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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화. 저점매수(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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찍! 찌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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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 팬티를 뒤집어쓴 햄스터가 잉잉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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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나 서럽게 우는지, 말 그대로 햄스터 눈물만 한 물기에 젖은 회색 속옷의 중앙부가 짙게 물들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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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아야. 이거 어떻게 하냐. 괜찮은 거 맞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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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괜찮아. 메이킨은 패닉에 빠지면 햄스터로 변하는 습관이 있어. 이번 던전 실습 중에도 한 번 있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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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 위험한 거 아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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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도 않아 오라방. 애초에 반사적으로 변신 마법을 펼칠 정도로 놀랐다는 건, 인간형의 모습일 때도 별다른 도움이 안 되는 상태라는 뜻이거든. 실제로 던전에서도 전투 도중에 햄스터가 된 적은 없었어. ……대신 식물형 몬스터인 알라우네에게 당해 산 채로 소화 당하기 직전에는 햄스터로 변해버렸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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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정말로 정신 나갈 것 같은 상황이 아니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햄스터로 변하는 일은 없다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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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그럼 나를 무슨 알라우네 소화액 같은 거라고 생각한다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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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어……오라방에게 잘못 걸리나, 알라우네 위장에 갇히나 인생 끝나는 건 똑같긴 하니까 그런 거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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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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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이 터무니없는 음해는 어디서 시작된 것인가 싶어 유리아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유리아는 설명 대신 으스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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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엣헴. 메이킨이 오라버니에 대해 알고 싶다고 하길래 조금 알려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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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묻겠는데 뭐라고 말한 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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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 있는 그대로를 말했지. 오라방이 아카데미 학생 전체가 달려들어도 어찌하지 못하는 괴물이라던가, 나름 명예를 중요시해서 명분이 없다면 움직이지 않지만 반대로 명분만 주어지면 마음껏 날뛸 준비를 마친 짐승이라던가……대충 이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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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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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유리아의 눈에 나는 어떤 사람으로 보이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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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대체 무슨 결론에 다다랐길래 메이킨은 햄스터로 변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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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아직 온기가 남아있는 속옷을 뒤져 햄스터를 꺼내 손바닥 위에 올려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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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이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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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무너지기라도 한 것 같은 울음소리를 내며 손바닥 위에서 몸을 둥글게 마는 갈색 햄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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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토실토실한 엉덩이를 콕콕 찌르며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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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킨. 진정해라. 나는 그저 이그나투스 대공의 조건을 자세히 알고 싶을 뿐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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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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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음. 이해는 해. 친구끼리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다른 사람이 끼어들면 놀랄 법도 하지. 심지어 그게 이 땅의 주인이라면 더더욱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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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그거 아닐 걸 오라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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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아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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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를 어떻게 땡땡이치냐는 이야기를 하다가 선생님이 들이닥쳤다는 느낌 아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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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끔뻑이는 나를 향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는 유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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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라방 길이 이야기하다가 갑자기 오라방이 들이닥친 거잖아. 갑자기 오라방이 ‘으흐흐. 내 길이가 궁금하다면 직접 알려주는 수밖에. 으럇으럇!’ 이럴 거라고 생각해서 겁먹은 게 분명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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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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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아니, 대체 어떻게 그런 결론에 다다르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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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가 없었지만, 일단 유리아의 말이 맞다는 가정하에 메이킨을 살살 꼬드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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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 마. 오늘은 그냥 딱 말만 하고 갈 테니까. 그러니 일단 변신 모습부터 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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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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똘망똘망한 눈망울로 이쪽을 올려다보는 메이킨. 내용물이 사람이라는 건 알아도, 겉보기가 햄스터다보니 절로 흐뭇한 미소가 지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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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처럼 햄스터로 남아있으면 실수로 밟을지도 모르잖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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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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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오라방 그건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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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겁하는 메이킨과 슬금슬금 거리를 벌리는 유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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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건 나름 진솔한 걱정을 해준 것인데 왜 이런 반응이 나오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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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나이대 여자들은 이해할 수 없단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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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를 절레절레 젓는 사이. 햄스터가 짧은 팔을 다급히 휘저으며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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찍! 찌익! 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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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에 작은 몸에서 뿜어져나오는 마나. 그리고 잠시 눈을 감았다 뜬 순간. 살색이 시야를 가득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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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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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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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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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까지 햄스터를 올려놓고 있던 손에서 느껴지는 묵직한 무게감. 그리고 부드러운 살을 파고드는 손가락의 감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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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알몸의 메이킨이 내 손 위에 엉덩이를 붙이고 웅크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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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옷가지는 여전히 바닥에 널브러져 있으니 당연한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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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를 끄덕이고는 메이킨을 조심스레 바닥에 내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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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옷부터 입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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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는 문을 닫고 잠시 나가자, 주변에서 느껴지는 시선에 고개를 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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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익. 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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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밖으로 고개만 빼꼼 내밀었던 여학생들이 호다닥 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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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제서야 내가 어떻게 보였을지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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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을 앞세우고, 공무를 들먹이며 여자 숙소에 들어와 당당히 여동생의 룸메이트를 희롱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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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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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그 정도로 기겁할 정도의 일인가 싶어 고개를 갸웃거리다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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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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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하브 안에서는 당연했던 일이, 자하브 바깥에서는 그렇지만도 않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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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내 망나니짓이 항상 실패했던 이유가 오직 자하브 평균 하나 때문이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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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모로 생각이 깊어지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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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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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의 시간이 지난 뒤. 더운 남부의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담요를 돌돌 말았으며, 유리아조차 믿을 수 없다는 듯이 거리를 멀찍이 벌렸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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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진정한 메이킨이 작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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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님……그러니까 이그나투스 대공께서 자하브 대공께 원하시는 바는 간단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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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데. 아무리 생각해도 100만 골드 어치의 일은 없을 것 같단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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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아병의 제작을 도와달라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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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아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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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듣는 단어에 눈을 끔뻑이자, 메이킨이 설명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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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용아병이라는 건 주기적으로 빠지는 스승님의 비늘이나 이빨 같은 걸 이용해 만드는 최상급 골렘이에요. 마법사들은 많지만, 마법사를 지킬 기사가 부족한 서부가 전선을 유지하는 핵심 기술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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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긴. 이그나투스 대공은 영주이자, 마탑주긴 하지만……누군가의 충성을 받진 않는다고 들었으니 당연한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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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이라는 지위가 있는 만큼 필요하다면 자하브처럼 성을 짓고, 주변 영지로부터 충성을 받으며, 명예를 미끼로 기사를 양성할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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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그나투스는 다른 방식을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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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이라는 자신의 종족의 장점을 극대화 시킬 수 있도록 마탑을 짓고, 자신의 비전을 인간도 이해할 수 있게 개정하여 마법사를 키워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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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까지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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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극의 신 트라고데아의 토벌 후. 차마 신을 완전한 죽음에 이르게 할 수 없어 4조각의 재앙으로 쪼개, 4대 대공으로 하여금 이를 감당케 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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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부의 자하브 가문이 던전은 관리하며, 한때 트라고데아의 군대 대부분을 차지하던 몬스터 틀어막는 의무를 짊어졌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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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부의 이그나투스는 죽음이 두려워 동족을 배신하고, 트라고데아의 편에 섰던 사룡(死龍) 모르테우스와 그 휘하의 언데드들을 억누를 의무를 짊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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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한 사정까지는 모르겠지만, 균형 잡힌 병력을 키우는 것보다 수준 높은 마법사를 늘리는 게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으니 마탑을 세운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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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조금 전에 메이킨이 말한 것처럼 용아병이 됐건, 다른 무언가가 됐건, 어지간한 기사 수준이라면 모종의 방법으로 대체하는게 더 효율적이라 생각한 걸 수도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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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이유는 알았다. 자하브 가문이 후계자 다툼으로 약화되어, 이전처럼 수월하게 던전을 관리할 수 없을 것 같자 코넬리우스를 통해 황실의 도움을 받은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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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그나투스 또한, 무슨 문제가 생겨 이전처럼 언데드 무리를 막아낼 수 없을 것 같아 내 도움을 청한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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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마조마한 표정으로 이쪽의 눈치를 보는 메이킨. 그런 그녀를 향해 히죽 웃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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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 이쪽도 대공가인 만큼 그 걱정을 모르는 바가 아니니 얼마든 도와줄 수 있지. 그런데 구체적으로는 뭘 어떻게 하면 되지? 난 마법에 문외한이라 말이야. 마법사를 죽이는 법은 알아도, 용아병을 만드는 법 같은 건 모르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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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익! 저, 저도 볼일이 다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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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건 농담이었어. 내가 죽이는 건, 나를 죽이려는 마법사랑 흑마법사뿐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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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가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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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인간의 형태임에도 조심스레 담요 바깥으로 목을 빼고는 주변을 경계하듯, 두리번거리는 메이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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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 동안 그러고 있던 메이킨이 살짝 풀어진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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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으……용아병을 만드는 건 어차피 스승님이랑 다른 사형들이 하실 거예요. 서부에 필요한 건 용아병을 만드는 기술이 아니라, 더 강력한 용아병을 만들 재료. 그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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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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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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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뜸 들이지 말고 빨리 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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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읏. 저, 저도 그러고 싶은데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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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물쭈물 거리며 말도 제대로 못하는 모습이 답답해 살짝 인상을 찌푸린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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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건 또 귀신같이 알아챈 메이킨이 발작하듯이 큰 목소리로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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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자하브 대공 각하의 아기씨가 필요해욧! 부디 태양의 마나로 가득한 대공 각하의 아기씨를 베풀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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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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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대체 무슨 소리를 들었나 싶어 눈만 끔뻑이는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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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떡 일어선 유리아가 메이킨의 담요를 잡고 짤짤짤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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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었는데! 믿었는데……! 거짓말쟁이 메이킨! 오라방의 아기씨는 100만 골드를 줘도 안 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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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에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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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신감 가득한 유리아의 절규와 메이킨의 비명소리가 겹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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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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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학생들 사이에는 실로 망측한 소문이 하나 나돌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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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하브의 새로운 대공, 에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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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백주 대낮부터 여자 숙소에 쳐들어와, 불쌍한 마법사 하나를 억지로 희롱하였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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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분이 채 지나기도 전에 완전히 타락 조교에 성공하여 스스로 아기씨를 조르게 만들었다는 소문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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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부로 향하기 위한 준비를 하던 에녹이 소문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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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적으로 생각해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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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처음으로 망나니 평판을 쌓았으니 좋았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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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우울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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