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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김대붕, 조선의 만능 검색 엔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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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나의 뜻과는 상관없이 강제로 만능 검색 엔진이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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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를 들어보니 판서 대감들께서 ‘김대붕은 돌아가면서 오래도록 써야 할 자이니 아껴서 써야 할 것이야.’하는 말까지 하신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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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병조판서 대감께서 나를 제일 먼저 이용하기 위해, 병조에 출근하자마자 달려오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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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조에 난제가 많다 하여도 왜 정6품 나부랭이인 나를 판서들께서 밑도 끝도 없이 찾아대는 거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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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네를 만났으니 드디어 병조의 고민을 해소할 수 있게 되었군. 드디어 병조도 정시에 퇴청하게 되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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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조판서 조말생 대감의 얼굴에는 수상쩍은 미소가 걸려 있다. 저 양반이 병조판서가 아니고, 저 미소를 보여주는 대상이 남자가 아니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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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흐, 아저씨랑 좋은 거 하지 않을래? 라고 물어보는 것 같은 그림일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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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조 역시 정시 퇴청이 힘들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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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조의 정시 퇴청을 반대하는 건 아니지만, 나도 사람이니까 제발 정2품 판서 아저씨들이 나에게 그만 집착해 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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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들이 나한테 꿀팁을 계속 얻어 가면... 나중에는 다른 관원들까지도 일이 막히면 나를 찾아올 게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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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붕아, 호조가 한양 시전에서 세금 올바르게 걷는 방법을 알려줘. 조선의 공문 양식에 맞춰서 시행 방안에 대해 처음부터 끝까지 다 써주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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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써준 보고서가 몹시 도움이 되었어. 그러면 이번에는 이 방안이 성현의 말씀과 어긋나지 않는다는 근거와 적절한 해설을 써줬으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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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식으로 온갖 관원들까지 나를 찾아오게 될 것만 같다. 이게 코스믹 호러지, 아니면 뭐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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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 수찬, 자네 어디 아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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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닙니다, 대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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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이야. 요새 자네 덕분에 6조의 공무 막히는 일이 사라지고 있는데... 몸이 아파 자네가 일을 못 하기라도 하면 큰 일이 아닌가. 하여 약재와 인삼, 말린 전복 같은 것을 급히 보내줄 생각을 했거든. 아, 일이 너무 많아서 힘들면 언제든 병조로 넘어오게나. 자네 마음이 그렇다면 내 전하께 특별히 주청 드릴 터이니. 병조는 자네에게 언제나 정시 퇴청을 보장할 것이고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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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조로 넘어오라는 말을 하니, 어디선가 부제학 정인지 영감이 불쑥 나타나 대화에 끼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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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수찬은 선공후사밖에 모르는 충신이라, 과로조차도 즐거워하는 사람입니다. 그런 게 아니면 진해 현감 시절 일을 그렇게 벌이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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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긴, 김 수찬의 후임으로 간 진해 현령이 사직 상소를 냈다지. 김 수찬의 일을 이어받았는데, 자기가 무능해서 그 자리에 어울리지 않는다며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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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상왕 전하께서 진해 현령에게 보약을 내리셨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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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 말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니, 내가 인수인계서에 자세히 써놓고 간 일인데 뭐가 어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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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정9품 신입 관원도 아니고, 관직 생활을 10년 넘게 한 분이 그걸 어렵다 하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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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종5품으로 유유자적한 지방관 생활을 기대하며 내려간 건데, 하필 '태상왕'의 눈이 미치는 고을의 지방관으로 가게 되어 신경 쓸 일이 많아 힘든가 보다. 그래서 사직서를 제출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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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한 일 이어받는 거야 그렇게 어렵지는 않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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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조말생 대감은 나를 보며 정인지의 말에 동의한다는 의미로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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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정 부제학(정인지)의 말이 맞아. 내가 너무 욕심이 과했네. 잊어버리시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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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분은 내가 뭐 일 중독자라도 된다고 생각하시는 건가? 나는 그냥 21세기 한국 직장인들이 직장에서 일하는 것처럼 근무시간에 일을 열심히 할 뿐이다. 출근부터 퇴근까지 그 시간에만 일에 집중하는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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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수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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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대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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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조에서는 백성들이 군역으로 인해 힘들어하고 있다고 판단하여, 그 부담을 덜어주고자 하네. 지금의 군역법에 따르면 품관 기병(기병 장교, 고급 부사관에 해당)은 4정(4가구)의 보인을 주고, 그냥 기병은 3정, 보병은 2정의 보인을 주고 있네. 그렇지만 백성들은 이 정도도 몹시 부담스러워하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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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기 쉽게 말해보자면 이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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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론상으로는 보병이면 창 주고, 군복 입혀주면 되는 거니 유지비가 별로 안 든다. 하여 한 달에 60만 원을 내는 가구가 둘 모이면 보병 한 명은 유지할 수 있다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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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기병은 말 유지비, 각종 갑옷에 무기까지 있어야 하니 3~4가구를 모아준다 해도 가구당 부담해야 할 비용이 한 달에 500만 원은 족히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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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조선의 가구 경제력에 비추어 말이 안 되는 금액이기에 제도만 있을 뿐 실효성이 전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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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에 저렇게 많은 돈을 낼 수 있는 이들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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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 군역에 간 이들은 거의 지원을 받을 수 없었다. 보병은 급여를 아예 받지 못한 채로 복무해야 했고, 기병은 모든 지원을 국가 재정으로 충당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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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다 기병은 워낙 전문성이 필요한 병사다 보니 '특정 인원'만 교대로 가기에 농번기에 농민 가장이 군역에 끌려 나가는 일이 없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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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병은 개나 소나 할 수 있는 거라, 몇 달 주기로 번갈아 근무서는 기간이 하필 농번기에 걸린다? 그러면 그해 그 집안 농사는 망한 게 돼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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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어찌 바꾸면 좋겠나? 병조에서는 번(근무 기간) 서는 기간을 줄이고, 교대를 좀 더 자주 하자는 대안이 나오고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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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걸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대략 해결책이 떠오르기는 하는데, 정책 자체가 워낙 복잡하게 얽혀있는지라 아무리 나라도 지금 당장 해결책을 내놓기란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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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나도 사람인데 밀려드는 엄청난 숫자의 안건을 밀리지 않고 바로바로 해결해 낼 수는 없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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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는 안건의 경중, 복잡도에 따라서 '처리 기간'을 둬야겠다. GPT도 내용이 복잡하면 처리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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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조에서는 구체적으로 어떤 대안을 내놓았는지 그럼에도 해결되지 않을 것 같은 문제는 무엇인지 말씀해 주십시오. 그러면 소관이 전례를 살펴보며 해결 방안을 찾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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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역 문제는 아무리 자네라도 바로 답하지 못하나 보군. 좋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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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말생은 한 시간이 넘게, 아니지 거의 두 시간에 걸쳐 물 한 잔도 마시지 않고 자기가 골머리 썩고 있는 '군역' 문제에 대하여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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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걸 다 받아적는 것만으로도 정말 힘들었다. 앞으로는 문서로 정리해 가져와달라고 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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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로 병조의 군역 문제는 끝이네. 언제쯤 답을 줄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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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흘에 걸쳐 고민해 보고 답변드려도 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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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흘이라, 사흘... 어쩔 수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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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의 워낙 중대한 일이고, 사안이 매우 복잡하니 다른 대감들께는 그동안 다른 일을 맡기지 말아달라 얘기해주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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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이네. 사흘이 뭔가, 열흘이라도 그리 해주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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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미소, 저 표정 틀림없다. 병조만 야근에서 벗어나면 된다는 아주 이기적인 표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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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겠습니다. 최선을 다해 대감의 도움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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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말하고서, 나는 집현전 학자의 특권을 자료조사에 사용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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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경복궁 안에 있는 거의 모든 자료에 대한 접근 권한이 그것인데, 일할 때 필요한 책이나 자료를 다 볼 수 있는 것 그 정도에 지나지 않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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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정도 죽어라 자료를 찾아보며 대안을 생각한 뒤, 나머지 이틀 정도는 느긋하게 대안을 정리하고 장계로 적어 조말생 대감에게 넘겨주면 어떻게든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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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양반이 가져온 문제에 대한 해답은 지금 나에게 없지만, 내 머릿속에는 조선의 역사가 어떻게 흘러갔는지와 거기에 맞게 참고할 수 있는 '참고 자료'가 잔뜩 들어있으니 아주 어려운 일은 아닐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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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건 지금 군역 제도보다 조금이라도 백성에게 이롭게 만들면 되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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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조말생 대감이 의뢰한 일은 사흘 뒤에 답하는 걸로 미룰 수 있었다. 하지만 문제가 하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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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야 내가 아는 지식 내에서 어렵지 않게 모두 답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그렇지 않을 경우도 생길 거란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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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역 제도는 향토방위군, 예비군, 로마 군단병 제도, 독일 1차 식민지 개척(지금의 독일 영토 동부에 가까움) 등을 참고해서 고민을 때리면 어찌저찌 개선안을 내놓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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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내가 잘 알지 못하는 문제에 대한 자문이 또 들어오게 될 경우 나는 어떻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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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처럼 빠르게 답 못 해준다 이야기야 하겠지만, 나는 그걸 해결하기 위해 야근을 하게 될 확률이 아주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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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무슨 수를 내서라도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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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내가 '모르는 일' 폭탄 맞을 경우부터 없애는 게 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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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건 내가 해결해야 할 안건이 내가 이미 답을 아는 것이거나, 답을 쉽게 찾을 수 있는 분야 쪽으로만 유도하는 게 좋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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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문제를 나에게 가져오기 전에 내가 자신 있는 분야의 문제를 먼저 제안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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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저수지를 만들게 하고 농사에 꼭 필요한 온갖 농기구를 만들게 한 다음에 ‘모내기의 장점’을 주장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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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조 판서 황희 대감은 ‘모내기’에 아주 목을 매게 될 거다. 모내기는 하삼도(전라, 경상, 충청)에 이모작을 가능하게 해주고, 그 외 지역에서는 쌀 생산량을 크게 늘려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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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 농민들은 모르지만 고려 후기 때 ‘원나라’에서 제법 활발하게 모내기 이뤄졌고 그로 인해 수확량을 늘린 바가 있으니. 농민들도 흥미를 가질 것이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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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내가 아는 분야만을 적당히 늘려 먹기 식으로 진행시키다 보면 나는 시간을 벌게 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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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시작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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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의원에 장 별좌 나리를 만나러 가도 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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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가까이에 있는 선배 집현전 학사가 심드렁한 표정으로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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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 때문이라면 얼마든지 가도 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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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무리 빨리 진급한다 해도 재상들 위로 올라갈 일은 없다. 이순신 장군님의 진급 속도를 쓰지 않는 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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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다른 학사들 입장에서는 언제든지 나는 자기 위로 올라갈 수 있는 존재, 경쟁상대가 되는 것이니 내가 좋게 보일 리가 없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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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회사에는 이런 말이 있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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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유능한 것도 때로 죄가 될 수 있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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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응교 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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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락을 받자 나는 곧장 상의원으로 찾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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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의원에 도착한 뒤 나는 지나가는 아전을 붙잡고 장영실이 어디 있는가를 물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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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별좌 나리는 어디 계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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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좌 나리께서는 지금 상의원 관청에 안 계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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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의원 별좌라더니 상의원에서 서류 작업... 아, 못 하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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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민정음이 있는 시기도 아니고, 장영실이 어떻게 한자를 다 읽겠어. 아니, 읽는 것 정도야 어찌저찌 되더라도 공문서 양식에 맞춰서 온갖 미사여구 다 붙여가며 장계를 작성하는 게 될 리가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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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별좌 나리께서는 상의원 장인들과 함께 철 제련하는 법을 논하고 계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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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안내해 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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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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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전은 유난히도 내 눈치를 많이 봤다. 내가 뭐 상의원을 터뜨리기라도 할 거 같아 보이는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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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저 조선을 위해 좋은 일을 할 생각에 장영실을 찾아가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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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상의원에 나쁜 일이라도 하러 온 것 같잖나. 표정 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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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부가 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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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전의 안내를 받아 간 곳에서는 수염이 덥수룩하고 술 좋아하게 생긴 40대 중년 남자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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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고 있는 옷으로는 거의 구분이 안 되지만, 단 한 명만 ‘사모’를 쓴 걸 보니... 사모 쓴 저 사람이 장영실이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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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별좌 나리십니까? 우리 같이 힘을 합쳐 조선을 이롭게 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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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농기구 개혁의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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