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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Authored-By: Claude Opus 4.5 <noreply@anthropic.com>
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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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나 지금이나 세금을 눈먼 돈으로 생각하는 쳐 죽일 놈들이 많다.

그런데 조선은 전근대 국가치고 중앙집권 수준이 유난히 높은 국가임에도, 세금 관리만큼은 정말 더럽게 못 했다.

백성들이 낼 세금을 줄인다며 지방 정부를 운영하는데 필요한 세금은 거의 걷지 않았다.

그러면서 조선 중기까지 아전과 병사들에게 월급을 아예 안 줬다.

이런 실정을 내가 알기에 저들이 공납으로 어느 정도 해 먹는 거까지는 눈감아 주려고 했다.

사찰이라 해서 공짜로 일해야 하는 건 아니니까, 수고비로 좀 떼어먹는 정도는 그냥 넘어가 주려 했는데 말이다.

"이런 썩어빠진 땡중 놈들! 너희가 정녕 미쳤느냐!"

"아이고, 억울합니다."

"본관은 관아에서 필요한 물건을 대신 구하느라 들어가는 수고비 정도를 네놈들이 챙기는 것은 묵인해 주려 하였다. 그러나 이게 대체 뭐란 말이냐?"

나는 놈들이 구석에 숨겨놓았던 장부를 펼쳐 읽고 있다.

이놈들 이거 완전 세금 도둑, 아니 대놓고 세금을 자기 돈처럼 쓰고 있었잖아.

조선 관리들이 상업에 무지해서 무려 16세기까지 한양을 제외한 다른 고을에 시장이 서면, 당장 단속반을 풀어서 두드려 팼을 정도로 멍청하기는 했는데.

와, 이건 진짜 우리 머리가 원숭이 수준이 아니면 이럴 수가 없다니까?

"네놈들은 거래하는 상인들에게 고작 3,521섬의 쌀만 지급했다. 그런데 너희는 관아에 고하길 8,234섬이 들었다 하였지. 그렇다면 네놈들이 챙긴 차익은 무려 백미 4,713섬이 넘어가지 않느냐! 세상천지에 이런 말도 안 되는 경우가 어디 있느냐?"

"사또, 그것이 다 사정이 있습니다."

"사정은 무슨! 너희가 관아에 요구한 돈은 바로 백성들의 피눈물이다. 백성들은 관아에서 내라 하니 과중한 세금이라도 짊어져야 했는데! 너희 같은 간악하고 탐욕스러운 땡중들은 그 혈세로 배를 채우고, 사찰 증축이나 하고 있었다니. 이것이 너희 부처가 말하는 교화이며, 중생을 구원하는 길이더냐?"

부처께서 이 사실을 아신다면 아마 저놈들 대가리에 여래신장을 꽂아버렸을 거다.

내가 불교에 대해서 잘 모르긴 하지만, 불교라는 종교는 번뇌와 고민을 벗어던지고 자유로워지는 것을 추구하는 건데.

그런데 저 자식들은 자기 탐욕을 채우기 위해 백성들을 고통스럽게 만들었으니.

불교의 대원칙을 어긴 거잖아, 부처님도 저놈들을 가만히 안 두었을 것이다.

그게 아니라도 나는 조선의 유학자이자 수령으로서 고려의 잔재, 망령과도 같은 썩어빠진 승려들을 엄벌할 의무가 있다.

저 비리를 몰랐으면 모를까, 알게 되면 그 즉시 쓸어버릴 의무가 있다는 거다.

"내 너희들이 저질렀던 비리와 횡령을 모조리 전하께 고하여 엄벌을 받게 할 것이다. 그리고 수령의 권한으로 너희들 모두에게 장 20대를 연속하여 치겠다.“

장 20대라는 말에 녀석들이 벌벌 떨기 시작했다.

"아이고, 사또. 제발 살려주십시오, 장 20대라니..."

"건장한 사내라도 장 20대를 연속으로 맞으면 며칠 동안 걷지를 못합니다."

사극에서는 곤장 100대가 우습게 나오지만, 사람에게 곤장 100대를 때리는 건 사실상 사형 집행과 마찬가지였다. 10대만 맞아도 다리 살점이 터져나가기 십상인데...

100대를 연속해서 맞으면 아파서 죽든, 곤장 맞은 곳이 덧나서 죽든 어쨌든 죽게 된다.

하여 조선에서는 지방관들이 자기 선에서 꼭 죽이고 싶은 산적 놈이 있을 경우, 임금에게까지 보고 올리지 않고 곤장 100대를 치기도 했다.

하니 저놈들의 경우 20대만 맞아도 최소 일주일은 두 발로 못 걸어 다닐 거다.

그리고 세종 못지 않게 백성을 사랑한 이방원의 철퇴를 맞게 되겠지.

"지금부터라도 죄를 뉘우치고 부처의 가르침에 따라 백성을 구휼하겠사옵니다."

"뿌리부터 썩은 나무는 뽑아 버려야 하는 법. 다시 물을 주고, 거름을 준다 하여 되살릴 수 있는 게 아니다."

우리는 인간 쓰레기였다가 뉘우치고 과거를 속죄하며 살아가는 사람을 높게 평가한다.

큰 잘못을 저지르고서 남은 생 동안 이를 반성하며 올바르게 살아간다는 건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이걸 좀 꼬아서 보면? 한 번 썩어빠진 나쁜 짓을 벌인 놈들은 두 번, 세 번 똑같은 짓을 반복한다는 거다.

저놈들을 내가 이쯤에서 봐준다고 치자. 과연 놈들이 고마워할까? 아니, 그럴 일은 없다.

오히려 이를 바득바득 갈고 있다가 수령이 바뀌게 되면 이전처럼 횡령할 구석이 없는 지 찾아보기나 하겠지. 제 버릇 남 못 주는 게 인간이니까.

그런데 용서? 저놈들을 벌해서 누구도 이런 짓을 하지 못하게 엄히 경고하는 게 백만 배 낫다.

사형제도가 존속하는 것도 막말로 너희들 나쁜 짓 하면 국가에서 너희를 죽여버릴 거니까 하지 말라고 경고하는 거지. 나쁜 놈들보고 착하게 살라고 하는 게 아니다.

"보름 뒤에 관아 앞마당에서 저놈들에게 장 20대를 치고, 백성들에게는 저들이 왜 곤장을 두들겨 맞는지 이유를 널리 알려라."

스님들을 엄벌하는 걸 반대했던 아전들도 이제는 저들을 변호하지 않았다.

"사또께서 이리 공명정대하게 판결하시니, 백성들은 훌륭한 목민관께서 오셨다고 좋아할 겁니다."

"저런 썩을 놈들은 엄히 벌해야만 합니다."

아전들도 어지간하면 저 녀석들의 선처를 요구하려 했을 거다. 저 녀석들이 세금으로 해 먹는다는 건 어느 정도 알고 있었겠지만...

어쨌든 자기들에게 적절한 수수료(뇌물)을 주어 왔으니 보호를 해주어야 끝없이 받아먹을 수 있다는 걸 알기에 지속 가능한 수입원을 위해 변호를 하려 했겠지.

그런데 들어가는 돈의 2배를 뜯는다? 이 정도면 자기들이 봐도 심하다 생각했을 거다.

"사또, 그런데 왜 굳이 보름 뒤에 장을 치시는 겁니까? 고을 사람들에게 소문내는 데에는 3일이면 충분할 텐데요."

"이왕 일을 벌일 거면 저들이 공물을 빼돌리고 있었다는 것만 알려 줄 게 아니라, 저들이 공물을 이용해서 빼돌린 차액이 얼마인지를 밝히고 그만큼의 돈을 백성에게 돌려주겠다고 말하는 것이 좋지 않겠나?"

앞으로는 공납으로 걷는 돈이 줄어들 거라는 말만 해줘도 백성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좋아할 거다.

무거운 공납으로 저들의 허리가 휘어왔는데 그게 상당 부분 줄어들 테니 말이다.

그런데 여기에서 놈들이 빼돌린 차액이 얼마니까, 그만큼을 당장 돌려주겠다 하면?

저들에게는 내가 자기들이 억울하게 빼앗긴 돈을 도로 돌려주는 천사로 보일 거다.

이 일로 파생되는 효과도 훨씬 극적으로 될 거고 말이다.

내가 그리 하겠다는건 아니지만 이 일 후 남은 임기 동안 아무것도 안 하고 버티다 임기를 마쳐도 송덕비 같은 걸 받아서 영구히 찬양받는 사또로 남을 수도 있을 것이다.

아, 송덕비 받으면 황희될 확률이 올라가기는 하지만... 괜찮다.

분탕종자들부터 싸그리 족쳐버리는 게 우선이니까.

"그러니 이방은 이 길로 저 타락한 중들이랑 거래하던 상인들에게 연락부터 넣도록. 이제부터는 관아에서 직접 거래할 거니까, 적당히 잘 흥정하자고 말이야."

"예, 사또."

스님을 안 거치고 직거래를 하게 되면 아마 더 싸게 살 수도 있을 거다.

더불어 지역 경제도 활성화되고 말이다.

특산물을 공물로만 걷어가니까 문제인 거지, 이걸 전국 각지에 팔기라도 해봐라.

수많은 백성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기간산업이 될 거다.

**

조선은 상인들이 나라를 좀먹는 벌레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 탓인지 상인, 아니 알아듣기 쉽게 말하면 한 기업의 대표 격 되는 이들은 내 앞에서 벌벌 떨고 있었다.

내가 다른 수령들처럼 자신들에게 철퇴를 내려칠 거라 생각하는 것 같다.

이제껏 자신들과 거래하던 스님들이 이제 곧 한양으로 끌려가서 세종에게 법의 철퇴를 맞을 거라는 얘기까지 들었을 테니. 더더욱 내가 무섭고 어렵게 느껴지는 것이겠지.

"본관은 자네들을 탄압할 생각이 없네."

상인을 탄압해 봐야 좋을 건 하나도 없다. 저들을 탄압하면 탄압할수록 고을 경제만 개판 되기 십상이다.

다른 선비들이야 유교적 편견에 따라서 상인들은 놀고 먹으면서 돈을 벌려 하는 한량이라 여기겠지만... 나는 저들의 중요성을 아주 잘 안다.

21세기에서 상인, 그러니까 기업 무시하는 사람은 없잖아.

"저 부패한 승려들은 공물을 대신 모아준다는 이유로 부정한 이익을 너무나도 많이 탐했네. 하여 본관이 저들을 엄히 벌할 수밖에 없었지."

부정한 이익을 너무나도 많이 탐했다는 말에 상인들이 귀를 쫑긋 세웠다.

그래, 나는 너희가 스님들이랑 붙어먹었던 건 넘어가 줄 생각이다. 그런 거 하나하나 따지다 보면 고을의 상업은 완전히 마비되고, 무슨 아수라장이 벌어질지 모르니까.

사람이 개혁을 하려고 해도 현실적인 한계를 봐가면서 해야 하는 거다.

모든 사람이 평등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겠다고 공산주의나 해버리면 나라가 제대로 돌아가겠어?

"그러니 너희들은 이제부터 공물 조달을 본관과 직접 거래하면 된다. 알겠나?"

"알겠습니다, 사또."

"몇몇 무지각한 이들은 관과 거래한다 하여 터무니없는 가격을 부름으로 일을 그르치기도 한다 들었다. 하여 나는 너희들과 거래 할 때에 적정한 가격이 얼마인지를 면밀히 따지며 거래할 것이다."

"그게 사실입니까?"

관아에서 적절한 가격으로 물건을 사주기만 한다면 이는 저들에게도 이익이 된다.

그간 공납을 대신 해준다면서 위세 떠는 스님들에게 저 녀석들도 얼마나 뜯겼겠어?

오죽 놈들의 위상이 높았으면 봉행사신, 임금의 명을 받은 신하처럼 깝치고 다녔다는 기록까지 있겠냐니까.

"대신 하나만 주의하도록."

주의라는 말에 저들은 침을 꿀꺽 삼켰다.

"속임수를 크게 쓰다가, 본관에게 들키지 말게."

여기서 중요한 건 이거다.

작은 속임수, 즉 이익을 얻기 위해 가격을 좀 더 받는 행동 정도는 용납하겠다는 거다.

이걸 용납 안 하고 무작정 원가에 사들이겠다 하면 내가 저들을 착취하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큰 속임수를 써서 썩어빠진 땡중들처럼 날 속인다면 죽여버리겠다 선언한 셈이다.

"천천히 이야기 나누도록 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