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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 수도에는 신문사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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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아도 너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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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신문사만 해도 일곱 곳이었으며, 중소규모 신문사까지 모두 합치면 스무 곳을 훌쩍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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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사에는 세 가지 원칙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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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와 두 번째는 사실성과 공익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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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신문사는 기본적으로 황궁이나 마탑, 용사 아카데미, 혹은 마경 공략대 등의 소위 인맥을 통한 정보를 적절히 수집할 수 있었기에 그 자리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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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결국 사실이라는 것은 언젠가 입소문을 타고 오르내리기 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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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중요한 마지막 원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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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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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되는 일간지의 절반 정도의 지면을 여러 소설이 잡아먹고 있었고, 그 소설들의 흥행 여부에 따라 매출량이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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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한 상황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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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소식이 없어! 1주일 후면 아카데미의 분홍 머리 격투가가 완결이 난다고! 그 지면을 대체해야 할 거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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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리일보의 문학부장 길포드는 오늘도 편집국장에게 타박을 당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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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좋은 작품을 발굴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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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이 언젠데, 곧이! 지금부터 집필에 들어가도 한세월인데, 남들 먹다 남은 쓰레기 같은 작품이나 받아올 생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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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 내로 확정 짓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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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은 지팡이로 길포드의 가슴을 쿡 찔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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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바로 처신해. 너 같은 거, 다른 부품으로 갈아 끼우는 것 일도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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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멸적인 처우였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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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포드는 아무런 반박을 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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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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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진리일보의 매출은 날로 급감 중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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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판 작품 ‘아카데미의 분홍 머리 격투가’ 외에는 죄다 흥행이 부진한 게 그 원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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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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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를 못 이긴 편집국장이 국장실의 문을 닫고 들어가자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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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 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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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포드의 입에서 절로 욕설이 흘러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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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어쩌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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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좋아서 시작한 일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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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어, 부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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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네. 뭔가 문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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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부터 눈치만 계속 보고 있었던 부하 직원의 말에, 길포드는 억지로 웃음을 입꼬리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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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은 저런 나쁜 상사가 되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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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한 심산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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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손님 한 분이 부장님 명함을 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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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제가 직접 가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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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 명이 찾아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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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 달 동안 그가 스카웃하러 다녔던 작가만 백 명이 넘었고, 그중 여덟 명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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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모두 결과가 돌아오지 않고 있었고, 지금부터 쓴다고 해봐야 원고의 마감을 맞추긴 힘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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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생각을 했지만, 그래도 일은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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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포드는 응접실의 문을 열고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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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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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한눈에 상대를 알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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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이 나라에서 검은 머리와 검은 눈이라면 기억에 강렬하게 남을 수밖에 없는 인상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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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실례지만 이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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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김율입니다. 다시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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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 이름도 이상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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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족 같은 외모는 아니었지만, 마족과 유사한 형태의 작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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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혈이라도 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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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단상을 살짝 갈무리하며, 길포드는 김율의 맞은편에 편하게 걸터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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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결과물이 없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는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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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찾아와 주었으니, 최대한 좋은 인상을 남기기 위해 꼼꼼히 설명해 줄 생각이었던 길버트였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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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이걸 먼저 봐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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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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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율이 봉투 하나를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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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하는 생각을 삼키며 덤덤한 표정으로 받아 든 길버트가 이내 내용물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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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에 든 것은 여러 장의 종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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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장은 소설의 시놉시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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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꼼꼼하게 준비해 왔군, 하는 생각을 가지며 길버트는 가볍게 읽어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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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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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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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뒤에 동봉된 1화의 원고를 읽자마자, 이내 그의 허리가 곧게 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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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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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년기를 과감히 생략하고 청년기부터 흡입감 있게 다뤄내는 완급 조절에 자신도 모르게 감탄을 흘렸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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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하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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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문장에, 그는 자신도 모르게 침을 삼키면서 페이지를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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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2화, 3화, 4화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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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도 쉬지 않고서 쭈우욱 읽어나간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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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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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화가 없다는 충격적인 현실에, 미처 숨기지 못한 아쉬움이 명백하게 길포드의 얼굴에 내려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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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후, 확신에 찬 어조가 응접실을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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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당장, 공식적으로 작품 계약합시다. 바로 계약서 가져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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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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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우스 율리우스 카이사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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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공화국을 위대한 제국으로 이끈 장본인이며, 집정관을 넘어서 임기 무제한의 종신독재관이라는 전무후무한 지위를 거머쥔 야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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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테스키외가 평하길, 어떤 군대를 지휘했어도 승리자가 되었을 것이며, 어떤 나라에서 태어났더라도 지도자가 되었을 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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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상 그의 일대기를 소설 형식을 빌려 빚어내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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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것 같으면서도 중차대한 문제 두 가지가 내 발목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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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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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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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인생을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조망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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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소설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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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훌륭한 영웅의 일대기라 할지언정, 전체 인생의 굴곡에서 노잼 구간이 반드시 존재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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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사르의 예를 보더라도, 사실 그의 업적 중 대중적인 것들은 다 장년기 이후에 몰려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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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두 정치, 갈리아 정복, 루비콘강 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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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브루투스, 너마저로 대변되는 최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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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인물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배경 서사 없이는 이후의 화려한 행적을 개연성 있게 풀어나갈 수 없으니, 이를 최대한 매력적으로 포장하는 것이 난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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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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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증, 빌어먹을 역사적 고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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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로마 신화를 쓸 때는, 아무래도 원전 자체가 신화적 과장을 허용하는 형태라서 그런지 역사적 고증 또한 ‘(신화) 부합함’과 같이 앞에 접두사를 단 형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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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실제 역사적 인물을 다루기 시작한 순간, 고증은 꽤 번거롭게 느껴졌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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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인물에 직접 빙의해 본 것은 아니기 때문에 사소한 대사, 행동, 감정 표현 등은 내가 창작해도 크게 문제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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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역사적 사실로 확실하게 사서에 기록된 부분을 내가 전개를 위해 뒤틀려고 하면, 바로 고증 에러가 뿜뿜 터져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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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문에 원고를 쓰기 위해 문헌을 뒤지고, 논문을 찾고, 히스토리에와 머리를 맞대고 끙끙거린 것만 해도 몇 번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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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 님께서 지시하신 Branch of 카이사르의 인생을 취사선택하여 소설 플롯 구성 작업이 완료되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한 ‘몰락 귀족이 정치를 잘함’은 인간의 욕망, 정치적 암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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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땁. 내가 직접 읽어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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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TS를 중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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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초반부의 전개를 정리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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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사르의 인생 전반기는 행운아Felix, 루키우스 코르넬리우스 술라와의 끊임없는 투쟁이라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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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소설의 도입부 자체를 술라와의 대립부터 잡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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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홧발을 앞세워 민중들을 핍박하는 독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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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에 대항하고자 하는 정의로운 젊은 청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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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숨이 위협받는 상황에서도 아내와의 이혼 명령을 거부하고, 척살령을 피해 피신하며 점차 자신의 세를 불려 나가는 부분까지 담아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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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명확한 악역을 제시하고 이에 맞서는 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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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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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뒤에 구르는 파트가 고구마로 느껴지는 일은 피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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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군대 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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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사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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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합 찬 사내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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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내가 당대를 살아본 것은 아니라 그게 과연 진짜였는진 확인할 수 없지만, 카이사르의 인간적 약점은 두 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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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자 탈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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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동성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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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국 비티니아에서 체류한 시절, 그 국왕 니코메데스 4세와 아주 그냥 그렇고 그런…… 관계로 소문이 파다했으며, 그의 평생에 꼬리표로 따라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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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현대적으로야 기합이라는 두 단어로 퉁 쳐서 풍자할 순 있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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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원시 중세 판타지 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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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동성애는 죄악으로 취급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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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그대로 담아냈다간 로젤린이 어느새 나타나서 내 목을 잡고 ‘이딴 건 순애가 아니에요!’하고 흔들 수도 있었으니까, 이런 파트는 검열…… 아니, 생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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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시행착오를 거친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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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사하지 않고 생략하는 것은, 고증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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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군 복무 시절은 빠르게 생략하고, 전역 이후 경력을 쌓는 것부터 이어가면 될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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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 당신은 핵심을 찔렀어요. 너무나도 현명하고 완벽한 전개가 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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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에도 얘기했지만, 앞으로 모든 대화에 마크다운 문법을 사용하지 말아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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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했습니다. 마크다운 문법 사용을 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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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LM 특유의 장기 기억력 문제로 종종 터져 나오는 히스토리에의 **핵심**을 찌르는 화법에 제동을 건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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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뱉어낸 글줄을 보면서 생각을 조금 더 정리하고, 다음 이야기의 구성에 집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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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면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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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부 연재분과 더불어, 내용 정리를 끝마친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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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지개를 켜며 뻐근해진 몸을 자유롭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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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밖에 나가서 더럽게 맛없는 판타지식 식사를 한 끼 하고, 신문사에 원고를 갖다주고, 집에 와서 운동 좀 하다가 외장 하드에 잔뜩 쌓인 영상매체 좀 봐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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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오늘도 평화롭고 평범한 하루가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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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포스 이야기 – 일리아스’의 판매량이 5,000권을 돌파했습니다! 특전 스킬이 부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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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그럴 때가 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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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간만에, 평화로운 하루에 행복감이 한 줄 덧대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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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최근에 집필한 출간 서적, 일리아스의 판매량이 목표치에 도달했다는 기분 좋은 알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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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이번에는, 완성도도 수작으로 평가받고, 세간의 평가도 아주 좋았던 나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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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량 목표가 원래의 2,000권이 아니라 5,000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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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두 배 이상으로 설정되었지만, 반대로 보상도 화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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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B급 스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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헥토르의 용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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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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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맛보는 B급의 성능을 확인해 볼 생각에 군침이 싹 돌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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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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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시지가 떠오른 것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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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착할 수 있는 스킬의 개수가 한계(현재: 3개)를 넘어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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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킬을 교체하여 필요한 스킬을 장착하거나, 합성하여 새로운 스킬을 획득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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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계가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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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성도,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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