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dd 3 AI agents (writing, revision, story-continuity specialists) - Add 4 slash commands (rovel.create, write, complete, seed) - Add novel creation/writing rules - Add Novelpia reference data (115 works, 3328 chapters) - Add CLAUDE.md and README.md 🤖 Generated with [Claude Code](https://claude.com/claude-code) Co-Authored-By: Claude Opus 4.5 <noreply@anthropic.com>
335 lines
16 KiB
Markdown
335 lines
16 KiB
Markdown
|
|
46화. 서부(5)
|
|
|
|
이그나투스가 내 제안을 받아들인 뒤. 그녀는 즉시 잠들 준비에 들어갔다.
|
|
|
|
그리고 나는 잠시 마탑에 머무르며 이를 옆에서 지켜보았고.
|
|
|
|
별다른 이유는 아니다. 이그나투스가 말했던 것처럼, 100만 골드에 달하는 골드와 현물을 재차 마련하는 데는 시간이 좀 걸리고.
|
|
|
|
무엇보다 내 기억에 의존해 재현한 마법에 이그나투스가 자신의 미래를 걸고 있으나, 나 몰라라 하면서 돌아가기도 좀 그렇더라고.
|
|
|
|
하여, 푹신한 의자에 눕듯이 기댄 자세로 열심히 일하는 마탑의 고위 마법사들을 구경하던 중이었다.
|
|
|
|
이그나투스의 본체가 들어갈 정도로 거대한 건물. 그 내벽을 꼼꼼히 감싸는 복잡한 수식들.
|
|
|
|
“어째 내가 기억하는 것보다 더 복잡해 보이는데?”
|
|
|
|
“어쩔 수 없느니라. 이 몸이 사용하기 위해서는 손봐야 할 부분이 한두 군데가 아니었으니 말이니라.”
|
|
|
|
마찬가지로 내 옆에서 반쯤 누운 자세로 태연히 대답하는 이그나투스.
|
|
|
|
누가 보면 휴양지에 놀러 오기라도 한 것 같은 모양새였다.
|
|
|
|
“아니, 나야 마법은 문외한이니 그렇다 쳐도 넌 여기서 이러고 있어도 되는 거야?”
|
|
|
|
“뭘 모르는구나. 아카데미에서도 교수는 감독만 하지 실무는 수제자들이 하느니라. 하물며 마탑은 어떻겠느냐.”
|
|
|
|
“……마탑주인 너는 누워서 어디 잘못된 부분 없나 확인만 하고, 실제로 마법진 그리는 건 네 제자들이 한다는 소리인가?”
|
|
|
|
“바로 그러하니라. 아쉽게도 당대의 제자 중 대마법사의 경지에 오른 아이는 없지만, 다들 고위 마법사이니 마법진 정도는 잘 그릴 것이니라.”
|
|
|
|
“허어.”
|
|
|
|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눈앞에서 열심히 작업 중인 마법사들을 살펴보았다.
|
|
|
|
하나같이 나이가 지긋해 보이는 외모. 경지에 오른 기사나 마법사는 노화가 느려지는 것을 감안했을때, 실제 나이는 훨씬 많으리라.
|
|
|
|
그런 동화 속에서나 나올 법한 외모의 마법사들이 땀을 뻘뻘 흘려가며 벽과 바닥에 마법진을 새기고 있었다.
|
|
|
|
심지어 가끔 실수하면 사형으로 보이는 이가 혼내기까지 했다.
|
|
|
|
“이게 맞나…….”
|
|
|
|
“마법사들의 유구한 전통이니라.”
|
|
|
|
이그나투스는 어깨를 으쓱였지만, 내 눈에는 악덕 교수와 대학원생 정도로만 보였다.
|
|
|
|
심지어 다 늙을 때까지 논문 통과도 안 시켜주는 악덕 교수 말이다.
|
|
|
|
실로 끔찍하기 그지 없는 풍경이었으나, 이그나투스의 모든 제자들이 마법진 작성에 동원된 것은 아니다.
|
|
|
|
일부는 마탑 운영을 위해 열외되었고, 일부는 순수하게 경지가 부족하여 작업에서 제외되었으니.
|
|
|
|
호다닥 뛰어다니며, 사형들의 심부름을 하는 메이킨이 그러했다.
|
|
|
|
“메이킨. 이 몸이 마실 음료도 같이 내오거라.”
|
|
|
|
“네? 아, 알겠어요 스승님!”
|
|
|
|
“항상 마시던 것으로 부탁하느니라.”
|
|
|
|
“항상 마시던……거요?
|
|
|
|
“아카데미에 입학한 지 몇 년 됐다고 벌써 잊어버린 게냐?”
|
|
|
|
막내 제자를 향해 어쩔 수 없다는 듯한 눈빛을 보낸 이그나투스가 천천히 말을 이었다.
|
|
|
|
“신성력으로 키운 박하 잎을 우려낸 차에 설탕 대신 시럽을 다섯 스푼 추가하고, 토핑으로는 크림과 초코칩을 3:1 비율로 올린 뒤, 가장 위에는 비스킷을 올려오면 되느니라.”
|
|
|
|
“……네!”
|
|
|
|
대체 평소에 뭘 먹는 걸까.
|
|
|
|
박하잎으로 우린 차에 시럽을 듬뿍 섞고, 크림에 초코, 비스킷까지 올리다니.
|
|
|
|
“아.”
|
|
|
|
이거 그건가. 뒤지게 달달한데다가 심지어 따뜻하기까지 한 민트초코에 바삭한 비스킷 올려놓은 거?
|
|
|
|
드래곤의 괴상한 식성에 몸이 절로 떨려왔다.
|
|
|
|
다만, 나 또한 목이 말랐던 것은 사실이기에 손을 까딱여 카렌을 불렀다.
|
|
|
|
“카렌카렌아.”
|
|
|
|
“네, 가주님.”
|
|
|
|
“난 우유로 가져와.”
|
|
|
|
“우유……말씀이십니까?”
|
|
|
|
“어.”
|
|
|
|
“……알겠습니다.”
|
|
|
|
비장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카렌. 동시에 주변이 갑자기 웅성이기 시작했다.
|
|
|
|
“우유라면……역시 그건 뜻이겠지?”
|
|
|
|
“자하브잖나. 당연히 그런 뜻이겠지.”
|
|
|
|
“아이고……저 작은 곳에서 나올 게 뭐가 있다고.”
|
|
|
|
“그러게 말이야.저 정도면 마탑주님과 비슷한 수준이거늘.”
|
|
|
|
어쩐지 터무니없는 오해를 산 것 같아 황급히 덧붙였다.
|
|
|
|
“혹시나 해서 말하는데 우유라는 건 소의 젖을 말하는 거다?”
|
|
|
|
“네? 그거야 당연히 알고 있습니다만.”
|
|
|
|
“뭐야. 그럼 왜 그렇게 긴장한 표정을 지은 거야?”
|
|
|
|
“가주님이 질 수 없다는 듯이 복잡한 음료를 주문하실 줄 알고, 한 번에 외우려 집중하다 보니 그렇게 됐을 뿐이에요.”
|
|
|
|
“……내 입맛이 그렇게 특이하진 않을 텐데.”
|
|
|
|
“예? 아뇨, 입맛의 문제가 아니라 복잡한 풍미의 음료는 귀족 사회에서 권위를 상징하는 것이니……아, 혹시 모르셨습니까?”
|
|
|
|
“몰랐고, 알았어도 그냥 우유나 가져오라고 했을 거야. 내가 먹고 싶은 거 먹어야지, 남들 시선 신경 써서 뭐 해.”
|
|
|
|
어깨를 으쓱이자, 그제야 납득했다는 듯이 고개를 꾸벅이고는 멀어지는 카렌.
|
|
|
|
그 모습에 이그나투스가 의외라는 듯한 눈빛으로 이쪽을 바라보았다.
|
|
|
|
“사람 젖이 아니었다니…….”
|
|
|
|
“남의 집에 와서 그런 걸 찾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
|
|
|
|
“전전대의 자하브는 그랬다만?”
|
|
|
|
“…….”
|
|
|
|
“아, 참고로 전전전대의 자하브는 코카트리스의 피를 마시고 싶다고 했느니라.”
|
|
|
|
“선택지가 극단적인 걸…….”
|
|
|
|
“무얼. 젖 또한 본래는 피였으니, 사실 일관된 취향이니라. 그대는 아무래도 평범한 소의 젖을 마음에 들어 하는 모양이지만. ……혹시나 해서 묻겠다만 젖소 수인 여성의 젖을 말하는 건 아니겠지?”
|
|
|
|
“…….”
|
|
|
|
그건 솔직히 좀 궁금했기에 대답 대신에 질문을 돌리기로 했다.
|
|
|
|
“그나저나 손봐야 한다는 건 어떤 부분이야?”
|
|
|
|
“별거 아니니라. 본래 타나토스의 침상은 안락하지만, 절대적인 죽음을 선사하기 위한 마법. 그러나 이 몸은 중간에 깨어나야 하니, 마법이 정상 작동하는 선에서 의도적으로 틈을 만드는 것뿐이니라.”
|
|
|
|
“아하. 근데 원래는 흑마력으로 작동하는 마법인데, 이 부분은 괜찮은 건가?”
|
|
|
|
“음? 아, 마법에는 문외한이라고 했었구나. 사실 흑마법은 그 자체로 사악한 마법이 아니니라. 당연히 흑마력 또한 마찬가지고.”
|
|
|
|
“……그건 좀 믿기 어려운 말인데.”
|
|
|
|
누군가 사람을 죽인다면, 죽인 사람의 잘못이지 도구인 검에는 아무 잘못도 없다는 건 알고 있다.
|
|
|
|
하지만, 지금껏 흑마법사와 싸우며 수많은 흑마법을 보지 않았던가.
|
|
|
|
그렇기에 확언할 수 있다. 흑마력은 사람의 어두운 면을 자극하고, 흑마법은 잔혹한 방식으로 수련하는 마법이라는 것을.
|
|
|
|
실제로 흑마법의 대부분은 저주, 네크로맨시, 이차원 간섭 같은 흉흉한 것들뿐이고.
|
|
|
|
하지만 이그나투스는 내 말을 듣고도 희미한 미소로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
|
|
|
“흑마법이 다른 마법과 다를 것 없다는 말을 하려는 것이 아니니라. 그저 선악의 구분 이전에 존재하던 것이라는 의미였지.”
|
|
|
|
“선악의 이전……?”
|
|
|
|
“애초에 선과 악의 경계는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정하는 것 아니더냐. 지금이야 대부분의 나라가 네크로맨시를 금지하지만, 비극의 밤이 한창이던 시절에는 죽음을 다루는 마법이 금기가 아니었느니라.”
|
|
|
|
“뭐? 그럼 그때는 아무나 언데드를 부렸다고?”
|
|
|
|
“노예를 부리는 것보다 언데드를 부리는 쪽이 훨씬 효율적인데, 무턱대고 거절할 이유가 어디 있겠느냐. 무엇보다 죽음을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는 고대로부터 이어진 필멸자들의 숙원. 기본적인 선은 있었으나, 신들도 네크로맨시 그 자체를 문제 삼진 않았느니라.”
|
|
|
|
파이어 볼을 익히는 것이 불법은 아니다. 당연히 사용하는 것도 문제는 없고.
|
|
|
|
하지만 허가 없이 사람을 향해, 누군가의 재산을 향해 파이어 볼을 날리는 건 불법이다.
|
|
|
|
대충 그런 느낌으로 네크로맨시가 허용된 시기가 있었다고 말하는 이그나투스.
|
|
|
|
“이 몸이 어린 시절의 일이니라. 만약 그보다 훨씬 이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면 더 많은 것들이 허용되었을 터.”
|
|
|
|
“……무슨 말인지 알겠네. 세대를 거듭하고, 시행착오를 거듭할수록 점점 더 많은 규칙이 생겼겠지. 지금의 우리가 생각하는 금지된 마법이 처음부터 금지된 마법은 아니었던 것처럼.”
|
|
|
|
“옳다. 그렇게 거슬러 올라가고, 또 올라가다 보면 맞닥뜨리는 것을 마법사들은 원류라고 하느니라.”
|
|
|
|
세세한 학파로 분화되기 이전. 고대 마법을 넘어, 원시 마법이라는 표현이 더 정확한 것들.
|
|
|
|
“저주는 공격 마법의 시초였느니라. 남을 해하고자 하는 마음 그 자체가 저주이고, 모든 공격 마법은 여기서 출발하는 거이니.”
|
|
|
|
“네크로맨시는…….”
|
|
|
|
“한계를 초월하고자 하는 모든 시도는 죽음을 극복하려던 의지에서 비롯된 것이니라.”
|
|
|
|
그 외에도 연금술, 시공간 계통 마법, 계약 마법 등등. 온갖 자질구레한 마법들은 그에 상응하는 흑마법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하는 이그나투스.
|
|
|
|
“아무 색이나 되는대로 섞다 보면 결국 물감이 검게 물드는 법. 흑마력 또한 마찬가지이니라.”
|
|
|
|
“그럼 흑마력에서 느껴지는 사람을 미치게 하는 성질은……마법이 원래 그런 거라고?”
|
|
|
|
“말하지 않았느냐. 필멸자의 눈으로 보면 아무리 친근한 신이라도 광기에 절은 존재라고. 그리고 마법은……필멸자의 몸으로 신위에 닿기 위해 만들어진 기술이니라.”
|
|
|
|
그래서 신의 이름을 집어넣은 마법이 하나같이 대마법 취급 받으며, 가장 고난이도에 속한다고 덧붙이는 이그나투스.
|
|
|
|
궁금했던 내용이긴 한데, 정작 이를 듣고 나니 한번이 이해하기 힘들었다.
|
|
|
|
하나씩 머릿속에서 정리하고 있자니, 이그나투스가 고개를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
|
|
|
“그래도 그대는 이해하려는 시도는 하는구나. 내 장담하마. 역대 자하브 중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갈 지성이니라.”
|
|
|
|
“아니, 갑자기 뭔…….”
|
|
|
|
난데없는 자하브 디스에 어이가 없었으나, 이어진 이그나투스의 정리에 얌전히 고개를 끄덕였다.
|
|
|
|
“간단하게 생각하거라. 흑마법은 사악한 것이 아니라 야만적인 것이니라. 그리고 문명이 자리 잡고, 그만큼 제약으로 둘러싸인 지금 시대에 무절제한 야만은 불필요한 것이지.”
|
|
|
|
“이제 좀 알겠네. 즉, 흑마법은 지난 시대의 패배자고 흑마법사는 미련을 버리지 못한 분탕종자라는 거지?”
|
|
|
|
“……꽤나 파격적인 비유지만, 얼추 그러하니라.”
|
|
|
|
어느새 메이킨이 대령한 입에 담기도 두려운 음료를 한 모금 홀짝인 이그나투스가 말을 이었다.
|
|
|
|
“뭐어. 비극의 밤 이후. 트라고데아의 축복을 받은 탓에 지금의 흑마법사들은 많이 변질되었지만 말이야.”
|
|
|
|
“예전에는 달랐다는 건가.”
|
|
|
|
“법을 어기고, 멋대로 사람을 납치해 인체 실험 재료로 삼으며, 새 마법을 시험해 보겠다며 마을 하나를 몰살시키는 건 예전부터 그러했느니라.”
|
|
|
|
“……달라진 부분이 있긴 해?”
|
|
|
|
“과거에는 필요에 의해 저지른 일들이라면 비극의 밤 이후에는 불필요함에도 그것이 더 비극적이라는 이유로 저지르는 경우가 많아졌더구나.”
|
|
|
|
“아.”
|
|
|
|
순간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는 흑마법사들의 과장된 태도.
|
|
|
|
경지가 높아질수록, 그러니까 자신의 마력에 트라고데아의 신력을 많이 섞을수록 흑마법사의 정신은 변이된다.
|
|
|
|
말투는 연극투처럼 변하고, 효율이 아닌 흥미를 쫓기 시작하며, 스스로의 죽음마저 유희의 일종처럼 여기는 것.
|
|
|
|
“에녹, 그대의 표현을 빌리자면 지난 시대의 꿈을 잊지 못한 분탕종자들이 이제는 자신의 의지로 분탕을 치지도 못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구나.”
|
|
|
|
“완벽히 이해했어. 갱생의 가능성은 눈곱만큼도 없으니 보이는 족족 죽이면 된다는 거지?”
|
|
|
|
“……그래. 다만, 이런 말을 꺼낸 이유는 그대에게 경고하기 위함이니라.”
|
|
|
|
“경고라고?”
|
|
|
|
“흑마법사들은 신위에 매료되어 스스로를 광기에 빠뜨린 자들. 그런 이들이 트라고데아의 신성에 휘둘려 한층 본질에서 멀어졌느니라. 이게 무슨 뜻인지 아느냐?”
|
|
|
|
“미쳐도 단단히 미쳤다는 소리겠지.”
|
|
|
|
“옳다. 그리고 에녹 그대는 흑마법사들의 본부를 무너뜨리고, 수장을 쓰러뜨렸느니라. 이루어질 수 없기에 더욱 집착하는 비원을, 천 년간의 성취를 박살 낸 것이다. 이게 무슨 의미인지 알고 있느냐?”
|
|
|
|
“당연히 알고 있지.”
|
|
|
|
어깨를 으쓱이고는 히죽 입꼬리를 끌어 올렸다.
|
|
|
|
“흑마법사 놈들이 나를 두려워해야 한다는 소리잖아.”
|
|
|
|
“……놈들의 집착이 상상 이상으로 지독할 것이라는 말을 하고 싶었다만, 그럴 필요는 없었던 모양이구나.”
|
|
|
|
이그나투스가 헛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
|
|
|
“광오하구나. 허나, 그것이 사람의 몸으로 태양을 담은 자하브라는 거겠지.”
|
|
|
|
“…….”
|
|
|
|
자하브 아닌데.
|
|
|
|
***
|
|
|
|
이후로도 시간은 훌쩍 흘렀다.
|
|
|
|
와일드 헌트를 한차례 밀어낸 지 얼마 지나지 않았기 때문인지, 위험한 낌새도 없었고.
|
|
|
|
고위 마법사들이 이그나투스의 감독하에 뺑뺑이 치다 보니 타나토스의 침상을 개량하고 준비하는 과정 또한 순식간에 지나갔다.
|
|
|
|
그렇게 내가 마탑에 도착한 지 열흘째 되던 날.
|
|
|
|
이그나투스는 거대한 레드 드래곤의 모습으로 돌아와, 마법진 위에서 몸을 둥글게 말았다.
|
|
|
|
-에녹. 이 몸이 잠에 들면 정확히 20시간 뒤에 깨어날 것이니라.
|
|
|
|
“생각보다 금방이네.
|
|
|
|
-그럴 일은 없겠지만, 혹시라도 이 20시간 사이에 무슨 일이 생기거든 대신 처리해 줄 수 있겠느냐?
|
|
|
|
“추가금만 제대로 지급한다면야.”
|
|
|
|
-후후. 다른 어디도 아닌 드래곤이자, 마탑주인 이 몸 아니더냐. 세월에 묻힌 다른 동족의 레어를 털어서라도 지불할 테니 걱정 말거라.”
|
|
|
|
“……아니, 그렇게까지는 좀.”
|
|
|
|
거대한 드래곤이 한참을 키득이더니, 조용히 눈을 감았다.
|
|
|
|
-그럼 내일 보자꾸나.
|
|
|
|
“잘 자라.”
|
|
|
|
짧은 농담과, 그보다도 더 짧은 인사를 마지막으로 건물을 나섰다.
|
|
|
|
내가 나오는 것과 동시에 문이 닫히며 완전한 암실이자, 밀실이 되는 건물.
|
|
|
|
나조차 흠칫할 정도로 막대한 마나가 집중되는가 싶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두터운 벽 너머로 새근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
|
|
|
덩치가 워낙 크다 보니, 밖에서도 숨소리가 들리는 모양.
|
|
|
|
그나저나 자고 일어나면 덩치가 더 커지는 건가…….
|
|
|
|
이를 감안하고 건물을 준비했다고 들었지만, 잘 상상이 안 간단 말이지.
|
|
|
|
픽 웃으며 내게 배정된 방으로 돌아갔다. 20시간이면 나도 한 숨자고 일어나야 하지 않겠는가.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그리고 한밤중에 울려 퍼지는 익숙한 괴성에 잠에서 깼다.
|
|
|
|
—————!!
|
|
|
|
사룡, 모르테우스의 울음소리였다.
|
|
|
|
“조졌네.”
|
|
|
|
와일드 헌트가 시작되었다.
|
|
|
|
지난 와일드 헌트로부터 고작 열흘만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