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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를 빠져나오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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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이승호의 말대로 부장한테 말하기만 하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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뚫어져라 바라보던 이솔의 신경이 쓰이긴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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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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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아영은 고개를 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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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나중에 생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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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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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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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호의 물음에 신아영은 고개를 작게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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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기에서 이겼기 때문에. 본격적으로 이동하기 전 잠시 편의점에 들린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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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크림을 고르고 있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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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 골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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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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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아영은 냉동고를 내려다보며 고민에 잠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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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호는 기다리다 못해, 편의점을 둘러보며 아이 쇼핑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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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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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아영은 슬그머니 그를 향해 눈을 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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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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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태까지 이승호는 자신의 상담에 관해서 묻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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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쯤은 물을 법도 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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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고민인지, 내가 직접 말하기를 기다리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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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도 아니라면, 상담은 명분에 불과하다는 걸 눈치채고 안 꺼내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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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 중 뭐가 되었든, 고마운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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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신경 써주고 있다는 이야기니까. 그래서 이승호와 같이 다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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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랑 있으면 편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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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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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아영은 짧은 고민 끝에 초코바를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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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싼 아이스크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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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로 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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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또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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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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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편의점에서 나오며 아이스크림을 한입 베어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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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서 들려오는 노이즈가 하나밖에 없으니, 그나마 정신이 맑아진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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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먹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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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아영은 희희낙락한 얼굴로 포장지를 뜯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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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니까 맛--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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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크림을 사 먹은 것 때문인지. 이전보다는 노이즈가 차츰 줄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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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미니미의 말을 대략 해석할 수준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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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건 아마. ‘맛있네’ 정도의 말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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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그렇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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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힐끔 신아영의 어깨 위를 살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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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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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위에 앉은 미니미가 우물우물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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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표정이 어딘가 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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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는 여전히 남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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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나오긴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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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를 어디로 데려가야 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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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초의 목적을 다시 되짚어보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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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받는 스트레스를 해소해, 들려오는 노이즈를 없애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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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신아영이 받는 스트레스는 어디에서 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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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생각하기로는 크게 두 가지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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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는 외부의 과도한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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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하나는 그러한 시선을 의식한, 연예인 딸로서의 이미지 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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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그녀는 게임을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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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실수를 해도 주변의 신경을 쓸 필요가 없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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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지금 그게 잘 안되고 있는 시점에서 더 나은 방안이 없을까 궁리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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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 때는 몸 쓰는 게 제일이긴 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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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면 스트레스가 풀린다는 사람도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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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솔 같은 부류에게는 하면 안 되겠지만, 신아영에게는 은근 통할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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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근처에서 할 만한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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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생각을 하고 있자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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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느새 버스 정류장까지 도착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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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우리 어디 가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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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크림을 한입 베어 문 신아영이 그제야 의문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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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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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스케이트 잘 타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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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을 조금 더 이어가다가 신아영에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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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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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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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 줄은 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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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렸-- 때 몇 번-----으니까 괜--것 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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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미의 말을 알아듣기 위해 집중했다. 어렸을 때 몇 번 타서 괜찮다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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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타는 건 아닌 모양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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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면 오히려 좋다. 신아영은 조금 더 본연의 모습에 익숙해지는 게 필요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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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링크 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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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싫으면 다른 데로 가도 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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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강요할 생각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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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은 어디까지나, 내담자의 의견이 중요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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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냐아냐.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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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아영이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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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로 괜찮은 건지, 아니면 눈치를 살피는 건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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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바로 가도 되나 싶어서. 아무것도 없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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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복은 미리 갈아입었고, 장갑은 가서 사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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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줄 알고 체육복으로 갈아입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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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에 체육 교과가 든 날은 체육복으로 하교할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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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를 타고 이동한 끝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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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신아영과 함께 아이스 링크 건물로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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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부터 달랐다. 차가운 냉기가 숨 쉴 때마다 느껴졌다. 어딘가 겨울 냄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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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일이라 그런가 널널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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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주위를 둘러봤다. 사람이 그리 많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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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은 그다지 없고, 대부분이 초등학생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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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파가 몰리는 걸 별로 선호하지 않는 나로서는 기분 좋은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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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아··· 진짜 오랜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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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아영이 뒤따라 들어오며 눈을 빛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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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자주 오는 편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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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는 안 오지. 재작년인가 한 번 탄 적 있긴 한데···. 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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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이후로는 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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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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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아영의 눈매가 호선을 그렸다. 한편으로는 그게 조금 씁쓸한 미소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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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이 연예인인 탓에, 가족끼리 이런 곳에 자주 오지는 못한 모양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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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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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표소에 도착하자, 신아영이 빠르게 카드를 꺼내 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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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 하기도 전에 속전속결로 끝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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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표를 끊고, 다음은 스케이트 대여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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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신아영에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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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즈 몇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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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한 250 정도 될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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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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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네. 240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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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아영이 뒤꿈치를 들어 발바닥을 살피더니 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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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 하나. 240 하나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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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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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분이 빠르게 스케이트 두 켤레를 꺼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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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260 하나. 이게 240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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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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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걸 받아 들고 앉을 곳을 찾아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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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는 길에 비치 되어있는 헬멧도 챙긴 후. 장갑도 하나 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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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판기 옆의 비어 있는 적당한 자리를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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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서 신발을 스케이트화로 갈아신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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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들어갈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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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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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아영이 어색한 걸음으로 뒤뚱뒤뚱 걸어갔다. 미니미도 따라 뒤뚱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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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째 좀 웃긴 광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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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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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아영이 빙판 위에 발을 내디딘 순간, 몸이 기우뚱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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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비틀거리는 그녀의 팔을 붙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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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어질 듯이 떨리던 중심이 차츰 안정되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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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 줄 안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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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오랜만에 타니까 적응 안 돼서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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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아영은 눈썹을 찌푸리며 괜스레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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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 끝은 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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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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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잠깐만 놓지 말아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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붙잡은 손에 힘이 꽉 들어가는 게 느껴졌다. 신아영의 눈이 당황한 듯이 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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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허벅지는 갓 태어난 기린처럼 안으로 구부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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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일로와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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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녀를 벽면으로 조심스럽게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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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난간에 몸을 지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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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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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아영은 그제야 한숨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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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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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이라 당황한 거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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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호기롭게 난간에서 손을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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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기억을 떠올리는 것인지, 발을 세차게 뒤로 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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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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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아영이 그대로 미끄러져서 바닥에 엉덩방아를 찧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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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하게 바닥을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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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따라가던 나는 곧바로 벽으로 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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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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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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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아영의 눈이 주변을 휙휙 살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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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의 상태를 돌아보는 것보다. 그걸 은연중에 우선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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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들이 이상하게 쳐다보지 않을까 걱정하는 눈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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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든 잘해야 한다는 강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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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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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녀의 손을 붙잡고, 천천히 일으켜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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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히 쪽팔렸던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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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미의 표정이 우울함을 넘어, 눈동자가 물방울처럼 일렁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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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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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 사람들은 그녀를 별로 신경 쓰지 않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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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직되어 있던 미니미의 표정이 차츰 풀려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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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링크에서 넘어지는 건, 일상이나 다름없는 일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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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숙함은 이곳에서는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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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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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자신감이 붙은 이후로는 금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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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아영은 중심을 잘 잡고선, 천천히 앞으로 나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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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르다고 할 수준은 아니지만, 제법 탄다고는 말할 정도는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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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배우는 게 빨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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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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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보던 신아영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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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흐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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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미가 날 바라보며 의기양양하게 가슴을 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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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이즈는 어느새 사라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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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취감으로 인한 해소인지, 주변 시선을 신경 쓸 필요가 없어졌다는 걸 깨달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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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어느 쪽이든 잘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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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때, 괜찮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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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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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물음에, 나는 말없이 끄덕였다. 짝.짝. 박수 쳐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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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아영의 입술이 부루퉁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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녀석은 놀리지 말라며 내 어깨를 툭툭 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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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이제 좀 타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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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보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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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 후들거리던 걸 진짜 동영상으로 남겨야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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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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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부 사람들이 봤으면 빵 터졌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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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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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대답이 불만이었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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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아영은 조금 더 빠르게 달려보겠다며, 빙상 위에서 속도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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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쩐지 좀 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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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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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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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빠르게 앞으로 내달려, 신아영의 팔을 붙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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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어지지 않고, 옆으로 자연스럽게 미끄러지도록 부드럽게 몸을 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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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으로 빠진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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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 사사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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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에 빠른 속도로 스쳐 지나가는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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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네들끼리 논다고, 앞도 제대로 안 보고 달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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삑—! 삐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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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안전요원이 호루라기를 불며 나타나 두 아이를 제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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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 놀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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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인상을 찌푸리며 혀를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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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하게 뭐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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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일이라 애들이 많을 때부터 좀 조심했어야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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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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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이들이 끌려가는 걸 지켜보다가, 신아영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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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삐끗하진 않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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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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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은 얼굴로 있던 그녀는 날 보며 눈을 깜빡이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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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뒤로 물러났다. 빙상 위였기에 아주 부드러운 움직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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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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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히 놀랐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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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미에게선 짤막한 노이즈가 작게 울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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