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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전에 모인 신하들을 바라보며 세종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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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 말하는 것만 들어보면 천하를 능히 경영할 만할만 하고, 성현(공자)이라도 된 양 위선만 가득 부리는 위군자가 몹시 많다. 그러나 저들은 말만 거창하게 할 뿐이지, 실상은 텅 빈 쭉정이와도 같아서 세상에 하등 쓸모가 없다. 아니 그러한가, 예조판서 대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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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그렇습니다. 한낱 한량도 청운의 뜻을 품고, 어지러운 세상을 정리하겠다고 말하지만... 적지 않은 이들이 방구석에 누워서 책 한 글자 읽지 않고, 놀며 요행이 벌어지기만을 바라고 있사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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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에도 과거 시험 준비는 양반인 척하기 위한 핑계일 뿐이지, 실상은 사서삼경조차 제대로 못 읽는 양반들이 부지기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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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반이라면 누구나 공부를 해서 학문과 덕행으로 주변 백성들에게 모범이 되어야 한다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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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에 적힌 한자만 수만 자가 넘는데 그걸 다 읽고 통째로 외운다는 건 보통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공부는 안 하고 뜻만 높은 양반들이 부지기수인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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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나아가 젊은 치기에 본인이 미숙하고 능력이 모자람을 모르고서, 큰 포부만을 이야기하는 젊은이들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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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 본인도 26살이라 청년에 해당하지만, 이미 그의 능력은 이방원이 인정할 정도로 뛰어나다. 따라서 방금 말한 젊은이는 본인을 가리키는 것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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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는 조선의 모든 관리를 '대학원생'으로 만들었다고 일컬어지는 장차 세종 농장 노예주가 되실 분께서 보았을 때 신입 관리의 대부분이 그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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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백성(관리 포함)을 사랑하시는 세종은 저들이 처음 출사할 때 얻은 포부를 이룰 수 있게, 저들이 한계까지 노력하면 이뤄낼 수 있는 수준의 일을 던져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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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으로 내뱉은 포부를 어떻게든 이룰 수 있게 도우려는 세종의 은혜다. 물론, 신하들은 그건 은혜가 아니라 맷돌에 사람을 가는 거라고 말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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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교의 국가 조선에서는 임금의 크나큰 은혜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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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전 진해 현감 김대붕처럼 젊은 나이에 큰 포부를 가지고, 그걸 실행에 옮겨 백성을 이롭게 하는 이는 몹시 드물다. 하여, 나는 그와 같은 신하를 얻게 되어 참으로 기쁘다. 태공(주 문왕의 아버지)께서 강태공을 등용하셨을 때, 소열제(유비)께서 제갈공명을 얻었을 때 이러한 기분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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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붕은 이제 겨우 19살에 불과하다. 그런 그가 60살까지 산다고만 가정해 보아도 앞으로 41년은 조선을 위해 헌신할 인재라는 뜻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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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황희나 조말생처럼 유능하지만 재물을 심하게 밝힌다는 흠결조차 없는 것으로 보이는데... 그는 종6품 진해 현감으로 발령되자마자 고을의 민생을 탁월한 능력으로 바로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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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누가 봐도 그가 사리사욕은 추구하지 않고, 오로지 종묘사직을 받들며 백성들을 편안하게 하고 싶다는 포부를 가졌다는 뜻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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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보다 유능하고, 청렴한 이 신하의 능력과 포부를 맘껏 펼치지 못하게 하는 것은 군주로서 지으면 안 되는 큰 죄를 짓는 것으로 생각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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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은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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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그의 재주와 능력을 키워주는 것 또한 군주의 책무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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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진해 현감 김대붕을 어디로 보내는 것이 좋겠는가? 다들 거리낌 없이 고하도록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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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에 예조판서 허조가 바로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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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하, 전 진해 현감 김대붕의 능력이 실로 대단하나 아직 나이가 어립니다. 그러니 예조에서 예의와 법도, 교육과 관련된 일을 맡아보면서 관원으로서, 인간으로서 지켜야 할 원리 원칙이 무엇인지 가르쳐주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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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에는 황희가 끼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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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하, 신 호조판서 황희가 아뢰옵니다. 무능한 소신을 비롯해 호조에는 상업의 이치에 밝은 이가 하나도 없습니다. 하여 김대붕이 어찌 장시(시장)을 운영했는지에 관한 장계를 들여다보아도 그 묘한 이치를 깨닫지 못하옵니다. 그래서 밤을 낮 삼아 생각하고 분석하고, 고민합니다만 명료한 답을 내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제발 그를 호조로 보내어, 호조 관원들이 답을 찾을 수 없는 문제 때문에 괴로워하지 않게 하여 주시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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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은 고민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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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조의 말도 일리가 있고, 황희의 말도 일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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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붕이 하나가 아니라 둘이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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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하나는 호조에 놓고, 하나는 예조에 놓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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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조판서의 말도 일리가 있고, 호조판서의 말도 일리가 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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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다른 판서들도 이야기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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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하, 김대붕은 장차 나라의 재상이 되어야 할 재목입니다. 그러면 이조에서 사람을 관리하는 법부터 익혀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를 이조의 전랑으로 보내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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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발상이 몹시 유연하니 병조로 오면 각종 새로운 무기를 만들고, 군수물자를 관리하는 데 탁월한 재능을 보일 것입니다. 그리고 그가 지방관으로서 보여준 재주를 보았을 때, 둔전을 일구고 관리하는 것 또한 잘하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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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조에서는 지금 여러 곳에서 백성을 부려 토목공사를 하고 있는데... 어찌해야 할지 감을 못 잡고 있습니다. 그런데 김대붕이 와서 백성들에게 부역을 골고루 나눠주고, 양반들에게 도움까지 구한다면 일은 아주 편해질 것입니다. 그러니 공조로 보내주시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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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붕이 봤으면 이 상황을 이 한마디로 정리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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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서들이 나에게 집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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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조선의 모든 관리를 대학원생처럼 만든 세종의 눈에는 이 광경이 참으로 아름답게만 보였다. 얼굴에 절로 미소가 지어질 정도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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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들이 김대붕을 어디로 보낼지 정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쓸데없이 조회가 길어지기만 할 것 같다. 그러니 경들이 의견을 정리해 나에게 직접 고하도록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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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의 해산 선언 후, 대신들은 곧장 의정부로 몰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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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에 모인 6조 판서들은 서로를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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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삼정승도 끼어들어서 의정부로 보내라 목소리를 내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의정부에서는 김대붕의 품계에 맞는 벼슬을 줄 수가 없어서 뭐라 할 수 없기에 가만히 있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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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예조판서 대감 이거 너무하는 게 아닌가? 우리 호조 관원들이 요새 어떻게 일하는지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 그럴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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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조에서는 과거 시험 문제를 출제해야 하고, 나라의 법을 정해야 하는 중요한 과제가 있네. 형조에서는 형법을 집행하기만 할 뿐, 그 기틀을 만드는 건 예조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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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호조는 전 진해 현감(김대붕)이 만든 장시를 이해조차 못하고 있네. 그러니 호조의 급한 불부터 꺼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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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시를 어찌 운영하며,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에 대해 이미 장계를 몇 개나 써서 올리지 않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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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조판서 대감이 직접 해보시게. 이게 얼마나 어려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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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조판서 허조, 호조판서 황희가 싸우는 자리에 병조판서 조말생이 끼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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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조대왕께서 승하하신 이후, 여진족이 호시탐탐 조선의 국경을 넘보고 있습니다. 그들을 막기 위해 매번 병사를 모으니 뭐니 합니다만... 결국에 저들을 막으려면 백성을 국경에 심어야 하는데. 그러려면 둔전을 만들어야 합니다. 북방에 둔전을 만드는 데 가장 좋은 책임자가 있다면 누구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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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관을 한 번 하고 온 사람에게 더 힘든 곳의 지방관을 맡기는 게 말이 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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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조판서 대감, 나라를 위한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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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나라를 위해 이야기하고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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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에 다른 판서들도 자기 부서에 왜 김대붕이 필요한지에 대해서 계속 이야기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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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다른 6조와 달리 출근부터 퇴근까지 거의 쉬지 못하고 일하며 야근까지 해야 하는 호조의 호소력에 다들 서서히 밀려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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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조 관원들도 사람이네, 사람. 나도 야근이 싫단 말일세... 그리고 김대붕이 어디 호조 일만 할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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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중, 이 자리에 집현전 부제학 정인지가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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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희가 그의 늦은 도착을 나무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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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렇게 늦었나? 다른 당상관들은 아까부터 전 진해 현감 김대붕을 어디에 둘 것인가에 대해 논의하고 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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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지는 황희와 다른 판서들을 보면서 씩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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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미소에 황희는 무언가 불안한 느낌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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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하께서 전 진해 현감 김대붕을 집현전 수찬으로 임명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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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희가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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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붕을 호조로 데려와야 호조에게 업무를 산더미처럼 던져준 그놈에게 업무 더미를 직접 치우게 하고, 자신들은 정시에 퇴청하는 행복을 누릴 수 있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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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거의 다 되어 가는데, 조금만 더 밀어붙이면 확실히 되는 상황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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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희는 순진한 김대붕을 꼬셔서 앞으로 자신이 사직할 때까지 밑에 두고 부리면서 편한 관직 생활을 하려 했다. 그의 행복한 꿈이 한순간에 물거품처럼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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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무슨 소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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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명입니다, 대감. 병법에도 있지 않습니까, 최고의 수는 다른 이들을 속이는 데 있다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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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니, 이 사람아... 어떻게 자네가 이럴 수 있나? 내가 자네를 얼마나 아꼈는데! 부제학, 자네가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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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희는 눈앞에서 멀어지는 정시 퇴청, 일과 일상생활의 균형이 깨지는 현실. 눈앞이 노랗게 변하는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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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사직서를 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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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지도 여기 있는 이들만큼은 아니지만 닳고 닳은 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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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그는 황희를 비롯한 모두가 납득할 만한 답을 내놓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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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현전은 학문을 연구하고, 조선을 이롭게 하는 정책을 연구하는 곳입니다. 우리 김 수찬(김대붕)의 충군애국하는 마음이야 여기 계신 분들이 모두 아실 터... 6조의 곤란한 일을 그에게 가져온다면 그는 자신이 할 수 있는 한 도움을 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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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말에 죽어가던 황희가 단박에 살아나 환호성을 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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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제학, 자네가 최고야. 오늘은 내가 한잔 사지. 오늘같이 기분 좋은 날에는 호조 관원들 모두에게 정시 퇴청을 하라 해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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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시각 김대붕은 이유 없이 등골이 오싹해지는 기분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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