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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사람은 여신을 숭배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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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는 곳이라면 어디든 청개구리 같은 사람들이 존재하는 법이었고, 심지어 이단을 넘어 이적 행위로 간주될 수 있는 마물 숭배 신앙을 가진 사람들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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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경과 현실의 경계를 완전히 무너트려, 마물과 함께 공존하는 세상을 바라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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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여신교에 의해 철저하게 박해받는 처지라, 음지에서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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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는 다 끝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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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면 아무도 의심하지 않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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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최근 눈독을 들이고 있는 도시는 국경도시 안타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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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경과 꽤 인접한 도시 중 하나였기에, 여기를 붕괴시킨다면 교세를 확장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들의 염원에 한 발짝 더 다가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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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마법 방어막으로 인해 도시 밖에서의 공격은 크게 효과가 없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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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흑마법을 도시 내부에서 터트릴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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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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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마법을 시전하는 데는 많은 준비물과 대가가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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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마법사는 부하들이 준비한 준비물을 꼼꼼히 살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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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보기에는 그저 평범한 여신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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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 안에는 흑마법의 재료를 잔뜩 쑤셔 넣어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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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획은 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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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로 반입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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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신상을 파괴하고 안에 있는 재료를 꺼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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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누가 여신상 내부에 무언가 들어 있으리라 의심하겠습니까? 정신이 나간 게 아닌 이상 그럴 리가 없습니다. 확실합니다. 다음 주 내로 대업은 성사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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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하의 호언장담에, 흑마법사 또한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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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여기, 마감이 수상한데. 안에서 뭔가 달그락거리는 소리도 나는 것 같고. 총 열 개요? 하나만 까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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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아니, 여신상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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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얌전히 협조하시오. 배상은 해드리리다. 이게 트로이의 목마일지 누가 안단 말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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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하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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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마법사는 문학을 사랑하지 않았다. 오히려 경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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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기에 경비대장이 하는 이야기를 이해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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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이의 목마? 그게 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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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근데 진짜 확인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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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차 표정이 사색이 되어가던 흑마법사였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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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비대장은 만류할 틈도 없이 여신상을 하나 들어서, 그대로 바닥에 내팽개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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쨍그랑! 쨍쨍그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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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량하고도 경쾌한 파열음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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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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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 진짜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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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이 드디어 미친 줄 알았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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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신상 안에 들어있었던 짐승의 심장, 마물의 외피, 인간의 손톱 등 온갖 종류의 재료를 바라보며, 경비병들은 모두 아연실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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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직감이 빛을 발했음을 확인한 경비대장이 자신만만한 목소리로 좌중을 지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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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놈들을 당장 구금해라! 흑마법사다! 나머지 목마, 아니, 여신상들도 모두 깨부숴서 내용물을 확인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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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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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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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로마 신화를 소재로 할 수 있는 이야기는 훨씬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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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딧세이아, 아르고 호의 모험, 프로메테우스, 오이디푸스, 안티고네, 아이아스, 엘렉트라, 메데이아, 페르세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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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열두 주신들을 한 명씩 잡고 테마로 출간하더라도, 충분히 한 권 분량을 뽑아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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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어찌 보면 그게 편한 길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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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무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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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도전은 항상 어려운 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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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고민을 많이 했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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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 ‘(신화) 그리스·로마 신화’의 특전 획득 한계에 도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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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 ‘(신화) 그리스·로마 신화’를 사용한 신작 집필 시, 더 이상 스킬을 획득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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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다양한 테마를 활용했을 때, 특전 획득 한계를 해금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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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태창이 그 고민에 쐐기를 박아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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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제우스의 정력이나 하데스의 데스노트, 디오니소스의 PPAP 같은 매력적인 스킬을 획득하지 못한 게 조금 아쉬웠지만, 지나간 일은 지나간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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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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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 시대의 이야기만으로는…… 이젠 내가 만족을 못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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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쓰고 싶은 것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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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많은 역사를 이야기로 풀어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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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머릿속에, 서가에 꽂힌 전공서들 속에, 그리고 히스토리에의 데이터베이스로만 남겨진 이야기들을 펼쳐나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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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세계관에 오리엔탈리즘을 잔뜩 불어넣을 수 있는 동양사의 매력적인 이야기도 넘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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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유하자면, 이제 난 튜토리얼을 끝낸 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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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내가 자칫 선을 넘어버리는 순간 십자가로 회개하라며 내 머리를 깡 후려칠 것 같은 성녀도 따돌렸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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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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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인파 사이로, 로젤린의 것과 닮은 듯한 백은발이 보인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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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 탓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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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값이 그렇게 비쌉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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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없으면 나가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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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닙니다, 여기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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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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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스킬이고 나발이고 그로신 우려먹으면서 연금 타먹고 나데나데나 받을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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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의 월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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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에서나 이세계에서나 모두 싸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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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실에 의존하면 되니까 최대한 좁고, 최대한 낡고, 최대한 저렴한 방을 찾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에 신세 졌던 싸구려 여관과 비교해도 다섯 배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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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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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아둔 돈은 어느 정도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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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분간 버티기엔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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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하루 1끼 딱딱한 빵만 먹는 끔찍한 신세를 탈피해서, 진수성찬으로 혓바닥을 축일 수 있는 대작가의 인생을 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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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 가격이 이게 맞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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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싫으면 꺼져! 어딜 재수 없이 검은 머리 주제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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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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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적인 물가는 월세뿐만 아니라 식비에도 고스란히 적용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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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저 별은 나의 마음을 알까, 나의 꿈을 알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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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로울 땐 슬픈 노래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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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의 향기가 얼룩진 노래 한 소절을 속으로 흥얼거리며, 제일 저렴한 딱딱한 빵을 한 아름 사 들고 숙소로 복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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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사용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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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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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스토리에의 낭랑한 목소리를 들으며, 빵을 냉장고에 쑤셔 박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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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한 아름 사 온 신문을 펼쳐서 읽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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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국제 정세가 어떻니, 국경 지대에 분쟁이 일어날 기미가 보이니, 마경에서 곧 대규모 마물 분출이 발생할 예정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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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의 어두운 이야기는 잠깐 접어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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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피지기 백전불태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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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문이 불여일견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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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으로 신문 연재를 준비하기 위해선 당연하게도 다른 경쟁작을 분석할 필요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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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용어로 인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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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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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내 글은 소설이라기보다는 조금 더 다큐멘터리에 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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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신화여서 망정이지, 본격적으로 역사 이야기를 흥미롭게 풀어내려면 지금의 내 역량으로는 조금 아쉬운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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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악평이 달렸던 부분을 짚어본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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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정은 흥미로우나 지루하고 현학적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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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장인물을 한꺼번에 너무 많이 쏟아부어서 정신 사나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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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작을 읽으라고 강요하는 셈? 세계관 연계는 좋으나 초보 작가에게는 무리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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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족한 빌드업, 너무 빠른 전개 속도. 서사가 숨 쉴 틈 없이 몰아치지만, 그 근간은 빈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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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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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명치를 시원하게 두들기는 것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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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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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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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일리아스를 쓸 때는 주요 인물들에게 초점을 맞추어서 쳐낼 건 과감히 쳐냈지만, 그래도 너무 많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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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이세계의 문학 수준을 한 번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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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이 필요한 것이 있으신가요? 그렇다면 제가 도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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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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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스토리에의 제안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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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의 감상평은 사실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게 트립 직전까지의 중론이었지만, 구조 분석 정도는 충분히 도와줄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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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들을 차곡차곡 스캐너에 넣어서 데이터베이스에 넣은 후, 하나씩 읽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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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락, 팔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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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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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되고 있었던 소설이었기에 정확히 전체 내용 흐름과 플롯 파악은 어려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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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또 읽으며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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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재밌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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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지금 내가 보고 있는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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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역 영애의 최후는’의 경우에만 보더라도 독자들을 쥐고 흔드는 솜씨가 아주 예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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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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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웹소설의 댓글처럼, 지난주 연재분에 대한 반응이 ‘이전화 요약’ 부분과 더불어서 실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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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의 독자: 레니…… 이제 난 너를 못 믿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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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샤: 주인공은 과연 노력하고 있는 건가요? 이쯤 되면 다른 남자 주인공들이 불쌍해질 정도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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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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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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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쟝: 작가는 하루 2편씩 글 써라! 미친 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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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의 독자: 그냥 화끈하게 ■■ 한 번 하고 화해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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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교도라니, 이런 전개는 조금 위험할 수 있답니다? 그나저나 레니 진짜 혐성 뭐야ㅠㅠㅠㅠ 레니가 행복해질까요? 해피엔딩이죠? 해피엔딩인 거 맞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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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와 까를 미치게 만드는 슈퍼스타가 따로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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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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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 지면을 한 자리 차지한다는 소설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대부분 필력은 준수한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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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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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의 무대가 좁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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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주인공은 귀족이 대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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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사물에 이르러서야 간간이 평민 출신의 용사가 나올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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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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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케이, 분석 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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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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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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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분히 내가 이길 수 있는 전쟁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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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역사’ 소설을 쓴다는 감각이 아니라, 역사 ‘소설’을 쓴다는 감각이 되어야 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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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지면에 담아낼 수 있는 분량이 제한적이었기 때문에, 웹소설에 가까운 전략을 취할 필요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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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요. 김율, 당신은 충분히 잘 해낼 수 있을 거예요. 제 분석 결과를 공유해 드립니다. 첫 번째, 장르적 측면에서의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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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스토리에의 의견을 들으면서, 소재를 구상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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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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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소설들을 읽으면서, 이거다 싶은 소재가 딱 떠오른 게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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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히 독창적인 세계관으로부터 출발하는 것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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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에 내가 썼었던 소설과도 연결성을 일부 가질 수 있으며, 이세계의 문학 취향에도 맞출 수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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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에서 멀어진, 몰락한 귀족 출신 주인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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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정자에게 숙청의 위협을 받았으나, 결국 정계에 입문하여 출세를 거듭한 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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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의 라이벌과의 대회전에서 대승을 거두고 결국 황제에 버금가는 지위에 오르지만, 믿었던 이에게 배신당하여 비극적인 최후를 맞이한 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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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ni, Vidi, Vic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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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리우스 카이사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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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일생, 그의 역사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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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분히 사람들을 휘어잡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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