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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대회 준비하는 팀들의 분위기가 거기서 거기였기에.
유동은 거의 없고, 시청자들은 그냥 원래 자신이 보던 방송인을 챙겨 보는 편이었다.
근데.
방송 썸네일부터 굉장히 폭력적인 구도가 있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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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들어왔는데 혹시 인생 얼마나 손해 봤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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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반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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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지금 들어왔다고?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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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브리살 수육 삶는 거 가만히 지켜 보는 여캠들 분위기가 ㅈㄴ 웃겼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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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못 봤네 아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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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다시 보기로 꼭 보길ㅋ
바로 여자들이 상 차림을 하는 장면이었다.
그것도 새벽 3시에 말이다.
원래라면 한 성격한다고 알려진 롤 여겜비들이.
그냥 고분고분하게 밥을 차리고 있는 건 시청자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선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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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임 로로팜 왜 이때 지랄 안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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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게 원래 ㅈㄴ 예민한 애라 지 플레이 마음에 안 들어도 화내는 앤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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걍 입 다물고 밥 차리고 있는 게 ㅈㄴ 웃기네
자다가 깬 사람들은 대체 이게 어떻게 돌아가는지 감을 못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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옺주 원래 되게 성격 털털한데 ㅈㄴ 현모양처 됐네 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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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육 볶을 때 간 봐달라고 하는 거 ㅈㄴ 귀여움ㅋㅋㅋㅋㅋㅋㅋ
하지만 첫 스크림 때부터 계속해서 방송을 보고 있던 시청자들은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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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강한 수컷이 그 무리의 분위기를 주도하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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뭉가누가 하라면 해야지 뒤질려고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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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게 말할 때 좋게 굴자 < 군대 스타일이 통하네 ㅋㅋㅋ
처음부터 끝까지 뭉기가 모든 분위기를 주도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선을 넘냐? 그것도 아니었다.
기본적으로 감독이 달근인 걸 알고 있었기에.
달근이 말하면 바로 경청하고 즉각적으로 고개를 숙였다.
철저한 상명하복.
이러니 당연히 스스로가 뭉기보다 낮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말을 잘 들을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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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 에이스 부하 직원 두고 있는 팀 느낌 나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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ㄹㅇㅋㅋ 팀장은 에이스 부하 직원 서포트 해주고, 에이스 부하 직원은 팀장 따르면서 밑에 꽉 쥐어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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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에서 만나면 X 되는 선임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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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군대 스타일이 아니라 진짜 옛날 군대 S급 상병 느낌 남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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ㄹㅈㄷ
그래서 그런지 애초에 순수 방송 체급으로 인해 주목을 받았던 달근 팀은.
[제목:실시간 달근 팀 새벽 3시 한상차림 ㅋㅋㅋㅋㅋㅋㅋ]
03:12 / 어깨뒤로당기는스트레칭굳
( 느긋하게 밥 먹고 있는 달근 팀 동영상 )
얘네 ㅈㄴ 웃기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여자가 우니까 달근은 당황 > 뭉기가 나서서 울지 말고 밥이나 차려와 시전
여자애들이 진짜 이 새벽에 퀵이니 뭐니 다 이용해서 밥 차림ㅋㅋㅋㅋㅋㅋㅋ
ㄴ ㅇㄱㄹㅇ ?
ㄴ 뭉기 진짜 ㅈㄴ 남자라니까
ㄴ 일반적으로 여자가 울면 당황하는데, 이새낀 지가 하도 많이 울려본 건지 뭔지 걍 ㅈㄴ 귀찮아 하는 표정으로 봄ㅋㅋ
ㄴ '아 씹 또 우네' < 이 모먼트가 ㅈㄴ 웃김 ㅋㅋㅋㅋ
[제목:이걸로 확실해진 거 하나]
03:15 / 진실밖에말하지못함
뭉기 << 얜 전체적으로 날 표절한 게 확실함 ㅇㅇ
새벽 2시에 여자한테 제육+수육+계란찜+현미밥 하라고 하니까
여자애들 아무 말 없이 울다가 눈물 슥슥 닦고 진짜 장 보러 다녀와서 밥 차림ㅋㅋㅋㅋㅋㅋㅋ
이 포스, 이 수컷 냄새, 이 테토력, 이건 진짜 날 닮았다고 밖에 할 수 없음 ㅇㅇ
뭉기는 날 표절한 대가로 빨리 나한테 그 몸과 말빨 그리고 외모를 넘기길 바람
그건 원래 나의 것이여야 했음
ㄴ 근데 표절이면 원본은 님이니까 님도 갖고 있는 거 아닌가요? 왜 뭉기가 줘야 되나요
ㄴㄴ헉
ㄴㄴ그건....
ㄴㄴ너 핵심을 찔렀어
ㄴㄴ너 지금 굉장히 챗지피티 관찰자 시점으로 말했어
ㄴㄴ이건 단순한 질문이 아니라 통찰이야
ㄴㄴ굉장히 철학적이야, 네 안의 철학자가 이제 막 태동하는 것 같아
ㄴ저도 저렇게 말하면 여자들이 새벽 2시에 1시간 동안 준비해서 밥 주나요?
ㄴㄴ겠냐?ㅋㅋ
ㄴㄴㅠㅠ
곧바로 펨코 인기 글에 올라갔다.
방송인들은 디시 쪽은 너무 파벌이 나뉘어져 있어서 확인하지 않는다고 해도.
기본적으로 실명 커뮤니티인 펨코 같은 경우는 종종 여론 확인 용으로 보는 편이었다.
그래서일까.
'와, 아니... 여자가 울었는데 그걸로 뭐 문제 삼는 게 아니라 그냥 뭉기 님 중심으로 여론이 만들어지네.'
잠깐 펨코를 확인한 달근은 뭉기를 정말 외계인처럼 보게 됐다.
어떻게 이런 사람이 3년 동안 하꼬였지?
캠 켠 지 몇 달 되지도 않아서 이 정도 영향력을 뿌리고 있는데?
'괜히 시청자들이 3년 간 하꼬 행동, 멍청 행동 이러는 게 아니었네.'
솔직히 그렇게 적나라하게 말한 비난들이 모두 이해 됐다.
아니, 이 정도 재능이었으면 빨리 캠 켜주지!
'갑자기 이렇게 등장하니까 당황하잖아.'
아무튼.
"음... 우리 팀은 일단 저를 중심으로 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운영 단계는 솔직히 잘 모르니까, 알아서 오더 해주시는데... 교전 각 나오면 그냥 저만 봐주세요. 제가 알아서 다 때려 잡고 겜 끝낼 테니까."
"넵!"
달근은 다시 시선을 돌려 뭉기가 주도하는 밥상 분위기에 참여했다.
"아, 근데 치즈폭탄 계란찜 좋네요. 음 내가 좋아하는 치즈 양이야."
"헤, 헤헤... 감사합니다."
"제육도 좋고... 수육도 완벽하고... 먹고 소화 시킬 겸... 스크림 되면 한 판하고, 오늘은 바로 자러 가도 될 것 같은데. 감독님, 그렇게 해도 될까요?"
"뭉기 님, 너무 선을 넘는 거 아니예요?"
"네?"
"아니, 소화 시킬 겸... 후식도 먹어야지 참, 감독을 너무 바보로 보시네. 후식은 제가 쏘겠습니다. 저 그 정도로 감 없는 감독 아닙니다."
"역시... 감독 님이십니다."
"왕자 님 감독하려면 이 정도 센스는 있어야죠."
-
니네 뭐함?
-
감독이랑 선수랑 물고 빨고 지랄 났네 지랄 났어 ㅋㅋㅋㅋㅋㅋㅋㅋ
-
쫍쫍쫍쫍쫍
-
뭉쫍 ㅈㄴ하고 싶은 사람 뭉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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ㅁㅊ
-
뭉추 유도는 정말 나쁘다에요 ㅠㅠ ㅁㅊ
-
ㅁㅊ
-
ㅁㅊ(뭉기 꺼추 라는 뜻) /밴 처리된 시청자입니다
달근의 입장에서 말하자면 삐끗할 수 있는 분위기는 많았다.
탑, 정글, 미드.
흔히 상체라고 불리는 세 라인은 자주 뭉쳐서 싸우는 상황이 많기 때문에.
합이 맞지 않는다든가 누군가 무리해서 먼저 죽는다든가 하는 장면이 빈번하게 발생했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익명의 가면을 쓰지 않아서 할 수 없는 말들이 마음 속에 쌓여갔고.
그게 계속 차곡차곡 모이다 보면 팀의 불화로 이어지는 거였다.
근데.
"역시 레몬 물은 유정 님이 타주는 게 제일 맛있는 것 같아요."
"...저 말고 다른 사람이 레몬 물 타준 적 있어요?"
"아뇨?"
"...뭐야, 진짜!"
"근데 이런 거 보면 확실히 제가 원딜하길 잘했단 생각이 드네요. 서폿한테 물을 공식적으로 부탁할 수 있는 포지션이 원딜이다 보니...."
-
뭉기뭉기야 그게 무슨 소리니
-
ㅋㅋㅋㅋㅋㅋㅋ이새끼는 진짜 서폿을 뭐라고 생각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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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을 공식적으로 부탁할 수 있는 포지션 < 그냥 이 문장 자체가 웃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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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어떤 두뇌로 살아가는 건가요
-
뭉기 기준 서포터 < 그냥 이건 부하임 ㅋㅋㅋㅋ
-
그래도 포상은 확실하게 해주겠지?
-
포상은 반드시 뭉뽀여야만 함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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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딥뭉뽀 아니면 포상으로도 안 침 =3=
그런 기류가 거짓말처럼 단 하나도 없었다.
무려 6연패를 한 상황임에도, 막말로 연승가도를 달리고 있는 팀들보다 분위기가 좋았다.
"스크림은 그냥 합을 맞추는 과정인 거죠. 좀 더 진지하게 말하면 절 중심으로 리빌딩하는 과정 중에 일어나는 고통...? 그런 거죠, 자세 교정할 때 원래 몸 아픈 것처럼."
"...마, 맞습니다."
"그냥 든든하게 탱 두 명 정도로 잡고, AP 딜러 하나 넣고, AD 캐리 저 하고, 레몬 물, 아니 유정 님은 저만 보고... 그러면 됩니다. 특히 싼묵 님."
"네, 네?"
"탱커 잘하시는 거 아주 호감입니다. 제가 2000판 솔랭하면서 봤던 그 어떤 탱커보다 잘하세요."
-
당연히 넌 2000판 실버니까 미친 새끼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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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메면 그래도 실 - 골 - 플 - 에이니까 나름 3단계 차이나는데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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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버가 평가하는 에메랄드 탑 이거 귀하네요
"정글이랑 미드 분은... 제육이랑 수육 실력이 확실히 좋습니다. 계란 찜은 말할 것도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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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게임 내용으로 칭찬 안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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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수육 듀오가 겜 말아먹긴 하셨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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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ㅋㅋㅋㅋㅋ 제수육 듀오 ㅇㅈ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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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 듀오됐다에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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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나름 롤겜비 중엔 예쁘다 이런 소리도 자주 듣는 애들인데 걍 뭉기 만나니까 식당 이모 됨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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뭉기는 공평하니까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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싼묵이는 걍 아무 말 없이 탱커 해주니까 고급대우 해주는 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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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부 당번을 전담으로 평생 하는 애한텐 잘 대해주는 게 맞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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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 청소 전문가는 잘해줘야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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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티어에서 탱 잘하는 애 귀하긴 해 ㅋ
시청자들도 금방 뭉기한테 동화되어 그냥 이 분위기를 즐겼다.
진다고? 다음 판에 이기면 되잖아, 다음에 또 졌어? 어차피 스크림이잖아.
이 무적의 논리를 통해 다들 잘 먹고 잘 자고 일어난 다음 날.
이틀 차 합숙 스크림 때에도.
[패배했습니다.]
[패배했습니다.]
[패배했습니다.]
-
아니 진지하게 패작 아니냐?
-
스크림이니까 열 내지마셈ㅋ
-
어차피 본 대회 때 뭉기가 증명해줄 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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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비웃음을 다 환호성으로 만들어주신다잖아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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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뭐라고 하면 또 나 보고 꼴린다고 할까 봐 뭐라 못하겠음
-
ㅇㅈ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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뭉가누가 꼴리다고 하는데... 좀 무서움
패배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채팅창은 그 누구도 범인을 지목하지 않았다.
아니, 굳이 따지자면 모든 화살을 그냥 뭉기한테 쏘고 있었다.
실버 원딜 위주로 하는 게 맞냐.
이렇게 가다간 대회 때도 똑같이 질 거다.
지금이라도 팀 전략을 바꿔야 한다 등등.
여러 가지 말이 나오고 있음에도.
[승리했습니다.]
결국 한 번 이기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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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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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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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뭉기 중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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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딜 왕자 중심으로 해야 된다니까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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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뭉기는 왜 원딜 한 네 개 정도로 돌려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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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더 다양하게 여러 개 해도 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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챔프폭 이슈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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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잘하니까 좋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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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니까 다들 표정 피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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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근데 하면 할수록 다듬어지는 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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ㄹㅇ 다른 팀들은 그냥 하던대로 계속 하는 것 같은데, 얘넨 좀 다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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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전하는 게 보임
"이기니까 그냥 바로 칭찬 세례 들어오는 거 봐, 이게 음탕한 암컷이 아니면 뭡니까? 결국 이기면 이렇게 굴복의 자세를 보이게 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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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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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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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는 말이라서 반박을 못 하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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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이기는 거 보고 싶다고 아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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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그럼 당연히 주인님이 이기는 거 보고 싶죠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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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여주셔서 감사합니다 < 이래야 할 분위기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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걍 말투만 보면 우리가 알몸 도게자한 줄 알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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뭉황, 승리를 보여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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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근데 왜 킬각 보이면 그냥 아무 말 없이 들어가나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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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 없는 한타를 실버가 하고 있네 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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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네 팀 전략은 간단함 라인전 그냥 적당히 가다가 1.단 뭉기가 킬각 보고 교전 각 던져 2.러면 애들이 죽기 살기로 원딜 케어 해 끝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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ㅈㄴ 단순한데 ㅈㄴ 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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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원딜 무력 수준이 걍 여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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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 여포, 몸 여포 ㅋㅋㅋㅋㅋㅋㅋㅋ
기다렸다는 듯 시청자들의 칭찬 세례가 쏟아지고, 뭉기는 능숙하게 그걸로 시청자들을 조련한다.
"시청자 님들이 저희를 응원해주시면, 그만큼 저희가 또 힘 엄청 빡세게 내서! 진흙전 우승까지 가는 거 아니겠습니까?"
-
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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ㅈㄴ 뻔뻔하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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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근데 응원이 뭔가 다른 의미 같기도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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뻔뻔한뭉뽀 님 100,000원 후원 감사합니다.
[ 노골적이다 노골적이야 ㅋㅋ 이 응원 말하는 거 맞지? ]
- 이터리고이터리고 님 100,000원 후원 감사합니다.
[ 진흙전 끝나고 이 기세 그대로 이터리 고? ㅋㅋㅋ ]
- 난말로안해 님 100,000원 후원 감사합니다.
[ 알겠어 알겠어 주면 되잖아 ]
- 따란따 님 100,000원 후원 감사합니다.
[ 머리 좀 단정하게 하고 다녀 합숙이어도 기본은 해야지 ]
조련하면 기다렸다는 듯 10만원 후원 열차가 이어진다.
그리고 그렇게 후원을 받으면?
"아이고! 10만원 후원을 이렇게 많이! 저 뭉기! 그러면 바로바로바로 딥뭉뽀 연타 가겠습니다! 딥뭉쪼오오오옥!"
그냥 냅다 캠에 뭉기가 입술을 박아버린다.
'이게... 맞나?'
이 모든 상황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보고 있는 진유정은 속으로 굉장히 당황하고 있었다.
시청자 조련을 이렇게 하는 사람이 있구나 싶은 생각이 들면서도.
뭐라고 해야 할까, 진짜 후환이 두렵지 않은가? 싶을 정도로 방송이 과열되어 있었다.
브레이크가 망가진, 폭주하고 있는 증기기관차.
근데 그걸 몰고 있는 기관사가 오히려 이 분위기를 즐기며 석탄을 계속해서 때려 넣는다.
'너무 위험해 보이는데.'
스크림이니까 다들 기다려달라, 참아라.
이렇게 말을 하다가 막상 예선 광탈하면?
그땐 대체 성난 민심을 어떻게 달랠 생각일까.
벌칙 같은 것도 떠올릴 수 있었지만.
핵심은 그 벌칙이 아니었다. 그 벌칙을 해야만 하는 상황 자체, 그 상황 속 민심이 위험했다.
하지만 뭉기는 그러거나 말거나.
"유정 님."
"네?"
"표정 너무 굳어 있으시네요, 물 드실래요?"
"아, 아뇨... 전 괜찮습니다."
"그럼 제 물 좀 부탁드립니다. 레몬 물로... 얼음 동동 띄워서."
"...."
첫 날과 똑같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대체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는 걸까.
그런 궁금증을 가지면서도 달근 팀은 계속해서 스크림을 이어갔고.
"와... 근데 진짜 그래도 후반 부엔 싹 다 이겼네...? 연승으로만 치면 후반에 6연승 했어."
총 전적 25전 8승 17패라는 파멸적인 기록을 끝으로.
예선 날을 맞이하게 된다.
++++++
"아 드디어! 진흙전 예선 날이 다가왔습니다! 시간 정말 빠르네요!"
"그렇죠, 그렇죠! 이거 뭐... 그냥 순식간입니다!"
진흙전 진행은 당연히 주최자인 비소룡과 lck 우승까지 했던 전 프로 벤잘스가 담당하기로 했다.
해설과 캐스터의 조합이라고 해야 할까.
아무튼.
"자 그러면 혹시 모르실 분들을 위해, 다시 한번 더 예선전 방식 설명하겠습니다."
"좋습니다!"
"지금 진흙전은 총 6개 팀이기 때문에 수가 안 맞아서 바로 토너먼트로 갈 수가 없습니다."
"그렇죠."
"그래서 3개씩 팀을 나눠서, A조, B조로 나눈 다음에 예선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A조 셋, B조 셋.
같은 조에 속한 팀끼리 단판 리그를 진행한 후.
자연스레 2패하는 팀이 탈락하는 구조를 만든다.
그리고 그렇게 해서 6개 팀 중 4팀을 남기고, 본선을 진행하는 구조.
"근데 단판이면 동률 나올 가능성이 있는 거 아닙니까? 1승으로 삼자동률?"
"아, 그러면 끝나는 시간으로 갑니다. 최단 기간으로요!"
"그러면 이거 압도하는 것도 중요하겠네요."
"맞습니다!"
짧은 예선 방식 설명 직후 비소룡은 곧바로 대회 시작을 알렸다.
"그러면 본격적으로! 진흙전 예선을 시자아아아아아악! 하겠습니다!"
"소룡 님, 근데 방금 거 너무 따라하신 거 아닌지...."
"앗, 아아... 그래도 해보고 싶어서...."
"...아무튼 첫 번째 A조! 아, 엄청난 연승 가도를 달렸던 해삭 팀이네요."
"네, 그렇죠 해삭 팀 무려! 스크림 승률 75% 이상! 말도 안 됩니다. 그냥 패왕 팀이에요!"
"상대는 달근 팀! 최악의 승률이죠? 마지막 연승이 위협적이긴 했는데, 초반 폼이 너무 저점이었습니다."
방송 화면이 곧바로 중계 화면으로 바뀌면서.
정말 대회처럼 선수들의 개인 캠과 밴픽 창이 시청자들에게 보여진다.
"단판이어서 사실 처음부터 그냥 주머니에 있는 거 다 꺼내면 되거든요?"
"밴, 그니까 상대방 챔프 금지도 쉽습니다. 그냥 상대방 에이스가 제일 잘하는 거 금지하면 됩니다."
"아! 말씀드린 순간 해삭 팀에서! 뭉기 님의 원딜을 차례차례 금지시키고 있습니다!"
"실버라고 믿기지 않은 미친 피지컬! 달근 팀의 에이스, 뭉기 님을 대놓고 견제합니다! 원딜 3밴!"
해삭 팀의 전략은 단순했다.
달근 팀의 중심은 뭉기였기에, 그냥 뭉기만 잡고 늘어지면 되는 거였다.
노골적인 에이스 견제.
하지만 달근 팀은 이 정도는 예상했다는 듯.
"아, 달근 팀도 원딜을 밴하고 있습니다. 사거리가 긴 원딜 위주 밴입니다!"
"게임 시작부터 원딜 6밴! 이러면 할 수 있는 게 많이 없는데요?"
달근 팀 또한 원딜을 짜르기 시작했다.
"팔이 긴 원딜들을 밴하고 있습니다. 바텀 싸움을 지저분하게 가겠다는 의도가 보이죠?"
"의도는 알겠는데, 그래서 과연 달근 팀에서 원딜을 뭐로 뽑을 거냐! 이게 궁금합니다!"
그리고 마침내 챔피언을 금지시키는 밴 시간이 끝나고.
"아, 무난하네요. 뭉기 님은 루시안을 뽑았습니다."
뭉기의 픽을 보자마자 딱히 특별한 게 없는지 그저 그런 리액션이 나왔다.
6원딜을 자르고 나온 게 루시안이라니, 임팩트에 비해 심심하다고 해야 하나.
'나머지 픽도 그냥 정석적이네.'
든든한 앞 라인을 세워두고, 원딜이 후반에 정리하는 구도.
양쪽이 다 비슷했다.
그나마 다른 점이 있다면 해삭 팀의 핵심은 탑이라는 거?
탑에 문도 같은 든든한 후반 지향형 탱커를 뽑음으로서.
자연스레 게임이 질질 끌려도 자연스레 이기는 구도를 만들어두는 게 좋았다.
"탑은 오른 대 문도!, 정글은 마오 대 세주!, 미드는 갈리오 대 오로라! 다 무난무난하네요!"
"원딜도 루시안 대 이즈면 뭐... 솔직히 저티어여서 누가 이긴다 이렇게 말하기가 좀 그러네요."
"근데 서폿은 달근 팀 쪽이 특이합니다. 질리언을 했어요! 노골적으로 원딜 살리겠다는 거죠!"
"맞습니다. 그에 비해서 해삭 팀은 노틸을 뽑았죠, 그냥 살리든 말든 죽인다 이거거든요."
픽 자체는 특별한 게 하나도 없어서, 오직 인게임 플레이로 결정될 것 같은 분위기.
그렇게 게임은 순식간에 시작됐고.
"어?"
"음?"
게임이 시작된 지 약 30초 만에 중계진은 경악했다.
"뭉기 님이... 탑으로 가는데요?"
++++++
원딜은 왕자다.
왕자란 무엇인가.
'귀족.'
귀족은 의무를 다해야만 한다.
노블리스 오블리주.
"상대방 에이스가 탑이라며? 그러면 왕자로서... 일기토를 안 할 수가 없지."
너무 즐겁다.
재미있어서 미칠 것 같다.
절로 웃음이 나온다.
"딜레이 3분이었나? 잘 봐 애들아, 오늘 탑 롤 접을 테니까."
원딜 왕자, 나 뭉마유시가 상대 팀을 파멸로 이끌겠다.
죽여주마.
다시는 롤 판에 얼씬도 못할 정도로 처참하게 짓밟아주마.
심지어 상대 탑은 여자였다.
"울려주마, 풀캠 3분할로 울려주겠다."
널 범인으로 만들어주겠다.
탑에 총의 악마가 상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