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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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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이 저물어도 내일이 되면 다시 떠오르는 법. 이런 간단한 이치도 몰랐나.”
[부, 부활……! 어떻게…….]
“몰랐다고?”
그럼 죽어야지.
그리 말하며 뒷걸음질 치는 흑마법사를 향해 에녹이 땅을 박찬다.
타닷!
바닥을 박살 내던 지금까지의 소란스러운 돌진과는 다른, 정숙하기 그지없는 움직임.
암살자 길드에게 시달리던 에녹이 역으로 암살자들을 잡아 죽이기 위해 그들의 움직임을 모방해 만든 보법이다.
하지만 전력으로 자신을 주장하는 것 같은 오러의 불꽃에 휩싸인 탓일까.
조용한 장소에서 집중이 잘 되듯, 오히려 에녹에게 유리아의 모든 신경이 집중되기 시작했다.
마치 이 세상의 주인공이 에녹이 된 것만 같은 감각.
그리고 에녹의 몸을 휘감고 있던 불꽃이 양팔에 집중되더니, 돌연 폭발한다.
콰아앙!
방금까지의 정적과 비견되는 굉음. 결계 안을 가득 채우는 열과 빛이 망막을 지지는 것 같은 감각.
“읏!”
반사적으로 눈을 감았다 뜬 유리아는 보았다.
브렌트의 변이된 육신. 단단한 근육과 구역질 나는 종양으로 가득 찬 복부에 큼직한 구멍이 뚫렸다는 것을.
너무 강렬한 빛에 똑바로 바라보지는 못했으나……유리아 또한 나름 경지에 오른 오러 사용자인 만큼 무슨 일이 있었는지 추측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오러를 폭발시켰어? 아니, 분출?
오러를 익힌 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에녹의 말은 사실이었는지 그의 오러 조작 능력은 미묘한 수준이다.
오러로 형태를 잡는 것은 물론이요, 단순히 낭비 없이 이동하는 것조차 애를 먹는 게 보였으니까.
하여 에녹은 정교한 조작을 포기했다. 그저 넘쳐나는 오러를 단숨에 터뜨린 것.
죽음에서 돌아오며 심장에서 불길을 토해냈을 때처럼 말이다.
하지만 유리아를 진정으로 압도한 것은 전혀 다른 부분이었으니.
‘웃고 있어……?
에녹의 입꼬리가 찢어질 듯이 올라가 있다는 점이었다.
날아드는 촉수를 맨손으로 잡아 뜯고, 타들어 가는 복부의 구멍에 팔을 깊게 쑤셔 넣어 헤집고, 버둥대는 다리를 곤죽이 될 때까지 짓밟으며, 주문을 담는 입을 찢어 그 아래턱을 내던진다.
경계하던 검이 사라진, 그리하여 거리낄 것이 없어진 에녹이 발하는 원초적인 폭력.
사람이라면……아니, 지성 있는 생물이라면 누구나 두려워할 법한 광경이다.
아카데미에서 배운 영광스러운 승리도, 자하브에서 배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살육도 아니다.
해체.
어린아이가 잠자리의 날개를 뜯으며 즐거워하는 것처럼 에녹은 한때 인간이었던 브렌트의 전신을 해체하며 즐거워하고 있는 것이었다.
물론, 브렌트를 조종하는 흑마법사 또한 순순히 당해주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성벽의 자재조차 녹여버리는 강산성의 체액이 피 대신 뿜어져 나왔고, 듣기만 해도 머리가 이상해질 것 같은 저주의 진언, 그림자에서 튀어나온 이차원의 괴물 등등.
온갖 방식을 동원하여 저항했다. 하나하나가 책에서나 보던 고위 흑마법. 만약 결계 바깥에서 쏟아졌다면 어지간한 군대와 기사들을 궤멸 직전까지 몰아갔을 수준이나.
에녹의 입가에서는 미소가 떠날 줄을 몰랐다.
특수처리 된 성벽 자재조차 녹여버리는 강산성 체액을 뒤집어쓰며, 피부가 녹아내리고 근육과 뼈의 일부가 엿보이지만.
동시에 불길이 치솟으며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재생해 버린다.
안 그래도 인체실험을 통해 인간을 벗어난 에녹의 재생력이 오러를 익히며 한층 더 강해진 것.
세상을 저주하는 진득한 악의는 에녹의 몸을 뚫지 못해 반절이 부스러지고, 간신히 스며든 반절이 에녹의 정신을 어지럽혔으나.
퍼억!
스스로 머리를 한번 후려쳐, 오러로 불사지르더니 금세 제정신을 되찾아 버린다.
에녹이 발하는 빛에서 생겨난 그림자. 이를 통로 삼아 무어라 형언하기 어려운 괴이한 존재가 현계한다.
수십 개의 눈을 지닌 상어의 머리와, 도마뱀의 몸을 합쳐둔 것 같은 혐오스런 외형.
하지만 녀석이 입을 크게 벌리며 달려들었으나……에녹을 삼키기 직전. 망치처럼 내리친 주먹의 아랫부분에 맞고 입이 다물린다.
입을 강제로 다물린 채, 관성만 날아드는 이차원의 괴물. 한 손으로는 이미 입을 다물게 하는 데 썼고, 다른 손은 브렌트와 흑마법사를 제압하느라 묶여있다.
하여, 에녹은 허리를 크게 꺾으며 입을 크게 벌렸다.
촤아악!
스쳐 지나가듯, 괴생물의 목덜미를 크게 씹고 뜯어내는 에녹.
먹물을 닮은 피가 허공에 녹아들듯 사라지더니, 지면에 처박힌 녀석이 두어 번 꿈틀거린 끝에 이차원으로 역소환된다.
멍하니 이 모든 것을 바라보던 유리아는 생각했다.
‘사람의 방식이 아냐…….
잔인하고, 야만적이며, 우악스럽다.
힘과 본능, 그리고 끝없는 투기를 연료 삼아 움직이는 태양을 품은 짐승.
……하지만 그렇기에 누구보다도 자하브스럽다.
평상시의 에녹이 그 이빨을 드러내지 않았기에 크게 의식하지 않았을 뿐. 그는 감히 시조와 비견될 만한 자하브(아님)였으니까.
에녹이 들었다면 억울함에 공중제비를 돌았을 법한 생각이었지만, 안타깝게도 생각은 내뱉어지지 않았기에 생각으로 끝나는 것이다.
본래의 형상을 찾아볼 수도 없는, 재생이나 재조립조차 불가능하도록 잔해마저 잔불로 태워낸 끝에 브렌트의 육편 속에서 끄집어내진 흑마법사.
기이하게도 머리와 상체만 남아, 브렌트였던 것과 내장을 이어놓은 흑마법사를 향해 에녹이 낄낄 소리내어 웃었다.
“찾았다.”
“…….”
유리아는 다짐했다. 언젠가 자신이 됐건 제벨라가 됐건 에녹의 아이를 낳는다면, 숨바꼭질은 못 하게 해야겠다고.
***
“찾았다.”
머리와 상체만 남아 내장을 길게 늘어뜨린 모습의 흑마법사를 보며 뿌듯함에 절로 미소가 나왔다.
솔직히 말하자면 좀 힘들었다.
폼 잡는답시고 오러를 너무 공회전시킨 탓일까. 적당히 폼 잡았다 싶어 회수하려 했는데 생각처럼 굴러가질 않더라.
원심력이라도 붙은 건지, 계속해서 바깥으로 터져나가려는 오러. 그 흐름에 밀려 자꾸만 분출했던 오러의 회수가 늦어지는 것이다.
하여, 발상의 전환이라는 걸 해보기로 했다.
‘브레이크가 안 밟히면 가드레일에 비벼서라도 멈춰야 하는 법.
자꾸만 흘러넘치려는 오러를 억지로 체내에 가두는 것이 아니라, 그냥 눈앞의 상대에게 전부 쏟아내기로 했다.
빠르게 회전하는 오러에 슬그머니 방향성만 제시해 주자, 그대로 브렌트였던 것에 들이박고는 얌전해졌다.
오러가 제어를 벗어나 폭주할 것 같으며, 일단 적에게 때려 박아라……메모메모.
이후에는 뭐어.
흑마법사 놈이 내게만 정신을 집중하기도 했고, 경계하던 비장의 한 수가 헛발질이었다는 것도 알았으니, 평소처럼 싸웠다. 그리고 지금에 다다른 것이다.
마력을 전부 소모한 건지, 체념한 것인지 담담히 이쪽을 올려다보는 흑마법사. 마치 조금이라도 더 내 모습을 눈에 담으려는 것 같아 살짝 소름끼쳤지만……원래 소름 끼치는 놈들이니 그러려니 한다.
애벌레 같은 모습이 된 녀석의 목을 쥐고 들어 올렸다.
“일단 묻겠는데, 난데없이 자하브에 쳐들어온 이유는 뭐지? 혹시 던전 역류를 일으키던 것과 관련이 있나?”
[던전 역류? 그런가……모르는 건가…….]
“아오. 이 새끼 또 이러네.”
이유는 모르겠지만, 흑마법사 놈들은 경지가 높아질수록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게 된다. 아마 그만큼 돌아버린 놈들이라 그런 거겠지.
아무튼 그렇다 보니 심문이 거의 불가능하고, 가끔은 내 질문을 통해 내가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추측해내 지금처럼 비웃기도 한다.
물론, 나는 나대로 얻어가는 것이 있으니 한 번씩 떠보는 것이지만.
“과연. 던전 역류를 이용하려 한 건 맞지만, 일으킨 건 너희들이 아닌가 보네.”
[…….]
“그럼 자하브에 쳐들어온 이유는……뭐, 이건 안 물어봐도 알겠구만.”
녀석이 준비해 온 것. 그리고 나를 죽였다고 착각하며 내뱉은 말들을 종합해 보면 답은 금방 나온다.
“나를 그렇게 죽이고 싶었어? 이거 우연이네. 나도 흑마법사만 보면 죄다 죽여버리고 싶어지는데.”
[대적자여. 너는 언제나 예상외의 존재였다. 제물이 될 운명을 거슬러, 우리를 제물 삼았으며. 이제는 우리에게 받은 힘으로 피의 근원을 일깨워 법도마저 희롱하는구나. 머지않아 그 대가를 치르리라.]
“저런. 그랬구나. 근데 그거 아냐? ……나는 네놈들이 만든 괴물이라는 걸.”
[…….]
침묵하는 녀석. 목을 잡고 있는 손에 천천히 힘을 주었다.
뿌드득.
뼈가 조금씩 부러지는 소리가 들려오며,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흑마법사의 얼굴이 일그러진다.
놈의 눈을 똑바로 들여다보며 말했다.
“내가 곧 네놈들의 대가다.”
콰직!
완전히 목이 부러진 녀석의 몸이 축 늘어진다.
그러고 브렌트에 이어 흑마법사까지 쓰러뜨리자, 조건을 만족한 것인지 흑마력으로 만든 결계가 흘러내리듯이 소멸하기 시작했다.
“후우.”
깊은 한숨과 잔뜩 힘이 들어가 있던 몸을 이완시켰다. 다른 건 다 괜찮은데, 오러를 공회전시키고 그걸 또 바깥으로 방출시키는 등.
아직 오러에 미숙한 내겐 다소 버거운 활용 때문인지 정신적으로 피로했기 때문.
불발 나긴 했지만, 이번 습격은 흑마법사들 입장에서도 상당한 준비를 거친 것 같으니 한동안은 별일 없겠지.
긴장이 풀려서일까. 평소라면 그냥 머릿속으로만 하던 말이 자연스레 새어 나왔다.
“아……빨리 침대에서 뒹굴거리며 카렌 볼따구 가지고 놀고 싶다…….”
그리 중얼거리는 것과 동시에 완전히 소멸한 결계. 그 너머에는 완전 무장을 마친 기사단과 이를 이끄는 제벨라.
……그리고 자신의 양 볼을 가리며, 힐다의 뒤에 샤샥 숨는 카렌이 보였다.
“뭣.”
방금 걸 들었다고? 아니, 설마 내가 안쪽에서 싸우는 모습까지 다 지켜본 건가? 이 많은 사람들이?
믿을 수 없는 현실에 멍하니 눈만 끔뻑이는 사이.
슬금슬금 다가온 유리아가 내게 볼을 내밀었다.
“불쌍한 오라방. 열심히 싸워놓고 차였네. ……내 거라도 만질래?”
“아니. 넌 만지는 맛이 없어.”
“너무하지 않아?!”
상처받은 표정을 짓는 유리아. 하지만 어쩔 수 없다.
묘하게 빵떡한데다가, 잡아당기면 쭉쭉 늘어나는 카렌을 어케 이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