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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다들 도망쳐! 괴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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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가……! 이래서 영주님께서 노역을 시켜서라도 성벽을 고치시려 한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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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뭣! 우린 그런 줄도 모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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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냐 씨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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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시간으로 오해가 퍼지고 있었지만, 아쉽게도 이를 바로잡을 여유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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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틀리고 부풀어 올라 본래의 얼굴을 제외하면 본래의 형태를 알아볼 수 없는 브렌트였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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녀석이 지독한 흑마력을 풍기며 난동을 부리고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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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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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을 여러 갈래로 찢어 놓은 것 같은 촉수가 바닥을 두드린다. 기껏 평탄화 시켜놓은 바닥이 패이고, 쌓여있던 건축 자재가 박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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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벨라가 처음으로 아쉬운 소리를 했을 정도로 비싼 고오급 재료들이 순식간에 부서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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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한 말이지만, 저 자리에 사람이 있었다면 사람도 함께 터져나갔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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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역 이야기를 꺼내기 위해, 내 앞쪽에 불러모은 것이 불행 중의 다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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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그래도 나름 제벨라 앞에서 큰 소리 떵떵 치고 왔는데 죄다 박살 났다는 이야기는 어케 꺼내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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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간 흑마법사 놈들은 도움이 안 된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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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마력을 풀풀 풍기지만, 제정신이 아니고 몸도 뒤틀린 것을 보아하니 브렌트가 사실 흑마법사였다는 건 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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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모종의 방법으로 속아 넘어갔건, 멍청하게 제 발로 스스로를 팔았건 아무튼 이용당하는 것에 가까우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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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달라지는 것은 없다. 나 또한 실험체 출신이라 잘 안다. 실패한 실험체는……죽음으로만 멈출 수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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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뼛속까지 틀어박힌 흑마법사 혐오를 삼키며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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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아. 영지민들을 피신시켜, 그리고 오는 길에 기사들이랑, 상주하는 사제들도 데려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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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알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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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렌트였던 것은 진작에 이성을 잃었는지, 자하브에 대한 저주를 늘어놓으면서 정작 내가 아니라 당장 눈앞에 보이는 것들을 때려 부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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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 영지민들이 무사히 빠져나가고, 마지막으로 유리아 또한 이 장소를 벗어나려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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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장을 금한다. 모든 배우는 막이 내리기 전까지 무대에서 내려갈 수 없음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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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렌트가 풍기는 것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아니, 내가 지금껏 상대해 온 흑마법사 중에서도 손에 꼽힐 정도로 강대한 흑마력이 지면에서부터 치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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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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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력이 전개될 때 특유의 강렬한 진동과 함께 주변 일대를 직사각형 형태로 둘러싸는 결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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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빠져나가려던 유리아의 몸이 안쪽으로 튕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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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 이, 이게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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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긴 뭐야. 멍청한 흑마법사가 제 손으로 자신이 묻힐 곳을 파고 있다는 증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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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립소에서 흑마법사 놈들의 함정에 빠졌을 때 본 적 있는 결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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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가지 제약을 거는 것으로 결계를 대폭 강화시키는 종류의 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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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 흑마법이 아닌지, 아니면 내게 직접 적용되는 종류가 아니라 그런 것인지 흑마법에 내성이 있는 나조차 힘으로 부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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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오러를 익힌 지금의 나라면 가능할지도 모르겠지만 적어도 한세월 걸릴 것은 확실하다.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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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 마. 굳이 부술 필요 없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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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또 무슨 대책 없는 소리야 오라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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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중 어느 한쪽이 전부 죽으면 알아서 열리는 구조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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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옳다. 우리의 대적자여, 요람을 불사른 무도한 자여. 순례자들이 갈고 닦은 복수의 검이 그대의 심장을 꿰뚫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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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저건 또 무슨 소리야 오라방? 흑마법사들이 이상한 말투를 쓴다는 건 아카데미에서 배워서 알고 있는데 해석하는 법까지는 배운 적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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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나한테 처맞은 게 억울해서 복수하러 왔다는 소리……잠깐. 유리아 너 왜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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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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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든 뽑을 수 있도록 대검을 움켜쥐긴 했으나, 유리아의 전신은 아까부터 쉴 새 없이 떨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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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공포에 잠식된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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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작 가는 것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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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야 익숙해졌다지만, 기본적으로 흑마력은 인간 본연의 공포를 자극하는 성질을 지녔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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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겪는 실전이 고위 흑마법사와, 놈이 다루는 장난감이라면 충분히 이해되는 반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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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움직이겠으면 거기서 잠깐 쉬고 있어. 금방 끝내고 올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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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러가 본격적으로 순환하기 시작하자, 심장에서 시작된 열기가 전신을 휘감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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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력이 차오르는 것과 동시에 지금껏 의식적으로 억누르고 있던 분노가 들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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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아직 던전에서 찾아낸 서류를 해석하지도 못했는데, 제 발로 찾아온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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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뻐해야 마땅한 일이다. 칼립소에서도 보기 힘든 거물이 제 발로 찾아온 것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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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고 이 귀중한 시간을 헛되이 날려 먹은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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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자하브를 저주하며 정작 이쪽을 보지 못하는 것처럼 아직도 주변을 때려 부수는 브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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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녀석의 소란에 숨어, 목소리와 존재감을 발하고 있지만 눈에 보이지는 않는 흑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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놈의 위치를 파악하고 있었고, 나름의 답을 얻을 수 있었으니……흑마법사는 비대해진 브렌트의 안쪽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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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브렌트를 갈기갈기 찢어내고, 안쪽에 숨어있던 흑마법사까지 때려죽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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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계획에 히죽 입꼬리를 끌어 올리며 땅을 박차려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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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짧은 사이에 두려움을 추스른 유리아가 흔들림 없는 움직임으로 대검을 꺼내 어깨에 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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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괜찮아. 나도 싸울 수 있으니까 보조할게 오라방. 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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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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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검. 저것만큼은 조심해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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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냥에 나선 짐승처럼 섬뜩하게 빛나는 연보랏빛 눈동자가 빛을 흡수하는 묵색 검에 고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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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이게 나 같은 짭이 아니라 진짜 자하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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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식간에 감정을 다스리고, 위험 요소를 파악하여, 우선순위에 따라 행동을 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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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분명 더할 나위 없는 전투의 재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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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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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부터 그럴 생각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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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마법 덩어리 같은 녀석이 별다른 특징도 없는 검을 저렇게 소중히 들고 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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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물며 내가 누군지 아는 녀석이 이렇게 누구 하나 죽지 않으면 나올 수 없는 무대까지 준비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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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뭔가 비장의 무기라도 준비한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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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을 반사하지 않는다는 것 말고는 지극히 평범해 보이는 것 또한 감각을 속이기 위한 장치일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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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사이. 유리아가 작게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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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긴. 이렇게 대놓고 불길한 기운을 풍기는데 모를 수가 없긴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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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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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앞의 상대에 집중하느라 제대로 못 들었지만 별로 중요한 이야기는 아니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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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말아쥔 주먹에 정신을 집중하며 땅을 박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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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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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으로 걷어찬 힘을 견뎌내지 못하고 부서지는 지면. 유리아가 반박자 늦게 내 뒤를 따라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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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식간에 가까워진 브렌트의 변이된 거체. 종양과 촉수로 뒤덮인 몸뚱이가 스스로의 분을 못 이기고 날뛰다 말고 이쪽을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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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멀쩡한 얼굴은 검붉은 피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었으며, 피눈물에 모든 색을 쏟아냈다는 듯이 동공은 빛이 바래 잿빛을 띠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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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하브……거기 있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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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왜 이쪽을 놔두고 혼자 난동 부리는 건가 싶었더니, 눈이 안 좋았던 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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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집이 검만큼 우수할 필요는 없으나, 너무 부족한 것도 곤란한 법. 다행히 감정은 맹목적일수록 강렬하게 타오르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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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놈. 맹목적이라는 게 진짜 눈이 안 보인다는 뜻은 아닐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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쿵쿵거리는 소리와 함께 달려드는 브렌트. 녀석이 우악스레 휘두른 검을 멀찍이 피하고는 옆구리를 파고들어 주먹을 내지르려 했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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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드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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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에서 솟아오른 뼈로 된 손들이 서로 깍지를 끼고, 단단히 엮이며 발치를 막아 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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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유의미한 수준은 아니다. 약간 걸리적거릴 뿐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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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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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하게 걷어차자, 산산조각나며 부서진 뼛조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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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방으로 흩어진 날카로운 파편이 일종의 산탄총처럼 브렌트의 하반신을 파고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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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집이 비대해지며 다리 또한 두꺼워진 탓에 큰 피해는 없었으나……고통은 상당했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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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아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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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성을 지르며 몸을 기괴하게 뒤트는 브렌트. 어깨에 관절이 하나 더 돋아나기라도 한 것처럼 억지로 뒤틀리는 녀석의 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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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을 든 쪽은 아니다. 아직 녀석의 검은 땅에 박혀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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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들고 있지 않은, 사람의 팔을 세로로 갈라놓은 것 같은 촉수가 채찍처럼 날아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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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뼈로 이루어진 바리케이드를 걷어차며 잠깐 움직임이 지체된 탓일까. 피하기엔 늦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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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막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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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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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쪽 팔에 오러를 집중시킨다. 피부 위로 기이한 문양이 그려지며 피어오르는 열기. 이를 믿고 촉수 다발을 향해 팔을 휘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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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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둔탁한 소리와 함께 내 팔을 휘어감으며 후려치는 촉수 다발. 진득한 저주를 휘어감고, 표면에서는 강산성의 점액질을 뿜어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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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쯤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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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주는 흑마법 저항력을 뚫지 못해 튕겨 나가고, 산성 점액은 대부분 오러를 뚫지 못해 피부를 살짝 태우는 선에서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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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이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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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의 연기를 자아냈을 뿐, 내 재생력조차 넘어서지 못한 탓에 팔은 멀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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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팔을 휘어감은 촉수다발을 강하게 휘어잡으며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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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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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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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아의 대검이 촉수다발을 중앙에서부터 베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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촤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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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아아아! 내 팔! 또 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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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리석은 것. 우화를 위해서는 과거의 몸을 잊고 새로운 몸이 입었음을 기억하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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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이 무너지며 고통에 취약해진 것인지 팔이 잘려 나간 통증에 발작을 일으키려던 브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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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녀석은 흑마법사의 말 몇 마디에 금세 고통을 잊더니, 다시금 이쪽을 노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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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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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중간에 흑마법으로 서포트 하면서, 브렌트를 수동 컨트롤 하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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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마법으로 힘을 부풀리고, 흑마법사 본인이 위험을 감수함으로써 부작용을 상쇄한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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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녀석의 강함 자체는 오크 워로드와 비교해도 비슷하거나 조금 더 강한 정도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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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마법의 특징을 생각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오크 워로드보다 더 강할 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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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나와는 상성이 좋지 않다. 이전처럼 던전 내부가 아니라 이해할 수 없는 백업은 없지만……그래도 차근차근 깎아내면 얼마든 쓰러뜨릴 수 있을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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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아! 뒤로 물러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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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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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어떤 느낌인지 알았으니, 이제 본격적으로 공략해 볼 생각으로 거리를 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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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쯤 회수했을 무광의 칠흑검을 경계하며 브렌트의 오른쪽 촉수 다발에 시선을 돌렸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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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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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쥐여있어야 했을 검이 보이질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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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상을 깨닫는 것과 동시에 잘려 나간 촉수 다발 사이를 헤집고, 산성 체액 범벅이 된 검이 화살처럼 쏘아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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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닌 유리아를 향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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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하브!! 죽인다!! 자하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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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대적자를 노렸을 터인데……아니, 예상치 못한 비극도 나쁘지 않구나. 이대로 한 사람의 종막을 보여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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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아해하는 흑마법사의 목소리를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며 유리아를 향해 땅을 박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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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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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르게 가까워지는 거리. 하지만 조금 늦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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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아는 대검을 능숙하게 다루기 위해 신체에 투자하는 오러를 의도적으로 제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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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물며 방금 막 휘두른 대검을 회수하며 몸을 빼는 도중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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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력으로는 막아내는 것도, 피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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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내가 대신 받아내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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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함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저 믿을 뿐이다. 꾸역꾸역 살아남은 증거로 손에 넣은 저항력을, 지금껏 오러 수련에 들인 노력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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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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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앞까지 날아든 검 끝에 눈을 질끈 감고 있던 유리아를 밀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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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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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청한 목소리로 눈을 뜬 유리아에게 씨익 웃어주고는 주먹에 오러를 담아, 그대로 검을 쳐내려 했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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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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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 된 영문인지 내 주먹을 그대로 통과하여 심장에 틀어박히는 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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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충격에 뒤로 쓰러지고 말았다.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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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하하하하! 드디어! 드디어 우리의 숙적이 숨을 거두는구나! 두려움을 먹는 자를 두려움에 떨게 하던 존재여! 너 또한 한낱 필멸자임을 자각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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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안 돼! 오라방! 어째서 나를……차라리 약한 내가 맞았어야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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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마법사의 광소, 그리고 죄책감에 비명을 지르는 유리아의 목소리를 들으며 멍하니 검게 물든 하늘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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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아픈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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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 멀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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