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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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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벨라가 약속했던대로 가주가 되긴 했지만, 하는 일은 정말로 얼마 없었다.

하여, 힐다의 수업이 시작되기 전. 아침에 눈을 뜬 이후로 한 발짝도 침대 밖으로 나가지 않고 뒹굴거리며 카렌에게 귀찮게 구는 도중이었다.

문득 곧 자하브로 돌아올 거라는 새 여동생. 유리아에 대해 생각난 것은.

그렇다. 사실 나에게는 여동생이 있었다.

정확히는 여동생이 하나 생겼다고 해야겠지.

내가 자하브에 들어오며, 제벨라라는 새 누나가 생긴 것처럼 유리아라는 여동생도 함께 생긴 것이다.

“카렌카렌아. 유리아는 어떤 애야?”

“유리아 아가씨 말인가요?”

“엉. 처음 만나는 거니까 조금 궁금해서 말이야. 역시 제벨라 누님 같은 분위기려나?”

“으음. 아무래도 유리아 아가씨는 제벨라 아가씨와 많이 다르시죠. 정확히는 제벨라 아가씨가 다른 자하브의 여식분들과 비교해도 좀 특이한 분이지만요.”

“아……제벨라 누님에게 그 부분에 관해서는 얼추 들어봤어.”

자하브의 혈계능력은 오직 남자에게서만 발현된다. 하지만 여자라고 하여, 완전한 일반인이라는 소리는 아니다.

적어도 자하브의 흔적 정도는 남아있으니까.

제벨라는 시간이 흐르며 피가 연해지자, 격세유전으로 자하브의 흔적마저 지워버리며 다른 가문의 피가 발현된 것.

그렇기에 자하브 안에서도 무척이나 특이한 경우였고, 그렇기에 전대 가주인 카인에게 학대당했던 것이다.

즉, 유리아가 제벨라와 크게 닮지 않았다는 소리는…….

“혹시 금발이니?”

“예.”

“막 피부도 갈색이고?”

“아, 그건 아닙니다. 피부색은 제벨라 아가씨를 닮으셨거든요.”

“제벨라 누님이랑? 혹시 둘의…….”

“예. 두분 모두 1부인과 전대 가주님의 사이에서 나온 분들이십니다.”

“아하.”

고개를 끄덕이고 있자니, 카렌이 창문을 열어 간단하게 환기를 하며 말을 이었다.

“유리아 아가씨는 무재를 타고나셨습니다. 혈계능력은 발현시키지 못하셨기에 신체 능력은 다소 떨어지셨지만……그래도 자하브의 무재를 고스란히 물려받으셨죠.”

“혈계능력은 없어도 재능은 유전되기도 하는구만.”

“정확히는 혈계능력 또한 물려받았지만, 발현되지 않았을 뿐입니다. 그렇기에 제벨라 아가씨와 가주님의 혼인이 약속되어있는 것이기도 하고요. 다른 가문의 혈계능력을 각성하셨지만, 몇번이고 시행된 검사를 통해 자하브의 직계임은 확실하셨으니 말이죠.”

“……아.”

그러고 보니, 제벨라와의 결혼 건도 있었네. 이것도 진짜 결혼식을 치르기 전에 어떻게든 해야 하는데…….

아무리 그래도 이번 생의 아버지마냥 자식만 싸지르고 사라지는 건 좀 그렇잖은가.

속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대충 알겠네. 무재가 있으니, 그걸 키워주기 위해 아카데미에 보낸 거구나?”

“예. 일단 명목상으로는 그렇습니다.”

“명목상으로는?”

“……어디까지나 제 추측이지만, 조금 다른 이유가 있는 것 같아서 말이죠.”

“갑자기 흥미로워지기 시작했네. 이리 와서 좀 자세히 말해봐.”

침대의 이불을 들어, 옆구리 쪽을 툭툭 두드렸다.

나와 침대를 가만히 번갈아 바라보던 카렌이었으나, 결국 한숨을 크게 내쉬고는 침대에 걸터앉았다.

내 옆구리 옆에 카렌의 작은 엉덩이가 쏙 들어오는 모양새.

누우라는 뜻이었는데……이건 이것대로 괜찮네.

최소한의 망나니 연기도 계속하다 보면 는다는 걸까. 이젠 이것도 꽤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너무 과하지 않은 선에서 카렌을 희롱할 수 있는 위치. 꼬리뼈와 허리의 중간쯤 되는 부분을 콕콕 찌르며 물었다.

“그래서? 카렌 네가 생각한 다른 이유는 뭔데?”

“아마 전대 가주님께서는 후계자 경쟁이 심화될 걸 예상하셨겠죠. 그래서 능력은 있지만 막내라 너무 어린 유리아 아가씨를 아카데미로 일종의 피신을 보낸 거고요.”

“흐음……피신이라.”

무슨 말인지는 알겠고, 어느 정도는 동의하지만……설령 그렇다 해도 카인이 유리아를 피신 보냈을 것 같지는 않다.

카렌은 아직 모르는 모양이지만, 카인은 제벨라의 혈통을 의심하고 가문의 악재로 여기며 상당한 학대를 감행했잖은가.

그런 사람이 자하브의 흔적이 보인다고는 하나, 제벨라의 친동생인 유리아를 아껴서 멀리 도망 보냈다는 건 조금 신빙성이 떨어진다.

내 생각은 카렌과는 조금 다르다. 아마……제벨라가 내보낸 게 아닐까.

지금껏 제벨라가 일하는 모습을 몇번 지켜봐서 잘 안다. 그녀가 얼마나 말도 안 되게 유능한 사람인지.

아무리 반쯤 감금된 상태고, 한계치까지 몰려있다해도 불온한 분위기를 눈치채고 한사람 내보내는 정도는 가능하지 않았을까.

카렌의 언행에서 추측컨데 유리아는 여자임에도 자하브 가문 안에서 그럭저럭 인정받았던 것 같으니 더욱 쉬웠겠지.

……물론, 이 모든 것은 어디까지나 추측이다.

실제로 어땠는지는 제벨라나 유리아에게 물어봐야겠지.

“아무튼 대충 어떤 사람인지는 알겠네. 그럼 성격은 어때?”

“성격이요?”

한참을 고민하던 카렌이 무표정한 얼굴 위로 흐릿한 미소를 띄워 올렸다.

“아랫사람을 잘 챙겨주시는 분이었죠. 연민을 알고, 책임을 아는 분이기도 하셨고요. 다만, 약간 다혈질적인 면모가 있긴 합니다만…….”

“그 정도는 자하브 가문 사람이라면 피할 수 없다는 거지?”

“……제가 한 말은 아닙니다만, 대충 그런 느낌이긴 합니다.”

자하브를 모시는 케세프 가문의 일원으로서 자하브의 핏줄에 안 좋은 소리를 하는 것이 조금 마음에 걸린 걸까.

비밀 이야기라도 하는 것처럼 작게 속삭이는 카렌.

요는 기본적으로는 괜찮은 녀석이지만, 성격은 급하다는 건가.

그렇다면 제벨라 상대로는 실패했던 가주직 떠넘기기가 먹힐지도 모른다.

기본적으로 좋은 사람이라는 건 내 망나니짓을 고깝게 볼 것이며, 성격이 급하다는 건 살짝 긁었을 때 격렬하게 반응한다는 뜻 아니겠는가.

적어도 별다른 욕심 없이 나를 가주직에 앉힌 제벨라와 달리 변수가 되어줄 것은 확실했으니.

……그래도 전생 현생을 다 합쳐 처음으로 생기는 여동생이란 말이지.

마구 애호하고 싶은 마음과, 마구 괴롭혀 들고 일어나게 만들어야 한다는 의무감이 머릿속에서 첨예하게 대립한다.

안 그래도 내가 정말로 귀족의 피가 섞였는지, 어째서 던전에 들어가면 컨디션이 좋아지는지로 생각할 게 많았던 상황이라 슬슬 머리가 아파온다.

하여 몸을 둥글게 말아, 눈앞에 보이는 카렌의 허벅지에 머리를 묻어보았다.

“흐앗! 갑자기 무슨……!”

“카렌카렌아. 아무 생각 없이 살고 싶구나…….”

“……아, 하긴 그럴 때가 되긴 했죠. 가주님도 자하브시니.”

음음 하는 소리를 내며 고개를 끄덕인 카렌이 나쁜 계획이라도 꾸미는 사람처럼 작게 속삭였다.

“그럼 오늘 수업은 땡땡이치시겠습니까?”

“…….”

순간 확 마음이 동했지만, 한참의 망설임 끝에 결국 고개를 저었다.

“아니, 됐어. 힐다 기다리겠다. 빨리 가자. 당장 급했던 계승식도 끝나고, 쉬운 내용이라면 혼자 책도 읽을 수 있게 됐으니, 오러 수련의 비중을 높인다고 했거든.”

“오.”

눈은 그대로면서 입만 벌리며 놀란 티를 낸 카렌이 말했다.

“잘하셨습니다. 이걸로 저를 사람들 보는 앞에서 번쩍 들어 올렸을 때의 앙금은 씻어내도록 하죠.”

“그거참 고맙네. 근데 카렌아. 원래 이런 거 신경 쓰는 사람이었니?”

“제가 케세프 가문 출신이고, 가주님의 전속 시종이긴 합니다만 어엿한 한창때의 레이디입니다.”

“레이디?”

카렌의 가슴팍을 바라보았다. 흔들림 없는 편안함이라는 말은 분명 이때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리라.

“……벗으면 굉장합니다.”

“그럼 벗어보던가.”

“큿! 가주님의 충실한 집사에게 수치를 주실 생각이십니까!”

“벗지도 못할 거면서 왜 그런 말을 하는데…….”

너무 티 나는 거짓말이었다.


여전히 이해는 되지 않지만, 슬슬 사람들이 보내오는 존경의 눈빛에 익숙해질 무렵.

하지만, 아직 내가 출생의 비밀에 대해서는 감도 못 잡고있는 도중.

기다리고 있던 손님들이 찾아왔다.

“처음 뵙겠습니다 자하브 대공 각하. 아카데미의 교관 역을 맡고 있는 델빈이라고 합니다. 학생들에게 실습을 허락해 주셔서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그 정도야 뭘. 듣자하니 아카데미 재학생 중에 내 동생도 있다면서? 이 정도는 해줘야지.”

그렇다. 아카데미에서 교관들과 함께 학생들을 보내온 것.

대부분의 일은 제벨라 선에서 해결되었지만, 아카데미는 제국의 미래. 그런 곳에서 수십의 학생을 믿고 실습 보냈는데 얼굴조차 안 비칠 수는 없잖은가.

오랜만에 공식석상에서 모습을 비칠 수밖에 없었다. 대신 좀 삐뚜름하게 앉긴 했지만.

약간 떨어진 곳에서 힐다가 이쯤 되면 일부러 이러는 거 아닌가 하는 의심의 시선을 보내왔지만, 애써 무시하며 눈앞의 학생들을 살펴보았다.

나이는 대부분 10대 중후반. 하지만, 느껴지는 기세는 꽤나 훌륭하다.

마법사 쪽은 정확히 알아보기 어렵지만……기사 지망생들은 대부분 평기사 수준은 넘었다.

물론 검에 인생 몰빵한 힐다에 비할 바는 아니지.

하지만 어렸을 때부터 자하브를 보필하기 위해 온갖 지원을 받으며 비밀병기 비스무리한 것으로 육성 받은 카렌과 비슷한 수준은 몇몇 보인다.

이 정도면 경험이 부족하고, 단장 노릇을 할 특출난 존재가 부재할 뿐이지 어지간한 정예 기사단 수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터.

전생의 기억이 있는 나로서는 아무리 싸우는 방법을 가르치는 아카데미라지만, 학생을 던전에 밀어넣는다는 것에 약간 거부감이 있긴 했는데…….

얕은 곳이라면 던전에 들여보내도 걱정할 일은 없을 것 같다.

속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이번에는 조금 더 자세히 늘어선 학생들을 살펴보았다. 기세를 훑어보는 것이 아니라 얼굴을 살펴볼 요량으로.

당연한 말이지만, 전부 모르는 얼굴이었다. 하지만 한 명. 단 한 명만큼은 초면이면서 묘한 친숙함이 느껴졌다.

홀로 빛나는 것처럼 밝은 금발. 피부는 창백하다시피 하얗지만 그것이 유약함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으니.

짝다리를 짚고 선 다리, 반항적인 것을 넘어 위압적인 눈빛, 그리고 전신으로 뿜어내는 사나운 기세까지.

마치 인간의 법도를 모르는 짐승을 아름다운 여인의 형태에 가둬둔 것 같은 존재.

하지만 제벨라를 닮은 연보랏빛 눈동자와 시선이 마주친 순간 깨달았다.

저게 바로 유리아, 제벨라의 동생이자 내 새 여동생(아님)이라는 것을.

첫 만남인데 무어라 말부터 꺼내는 게 좋으려나. 그런 내 고민을 덜어주겠다는 듯이 유리아 쪽에서 먼저 나섰다.

절그럭. 쿵!

여리여리한 자신의 몸보다도 큼직한 대검이 알현실의 바닥에 박힌다.

동시에 유리아로부터 오러가 들끓으며, 목소리에 실린다.

“야.”

“……야?”

“한판 뜨자.”

“???”

갑자기 이게 무슨 소리인가 싶어 눈을 끔뻑이는 사이.

기겁한 교관 중 한 명이 유리아에게 달려가 그녀를 말리려 했다.

“유리아 학생. 아무리 이곳이 본가라도 공적인 자리고, 제국에서 인정한 대공 각하 앞에서 그러한 언동은…….”

퍼억!

“크흑!”

“시끄러워! 그냥 닥치고 지켜보기나 해! 내가 다른 연놈들한테 시달릴 때처럼 말이야!”

그리고 놀랍게도 유리아가 휘두른 주먹에 얻어맞고 멀리 튕겨 나갔다.

힘이 강한 것은 아니다. 다만, 오러의 사용법이 너무나도 정교하다. 이제 막 오러를 익히기 시작한 나로서는 제대로 이해하기도 힘들 정도.

물론, 방금 튕겨 나간 교관은 신참인지 아니면 다른 전형이 있는 건지 다른 교관에 비해 좀 약해 보이긴 했다.

하지만 그래도 교관 아닌가. 조금 다르지만 선생 비슷한 사람이란 말이다.

그런 사람을 망설임 없이 줘패고는 내게 삿대질을 할 줄이야.

기겁하는 사이. 쓸데없이 쩌렁쩌렁한 유리아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한판 떠서 내가 이기면 언니는 놔주고 나랑 결혼해.”

“누가 들으면 내가 제벨라 누님을 억지로 붙들고 있는 줄 알겠네.”

“흥! 시치미 떼기는. 제벨라 언니 같은 사람을 너같이 발정 난 짐승이 가만 놔둘 리 없잖아?”

“믿을지 안 믿을지 모르겠는데 일단 아무 일도 없었거든? 그나저나 유리아야. 내가 이기면 어쩌려고 그런 조건을 내거는 거냐.”

“그거야 간단하지. 내 몸을 마음대로 할 수 있게 해줄게. 너한테는 이 정도면 충분하지?”

“……?”

이건 진짜 다른 사람이 들으면 내가 무슨 근친에 미친 사람인 줄 알겠는데.

혹시나 하는 마음에 슬쩍 주변을 둘러보자, 아카데미의 학생들은 물론이요 교관들, 심지어는 형식적으로 세워둔 자하브의 기사들마저 웅성이고 있었다.

하긴. 당연한 일인가.

돌연 교관에게 손찌검을 하고, 너무도 가볍게 근친 야스를 하니마니 같은 소리를 하고 있는 상황 아닌가.

내 어설픈 망나니질은 갑질의 연장선상이건만, 유리아의 난장은 진짜 앞뒤 가리지 않고 들이받는 것에 가까웠다.

거기까지 생각이 닿는 순간. 칼립소에서 밑바닥 생활을 전전하며 사라진 줄 알았던 내 안의 유교 드래곤이 슬그머니 고개를 치켜든다.

일단 넌 궁디팡팡 확정이다.

히죽 입꼬리를 끌어 올리며 비스듬하게 앉아있던 자리에서 일어섰다.

“오냐. 이 오라비랑 한번 놀아보자꾸나.”

“바라던 바야.”

실력의 차이는 확연하다. 어디까지 힘 조절을 해야 하나 고민하며 주먹을 말아쥔 순간.

문득 깨달았다.

유리아가 나보다 약하고, 내가 정상적인 방법으로 강해진 것이 아니라 저쪽에서 격차를 가늠하긴 힘들지만……아예 불가능한 것은 아닐 터.

심지어 유리아의 조건 대로라면 이기건 지건, 유리아 본인은 무조건 나랑 순수한(아님) 자하브 만들기 풀코스를 조져야 한다는 사실을.

설마……?

혹시나 하는 마음에 유리아의 눈매와 입가를 유심히 살펴보았다.

그리고 카렌을 관찰하며 다져진 눈썰미가 잡아내 버렸다.

마치 웃음기라도 참는 것처럼 어색하게 틀어진 입가를. 기대된다는 듯이 묘한 열망으로 반짝이는 동공을 말이다.

“이런 씹.”

내 여동생이 이렇게 미친년일 리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