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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707 lines
22 KiB
Markdown

달근 팀 스크림은 생각보다 금방 잡혔다.
그럴 수밖에 없긴 했다.
참가하는 팀은 총 6팀.
스크림을 한다 해도 6팀끼리 돌아가면서 해야 하고.
연습 기간도 이틀 정도 밖에 되지 않으니, 모이는 순간 그냥 바로 연습이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흠, 바텀 코치 진짜 오랜만에 해보네.'
달근 팀에 전프로 전진수가 바텀 코치로 붙게 됐다.
프로 생활을 할 때도 바텀, 그것도 원딜 역할을 맡았던 전진수였기에.
그는 뭉기와 진유정의 개인 화면을 띄우며 진지한 얼굴로 주시했다.
- 진수야 이거 근데 진지하게 할 필요 있냐?
- 저티어여서 피드백 해도 다 못 알아들을텐데 살살해
"어떻게 그래요, 이분들 표정 보면 다 굉장히 진심인 것 같은데. 근데 아직 게임 시작 안 해서 하는 이야긴데, 뭉기 님 이분... 어깨 너무 넓다. 캠에 다 안 들어오네."
- ㅇㅈ
- ㄹㅇ
- ㅋㅋ저런 사람들 가까이서 보면 진짜 ㅈㄴ 크다던데
- 달근 피셜) 진짜 말도 안 된다 너무 위협적이다
- 저런 애들이 웃고 있으니까 다행이지 정색 빨고 뭐라고 하면 좀 무서움
- ㄹㅇ
- 위압감 듬
- 학창시절 PTSD 살살 온다
- 근데 저런 애들이 착하긴 함 왜냐면 아무도 자기한테 적대적인 적이 없었거든
- 맞긴 해
- 근데 진짜 손 ㅈㄴ 크네 ㅋㅋㅋ
채팅창 반응을 확인하며 전진수는 다시금 바텀 프로필을 확인했다.
'뭉기 님은 2000판 실버고, 진유정 님은 500판 플레티넘, 다들 롤에 진심이셨네.'
솔직히 말해서 판수도 이미 꽤 쌓인 사람들이기 때문에.
피드백을 한다고 해서 이틀 만에 바뀌는 건 엄청 큰 무리가 있었다.
이미 혼자서 오래 한 시간이 많기 때문에.
무의식적으로 안 좋은 습관이 계속 튀어나올 것이기 때문이다.
근데 그걸 이틀 만에 바꾼다? 절대 무리였다.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아무튼.
"오, 한다. 근데 뭉기 님은 정화 드셨네? 실버 원딜의 정화... 이거 어떻게 쓸 지 궁금한데?"
- 보통 다 맞고 쓰긴 함
- 그래도 효과는 남잖아 한잔해
- ㅋㅋ
- 서포터는 그래도 챔프폭 다양하네 상대방한테 시비 거는 것도 있고, 아군 보호해주는 것도 할 줄 아네
- 그니까 작은 육각형인
- ㅇㅈ
본격적으로 스크림이 시작됐고.
전진수는 아무 말 없이 보기 좀 그러니 가볍게 말을 던졌다.
"사실 롤이 어떻게 보면 저티어는... 되게 단순하지, 라인은 3개. 그리고 그 라인 사이사이에 있는 정글, 가장 윗 라인은 1명, 중앙에 1명, 정글에 1명, 바텀에 2명... 그렇게 서로 대치하고, 싸우면 끝이잖아."
- ㅋㅋㅋㅋㅋㅋㅋ 맞지
- 저티어는 걍 라인전 끝나면 무조건 미드 모이는 거임
- 라인이 3개지만 그냥 미드에서 싸우고 끝
- 칼바람 같은 거지
- 직선프드 ㅋㅋㅋㅋ
- 싸움은 무조건 오브젝트 위주로 ㅇㅇ
"저티어 특성상 게임을 끝내는 법을 모르니까, 게임이 길게 가긴 하는데... 그렇다고 라인전이 중요하지 않냐? 그것도 아냐. 게임은 라인전에서 끝나, 근데 그냥 그 상태로 질질 끌리는 거야."
- 맞음
- 교전 변수 너무 많고
- 좀 다른 의미로 많지
- 아니 걍 우리 팀이 나간다니까
- 갑자기 혼자서 급발진하고 죽는 우리 팀을 본 나 : ㄱ-
전진수는 그리 말을 중얼거리며 양측 바텀 선수들의 픽을 확인했다.
솔직히 탑이니 정글이니, 미드니 그런 라인은 관심도 없었다.
오직 그가 중요하게 여기는 건 바텀 라인전과 후반 원딜의 집중력 뿐.
"픽은 그냥 양 팀 다 무난하네, 라인전 강하게 가서 게임 초반에 끝나는 거 방지하고."
뭉기가 잡고 있는 원딜은 미포, 실제로 이번 대회에서 엄청난 원딜로.
뭉마유시, 뭉마유시 하더니 챔프 선택부터 확실히 남달랐다.
근데 어째.
[아군이 당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적을 처치했습니다.]
뭔가 이상한 점이.
[아군이 당했습니다.]
보이기 시작했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잠깐만... 아니, 이거 뭉기 님 그냥... 진짜 이런 말하면 좀 뭐한데... 미친 개 아냐?"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와 근데 진짜 걍 킬각 잡히면 앞점멸 박아버리네
- 거리 조절 ㅈㄴ 잘함
- 킬각 진짜 아름답게 잘 봄, 딜각 완벽함
- 근데 딱 거기까지네
- 피지컬만 보면 진짜 ㅈㄴ 쩌는데?
- 논타겟은 진짜 완전 억까 아니면 싹 다 피하네 ㄹㅈㄷ
무슨 게임을 하든, 일단 PVP 게임을 한다고 하면 그걸 잘하는 방법은 말로는 굉장히 쉽다.
'그냥 상대방 공격은 피하고, 내 공격은 맞추면 되지.'
근데 그게 말이 쉽지.
사람끼리 하는데, 어떻게 상대방의 모든 스킬을 피할 수 있겠는가.
아무리 예측을 한다 하더라도 명백한 한계가 찾아오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 한계를 극한까지 깎는 사람들이 있었으니.
"맞을 수밖에 없는 스킬은 맞아, 근데 피할 수 있는 건 무조건 피해. 아니, 뭐 프로야? 전 프로? 실버 2000판인데 전 프로일 수가 있나?"
사람들은 그들을 프로라고 불렀다.
전진수는 지금 뭉기의 플레이에서 강렬한 프로의 향기를 느꼈다.
"모든 스킬을 피할 순 없지, 그러려면 저 뒤에 쭉 빠져 있어야 되니까. 근데 원딜이 그렇게 겁 먹으면 5:5 싸움을 못 이기잖아, 그러니까 포지션 선정이 중요한데."
그 부분에 있어서 뭉기는 완벽함을 보여줬다.
근데 그렇다고 진짜 모든 게 다 완벽하냐? 하고 물어본다면 그건 또 아니었다.
"뇌지컬은 진짜 실버네."
- ㄹㅇ
- 근데 진짜 아무 생각 없이 시야 아무것도 없는 곳 걍 뚜벅뚜벅 걸어가네
- 그러다가 갑자기 스킬 날아오면 그건 또 반응해서 피함
- 진짜 여포임? 육체도, 지능도 여포네
게임의 전체적인 판을 읽는 능력은 굉장히 떨어진다.
그래서 오히려 더 기괴하게 느껴졌다.
상대방이 앞에 있으면 반드시 죽이도록 설계된 기계 같다고 해야 할까.
적이 앞에 보이면 일단 때린다 > 적이 때리려고 하면 그건 피한다 > 최선을 다해서 적을 죽인다 > 뒷일은 생각 안 하다가 죽는다.
이 과정이 게임 내내 무한 반복되고 있었다.
"아니, 진짜 약간 원시인 같아. 앞에 있으니까 가서 죽이고, 뒤에 적이 오면 죽어."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진짜 ㅈㄴ 단순함
"근데 그걸 극한까지 깎은 느낌? 뭔지 알아요? 그니까 이게... 이해가 돼, 왜 실버인지. 이 플레이를 저티어에서 하면 당연히 아무도 못 받쳐주지, 진유정 님 서포터 하는 거 봐. 원딜 템포가 그냥 너무 과하게 빠르잖아. 남들 다 마차 타고 다니는데 혼자 F1이라니까?"
- ㄹㅇ
- 걍 교전에 미쳐 있는 것 같음
- 압박감을 안 느끼나?
- 웃고 있음 ㅋㅋ 걍 겜이 좋음
"그래서 되게 웃긴 말인데, 교전 템포를 원딜이 주도해서... 자연스레 팀이 원딜에 그냥 맞춰졌어."
혼자 하는 게임과 단체로 하는 게임은 다르고.
그 단체로 하는 게임에서 여러 사람이 보고 있다고 하면 또 이야기가 달라진다.
실수하면 욕 먹을 수 있다는 부담감.
불특정 다수에게 손가락질을 당할 거란 공포.
그걸 의식하는 순간 원래 플레이가 나오지 않는다.
달근 방송의 현재 시청자 수는 약 3만 명 남짓.
이 많은 인원이 5명의 게임을 지켜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적을 처치했습니다.]
[더블 킬]
[트리플 킬]
[쿼드라 킬]
"펜타펜타펜타펜타펜타펜타펜타!!!"
"뭉기 님! 제가 몸 댈게요! 펜타 하세요!"
"난 진짜 펜타 무조건... 악! 아아! 포탑 왜 이렇게 세!"
인 게임 보이스부터 심상치 않은 티를 팍팍 냈다.
"아, 죽었네. 까비요."
[아군이 당했습니다.]
그냥 미친 사람이란 생각이 들 정도였다.
스크림이니까 그럴 수 있다고?
'아니지, 이건 진짜 그냥 사람이 이런 거야.'
절대 아니었다.
아마 이 사람은 대회 때도 똑같이 이럴 거다.
"이건... 피드백을 다르게 해야겠네."
말도 안 되는 공격성, 교전에 미친 자, 이런 사람을 교정하는 건 불가능하다.
피드백? 어떻게 할 건데?
'좀 덜 죽으세요... 이런 건 피드백이 아니잖아.'
실버 원딜이 통나무를 든 상태로 탭댄스를 추고 있는데.
거기다 무슨 피드백을 넣는단 말인가.
17/11/4
파멸적인 KDA.
99골이 먹혀도 100골을 넣으면 이긴다는 생각을 가진 선수.
그게 바로 뭉기였다.
- 원딜이 저러면 따라가야지
- 왕자님 비위 맞춰드려야지 아 ㅋㅋ
- 근데 솔직히 다들 좀 좋을 걸? 뭉기가 어느 정도 부담감 덜어주는 거잖아
- ㄹㅇ
- 총대 대놓고 매고 있는 사람 있으면 플레이 편해지긴 함
- 게다가 교전 때만 빼고 잔 오더는 없음, 뇌지컬 안 되는 거 스스로도 아나 봄
- 지 플 돌 때마다 꼬박꼬박 "저 플 있는데 미드 모이죠" < 이 말 ㅈㄴ하네 ㅋㅋㅋㅋ
- 그냥 진짜 싸움에 미친 개네
교전 각을 정말 미친 듯이 잘 보긴 하지만.
그래도 팀 게임은 혼자서 모든 걸 할 수 없다는 듯.
갑작스레 짤린 같은 팀 정글과 미드로 인해 뭉기 팀은 급속도로 불리해지기 시작했다.
승리를 결정하는 주요 오브젝트, 바론과 용을 전부 뺏기고.
눈 깜빡할 사이에 넥서스가 터져버린다.
"와, 아쉽네. 강타 싸움 좀 이기거나, 침착하게 해서 상대방 기습한 줄 모르고 죽은 거 아니면 이겼을 텐데."
- ㄹㅇ
- 이럴 땐 원딜 감수성 터지긴 하지
- 혼자서 5만딜 넣었는데 져야 되네 ㅠㅠ
아쉽다는 채팅창이 올라는 전진수의 방송과 다르게.
달근 방송의 채팅창은 그야말로 난리가 났다.
-
-
- 미포 접어
- 롤 접어
- 게임 접어
- 왜 하는 거임?
- 대체 뭘 위해서 게임을 했는지 모르겠네
- 답답하다 답답
- 이게 뭐임 ㅋㅋ
- 처 나대다가 다 이긴 게임 말아 먹네 ㅋㅋ
- 아직 첫 판이어서 그냥 눈 감아주려고 했는데 솔직히 좀 그러네
- 역겨운 수준이다
- 우승권 맞음? 방송 각 안 잡고 우승 보려고 팀 짰다며 ㅋㅋ
- 그런 애가 실버 원딜을 샀겠음? 걍 킬딸만 ㅈㄴ 치고 결정력이 없네
- 짤린 건 정글 미드인데 욕 먹는 건 원딜 ㅋㅋㅋ 육수 형님들 지들이 빠는 여캠 욕 먹을까 봐 후다닥 실드 ㅈㄴ추하네
- ㄹㅇ 미포가 그럼 3:5를 어케 하는데, 애들이 궁극기 다 맞게 가만히 일자로 서 있냐?
3만 명이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비난을 쏟아내기 시작한다.
"아니, 잠깐만 여러분... 이제 첫 판인데 너무 그러지 마시고... 오늘 그래도 스크림 여러 판 할 예정이니까 일단 지켜봐 주세요."
달근의 빠른 진화에 채팅창 분위기는 금방 사그라든다.
사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냥 돌을 던질 타이밍이어서 돌을 던진 것뿐.
시청자들도 이게 첫 판인 걸 잘 알고 있고, 이제 합을 맞추는 과정이란 걸 인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근데.
[패배했습니다.]
[패배했습니다.]
[패배했습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4연패가 쌓일 시점.
-
-
-
-
- 진짜 뭐 하는 거임?
- 아니 미드 정글 왜 이렇게 처 던지는 거야
- 실버가 제일 잘하는 게 말이 됨?
- 교전은 실버가 한다 해도 오더 자체는 더 높은 티어가 해야 되는 거 아님?
- 값을 못 하네, 값을
이젠 진짜 완벽하게 돌을 던질 자리가 마련되자 시청자들이 비난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게임 한 판하고, 피드백하고, 다시 게임하고.
1판 당 약 1시간 정도 걸린다고 했을 때 그렇게 4시간 정도 계속 지는 모습을 보여주니.
솔직히 달근 입장에서도 마냥 커버를 쳐주기 힘들었다.
"아니, 근데 대체... 왜 이렇게... 피드백을 계속 하는 게 소용이 없네... 아."
화가 날 수밖에 없는 입장이긴 했다.
저티어 게임은 단순하기 때문에 승리에 영향을 주는 오브젝트 위주로 돌려라.
라인 관리도 중요하긴 하지만 결국 교전에서 승부가 난다, 이걸 몇 번이나 말해줬는데.
싸움을 하기 전에 정글은 항상 오브젝트가 생성 되지 않는 곳에 있고.
미드는 혼자 아무렇게 다니다가 짤리는 걸 반복하니.
"옺주랑 로로팜... 둘 다 진짜 왜 그러는 거야? 아니, 4시간 전이랑 똑같으면 피드백한 의미가 없잖아."
쓴소리를 하기 싫지만 결국 할 수밖에 없었고.
"죄송합니다."
"더 신경 써보겠습니다."
반복되는 사과를 뒤로 하고 스크림을 연달아 2판 더한 시점.
[패배했습니다.]
[패배했습니다.]
스크림 6전 0승 6패라는 대기록을 세우고 만다.
- 리버스 전승 ㄷㄷ
- 근데 뭉기는 계속 교전 보려고 하네
- 얘 교전 템포가 너무 빠른 것 같기도
- 그럼 빠른 애한테 맞춰 ㅋㅋ 교전 열리면 다 따주잖아
- 아니, 뭉기 잘하는 거 알아서 애들 다 뭉기 노리는데 왜 서폿 말고 케어를 안 해주냐
- ㄹㅇ
- 원딜 좀 지켜라
지친 시청자들도 이젠 돌을 던지는 게 아닌 훈수가 담긴 말들을 던지고 있었고.
"대체 뭐가 문제지... 내 말이 우스운 건 아닐 거잖아, 대체 왜...."
달근 또한 진심으로 이해가 가지 않아서 푸념 섞인 말을 한 시점.
"그, 그게 아니라.. 흑... 끅..."
"저, 정말 죄송...."
- 아 뭔 선즙을
- 선즙필승 미쳤나
- 걍 뭐만 하면 우네
- 누가 보면 인격 모독이라도 당한 줄
- 걍 지고 있고, 딱 봐도 지가 범인이니까 < 울기? 이거 ㅈㄴ 괘씸하네
아까부터 살살 울 각이 보였던 정글 성주와 미드 로로팜의 눈에 눈물이 고이기 시작했다.
"어, 어어...."
오래 방송을 했지만 여자가 울면 렉 먹는 습관을 갖고 있던 달근은 당황했다.
바로 커버를 쳐야 한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어떻게 쳐야 가장 깔끔하지?'
갑작스레 벌어진 상황에 당혹감을 느낀 것이다.
오래 방송을 했음에도 '여자의 눈물' 분야는 달근의 전문 분야가 아니었고.
- 그만 질질 짜라고
- 달근아 일단 쟤네 내보내고 다시 ㄱㄱ
- 나가서 울라고 해 걍
그리고 바로 그 순간.
'여자의 눈물' 전문가가 나섰다.
"혼나니까 우는 건 진짜... 그냥 상황을 종결하고 싶어서 우는 건가? 울음으로 피드백을 끝내려는... 샹크스 같은 움직임이네."
툭 튀어나온 뭉기의 발언.
- ?
- 뭉기야?
- ?
- 그게 무슨 소리세요
- ?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네?
- 예?
그 발언에 시청자를 포함.
뭉기를 제외하고 합숙하고 있던 모두가 깜짝 놀라 뭉기를 쳐다봤다.
"6판 동안 제가 게임을 묵묵히 지켜본 건... 이 팀의 뭐랄까... 알고리즘? 그런 걸 파악하기 위함이었습니다. 달근 감독님, 저 결론 나왔습니다."
"아니, 갑자기 결론을 내면 어떻게 해요. 근데 내신 김에 내보세요."
"뭉초리 좀 들어야 할 것 같습니다. 이거 팀 기강이... 제가 서열 정리까진 끝내놨는데, 아무래도 기강이 덜 잡힌 것 같습니다."
"네?"
"우는데 풀캠 3분할도 안 하고... 이 모든 게 기본이 안 되어 있어요, 제 서폿 진유정 님은 그런 게 하나도 없는데 참! 레몬 물도 진짜 가져왔고!"
- 아니 진짜 가져왔었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레몬 물 < 이거 대체 뭔데 집착하냐고
- 이 새낀 걍 레몬 물이 좋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시청자들은 딱딱한 분위기가 순식간에 풀리는 신비한 상황을 목격했다.
분명 여자들이 울 때까지만 해도 축 처져 있었는데.
뭉기가 몇 마디 뱉자마자 분위기가 계속 살아나고 있었다.
"제가 봤을 땐 진짜 저를 뭉마유시라고 생각 하지 않아서 생기는 문제 같습니다. 실버여서 그런가? 원딜 왕자를 대하는 게 좀... 굉장히 불만족스럽긴 했어요."
"뭉기 님, 그래서 결론이...?"
"지금 시간이 딱 새벽 2시잖습니까? 야식 먹을 시간? 그래서 이거 벌칙으로, 정글 미드... 그니까 성옺주 님이랑 로로팜 님이 제육이랑 그... 큼, 수육 좀 해왔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다가 갑자기 밥 해오라는 말에 정글과 미드의 눈이 크게 떠졌다.
밥을 하라고?
장난이겠지?
그런 생각도 잠시.
"제육은 앞다리살, 그 너튜브 보면 좋은 거 많으니까... 음, 수육은 가브리살 수육이 맛있다 그러거든요? 해서... 치즈폭탄 계란찜이랑 같이... 현미밥으로 한 상 차려주세요."
뭉기는 진심으로 그렇게 말했다.
그리고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
"제가 봤을 때 이거 다 배고파서 생기는 문제입니다. 그리고... 솔직히 시청자들 좀 꼴립니다."
"네, 네?"
- 갑자기
- ㅋㅋㅋㅋㅋㅋㅋㅋㅅ11ㅂ
- 우리가 왜 꼴려요
- 한마 유지로임? 테토가 너무 넘쳐서 자기 제외 다 여자로 보이는?
- 너 뭉먹어버린닷!!!
- 뭉따먹이 뭉기한테 따먹이었냐고 ㅋ
- 아니 왜요
- 존나 무섭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러다가 저희가 결국 우승하면 또 엄청 좋아할 거 아닙니까? 약간 처음엔 틱틱 거리다가 나중엔 그냥 발그레 해져서 좋아 죽는... 츤데레 히로인 같다고 해야 할까요, 음탕하게 그냥 어흐. 패배하고 있을 땐 누구보다 날 매도하지만... 결국 그러다가 이기고 있으면 방긋 웃으면서 날 반겨주는... 말하다가 침 나오네요."
- 어흐는 씹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뭉기뭉기야 그게 대체 무슨 소리니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발언 하나하나 진짜 걍 범상치 않네
- 지금 그럼 우리가 나락 나락 이러는 걸 걍 귀엽게 보고 있단 거임?
- 기가뭉기 걍 또라이네
충격적인 발언의 연속.
무슨 말을 해도 커버 되는 얼굴과 몸을 가지고 있어서 그런지.
달근은 그냥 계속해서 웃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풉... 큭... 아니, 그거 진심이에요?"
"감독님, 지금 나락 이런 거 치고... 아무튼 시청자들의 그 비웃음, 제가 전부 다 환호로 바꿔드리겠습니다."
그니까 여자 분들은 안심하고 앞다리살 제육, 가브리살 수육, 치즈폭탄 계란찜 준비하세요.
"아, 진유정 님."
"네?"
"레몬 물 리필 부탁드립니다."
"앗, 네...."
"그리고 우리 든든한 탑 싼묵 님!"
"네, 네!"
"저희 사내들은 왕처럼 있으면 됩니다. 두 다리 쭉 뻗고 쉬죠."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미 친 새 끼
- 진짜 이게 정녕 사람의 입에서 나올 수 있는 발언이냐?
- 와 근데 여자애들 욕 먹을 수도 있었는데 바로 분위기 환기 ㅆㅅㅌㅊ
- 뭉탁기 성능 걍 또라이구나
- 이 새끼가 분위기 잡으면 그냥 말이 안 되네
- 이게 뭉기다 희망편 ㅋㅋㅋㅋㅋㅋ
- 이럴 때 필요한 건 뭉뽀네
- 뭉뽀 *3*
- 딥뭉뽀 =3=
달근은 이 모든 상황을 지켜보면서 깨달았다.
이 팀은 무조건 뭉기를 중심으로 진행되어야 한다고.
그게 아니면 답이 없을 거라고.
'슈퍼스타가 그냥 한 명 있네.'
동시에 달근은.
'...아, 이러면 진짜 뭉기 님 계속 보고 싶은데.'
뭉기를 애착 인형처럼 느끼기 시작했다.
이렇게 방송감 있는 사람이, 여태 숨어 있었다니.
아, 나랑만 계속 방송해주면 안 되나?
+++++
채팅창 분위기가 실시간으로 좋아지고 있는 게 보인다.
씰룩씰룩.
'음, 입꼬리가 진정이 안 되는 군.'
난 이때 정말 즐거워서 미칠 것 같았다.
잘하고 있거나 시청자들 분위기를 바꿔서? 아니, 그게 아니었다.
'그비환을 내가 직접 말하게 될 줄이야.'
씰룩씰룩.
입꼬리가 진정이 안 된다.
'수육 먹고... 마지막으로 피드백 하면, 새벽 네 시쯤에 끝나는 건가? 그러면 자고 일어나서... 운동 갔다가.'
마음을 가다듬으며 남은 일정을 확인한 후.
달그락.
타이밍 좋게.
"뭉기 님, 물이요."
레몬 물이 도착하자마자.
"감사합니다."
느긋하게 레몬 물을 들이킨다.
이게 원딜 왕자지.
이게 바로 진흙전의 원딜 왕자가 누릴 수 있는 삶인가.
'그 누구도 나락 보내지 않고... 다들 웃으면서 경기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해야지.'
팀 게임이기에 당연히 범인은 존재하고, 특정 누군가가 욕을 먹을 수밖에 없다.
근데 괜찮았다.
어차피 내가 캐리하면 되니까.
게다가 아직 숨겨 놓은 비장의 한 수가 있었다.
감독에게도 말하지 않은 숨겨둔 조커 픽.
스크림 때 들리는 이 비명을, 순식간에 바꾸기 위한 주머니 속 송곳.
'그건 대회 때 꺼내주겠어.'
자, 그럼 대회에서 활약하기 전까지.
팀 기강 좀 제대로 잡아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