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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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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학교를 빠져나오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정말 이승호의 말대로 부장한테 말하기만 하면 됐다.
뚫어져라 바라보던 이솔의 신경이 쓰이긴 하는데···.
“···.”
신아영은 고개를 털었다.
그건 나중에 생각하자.
“골랐냐?”
“아직.”
이승호의 물음에 신아영은 고개를 작게 저었다.
내기에서 이겼기 때문에. 본격적으로 이동하기 전 잠시 편의점에 들린 상황.
아이스크림을 고르고 있던 중이다.
“···빨리 골라라.”
“으음···.”
신아영은 냉동고를 내려다보며 고민에 잠겼다.
이승호는 기다리다 못해, 편의점을 둘러보며 아이 쇼핑을 이어갔다.
“···.”
신아영은 슬그머니 그를 향해 눈을 굴렸다.
“음···.”
여태까지 이승호는 자신의 상담에 관해서 묻지 않았다.
한 번쯤은 물을 법도 한데.
무슨 고민인지, 내가 직접 말하기를 기다리는 걸까.
그도 아니라면, 상담은 명분에 불과하다는 걸 눈치채고 안 꺼내는 걸까.
둘 중 뭐가 되었든, 고마운 일이었다.
자신을 신경 써주고 있다는 이야기니까. 그래서 이승호와 같이 다니는지도 모르겠다.
얘랑 있으면 편하니까.
“···.”
신아영은 짧은 고민 끝에 초코바를 꺼냈다.
제일 싼 아이스크림이었다.
“이걸로 할게.”
* * *
“감사합니다. 또 오세요—”
“···.”
나는 편의점에서 나오며 아이스크림을 한입 베어 물었다.
주변에서 들려오는 노이즈가 하나밖에 없으니, 그나마 정신이 맑아진 느낌이다.
“잘 먹을게~”
신아영은 희희낙락한 얼굴로 포장지를 뜯었다.
— “--니까 맛--네.”
아이스크림을 사 먹은 것 때문인지. 이전보다는 노이즈가 차츰 줄어들었다.
이제 미니미의 말을 대략 해석할 수준은 됐다.
저건 아마. ‘맛있네’ 정도의 말이 아닐까 싶다.
‘그건 그렇고···.
나는 힐끔 신아영의 어깨 위를 살폈다.
—“----”
그 위에 앉은 미니미가 우물우물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다.
다만 표정이 어딘가 멍했다.
스트레스는 여전히 남아있었다.
‘일단 나오긴 했는데···.
얘를 어디로 데려가야 하나 싶다.
원초의 목적을 다시 되짚어보자면···.
그녀가 받는 스트레스를 해소해, 들려오는 노이즈를 없애는 것이다.
······그렇다면, 신아영이 받는 스트레스는 어디에서 오는가.
내가 생각하기로는 크게 두 가지가 아닐까 싶다.
하나는 외부의 과도한 시선.
남은 하나는 그러한 시선을 의식한, 연예인 딸로서의 이미지 유지.
그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그녀는 게임을 선택했다.
아무리 실수를 해도 주변의 신경을 쓸 필요가 없기 때문에.
그러나, 지금 그게 잘 안되고 있는 시점에서 더 나은 방안이 없을까 궁리해야 했다.
‘이럴 때는 몸 쓰는 게 제일이긴 한데.
달리면 스트레스가 풀린다는 사람도 있지 않은가.
이솔 같은 부류에게는 하면 안 되겠지만, 신아영에게는 은근 통할 듯싶다.
뭔가 근처에서 할 만한 게······.
그런 생각을 하고 있자니.
우리는 어느새 버스 정류장까지 도착해 있었다.
“근데, 우리 어디 가는 거야?”
아이스크림을 한입 베어 문 신아영이 그제야 의문을 표했다.
음···.
“···너 스케이트 잘 타냐?”
고민을 조금 더 이어가다가 신아영에게 물었다.
“···아이스링크?”
“어.”
“탈 줄은 알지.”
— “---어렸-- 때 몇 번-----으니까 괜--것 같--.”
미니미의 말을 알아듣기 위해 집중했다. 어렸을 때 몇 번 타서 괜찮다는 것 같다.
잘 타는 건 아닌 모양인데.
이러면 오히려 좋다. 신아영은 조금 더 본연의 모습에 익숙해지는 게 필요했으니.
“아이스링크 가게?”
“네가 싫으면 다른 데로 가도 되고.”
그렇다고 강요할 생각은 없었다.
상담은 어디까지나, 내담자의 의견이 중요하기에.
“아냐아냐. 괜찮아.”
신아영이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정말로 괜찮은 건지, 아니면 눈치를 살피는 건지 모르겠다.
“이렇게 바로 가도 되나 싶어서. 아무것도 없잖아.”
“교복은 미리 갈아입었고, 장갑은 가서 사지 뭐.”
그럴 줄 알고 체육복으로 갈아입은 상태다.
오후에 체육 교과가 든 날은 체육복으로 하교할 수 있으니까.
* * *
···버스를 타고 이동한 끝에.
나는 신아영과 함께 아이스 링크 건물로 들어섰다.
공기부터 달랐다. 차가운 냉기가 숨 쉴 때마다 느껴졌다. 어딘가 겨울 냄새였다.
“평일이라 그런가 널널하네.”
나는 주위를 둘러봤다. 사람이 그리 많지는 않다.
어른들은 그다지 없고, 대부분이 초등학생들이었다.
인파가 몰리는 걸 별로 선호하지 않는 나로서는 기분 좋은 일이었다.
“와아··· 진짜 오랜만이다.”
신아영이 뒤따라 들어오며 눈을 빛냈다.
“여기 자주 오는 편이야?”
“자주는 안 오지. 재작년인가 한 번 탄 적 있긴 한데···. 넌?”
“어렸을 때 이후로는 처음.”
그래서 그런가.
신아영의 눈매가 호선을 그렸다. 한편으로는 그게 조금 씁쓸한 미소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부모님이 연예인인 탓에, 가족끼리 이런 곳에 자주 오지는 못한 모양이라.
“내가 낼게.”
매표소에 도착하자, 신아영이 빠르게 카드를 꺼내 긁었다.
뭐라 하기도 전에 속전속결로 끝냈다.
그렇게 표를 끊고, 다음은 스케이트 대여소였다.
나는 신아영에게 물었다.
“사이즈 몇이야?”
“어··· 한 250 정도 될걸?”
“250?”
“아니네. 240이야.”
신아영이 뒤꿈치를 들어 발바닥을 살피더니 정정했다.
“260 하나. 240 하나 주세요.”
“네—”
직원분이 빠르게 스케이트 두 켤레를 꺼내 왔다.
“여기, 260 하나. 이게 240입니다.”
“감사합니다.”
나는 그걸 받아 들고 앉을 곳을 찾아 움직였다.
지나가는 길에 비치 되어있는 헬멧도 챙긴 후. 장갑도 하나 사고.
자판기 옆의 비어 있는 적당한 자리를 찾았다.
거기서 신발을 스케이트화로 갈아신었다.
“바로 들어갈래?”
“좋아.”
신아영이 어색한 걸음으로 뒤뚱뒤뚱 걸어갔다. 미니미도 따라 뒤뚱거렸다.
어째 좀 웃긴 광경이다.
“···!?”
신아영이 빙판 위에 발을 내디딘 순간, 몸이 기우뚱거렸다.
나는 비틀거리는 그녀의 팔을 붙잡았다.
넘어질 듯이 떨리던 중심이 차츰 안정되어 갔다.
“탈 줄 안다며.”
“···오, 오랜만에 타니까 적응 안 돼서 그래.”
신아영은 눈썹을 찌푸리며 괜스레 목소리를 높였다.
귀 끝은 붉었다.
“그래?”
“자, 잠깐만 놓지 말아봐···!”
붙잡은 손에 힘이 꽉 들어가는 게 느껴졌다. 신아영의 눈이 당황한 듯이 떨렸다.
두 허벅지는 갓 태어난 기린처럼 안으로 구부려졌다.
“···천천히 일로와봐.”
나는 그녀를 벽면으로 조심스럽게 이끌었다.
그녀는 난간에 몸을 지탱했다.
“후우···.”
신아영은 그제야 한숨을 돌렸다.
“괜찮겠어?”
“···오랜만이라 당황한 거라니까···.”
그녀는 호기롭게 난간에서 손을 놓았다.
옛 기억을 떠올리는 것인지, 발을 세차게 뒤로 밀었다.
“꺅!”
신아영이 그대로 미끄러져서 바닥에 엉덩방아를 찧었다.
시원하게 바닥을 짚었다.
뒤따라가던 나는 곧바로 벽으로 붙었다.
“···괜찮냐?”
“···.”
신아영의 눈이 주변을 휙휙 살핀다.
본인의 상태를 돌아보는 것보다. 그걸 은연중에 우선하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이 이상하게 쳐다보지 않을까 걱정하는 눈치.
뭐든 잘해야 한다는 강박이었다.
“자.”
나는 그녀의 손을 붙잡고, 천천히 일으켜 세웠다.
상당히 쪽팔렸던 것인지.
미니미의 표정이 우울함을 넘어, 눈동자가 물방울처럼 일렁거렸다.
···단지.
주변 사람들은 그녀를 별로 신경 쓰지 않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선.
경직되어 있던 미니미의 표정이 차츰 풀려나갔다.
아이스링크에서 넘어지는 건, 일상이나 다름없는 일이라.
미숙함은 이곳에서는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
···한 번 자신감이 붙은 이후로는 금방이었다.
신아영은 중심을 잘 잡고선, 천천히 앞으로 나아갔다.
빠르다고 할 수준은 아니지만, 제법 탄다고는 말할 정도는 되었다.
역시 배우는 게 빨랐다.
“···.”
날 보던 신아영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 “흐흥.”
미니미가 날 바라보며 의기양양하게 가슴을 폈다.
노이즈는 어느새 사라져 있었다.
성취감으로 인한 해소인지, 주변 시선을 신경 쓸 필요가 없어졌다는 걸 깨달았는지.
그게 어느 쪽이든 잘된 일이었다.
“어때, 괜찮지?”
“···.”
그 물음에, 나는 말없이 끄덕였다. 짝.짝. 박수 쳐줬다.
신아영의 입술이 부루퉁해졌다.
녀석은 놀리지 말라며 내 어깨를 툭툭 때렸다.
“나, 이제 좀 타지 않아?”
“아까보다는.”
아까 후들거리던 걸 진짜 동영상으로 남겨야 했는데.
그건 좀 아쉽다.
상담부 사람들이 봤으면 빵 터졌을 텐데.
“허, 참.”
내 대답이 불만이었던 걸까.
신아영은 조금 더 빠르게 달려보겠다며, 빙상 위에서 속도를 높였다.
어쩐지 좀 불안—
“···!”
아.
나는 빠르게 앞으로 내달려, 신아영의 팔을 붙잡았다.
넘어지지 않고, 옆으로 자연스럽게 미끄러지도록 부드럽게 몸을 틀었다.
벽으로 빠진 순간.
삭— 사사삭——!
동시에 빠른 속도로 스쳐 지나가는 아이들.
자기네들끼리 논다고, 앞도 제대로 안 보고 달리고 있었다.
삑—! 삐빅!!
곧 안전요원이 호루라기를 불며 나타나 두 아이를 제지했다.
“휴, 놀래라···.”
나는 인상을 찌푸리며 혀를 찼다.
위험하게 뭐 하는 걸까.
평일이라 애들이 많을 때부터 좀 조심했어야 했는데.
“씁···.”
나는 아이들이 끌려가는 걸 지켜보다가, 신아영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어디 삐끗하진 않았지?”
“···.”
굳은 얼굴로 있던 그녀는 날 보며 눈을 깜빡이다가.
천천히 뒤로 물러났다. 빙상 위였기에 아주 부드러운 움직임이었다.
— “---”
상당히 놀랐는지.
미니미에게선 짤막한 노이즈가 작게 울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