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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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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김대붕, 조선의 만능 검색 엔진이다.

아니, 나의 뜻과는 상관없이 강제로 만능 검색 엔진이 되어버렸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판서 대감들께서 ‘김대붕은 돌아가면서 오래도록 써야 할 자이니 아껴서 써야 할 것이야.’하는 말까지 하신단다.

오늘은 병조판서 대감께서 나를 제일 먼저 이용하기 위해, 병조에 출근하자마자 달려오셨다.

6조에 난제가 많다 하여도 왜 정6품 나부랭이인 나를 판서들께서 밑도 끝도 없이 찾아대는 거냐고...

"자네를 만났으니 드디어 병조의 고민을 해소할 수 있게 되었군. 드디어 병조도 정시에 퇴청하게 되었다고."

병조판서 조말생 대감의 얼굴에는 수상쩍은 미소가 걸려 있다. 저 양반이 병조판서가 아니고, 저 미소를 보여주는 대상이 남자가 아니었다면...

흐흐, 아저씨랑 좋은 거 하지 않을래? 라고 물어보는 것 같은 그림일 거다.

병조 역시 정시 퇴청이 힘들었나보다.

병조의 정시 퇴청을 반대하는 건 아니지만, 나도 사람이니까 제발 정2품 판서 아저씨들이 나에게 그만 집착해 줬으면 좋겠다.

당신들이 나한테 꿀팁을 계속 얻어 가면... 나중에는 다른 관원들까지도 일이 막히면 나를 찾아올 게 아닌가.

'대붕아, 호조가 한양 시전에서 세금 올바르게 걷는 방법을 알려줘. 조선의 공문 양식에 맞춰서 시행 방안에 대해 처음부터 끝까지 다 써주면 좋겠어.'

'네가 써준 보고서가 몹시 도움이 되었어. 그러면 이번에는 이 방안이 성현의 말씀과 어긋나지 않는다는 근거와 적절한 해설을 써줬으면 좋겠어.'

이런 식으로 온갖 관원들까지 나를 찾아오게 될 것만 같다. 이게 코스믹 호러지, 아니면 뭐겠어.

"...... 김 수찬, 자네 어디 아픈가?"

"아닙니다, 대감."

"다행이야. 요새 자네 덕분에 6조의 공무 막히는 일이 사라지고 있는데... 몸이 아파 자네가 일을 못 하기라도 하면 큰 일이 아닌가. 하여 약재와 인삼, 말린 전복 같은 것을 급히 보내줄 생각을 했거든. 아, 일이 너무 많아서 힘들면 언제든 병조로 넘어오게나. 자네 마음이 그렇다면 내 전하께 특별히 주청 드릴 터이니. 병조는 자네에게 언제나 정시 퇴청을 보장할 것이고 말이야."

병조로 넘어오라는 말을 하니, 어디선가 부제학 정인지 영감이 불쑥 나타나 대화에 끼어들었다.

"김 수찬은 선공후사밖에 모르는 충신이라, 과로조차도 즐거워하는 사람입니다. 그런 게 아니면 진해 현감 시절 일을 그렇게 벌이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 하긴, 김 수찬의 후임으로 간 진해 현령이 사직 상소를 냈다지. 김 수찬의 일을 이어받았는데, 자기가 무능해서 그 자리에 어울리지 않는다며 말이야."

"태상왕 전하께서 진해 현령에게 보약을 내리셨다지."

나는 그 말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니, 내가 인수인계서에 자세히 써놓고 간 일인데 뭐가 어렵지.

무슨 정9품 신입 관원도 아니고, 관직 생활을 10년 넘게 한 분이 그걸 어렵다 하신다고?

아무래도 종5품으로 유유자적한 지방관 생활을 기대하며 내려간 건데, 하필 '태상왕'의 눈이 미치는 고을의 지방관으로 가게 되어 신경 쓸 일이 많아 힘든가 보다. 그래서 사직서를 제출한 것 같다.

내가 한 일 이어받는 거야 그렇게 어렵지는 않을 텐데.

한편, 조말생 대감은 나를 보며 정인지의 말에 동의한다는 의미로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정 부제학(정인지)의 말이 맞아. 내가 너무 욕심이 과했네. 잊어버리시게나."

두 분은 내가 뭐 일 중독자라도 된다고 생각하시는 건가? 나는 그냥 21세기 한국 직장인들이 직장에서 일하는 것처럼 근무시간에 일을 열심히 할 뿐이다. 출근부터 퇴근까지 그 시간에만 일에 집중하는 것뿐이다.

"김 수찬."

"예, 대감."

"병조에서는 백성들이 군역으로 인해 힘들어하고 있다고 판단하여, 그 부담을 덜어주고자 하네. 지금의 군역법에 따르면 품관 기병(기병 장교, 고급 부사관에 해당)은 4정(4가구)의 보인을 주고, 그냥 기병은 3정, 보병은 2정의 보인을 주고 있네. 그렇지만 백성들은 이 정도도 몹시 부담스러워하더군."

알기 쉽게 말해보자면 이거다.

이론상으로는 보병이면 창 주고, 군복 입혀주면 되는 거니 유지비가 별로 안 든다. 하여 한 달에 60만 원을 내는 가구가 둘 모이면 보병 한 명은 유지할 수 있다 보았다.

그런데 기병은 말 유지비, 각종 갑옷에 무기까지 있어야 하니 3~4가구를 모아준다 해도 가구당 부담해야 할 비용이 한 달에 500만 원은 족히 내야 한다.

이는 조선의 가구 경제력에 비추어 말이 안 되는 금액이기에 제도만 있을 뿐 실효성이 전혀 없었다.

조선에 저렇게 많은 돈을 낼 수 있는 이들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하여 군역에 간 이들은 거의 지원을 받을 수 없었다. 보병은 급여를 아예 받지 못한 채로 복무해야 했고, 기병은 모든 지원을 국가 재정으로 충당해야만 했다.

거기다 기병은 워낙 전문성이 필요한 병사다 보니 '특정 인원'만 교대로 가기에 농번기에 농민 가장이 군역에 끌려 나가는 일이 없었지만.

보병은 개나 소나 할 수 있는 거라, 몇 달 주기로 번갈아 근무서는 기간이 하필 농번기에 걸린다? 그러면 그해 그 집안 농사는 망한 게 돼버렸다.

"이걸 어찌 바꾸면 좋겠나? 병조에서는 번(근무 기간) 서는 기간을 줄이고, 교대를 좀 더 자주 하자는 대안이 나오고 있는데..."

저걸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대략 해결책이 떠오르기는 하는데, 정책 자체가 워낙 복잡하게 얽혀있는지라 아무리 나라도 지금 당장 해결책을 내놓기란 어렵다.

사실 나도 사람인데 밀려드는 엄청난 숫자의 안건을 밀리지 않고 바로바로 해결해 낼 수는 없는 일.

앞으로는 안건의 경중, 복잡도에 따라서 '처리 기간'을 둬야겠다. GPT도 내용이 복잡하면 처리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처럼.

"병조에서는 구체적으로 어떤 대안을 내놓았는지 그럼에도 해결되지 않을 것 같은 문제는 무엇인지 말씀해 주십시오. 그러면 소관이 전례를 살펴보며 해결 방안을 찾아보겠습니다."

"군역 문제는 아무리 자네라도 바로 답하지 못하나 보군. 좋네."

조말생은 한 시간이 넘게, 아니지 거의 두 시간에 걸쳐 물 한 잔도 마시지 않고 자기가 골머리 썩고 있는 '군역' 문제에 대하여 이야기했다.

그걸 다 받아적는 것만으로도 정말 힘들었다. 앞으로는 문서로 정리해 가져와달라고 해야 하나.

"이걸로 병조의 군역 문제는 끝이네. 언제쯤 답을 줄 수 있겠는가?"

"사흘에 걸쳐 고민해 보고 답변드려도 되겠습니까?"

"사흘이라, 사흘... 어쩔 수 없지."

"나라의 워낙 중대한 일이고, 사안이 매우 복잡하니 다른 대감들께는 그동안 다른 일을 맡기지 말아달라 얘기해주셨으면 합니다."

"물론이네. 사흘이 뭔가, 열흘이라도 그리 해주겠네."

저 미소, 저 표정 틀림없다. 병조만 야근에서 벗어나면 된다는 아주 이기적인 표정이다.

"알겠습니다. 최선을 다해 대감의 도움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렇게 말하고서, 나는 집현전 학자의 특권을 자료조사에 사용하기로 했다.

사실 경복궁 안에 있는 거의 모든 자료에 대한 접근 권한이 그것인데, 일할 때 필요한 책이나 자료를 다 볼 수 있는 것 그 정도에 지나지 않지만...

하루 정도 죽어라 자료를 찾아보며 대안을 생각한 뒤, 나머지 이틀 정도는 느긋하게 대안을 정리하고 장계로 적어 조말생 대감에게 넘겨주면 어떻게든 되겠지.

저 양반이 가져온 문제에 대한 해답은 지금 나에게 없지만, 내 머릿속에는 조선의 역사가 어떻게 흘러갔는지와 거기에 맞게 참고할 수 있는 '참고 자료'가 잔뜩 들어있으니 아주 어려운 일은 아닐 거다.

'중요한 건 지금 군역 제도보다 조금이라도 백성에게 이롭게 만들면 되는 거니까.'

그렇게 조말생 대감이 의뢰한 일은 사흘 뒤에 답하는 걸로 미룰 수 있었다. 하지만 문제가 하나 있다.

"지금까지야 내가 아는 지식 내에서 어렵지 않게 모두 답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그렇지 않을 경우도 생길 거란 말이지."

군역 제도는 향토방위군, 예비군, 로마 군단병 제도, 독일 1차 식민지 개척(지금의 독일 영토 동부에 가까움) 등을 참고해서 고민을 때리면 어찌저찌 개선안을 내놓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내가 잘 알지 못하는 문제에 대한 자문이 또 들어오게 될 경우 나는 어떻게 될까?

지금처럼 빠르게 답 못 해준다 이야기야 하겠지만, 나는 그걸 해결하기 위해 야근을 하게 될 확률이 아주 높다.

그것은 무슨 수를 내서라도 막아야 한다.

일단 내가 '모르는 일' 폭탄 맞을 경우부터 없애는 게 최선이다.

"중요한 건 내가 해결해야 할 안건이 내가 이미 답을 아는 것이거나, 답을 쉽게 찾을 수 있는 분야 쪽으로만 유도하는 게 좋겠지."

누가 문제를 나에게 가져오기 전에 내가 자신 있는 분야의 문제를 먼저 제안하는 거다.

예를 들어 저수지를 만들게 하고 농사에 꼭 필요한 온갖 농기구를 만들게 한 다음에 ‘모내기의 장점’을 주장한다면?

호조 판서 황희 대감은 ‘모내기’에 아주 목을 매게 될 거다. 모내기는 하삼도(전라, 경상, 충청)에 이모작을 가능하게 해주고, 그 외 지역에서는 쌀 생산량을 크게 늘려줄 테니까.

이 시대 농민들은 모르지만 고려 후기 때 ‘원나라’에서 제법 활발하게 모내기 이뤄졌고 그로 인해 수확량을 늘린 바가 있으니. 농민들도 흥미를 가질 것이고 말이다.

이렇게 내가 아는 분야만을 적당히 늘려 먹기 식으로 진행시키다 보면 나는 시간을 벌게 될 거다.

당장 시작해야겠다.

“상의원에 장 별좌 나리를 만나러 가도 되겠습니까?”

내 가까이에 있는 선배 집현전 학사가 심드렁한 표정으로 답했다.

“공무 때문이라면 얼마든지 가도 되네.”

내가 아무리 빨리 진급한다 해도 재상들 위로 올라갈 일은 없다. 이순신 장군님의 진급 속도를 쓰지 않는 한 말이다.

그러나 다른 학사들 입장에서는 언제든지 나는 자기 위로 올라갈 수 있는 존재, 경쟁상대가 되는 것이니 내가 좋게 보일 리가 없겠지.

그래서 회사에는 이런 말이 있지 않는가.

너무 유능한 것도 때로 죄가 될 수 있다고 말이다.

“감사합니다, 응교 나리.”

허락을 받자 나는 곧장 상의원으로 찾아갔다.

상의원에 도착한 뒤 나는 지나가는 아전을 붙잡고 장영실이 어디 있는가를 물어봤다.

“장 별좌 나리는 어디 계신가?”

“별좌 나리께서는 지금 상의원 관청에 안 계십니다.”

상의원 별좌라더니 상의원에서 서류 작업... 아, 못 하겠구나.

훈민정음이 있는 시기도 아니고, 장영실이 어떻게 한자를 다 읽겠어. 아니, 읽는 것 정도야 어찌저찌 되더라도 공문서 양식에 맞춰서 온갖 미사여구 다 붙여가며 장계를 작성하는 게 될 리가 없지.

“지금 별좌 나리께서는 상의원 장인들과 함께 철 제련하는 법을 논하고 계실 겁니다.”

“어서 안내해 주게.”

“예, 나리.”

아전은 유난히도 내 눈치를 많이 봤다. 내가 뭐 상의원을 터뜨리기라도 할 거 같아 보이는 건지.

나는 그저 조선을 위해 좋은 일을 할 생각에 장영실을 찾아가는 거다.

“내가 상의원에 나쁜 일이라도 하러 온 것 같잖나. 표정 풀게.”

“여부가 있겠습니까?”

아전의 안내를 받아 간 곳에서는 수염이 덥수룩하고 술 좋아하게 생긴 40대 중년 남자가 있었다.

입고 있는 옷으로는 거의 구분이 안 되지만, 단 한 명만 ‘사모’를 쓴 걸 보니... 사모 쓴 저 사람이 장영실이겠네.

“장 별좌 나리십니까? 우리 같이 힘을 합쳐 조선을 이롭게 해봅시다.”

바야흐로 농기구 개혁의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