 그냥 그대로.
[이승호]
“···!”
눈썹이 들썩였다. 이승호에게서 먼저 연락이 와 있었다.
곧바로 확인해 보려다가.
손을 떨며 멈추었다.
‘이러면 기다린 것처럼 보이잖아.
바로 확인하면 마치, 자신이 계속 문자를 기다렸다는 것처럼 보이지 않을지 염려되었다.
‘···그럼, 한 2분만 기다렸다가 보자.
이솔은 휴대폰을 소파 위에 얌전히 올려두었다.
팔짱을 끼고 손가락을 까딱거렸다.
···그렇게 1분··· 하고 2분.
“···.”
눈썹을 의도적으로 좁히며 잠금화면을 해제했다.
화면 상단에 떠올라 있는 문자를 눌렀다.
— 이승호 : 잘 들어갔냐?
— 이승호 : 오늘 공부 어떻게 됨?
“흥.”
그걸 본 이솔의 작은 입술 사이로 바람이 새었다.
그래도 신경은 쓰였나보다.
— 이솔 : (바닥에 벌러덩 넘어지는 햄스터 이모티콘)
— 이솔 : 민지 언니가 도와주긴 했는데.
— 이솔 : 어려웠어.
이솔은 그렇게 답변을 보냈다.
“···.”
턱을 괴었다. 손가락을 까딱거리며 입술을 매만졌다.
좀처럼 답이 오지 않았다.
— 이승호 : 그럼.
그런 문자가 날아왔다.
— 이승호 : 내일 스터디 그룹 하자.
“···.”
이솔이 눈을 깜빡였다.
“···흥.”
새침한 숨을 내뱉었다. 억지로 표정을 가라앉혔다.
통통통.
와중에 정강이는 번갈아 움직이며 소파 위를 두드리고 있었다.
그 순간.
“···.”
“···.”
이솔은 어머니와 눈이 마주쳤다.
“···왜요?”
슬그머니 소파에서 몸을 일으켰다. 헛기침하며 자세를 바로잡았다.
“아니··· 좋은 일 있었나 해서···?”
“···별일 없었어요.”
정말이다.
* * *
다음날. 햇살이 학교 창틈 사이로 살며시 들어왔다.
평소보다 일찍 등교한 이솔이 책상 자리에 앉아서 반쯤 졸고 있을 때였다.
“솔아.”
신아영의 목소리다.
천천히 눈을 뜨자, 가방을 내려놓으며 자리에 앉고 있었다.
“자, 받아.”
신아영이 작은 박스를 내밀었다.
“···이게 뭔데?”
“어제 나 때문에 공부 방해된 것 같아서. 너 이거 좋아하지?”
그녀가 준 것을 다시 살피니, 리본에 묶인 초콜릿 상자였다.
제법 고급품으로 보이는 물건.
“그래, 잘 먹을게.”
구태여 거절할 이유는 없었다. 이솔은 그걸 받아들었다.
어제와는 상황이 다르다.
그야 신아영의 고충을 이해했으니까.
“음.”
이솔은 초콜릿을 하나 집어 먹으며 속으로 끄덕였다.
신아영도 드라마 때문인지 시선이 하도 많이도 몰렸으니. 그동안 스트레스가 쌓인 거겠지.
어제의 행동도 그러한 연유의 결과라 볼 수 있었다.
원래 상담부라는 게 그럴 때 가는 거고.
그런 거라면.
한 번은 괜찮았다. 이해할 수 있었다.
왜냐하면, 자신은 이해심이 넓은 여자이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솔이 그녀의 책상을 두들겼다. 이목을 이리로 돌리게 만들었다.
그것과 별개로.
조금 궁금하긴 했다.
“어제 나가서 둘이 뭐 했어?”
“으응?”
이솔의 물음에 신아영의 동작이 느려졌다.
“···.”
그래, 별건 아니고.
그냥 궁금한 것뿐이다.
그도 그럴게.
“···피방 간 건 아닌 것 같길래.”
“···.”
그 물음에 신아영은 잠시 침묵했다.
새끼손가락으로 제 머리를 돌돌 말았다.
어딘가 곤란하다는 듯이···.
“으음··· 그냥··· 이것저것? 별로 대단한 건 안 했어.”
대충 말을 돌렸다.
“그래?”
그것이 마음에 조금이나마 걸리긴 했으나.
크게 별것 아니겠다 싶어서, 이솔은 대수롭지 않게 넘겨버렸다.
“···.”
대화는 그것으로 끝이었다.
이솔은 다시 따스한 햇살을 이불 삼아 나른함에 빠져들었다.
그렇게 얼마나 있었을까···.
“아.”
신아영의 단말마에 살짝 눈을 뜨자.
“승호 하이~”
신아영이 뒷문에서 들어오는 이승호를 향해 가볍게 손을 흔들었다.
“어, 좋은 아침.”
그는 그 인사를 받으며 제 자리에 앉았다.
“승호승호.”
신아영이 그를 부르며 앞자리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의 어깨를 톡톡 건드렸다.
“이따가 매점 갈래? 아침에 보니까 매진됐던 간식 채우고 계시더라고.”
“그래?”
“그거 뭐였더라? 지난번에 네가 먹어보려 했던 거.”
“과일 아이스크림···?”
“어, 맞아. 그것도 몇 개 들어왔더라.”
···뭐지.
“···으음?”
그 대화를 지켜보던 이솔의 눈이 가늘어졌다.
신아영의 얼굴을 보니 어딘가 위화감이 들었다. 언젠가 봤었던 느낌이라.
“···.”
이솔은 몸을 앞으로 기울이며, 그 표정을 더욱 유심히 살폈다.
신아영은 머리칼을 옆으로 귀 옆으로 쓸어내렸다. 그 눈길이 유독 한 곳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걸 본 이솔의 입술이 천천히 벌어졌다.
“너희들도 갈 거지?”
돌연 그녀가 시선을 돌리며 이솔과 지누리. 두 사람에게 물었다.
지누리는 이어폰을 한 짝 빼며 말했다.
“너가 사주면 갈게.”
“좋아, 누리는 안 가고.”
신아영은 시선을 왼편으로 돌렸다. 이솔이 있는 방향이었다.
“솔이 넌?”
“···.”
이솔이 의자를 뒤로 밀며 몸을 일으켰다.
손을 뻗어 신아영의 소매를 툭툭 끌어당겼다.
“응? 왜?”
의아함이 그녀의 눈에 서릴 때.
“···잠깐 나랑 얘기 좀 해.”
이솔은 어색하게 굳은 표정으로 그녀를 밖으로 불러냈다.
어쩐지.
여기서 더 가면, 위험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