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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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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화. 저점매수(3)
찍! 찌익-!
회색 팬티를 뒤집어쓴 햄스터가 잉잉 울었다.
어찌나 서럽게 우는지, 말 그대로 햄스터 눈물만 한 물기에 젖은 회색 속옷의 중앙부가 짙게 물들 정도.
“……유리아야. 이거 어떻게 하냐. 괜찮은 거 맞지?”
“괜찮아 괜찮아. 메이킨은 패닉에 빠지면 햄스터로 변하는 습관이 있어. 이번 던전 실습 중에도 한 번 있었고.”
“그거 위험한 거 아니냐…….”
“그렇지만도 않아 오라방. 애초에 반사적으로 변신 마법을 펼칠 정도로 놀랐다는 건, 인간형의 모습일 때도 별다른 도움이 안 되는 상태라는 뜻이거든. 실제로 던전에서도 전투 도중에 햄스터가 된 적은 없었어. ……대신 식물형 몬스터인 알라우네에게 당해 산 채로 소화 당하기 직전에는 햄스터로 변해버렸지만.”
즉, 정말로 정신 나갈 것 같은 상황이 아니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햄스터로 변하는 일은 없다는 소리.
“잠깐. 그럼 나를 무슨 알라우네 소화액 같은 거라고 생각한다는 건가?”
“뭐어……오라방에게 잘못 걸리나, 알라우네 위장에 갇히나 인생 끝나는 건 똑같긴 하니까 그런 거 아닐까?”
“뭣.”
대체 이 터무니없는 음해는 어디서 시작된 것인가 싶어 유리아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유리아는 설명 대신 으스대기 시작했다.
“엣헴. 메이킨이 오라버니에 대해 알고 싶다고 하길래 조금 알려줬지.”
“일단 묻겠는데 뭐라고 말한 거냐?”
“그야 있는 그대로를 말했지. 오라방이 아카데미 학생 전체가 달려들어도 어찌하지 못하는 괴물이라던가, 나름 명예를 중요시해서 명분이 없다면 움직이지 않지만 반대로 명분만 주어지면 마음껏 날뛸 준비를 마친 짐승이라던가……대충 이 정도?”
“???”
대체 유리아의 눈에 나는 어떤 사람으로 보이는 걸까.
그리고 대체 무슨 결론에 다다랐길래 메이킨은 햄스터로 변한 것인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아직 온기가 남아있는 속옷을 뒤져 햄스터를 꺼내 손바닥 위에 올려놓았다.
찌이익-!!
세상이 무너지기라도 한 것 같은 울음소리를 내며 손바닥 위에서 몸을 둥글게 마는 갈색 햄스터.
그 토실토실한 엉덩이를 콕콕 찌르며 입을 열었다.
“메이킨. 진정해라. 나는 그저 이그나투스 대공의 조건을 자세히 알고 싶을 뿐이니까.”
찌익……?
“음음. 이해는 해. 친구끼리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다른 사람이 끼어들면 놀랄 법도 하지. 심지어 그게 이 땅의 주인이라면 더더욱 말이야.”
“어……그거 아닐 걸 오라방?”
“이게 아니라고?”
학교를 어떻게 땡땡이치냐는 이야기를 하다가 선생님이 들이닥쳤다는 느낌 아니었어?
눈을 끔뻑이는 나를 향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는 유리아.
“오라방 길이 이야기하다가 갑자기 오라방이 들이닥친 거잖아. 갑자기 오라방이 ‘으흐흐. 내 길이가 궁금하다면 직접 알려주는 수밖에. 으럇으럇! 이럴 거라고 생각해서 겁먹은 게 분명해.”
“…….”
진짜? 아니, 대체 어떻게 그런 결론에 다다르는 거지?
어이가 없었지만, 일단 유리아의 말이 맞다는 가정하에 메이킨을 살살 꼬드겼다.
“걱정 마. 오늘은 그냥 딱 말만 하고 갈 테니까. 그러니 일단 변신 모습부터 풀어.
찌익……?
똘망똘망한 눈망울로 이쪽을 올려다보는 메이킨. 내용물이 사람이라는 건 알아도, 겉보기가 햄스터다보니 절로 흐뭇한 미소가 지어진다.
“지금처럼 햄스터로 남아있으면 실수로 밟을지도 모르잖니.”
찌익?!
“와……오라방 그건 좀.”
기겁하는 메이킨과 슬금슬금 거리를 벌리는 유리아.
이번 건 나름 진솔한 걱정을 해준 것인데 왜 이런 반응이 나오는 걸까.
이 나이대 여자들은 이해할 수 없단 말이지.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 사이. 햄스터가 짧은 팔을 다급히 휘저으며 외쳤다.
찍! 찌익! 찍……!
동시에 작은 몸에서 뿜어져나오는 마나. 그리고 잠시 눈을 감았다 뜬 순간. 살색이 시야를 가득 채웠다.
몰캉.
“힉?!”
“아차.”
방금까지 햄스터를 올려놓고 있던 손에서 느껴지는 묵직한 무게감. 그리고 부드러운 살을 파고드는 손가락의 감촉.
그렇다. 알몸의 메이킨이 내 손 위에 엉덩이를 붙이고 웅크려 있었다.
……뭐, 옷가지는 여전히 바닥에 널브러져 있으니 당연한 일인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메이킨을 조심스레 바닥에 내려주었다.
“일단 옷부터 입어라.”
그리고는 문을 닫고 잠시 나가자, 주변에서 느껴지는 시선에 고개를 들자.
끼익. 쿵!
문밖으로 고개만 빼꼼 내밀었던 여학생들이 호다닥 숨었다.
그제서야 내가 어떻게 보였을지 깨달았다.
권력을 앞세우고, 공무를 들먹이며 여자 숙소에 들어와 당당히 여동생의 룸메이트를 희롱한 사람.
“잠깐.”
이게 그 정도로 기겁할 정도의 일인가 싶어 고개를 갸웃거리다 깨달았다.
“아.”
자하브 안에서는 당연했던 일이, 자하브 바깥에서는 그렇지만도 않다는 사실을.
……설마 내 망나니짓이 항상 실패했던 이유가 오직 자하브 평균 하나 때문이었나?
여러모로 생각이 깊어지는 시간이었다.
***
약간의 시간이 지난 뒤. 더운 남부의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담요를 돌돌 말았으며, 유리아조차 믿을 수 없다는 듯이 거리를 멀찍이 벌렸지만…….
아무튼 진정한 메이킨이 작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스승님……그러니까 이그나투스 대공께서 자하브 대공께 원하시는 바는 간단해요.”
“뭔데. 아무리 생각해도 100만 골드 어치의 일은 없을 것 같단 말이지.”
“용아병의 제작을 도와달라는 거예요.”
“……용아병?”
처음 듣는 단어에 눈을 끔뻑이자, 메이킨이 설명을 덧붙였다.
“아, 용아병이라는 건 주기적으로 빠지는 스승님의 비늘이나 이빨 같은 걸 이용해 만드는 최상급 골렘이에요. 마법사들은 많지만, 마법사를 지킬 기사가 부족한 서부가 전선을 유지하는 핵심 기술이죠.”
“하긴. 이그나투스 대공은 영주이자, 마탑주긴 하지만……누군가의 충성을 받진 않는다고 들었으니 당연한 일인가.”
대공이라는 지위가 있는 만큼 필요하다면 자하브처럼 성을 짓고, 주변 영지로부터 충성을 받으며, 명예를 미끼로 기사를 양성할 수 있겠지.
하지만 이그나투스는 다른 방식을 선택했다.
드래곤이라는 자신의 종족의 장점을 극대화 시킬 수 있도록 마탑을 짓고, 자신의 비전을 인간도 이해할 수 있게 개정하여 마법사를 키워낸 것.
그렇게까지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비극의 신 트라고데아의 토벌 후. 차마 신을 완전한 죽음에 이르게 할 수 없어 4조각의 재앙으로 쪼개, 4대 대공으로 하여금 이를 감당케 했으니.
남부의 자하브 가문이 던전은 관리하며, 한때 트라고데아의 군대 대부분을 차지하던 몬스터 틀어막는 의무를 짊어졌다면.
서부의 이그나투스는 죽음이 두려워 동족을 배신하고, 트라고데아의 편에 섰던 사룡(死龍) 모르테우스와 그 휘하의 언데드들을 억누를 의무를 짊어졌다.
자세한 사정까지는 모르겠지만, 균형 잡힌 병력을 키우는 것보다 수준 높은 마법사를 늘리는 게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으니 마탑을 세운 거겠지.
어쩌면 조금 전에 메이킨이 말한 것처럼 용아병이 됐건, 다른 무언가가 됐건, 어지간한 기사 수준이라면 모종의 방법으로 대체하는게 더 효율적이라 생각한 걸 수도 있고.
아무튼 이유는 알았다. 자하브 가문이 후계자 다툼으로 약화되어, 이전처럼 수월하게 던전을 관리할 수 없을 것 같자 코넬리우스를 통해 황실의 도움을 받은 것처럼.
이그나투스 또한, 무슨 문제가 생겨 이전처럼 언데드 무리를 막아낼 수 없을 것 같아 내 도움을 청한 것이리라.
조마조마한 표정으로 이쪽의 눈치를 보는 메이킨. 그런 그녀를 향해 히죽 웃어 보였다.
“좋아. 이쪽도 대공가인 만큼 그 걱정을 모르는 바가 아니니 얼마든 도와줄 수 있지. 그런데 구체적으로는 뭘 어떻게 하면 되지? 난 마법에 문외한이라 말이야. 마법사를 죽이는 법은 알아도, 용아병을 만드는 법 같은 건 모르거든.”
“흐익! 저, 저도 볼일이 다하면……!”
“……방금 건 농담이었어. 내가 죽이는 건, 나를 죽이려는 마법사랑 흑마법사뿐이니까.”
“그런가요오……?”
분명 인간의 형태임에도 조심스레 담요 바깥으로 목을 빼고는 주변을 경계하듯, 두리번거리는 메이킨.
한참 동안 그러고 있던 메이킨이 살짝 풀어진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그으……용아병을 만드는 건 어차피 스승님이랑 다른 사형들이 하실 거예요. 서부에 필요한 건 용아병을 만드는 기술이 아니라, 더 강력한 용아병을 만들 재료. 그러니까…….”
“그러니까?”
“그게 말이죠…….”
“뜸 들이지 말고 빨리 말해.”
“으읏. 저, 저도 그러고 싶은데요오…….”
우물쭈물 거리며 말도 제대로 못하는 모습이 답답해 살짝 인상을 찌푸린 순간.
이런건 또 귀신같이 알아챈 메이킨이 발작하듯이 큰 목소리로 외쳤다.
“자, 자하브 대공 각하의 아기씨가 필요해욧! 부디 태양의 마나로 가득한 대공 각하의 아기씨를 베풀어 주세요!”
“……허?”
내가 대체 무슨 소리를 들었나 싶어 눈만 끔뻑이는 사이.
벌떡 일어선 유리아가 메이킨의 담요를 잡고 짤짤짤 흔들었다.
“믿었는데! 믿었는데……! 거짓말쟁이 메이킨! 오라방의 아기씨는 100만 골드를 줘도 안 팔아!”
“헤에엑!”
배신감 가득한 유리아의 절규와 메이킨의 비명소리가 겹쳐졌다.
***
다음 날 아침.
아카데미 학생들 사이에는 실로 망측한 소문이 하나 나돌기 시작했다.
자하브의 새로운 대공, 에녹.
그가 백주 대낮부터 여자 숙소에 쳐들어와, 불쌍한 마법사 하나를 억지로 희롱하였으며.
30분이 채 지나기도 전에 완전히 타락 조교에 성공하여 스스로 아기씨를 조르게 만들었다는 소문이 말이다.
서부로 향하기 위한 준비를 하던 에녹이 소문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긍정적으로 생각해 볼까?”
아무튼 처음으로 망나니 평판을 쌓았으니 좋았쓰!
……조금 우울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