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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이즈는 금방 잦아들었다. 신아영의 미니미는 숨을 후후 들이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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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까, 깜짝 놀랐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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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친 곳은 없어 보이는데, 상당히 놀랐는지 눈동자가 작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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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거주춤한 자세로 벽에 붙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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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씨···쪽팔려. 괜히 신내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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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미가 울상을 지으며 얼굴을 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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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나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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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추스를 겸 밖으로 나가볼까 싶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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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냐, 진짜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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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아영은 고개를 저었다. 빨리 따라오라는 듯 손을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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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씩씩하게 앞으로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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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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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몸짓이 묘하게 경직되어 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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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괜찮을는지 걱정이 되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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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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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슬 나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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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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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럽게 빙판 위를 나아가던 신아영이 스르르륵 벽으로 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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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제법 익숙해진 동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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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나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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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시선을 뒤로 돌리며 눈썹을 위로 들썩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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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그러지···? 좀 더 타면 안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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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미는 아쉬운 듯 입맛을 다셨다. 빙판 위를 툭툭 발로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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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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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라고 말하기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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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곧 여섯 신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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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벽에 붙어 있는 전자시계를 가리켰다. 시간이 꽤 많이 지나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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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나가서 밥도 먹고 해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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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가는 시간도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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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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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아영의 눈이 휘둥그레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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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짜네? 벌써 그렇게 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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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즐기고 있던 모양이다. 시간의 흐름도 깜빡할 정도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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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뿌듯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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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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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르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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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복 음이 울렸다. 그건 내 배에서 난 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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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민망함에 크흠— 헛기침을 내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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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쩔 수 없었다. 움직였더니 상당히 허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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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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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소리를 신아영도 들은 건지. 둥그런 눈매 위로 웃음기가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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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고팠나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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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미가 옅은 웃음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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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이제 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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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아영이 먼저 앞장섰다. 빙판을 한 바퀴 돌아 출구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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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에 내딛자 부드럽게 나아가던 얼음 위와 달리, 삐뚤거리는 감각이 이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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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아두었던 자리까지 걸어가던 그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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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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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아영은 헬멧을 벗다 말고, 머리 위로 도로 내려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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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데구루루 굴려서 주변을 살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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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가 땀 때문에 헝클어진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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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으아··· 완전 땀 범벅이야··· 냄새 안 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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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머리를 만지던 미니미가 울상을 지었다. 찝찝한 것인지 눈썹이 움찔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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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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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아영이 눈치를 보며 자리를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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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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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겠다며 적당히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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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펭귄처럼 뒤뚱뒤뚱 화장실로 향했다. 스케이트화를 벗는 것도 잊고 급하게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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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 사이, 운동화로 갈아신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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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거운 족쇄를 벗은 듯이 몸이 가벼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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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에 신아영의 노이즈도 해결했겠다. 마음이 더 홀가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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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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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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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하는 건지. 신아영이 도통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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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다 지쳐 자판기에서 음료를 뽑아 홀짝이고 있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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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녀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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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아영이 다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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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멧을 옆구리에 끼고, 헝클어졌던 머리는 뒤로 묶은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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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취제라도 뿌린 건지, 시원한 비누 향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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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게 화사해진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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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가방에 이것저것 많이 챙겨다니다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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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 급한 대로 해결했으니까, 이 정도면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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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미가 묶을 머리를 뒤로 찰랑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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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까지 제 상태에 동요하더니, 지금은 자신감을 되찾은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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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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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으로 나오자. 조금 어둑해진 하늘이 우리를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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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애매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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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시간을 확인하고,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으며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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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집으로 돌아가면 7시가 훌쩍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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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뜩이나 움직인 뒤라 허기가 졌기에, 웬만하면 여기서 사 먹고 싶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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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물어보는 게 맞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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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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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신아영에게 의견을 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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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처에서 밥 먹고 갈래? 지금 버스 타면 늦게 도착할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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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그럴 생각 아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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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아영이 고개를 기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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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 고픈 것은 신아영도 마찬가지였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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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그럴 생각이었던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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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이다음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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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먹을래? 따로 먹고 싶은 거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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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처에 식당은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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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만 둘러봐도 무엇을 말해도 바로 찾아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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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팍 생각나는 게 없네. 나는 아무거나 잘 먹긴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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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아영이 팔짱을 끼며 생각에 잠긴 듯 침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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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짜 뭐 먹지··· 얘는 어떤 거 좋아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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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미가 나를 힐끗거리며 고민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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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쪽을 신경 쓰는 모양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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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는 나도 당장 생각나는 게 없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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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 때 좋은 방법이 있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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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하나씩 읊어볼 테니까 괜찮은 거 짚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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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개를 들어 거리를 둘러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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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따라 세워져 있는 표지판의 메뉴를 하나씩 입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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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자··· 당장 보이는 건. 햄버거, 떡볶이, 김밥··· 저기에 파스타집이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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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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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아영이 말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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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매하네··· 그걸로는 배가 안 찰 것 같은데··· 얘 배고픈 거 아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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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미가 턱을 쓸어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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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아영이 좋아할 만한 걸 말했는데. 영 시큰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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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쪽에는 돈코츠 덮밥도 있고 닭갈비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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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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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미가 허리를 빠짝 세웠다. 어깨를 들썩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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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갈비 부근에서 반응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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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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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신아영의 입은 좀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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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어. 이거. 괜찮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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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미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눈치를 살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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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입을 뻐금거렸다. 말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는 눈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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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갈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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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마지막 메뉴를 되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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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거 괜찮은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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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라면 나도 좋아하는 메뉴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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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군다나 밥을 먹고 싶기도 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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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응, 닭갈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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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큼 끄덕이는 신아영. 낯빛에 화색이 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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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이 내려졌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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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곧바로 닭갈비 집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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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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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오세요~ 몇 분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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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명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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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이쪽으로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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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분은 방긋 웃으며 우리를 자리로 안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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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친절한 미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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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아··· 좋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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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직원의 미니미가 피곤함에 찌든 표정으로 뻐근한 목을 이리저리 꺾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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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으로는 툴툴거리면서도, 겉으로는 친절히 인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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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직업정신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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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직원이 안내한 자리에 마주 보고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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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먹을까? 따로 먹고 싶은 거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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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아영이 그리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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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중앙에 놓인 메뉴판을 보며 고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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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기본이면 될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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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나도 그걸로. 주문은 기본 두 개로 한다? 사리 먹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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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사리 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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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은 빠르게 진행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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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고픈 탓에 뭘 먹어도 다 맛있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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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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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아영이 손을 들어 올리며 직원을 불렀다. 여기는 키오스크가 없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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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에—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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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이 후다닥 빠른 걸음으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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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거 주문하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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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기본 닭갈비 2인분에다가 라면 사리 추가로 넣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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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맵기는 어느 정도로 해드릴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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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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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아영은 그 질문에 고개를 기울이다가, 내게로 시선 돌리며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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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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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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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으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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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말을 그대로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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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은 계산표 위에 글자를 끄적이더니 되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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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 닭갈비 2인분에 라면 사리 추가 맞으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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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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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방 내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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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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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아영은 방긋거리는 미소를 짓다가, 직원이 완전히 사라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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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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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으로 입가를 가리며 하품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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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링크장에서 격하게 움직인다고 피곤했던 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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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눈썹을 움찔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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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못 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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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미가 내 쪽을 살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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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자연스럽게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못 본 척해줘야 할 분위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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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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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탁 아래로 다리를 은근히 뻗었다. 쭈욱 펴진 허벅지가 부르르 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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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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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게 스트레칭을 끝낸 신아영은 작게 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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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은 피로했지만, 정신은 무거운 잡념이 사라지고 말랑말랑해진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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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링크라길래 처음에는 어떤가 싶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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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녀오길 잘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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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좀 그랬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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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끄러졌을 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엉덩이가 시큰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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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잘 타게 되었을 때는 어딘가 신이 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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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애들이 쌩쌩 지나갔을 때. 이승호가 확 잡아끈 것에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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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아영이 그걸 떠올리며 가만히 턱을 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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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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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 휙 끌려갔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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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와준 거였다지만, 그렇게 간단히 끌려갈 줄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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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아영이 팔뚝을 작게 쓸어내렸다. 그가 붙잡았던 부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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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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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걸 떠올리자니 왜인지 민망해졌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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땀에 찬 손바닥을 체육복 위로 슥슥 쓸어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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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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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틈에 앞치마를 들고 온 이승호가 둘 중 하나를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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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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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아영은 그걸 조심스레 받아서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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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보니, 서 있는 이승호를 살피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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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가 위로 들렸다. 조금 각도가 가파른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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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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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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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좀 큰 거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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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유심히 살피니, 확실히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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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학기 때의 기억과 비교하자니 커진 게 눈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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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걸 지금 알아봤는지 모를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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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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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물음에 이승호가 자리에 도로 앉으며 헛기침을 내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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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썹이 은근히 들썩였다. 입꼬리가 삐죽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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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닌 척 물을 삼키고 있다지만, 내심 좋아하고 있는 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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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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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아영은 그걸 보며 은근한 눈웃음을 지었다. 그 반응이 어딘가 재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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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운동이라도 하는 거야? 되게 빨리 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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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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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응.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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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아영은 그의 표정을 가만히 눈으로 좇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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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쩐지 시선이 향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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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그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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