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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화. 서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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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쩍기 그지없는 이그나투스의 행적. 이를 추궁하여 숨겨진 진실을 알아내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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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츨링 때부터 천 년……? 헤츨링이면 새끼 드래곤 말하는 거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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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도 모르겠느냐. 나름 제국과 역사를 함께한 이 몸이 왜 이리 작은 거라고 생각한 게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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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취향인 줄 알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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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 여신, 천하제일인, 드래곤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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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최강자 라인의 존재하는 이들의 외견은 어린 여자아이인 것이 상식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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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닌가? 이건 너무 전생의 편견일지도 모르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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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이그나투스가 숨기고 있었던 진실. 그것은 그녀가 잠꾸러기 응애 용이라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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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내 무릎에 누운 자세로 기가 차다는 듯이 콧김을 뿜는 이그나투스. 그런 그녀의 모습을 잠시 내려다보다가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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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묻겠는데. 보통 드래곤은 얼마나 자야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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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상시라면 그리 잠에 들 필요가 없느니라. 하지만, 대신 몰아서 잔다는 느낌이구나. 예를 들자면……그래. 겨울잠을 자는 곰과 비슷하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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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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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만 먹으면 백 년도 넘게 깨어있을 수 있느니라. 물론, 항상 눈을 뜨고 있는 것은 아니고 여느 종족들이 그러하듯 중간중간에 휴식을 취해야 한다만. 대신 수면기가 찾아오면 최소 20년은 잠들어 있어야 하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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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깨어있는 대신 20년 잠드는 건 너무 비효율적인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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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얼. 인간도 하루의 3분의 1을 수면으로 소모하지 않느냐. 비율만 보면 이 몸이 훨씬 효율적이니라. 무엇보다 드래곤의 수면은 휴식과 재충전만을 위한 것이 아니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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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는 게 자는 거지 뭐가 더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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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이니라. 드래곤의 수면은 성장한 심장의 마나만큼 육신을 성장시키는 과정이기도 하느니라. 즉, 잠만 자도 강해진다는 소리이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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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 늘어진 채로 으스대는 이그나투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 가느다란 몸에서 힘이 쪽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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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몸은 천 년간 잠들지 못했지만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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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이라. 애초에 그렇게 오래 잠을 참을 수 있다는 게 대단한데. 아니, 참으면 안 되는 걸 억지로 참아서 지금 상태가 영 안 좋은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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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옳다. 처음 300년 정도는 의지로 버텼느니라. 허나, 이 몸의 의지는 완벽하지 않았고, 결국 여러 마법과 약의 도움을 받아 지금껏 버텨왔건만……슬슬 한계로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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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잠들면 몇 년 뒤에 깨어날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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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겠느니라. 이 몸이 최후의 드래곤이라 물어볼 이도 없고, 천 년간 잠을 참은 드래곤 같은 건 들어본 적도 없기에. 그럼에도 확신할 수 있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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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한숨을 내쉬는 이그나투스. 어쩐지 이 짧은 사이에 한층 나른함이 더해진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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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십 년 정도로는 끝나지 않을 거라는 것이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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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깨어있으면 20년 잠들어 있어야 하니, 단순 계산해서 10배라 쳐도 200년은 잠들어 있어야 하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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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일드 헌트를 보았기에 장담할 수 있다. 마탑은 강하고, 준비는 철저하지만, 이그나투스 없이 100년 넘게 서부를 지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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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 몸도 준비를 게을리하지는 않았느니라. 결국 중요한 것은 사룡 모르테우스 아니겠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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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그나저나 아까 모르테우스가 아버지라고 하지 않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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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의 일이니라. 동족을 배신하고, 그런 주제에 미친 언데드가 되어버린 작자를 상대함에 주저라는 선택지는 없느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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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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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잘라 말하는 이그나투스의 태도에 더는 무어라 물어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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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물어볼 필요도 없겠지만. 조금 전에 보니까 인정사정없이 몰아붙이며 절벽 너머로 떨어뜨리더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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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다시 본론을 돌아가자면, 이 몸은 아주 오래전부터 이 몸의 부재를 준비해 왔느니라. 구체적으로는 끝없이 되살아나는 언데드 군세, 혹은 사룡 모르테우스. 둘 중 하나는 완전히 봉인하는 식으로 말이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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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한 봉인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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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음. 던전의 관리자로서는 조금 듣기 불편한 말이었겠구나. 이 몸이 깨어날 때까지 버텨줄 봉인이라고 정정하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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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이 악신의 하반신을 봉인하고, 그로부터 발생하는 무수한 몬스터를 틀어막는 장치라는 걸 떠올린 걸까. 머쓱한 어조로 말을 덧붙이는 이그나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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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됐어. 대충 사정은 알겠으니까. 나를……자하브의 힘을 이용해 강화시킨 용아병도 그중 하나인 셈이겠네. 이그나투스 네가 잠들면 용아병을 지금처럼 생산하지 못할 테니, 소모품처럼 써먹는 전략에 금방 한계가 올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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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대의 자하브는 영특하구나. 아니, 전투와 관련된 일에는 언제나 그러했지. 정답이니라. 한번 쓰고 버릴 수 없다면, 오래 쓸 수 있는 용아병을 만드는 것이 최선일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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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까지 말한 이그나투스가 내게서 잠시 건네받았던 오나홀을 다시 내밀었다. 힘이 없어서인지 한 손이 아닌 양손으로 조심스레 잡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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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부탁이니라. 강렬한 태양의 마나와, 이 몸의 불길을 품은 이빨과 비늘이 만나 만들어진 용아병이라면 분명 언데드들을 틀어막을 수 있을 것이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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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만으로는 부족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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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용아병들이 언데드들을 상대하는 사이에 이 몸이 준비한 다른 안배로 모르테우스를 상대할 예정이니 걱정 말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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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내 말은 다른 준비는 없냐는 질문이 아냐. 그 모든 것들로 충분하냐는 소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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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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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을 꾸욱 다문 이그나투스. 그런 그녀를 향해 지금까지 이야기를 들으며 느낀 위화감을 설명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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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오래 못 버틴다는 것을 알고, 이전부터 준비해 온 것이 있다면, 그런 걸 굳이 숨길 이유가 어디 있겠어. 이곳의 언데드들은 이성을 거의 잃었다면서. 당장 와일드 헌트가 시작될 때마다 시험해 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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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야 자신의 준비가 적절했는지, 부족한 점은 어디인지 파악할 수 있는 것은 물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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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일드 헌트를 상대하기 수월해짐에 따라 이그나투스 본인에게 가해지는 부담도 덜 해질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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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그나투스는 그러지 않았다. 언제나 그러하듯, 직접 날아가 브레스와 마법을 쓰고, 마탑 사람들에게 힘을 과시하며 와일드 헌트를 밀어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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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껏 준비한 안배라는 것들에 큰 결함이 있는 거겠지? 이번 일도 뭐라도 하나 얻어 걸려라 하는 발버둥일 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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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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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손으로 오나홀을 쥔 채, 이쪽을 가만히 올려다보던 이그나투스의 입가에 쓴웃음이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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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자하브는 성가시구나. 천 년 전에도 지금도 이런 쪽으로는 감이 좋으니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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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자하브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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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는 말을 속으로 삼키는 사이. 이그나투스가 무언가를 내려놓은 듯, 후련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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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녹. 그대의 말이 옳다. 이 몸은 정말 여러 준비를 했느니라. 드래곤 하트의 조각을 넣어 마도구를 만들기도 했고, 마나만 불어넣으면 되는 설치형 대마법을 100개 이상 중첩시켜보기도 했으며, 아예 이 몸을 대신할 존재를 길러내기 위해 제자를 들여보기도 했느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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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 말하며 메이킨 쪽을 바라보는 이그나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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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의 이러한 사정까지는 몰랐는지 얼떨떨해하는 표정을 짓는 메이킨이었으나, 정작 이그나투스는 미안하다는 듯이 고개를 까딱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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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전부 실패했느니라. 드래곤 하트는 떨어져서도 본체와 연결되는 성질이 있더구나. 하여, 이 몸이 직접 인정한 자가 아니면 기껏 만든 마도구를 사용할 수 없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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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네가 몇십 년이 아니라 몇백 년 단위로 잠들어야 한다는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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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하니라. 이 몸이 인정한 이가 변절할지도 모를뿐더러, 설령 마지막까지 세상을 위해 헌신한다 해도 수명이 다하면 그 이후는 어찌할 방도가 없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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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에도 너무 많은 마법을 중첩시키면 주변을 침식하여 이차원의 존재를 끌어당기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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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탑까지 세워 비전을 전수했건만, 정작 대마법사의 경지에 오른 제자는 너무나 적고 그나마도 단신으로 모르테우스를 몰아붙일 정도는 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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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몸도 크게 기대를 한 것은 아니니라. 말 그대로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 없으니 발버둥 친 것에 불과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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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테우스가 그렇게 강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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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암. 언데드가 되며, 이지를 잃고 자연스레 마법 또한 다룰 수 없게 되었다고 하나……마지막 드래곤 로드이니라. 육신과, 변질된 죽음의 마력만으로도 이곳의 아이들 정도는 한입에 씹어 삼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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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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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서부의 몰락은 피할 수 없고, 풀려난 와일드 헌트가 제국을 종횡무진 헤집고 다니는 것 또한 확정된 미래라는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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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게 무슨 소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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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소소하게 몸을 팔아서(?) 비자금을 마련하려던 생각이었건만……안락한 추방 라이프 같은 건 사실 없었다는 말을 들을 줄은 몰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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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그나투스. 내가 강화 용아병 제작을 돕는다 해도 확실하게 와일드 헌트를 막아낼 수 있는 건 아니라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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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정도가 아니라 강화 용아병으로도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훨씬 높을 것이니라. 물론, 자하브의 혈계능력과 이 몸의 속성은 궁합이 좋으니 어쩌면 예상외의 결과가 있을지도 모르겠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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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나는 자하브가 아니다. 엄밀히 말하자면 내가 지닌 것은 태양의 마나가 아니라 정순한 화속성 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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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레드 드래곤인 이그나투스와 동일한 계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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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지. 아무리 그래도 미친 연금술사가 만든 영약이 드래곤 하트에 비할 바는 아닐 테니 하위호환이라고 해야 할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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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그나투스가 기대한 혹시나의 가능성 따윈 처음부터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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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어쩔 수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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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방법은 정말 쓰고 싶지 않았지만, 나의 추방 라이프와 제국의 수많은 생명이 걸려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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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고 싫고를 가릴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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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오를 다진 뒤. 진지한 목소리로 이그나투스에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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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그나투스. 드래곤은 마법의 조종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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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장 조금 보태자면, 이 몸은 현시대 모든 마법사들의 스승이라고도 할 수 있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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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처음 보는 마법이나, 원리는 모르고 눈으로 외운 마법도 금방 펼칠 수 있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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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마법이냐에 따라 다르겠으나, 어지간한 것은 될 것 같다만……대체 무슨 이야기를 꺼내려고 그러는 것이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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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아함에 고개를 갸웃거리는 이그나투스. 그런 그녀를 향해 쓸개를 토해내 씹어뱉는 듯한 거부감을 억지로 억누르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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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타나토스의 침상이라는 흑마법에 대해 들어본 적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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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처음으로 죽음 직전까지 몰고 갔던 흑마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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