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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이 저물어도 내일이 되면 다시 떠오르는 법. 이런 간단한 이치도 몰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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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 부활……!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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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랐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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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죽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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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 말하며 뒷걸음질 치는 흑마법사를 향해 에녹이 땅을 박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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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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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을 박살 내던 지금까지의 소란스러운 돌진과는 다른, 정숙하기 그지없는 움직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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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살자 길드에게 시달리던 에녹이 역으로 암살자들을 잡아 죽이기 위해 그들의 움직임을 모방해 만든 보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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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전력으로 자신을 주장하는 것 같은 오러의 불꽃에 휩싸인 탓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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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장소에서 집중이 잘 되듯, 오히려 에녹에게 유리아의 모든 신경이 집중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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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이 세상의 주인공이 에녹이 된 것만 같은 감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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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에녹의 몸을 휘감고 있던 불꽃이 양팔에 집중되더니, 돌연 폭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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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아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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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까지의 정적과 비견되는 굉음. 결계 안을 가득 채우는 열과 빛이 망막을 지지는 것 같은 감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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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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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사적으로 눈을 감았다 뜬 유리아는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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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렌트의 변이된 육신. 단단한 근육과 구역질 나는 종양으로 가득 찬 복부에 큼직한 구멍이 뚫렸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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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강렬한 빛에 똑바로 바라보지는 못했으나……유리아 또한 나름 경지에 오른 오러 사용자인 만큼 무슨 일이 있었는지 추측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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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러를 폭발시켰어? 아니, 분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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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러를 익힌 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에녹의 말은 사실이었는지 그의 오러 조작 능력은 미묘한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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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러로 형태를 잡는 것은 물론이요, 단순히 낭비 없이 이동하는 것조차 애를 먹는 게 보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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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 에녹은 정교한 조작을 포기했다. 그저 넘쳐나는 오러를 단숨에 터뜨린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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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에서 돌아오며 심장에서 불길을 토해냈을 때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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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유리아를 진정으로 압도한 것은 전혀 다른 부분이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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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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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녹의 입꼬리가 찢어질 듯이 올라가 있다는 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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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아드는 촉수를 맨손으로 잡아 뜯고, 타들어 가는 복부의 구멍에 팔을 깊게 쑤셔 넣어 헤집고, 버둥대는 다리를 곤죽이 될 때까지 짓밟으며, 주문을 담는 입을 찢어 그 아래턱을 내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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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하던 검이 사라진, 그리하여 거리낄 것이 없어진 에녹이 발하는 원초적인 폭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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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라면……아니, 지성 있는 생물이라면 누구나 두려워할 법한 광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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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에서 배운 영광스러운 승리도, 자하브에서 배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살육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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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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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아이가 잠자리의 날개를 뜯으며 즐거워하는 것처럼 에녹은 한때 인간이었던 브렌트의 전신을 해체하며 즐거워하고 있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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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브렌트를 조종하는 흑마법사 또한 순순히 당해주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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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벽의 자재조차 녹여버리는 강산성의 체액이 피 대신 뿜어져 나왔고, 듣기만 해도 머리가 이상해질 것 같은 저주의 진언, 그림자에서 튀어나온 이차원의 괴물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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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갖 방식을 동원하여 저항했다. 하나하나가 책에서나 보던 고위 흑마법. 만약 결계 바깥에서 쏟아졌다면 어지간한 군대와 기사들을 궤멸 직전까지 몰아갔을 수준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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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녹의 입가에서는 미소가 떠날 줄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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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처리 된 성벽 자재조차 녹여버리는 강산성 체액을 뒤집어쓰며, 피부가 녹아내리고 근육과 뼈의 일부가 엿보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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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에 불길이 치솟으며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재생해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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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그래도 인체실험을 통해 인간을 벗어난 에녹의 재생력이 오러를 익히며 한층 더 강해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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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저주하는 진득한 악의는 에녹의 몸을 뚫지 못해 반절이 부스러지고, 간신히 스며든 반절이 에녹의 정신을 어지럽혔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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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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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머리를 한번 후려쳐, 오러로 불사지르더니 금세 제정신을 되찾아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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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녹이 발하는 빛에서 생겨난 그림자. 이를 통로 삼아 무어라 형언하기 어려운 괴이한 존재가 현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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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 개의 눈을 지닌 상어의 머리와, 도마뱀의 몸을 합쳐둔 것 같은 혐오스런 외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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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녀석이 입을 크게 벌리며 달려들었으나……에녹을 삼키기 직전. 망치처럼 내리친 주먹의 아랫부분에 맞고 입이 다물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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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을 강제로 다물린 채, 관성만 날아드는 이차원의 괴물. 한 손으로는 이미 입을 다물게 하는 데 썼고, 다른 손은 브렌트와 흑마법사를 제압하느라 묶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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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 에녹은 허리를 크게 꺾으며 입을 크게 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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촤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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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쳐 지나가듯, 괴생물의 목덜미를 크게 씹고 뜯어내는 에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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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물을 닮은 피가 허공에 녹아들듯 사라지더니, 지면에 처박힌 녀석이 두어 번 꿈틀거린 끝에 이차원으로 역소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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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하니 이 모든 것을 바라보던 유리아는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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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방식이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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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인하고, 야만적이며, 우악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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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과 본능, 그리고 끝없는 투기를 연료 삼아 움직이는 태양을 품은 짐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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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렇기에 누구보다도 자하브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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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상시의 에녹이 그 이빨을 드러내지 않았기에 크게 의식하지 않았을 뿐. 그는 감히 시조와 비견될 만한 자하브(아님)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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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녹이 들었다면 억울함에 공중제비를 돌았을 법한 생각이었지만, 안타깝게도 생각은 내뱉어지지 않았기에 생각으로 끝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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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의 형상을 찾아볼 수도 없는, 재생이나 재조립조차 불가능하도록 잔해마저 잔불로 태워낸 끝에 브렌트의 육편 속에서 끄집어내진 흑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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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이하게도 머리와 상체만 남아, 브렌트였던 것과 내장을 이어놓은 흑마법사를 향해 에녹이 낄낄 소리내어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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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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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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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아는 다짐했다. 언젠가 자신이 됐건 제벨라가 됐건 에녹의 아이를 낳는다면, 숨바꼭질은 못 하게 해야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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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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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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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와 상체만 남아 내장을 길게 늘어뜨린 모습의 흑마법사를 보며 뿌듯함에 절로 미소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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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하자면 좀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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폼 잡는답시고 오러를 너무 공회전시킨 탓일까. 적당히 폼 잡았다 싶어 회수하려 했는데 생각처럼 굴러가질 않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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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심력이라도 붙은 건지, 계속해서 바깥으로 터져나가려는 오러. 그 흐름에 밀려 자꾸만 분출했던 오러의 회수가 늦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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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 발상의 전환이라는 걸 해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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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크가 안 밟히면 가드레일에 비벼서라도 멈춰야 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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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꾸만 흘러넘치려는 오러를 억지로 체내에 가두는 것이 아니라, 그냥 눈앞의 상대에게 전부 쏟아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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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르게 회전하는 오러에 슬그머니 방향성만 제시해 주자, 그대로 브렌트였던 것에 들이박고는 얌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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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러가 제어를 벗어나 폭주할 것 같으며, 일단 적에게 때려 박아라……메모메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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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에는 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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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마법사 놈이 내게만 정신을 집중하기도 했고, 경계하던 비장의 한 수가 헛발질이었다는 것도 알았으니, 평소처럼 싸웠다. 그리고 지금에 다다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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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력을 전부 소모한 건지, 체념한 것인지 담담히 이쪽을 올려다보는 흑마법사. 마치 조금이라도 더 내 모습을 눈에 담으려는 것 같아 살짝 소름끼쳤지만……원래 소름 끼치는 놈들이니 그러려니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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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벌레 같은 모습이 된 녀석의 목을 쥐고 들어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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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묻겠는데, 난데없이 자하브에 쳐들어온 이유는 뭐지? 혹시 던전 역류를 일으키던 것과 관련이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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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 역류? 그런가……모르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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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오. 이 새끼 또 이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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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는 모르겠지만, 흑마법사 놈들은 경지가 높아질수록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게 된다. 아마 그만큼 돌아버린 놈들이라 그런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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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그렇다 보니 심문이 거의 불가능하고, 가끔은 내 질문을 통해 내가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추측해내 지금처럼 비웃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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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나는 나대로 얻어가는 것이 있으니 한 번씩 떠보는 것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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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던전 역류를 이용하려 한 건 맞지만, 일으킨 건 너희들이 아닌가 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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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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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자하브에 쳐들어온 이유는……뭐, 이건 안 물어봐도 알겠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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녀석이 준비해 온 것. 그리고 나를 죽였다고 착각하며 내뱉은 말들을 종합해 보면 답은 금방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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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그렇게 죽이고 싶었어? 이거 우연이네. 나도 흑마법사만 보면 죄다 죽여버리고 싶어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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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적자여. 너는 언제나 예상외의 존재였다. 제물이 될 운명을 거슬러, 우리를 제물 삼았으며. 이제는 우리에게 받은 힘으로 피의 근원을 일깨워 법도마저 희롱하는구나. 머지않아 그 대가를 치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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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런. 그랬구나. 근데 그거 아냐? ……나는 네놈들이 만든 괴물이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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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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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하는 녀석. 목을 잡고 있는 손에 천천히 힘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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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드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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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가 조금씩 부러지는 소리가 들려오며,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흑마법사의 얼굴이 일그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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놈의 눈을 똑바로 들여다보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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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곧 네놈들의 대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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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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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히 목이 부러진 녀석의 몸이 축 늘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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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브렌트에 이어 흑마법사까지 쓰러뜨리자, 조건을 만족한 것인지 흑마력으로 만든 결계가 흘러내리듯이 소멸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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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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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한숨과 잔뜩 힘이 들어가 있던 몸을 이완시켰다. 다른 건 다 괜찮은데, 오러를 공회전시키고 그걸 또 바깥으로 방출시키는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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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오러에 미숙한 내겐 다소 버거운 활용 때문인지 정신적으로 피로했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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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발 나긴 했지만, 이번 습격은 흑마법사들 입장에서도 상당한 준비를 거친 것 같으니 한동안은 별일 없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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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장이 풀려서일까. 평소라면 그냥 머릿속으로만 하던 말이 자연스레 새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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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빨리 침대에서 뒹굴거리며 카렌 볼따구 가지고 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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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 중얼거리는 것과 동시에 완전히 소멸한 결계. 그 너머에는 완전 무장을 마친 기사단과 이를 이끄는 제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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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자신의 양 볼을 가리며, 힐다의 뒤에 샤샥 숨는 카렌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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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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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걸 들었다고? 아니, 설마 내가 안쪽에서 싸우는 모습까지 다 지켜본 건가? 이 많은 사람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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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을 수 없는 현실에 멍하니 눈만 끔뻑이는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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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금슬금 다가온 유리아가 내게 볼을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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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쌍한 오라방. 열심히 싸워놓고 차였네. ……내 거라도 만질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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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넌 만지는 맛이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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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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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받은 표정을 짓는 유리아. 하지만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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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하게 빵떡한데다가, 잡아당기면 쭉쭉 늘어나는 카렌을 어케 이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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