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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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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현관문을 열며 집으로 들어왔다. 안쪽에서 TV 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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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실로 들어서자, 이승아가 소파에 앉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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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화면으로 애니를 보던 녀석은 힐끔 이쪽을 살피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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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 고개를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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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운동하고 왔냐? 솔이 언니랑 공부하다 온 거 아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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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 때문에 오늘은 안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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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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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아도 별로 관심은 없었던 것인지, 온 신경이 TV로 이어진 것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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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대화를 더 이어갈 생각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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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쉬고 싶은 기분이 더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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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대충 가방을 방 안에 벗어던지고 교복을 갈아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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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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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장 씻고 와 침대에 벌러덩 드러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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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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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한숨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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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스케이트를 탔더니, 이것도 체력 소모가 제법 되었다. 눈꺼풀이 깜빡깜빡 무겁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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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상태로는 오늘은 운동 못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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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짝하면 곧 잠들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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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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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할 건 해야겠다 싶어서, 나는 침대 위를 구르며 휴대폰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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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신아영은 수습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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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노이즈는 해결했다. 당분간은 괜찮을 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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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아직 남은 사람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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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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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노이즈를 내뿜을 녀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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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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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전의 일을 떠올렸다. 학교에서 나올 때 그 노이즈는 더 거세졌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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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괜찮을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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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하게 나온다고 그 뒤로는 연락을 못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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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떡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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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을 만지작거렸다. 천장 방향으로 들어 올린 기기가 무겁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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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솔의 노이즈는 명백히 신아영의 것과는 다른 종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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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여전히 고민되는 와중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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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운 연락을 하는 것도 망설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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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도 하긴 해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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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뜻 손이 안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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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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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은 좋다. 그곳에 누워있는 건 더더욱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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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솔은 집에 있는 것을 누구보다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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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먹는 개를 건드리지 않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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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든 사람은 괜히 깨우지 않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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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웠을 때만큼은, 집에 있는 이 순간은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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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은, 다시 말하면 아무런 갈등도 피로도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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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이솔은 집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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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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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만큼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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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왜 집에 있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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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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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솔은 거실 소파 위에 엎드려 쿠션 위로 턱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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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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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뱉은 한숨은 쿠션에 맞닿아, 부르륵—거리는 진동음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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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화면을 가만히 들여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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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을 휙휙 넘겼다. 그에 따라 올망졸망한 눈동자도 따라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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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방에 간 것도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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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계정 전부 전적이 그대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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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계정이 있는 게 아닌 이상. 피시방에는 가진 않은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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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뭐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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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솔은 제 회색 머리카락을 북북 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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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컥울컥 신아영에 대한 배신감이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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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와준다고 했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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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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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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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여행 때 알아서 할 테니까, 안 도와줘도 된다고 했긴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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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방해하라는 뜻은 아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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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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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 쿠션을 끌어안았다. 그 위에 얼굴을 파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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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파를 뒹굴뒹굴 구르다가, 축 늘어진 상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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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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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까지 씻고 있었던 어머니가 머리를 털면서 화장실에서 나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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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를 보고선 우뚝 발걸음을 멈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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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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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를 털던 수건을 잠시 내려놓고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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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학교에서 무슨 일 있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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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가 조심스레 물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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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표정한 얼굴 아래에 은밀한 걱정이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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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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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솔은 괜스레 소파에서 몸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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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일 없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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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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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별일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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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어차피 하루 정도인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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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구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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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솔의 어머니는 어색한 표정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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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쩐지 방으로 들어가지 않고, 거실을 서성거리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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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엌 앞의 식탁에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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띠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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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이 작게 알람음을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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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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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솔은 화면을 들어 뭔지 확인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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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신아영이 전화 온 거라면. 그냥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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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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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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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썹이 들썩였다. 이승호에게서 먼저 연락이 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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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바로 확인해 보려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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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을 떨며 멈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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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면 기다린 것처럼 보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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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확인하면 마치, 자신이 계속 문자를 기다렸다는 것처럼 보이지 않을지 염려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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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한 2분만 기다렸다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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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솔은 휴대폰을 소파 위에 얌전히 올려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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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짱을 끼고 손가락을 까딱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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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1분··· 하고 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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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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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썹을 의도적으로 좁히며 잠금화면을 해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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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면 상단에 떠올라 있는 문자를 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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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승호 : 잘 들어갔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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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승호 : 오늘 공부 어떻게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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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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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걸 본 이솔의 작은 입술 사이로 바람이 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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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신경은 쓰였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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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솔 : (바닥에 벌러덩 넘어지는 햄스터 이모티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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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솔 : 민지 언니가 도와주긴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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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솔 : 어려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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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솔은 그렇게 답변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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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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턱을 괴었다. 손가락을 까딱거리며 입술을 매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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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처럼 답이 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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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승호 : 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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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문자가 날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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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승호 : 내일 스터디 그룹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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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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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솔이 눈을 깜빡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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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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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침한 숨을 내뱉었다. 억지로 표정을 가라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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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통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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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중에 정강이는 번갈아 움직이며 소파 위를 두드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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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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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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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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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솔은 어머니와 눈이 마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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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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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그머니 소파에서 몸을 일으켰다. 헛기침하며 자세를 바로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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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좋은 일 있었나 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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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일 없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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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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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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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햇살이 학교 창틈 사이로 살며시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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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보다 일찍 등교한 이솔이 책상 자리에 앉아서 반쯤 졸고 있을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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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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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아영의 목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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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눈을 뜨자, 가방을 내려놓으며 자리에 앉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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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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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아영이 작은 박스를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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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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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나 때문에 공부 방해된 것 같아서. 너 이거 좋아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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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준 것을 다시 살피니, 리본에 묶인 초콜릿 상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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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법 고급품으로 보이는 물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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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잘 먹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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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태여 거절할 이유는 없었다. 이솔은 그걸 받아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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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와는 상황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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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 신아영의 고충을 이해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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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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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솔은 초콜릿을 하나 집어 먹으며 속으로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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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아영도 드라마 때문인지 시선이 하도 많이도 몰렸으니. 그동안 스트레스가 쌓인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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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의 행동도 그러한 연유의 결과라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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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상담부라는 게 그럴 때 가는 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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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거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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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은 괜찮았다. 이해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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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하면, 자신은 이해심이 넓은 여자이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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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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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솔이 그녀의 책상을 두들겼다. 이목을 이리로 돌리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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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과 별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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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궁금하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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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나가서 둘이 뭐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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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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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솔의 물음에 신아영의 동작이 느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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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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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별건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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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궁금한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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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도 그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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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방 간 건 아닌 것 같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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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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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물음에 신아영은 잠시 침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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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끼손가락으로 제 머리를 돌돌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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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딘가 곤란하다는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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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음··· 그냥··· 이것저것? 별로 대단한 건 안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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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말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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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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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마음에 조금이나마 걸리긴 했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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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게 별것 아니겠다 싶어서, 이솔은 대수롭지 않게 넘겨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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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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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는 그것으로 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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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솔은 다시 따스한 햇살을 이불 삼아 나른함에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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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얼마나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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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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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아영의 단말마에 살짝 눈을 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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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호 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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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아영이 뒷문에서 들어오는 이승호를 향해 가볍게 손을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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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좋은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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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그 인사를 받으며 제 자리에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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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호승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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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아영이 그를 부르며 앞자리로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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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어깨를 톡톡 건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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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따가 매점 갈래? 아침에 보니까 매진됐던 간식 채우고 계시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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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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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 뭐였더라? 지난번에 네가 먹어보려 했던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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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일 아이스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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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맞아. 그것도 몇 개 들어왔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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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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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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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대화를 지켜보던 이솔의 눈이 가늘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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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아영의 얼굴을 보니 어딘가 위화감이 들었다. 언젠가 봤었던 느낌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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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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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솔은 몸을 앞으로 기울이며, 그 표정을 더욱 유심히 살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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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아영은 머리칼을 옆으로 귀 옆으로 쓸어내렸다. 그 눈길이 유독 한 곳으로 향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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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걸 본 이솔의 입술이 천천히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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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들도 갈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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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연 그녀가 시선을 돌리며 이솔과 지누리. 두 사람에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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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누리는 이어폰을 한 짝 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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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가 사주면 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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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 누리는 안 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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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아영은 시선을 왼편으로 돌렸다. 이솔이 있는 방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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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이 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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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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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솔이 의자를 뒤로 밀며 몸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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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을 뻗어 신아영의 소매를 툭툭 끌어당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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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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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아함이 그녀의 눈에 서릴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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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나랑 얘기 좀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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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솔은 어색하게 굳은 표정으로 그녀를 밖으로 불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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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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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더 가면, 위험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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