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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영회 파트로 내 가슴 속에 있는 삼뽕 또한 화끈하게 불태운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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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한동안 독자 반응을 멀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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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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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는 귀 큰 놈 믿고 있다가 졸지에 통수 맞은 병신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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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비는 깐프가 깐프 행동한 게 뭐가 문제겠냐만, 어쨌든 깐프 행동했다고 욕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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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에다가 내가 무슨 논평을 덧댈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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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클로에에게 ‘사실 유비는 기회주의자였습니다.’라고 속삭였는데, 돌아온 반응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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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식이 뭘 아는 데스와! 조조는 어차피 극악무도한 악당! 고귀한 하이엘프 혈족을 핍박하는 악의 축인 데스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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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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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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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립 전에는 나도 종종 썼던 표현이라 반박할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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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거기서 끝난 게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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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 게이지 MAX로 채운 조조가 레이지 아트를 켜고 건강 박수를 짝짝 쳐주니, 그때부터 대도주 유비 전설의 화려한 서막이 펼쳐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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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부터 유비 서사는 메인이 아니라 서브가 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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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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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만 오지 않은 관우는 무적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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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아예 실종되었다가 나중에 은근슬쩍 산적이 되어 합류한 장비보다는 낫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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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연재소설의 금기가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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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잘 조형된 조연이라도, 조연이 주인공을 밀어내는 순간 소설의 인기가 떨어지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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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마 이 상황에 두 씨까지 끼얹어버리면 카드 장사에도 지장이 있을까 염려하여 피눈물을 흘리면서 그 부분을 덜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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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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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도대전까지는 조금 벽 보고 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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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내 정신건강에 나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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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 말고도 다른 집중할 만한 것도 많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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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더 화려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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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응……! 환상 마법은 그렇게 막 쥐어짠다고 나오는 게 아닌 것이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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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자면, 클로에를 쥐어짜는 거라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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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논의 끝에 우리는 가칭 ‘영웅집결’의 초안을 완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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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칙은 당연하게도 존재 자체가 파쿠리의 여신, 히스토리에가 초안을 잡아주었다. 베이스는 하■스톤이라는데, 난 제대로 안 즐겨봐서 모르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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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급은 R, SR, SS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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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적으로 판매하는 베이직 세트는 모두 R등급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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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제 가챠 팩을 뜯으면 안에는 5개. 가챠 팩으로만 얻을 수 있는 R등급과 더불어, 여기서부터 사악한 확률 놀음이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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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이 조운이라는 인물은 비중도 없는데 왜 SSR인 것이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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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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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갈량은 누구인 것이와요? 왜 이렇게 멋있게 부채를 살랑거리고 있는 것이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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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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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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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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깐프가 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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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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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률 놀음이 들어가는 만큼, 획득했을 때의 쾌감을 마련해줄 필요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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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이 카드가 들어가 있는 포장 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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찢으면 빛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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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반짝! 두근두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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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색! S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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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무지개! SS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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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이란 실로 대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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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제 SR 이상의 인물 카드는 지금 클로에가 노가다하고 있는 것처럼, 카드 위에 홀로그램이 둥둥 떠다니게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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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은 스탠딩만. SSR은 전용 모션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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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차별화 전략을 통한 수집 욕구 자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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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이게 팔리겠냐고 의문을 표하던 사람들도, 완성된 카드 팩 몇 개를 던져주니까 아주 눈이 벌게져서 뜯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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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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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빨리 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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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 악마적 발명품(아님)을 빨리 이세계에 풀어서 도파민 파티를 벌이고 싶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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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전달할 게 있사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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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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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계획서를 올리니 아빠가 김율을 한번 만나보고 싶다고 한 것이와요. 시간을 비워두는 것이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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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뭐 그 정도야…… 잠시,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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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허접 깐프 영애의 아버지라면, 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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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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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멈췄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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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난 자꾸 늙은이들만 꼬이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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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 인간 방패로 로젤린을 데려가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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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성녀님 좀 보기 무서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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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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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나이센 폰 위스페라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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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칭 슈나이센 공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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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전형적인 하이엘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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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 비해 아득히 기나긴 세월을 살아가면서 터득할 수 있는 지혜가 그의 영성을 충만케 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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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노화하지 않는 육신은 언제나 강건한 생명력을 그에게 선물해주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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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스럽게 마음에 들어차는 것은 자연에 대한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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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하이엘프야말로 세계를 선도할 종족이라는 자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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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짝 삐뚤어지면 콧수염을 달고 까매지거나 빨개지기 쉬운 사상으로 똘똘 뭉쳤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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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스럽게도 그는 처세의 능신이자, 치세의 능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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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꿔 말하면 권력과 힘의 향기를 잘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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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딸이 돈 냄새를 잘 맡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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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의 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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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내의 향기가 서서히 풍겨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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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투스 공작을 글로써 엿먹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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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투스 공작의 삼남을 무력으로 제압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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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의 귀를 마구 잡아당기면서 희롱을 일삼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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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괴물 성녀와 두터운 친분을 가지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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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신 성분은 불명확하며, 심지어 흑발흑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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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고니안과도 친분을 유지하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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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서 뚝 떨어진 듯 어느샌가 나타난 존재라. 심지어 신분 등록도 일 년 조금 전에 마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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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제국의 행정이 완벽하진 않아, 신분이 등록되지 않은 사람들도 많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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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도 공교롭게 스무 살의 나이로 하늘에서 뚝 떨어진 듯 등장하는 케이스는 당연히 거의 없었다. 차라리 평생을 무등록자로 살면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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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발급해준 사람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신분이 등록되어 있다는 건, 필연적으로 무언가 꼼수가 있었다는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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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은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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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에 은퇴한 성국의 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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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아니라면 존재를 설명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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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용사는 마경 돌파의 책무뿐만 아니라, 국가의 전략 병기의 역할을 함께 수행하는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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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지금은 용사를 전장에 앞세우는 문화가 거의 사라졌다고 하지만, 몇십 년 전까지만 해도 용사는 마경을 막는 자들이 아니라 적을 분쇄하는 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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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기에 용사의 정체는 극비리에 부쳐지는 것이 관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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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 성녀가 마경에 발을 들이지 않는 것도, 그 짝인 용사의 파트너로 점지되었기 때문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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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사라는 족속들은 사실 은퇴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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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하기도 전에 마경에서 생을 마감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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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 사내는 성공적으로 은퇴한 후, 성국도 아니라 제국에서 여생을 즐기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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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인즉슨, 마경 토벌대로서도 쉬이 동원할 수 없을 정도의 압도적인 강자라는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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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그 사내가 마경에서 아무 상해도 입지 않은 채 귀환했다는 첩보까지 극비리에 얻어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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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인간은 멍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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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석한 두뇌의 단 1%만 쓰더라도 명확히 추론할 수 있는 것을, 왜 베르투스 공작은 몰라보고 사서 부스럼을 만드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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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실패할 게 뻔한 역모를 기획하다가 괜히 실패하기까지. 어리석기 짝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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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그가 깨달은 이 어마어마한 사실을 굳이 딸에게는 일러두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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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히 그의 딸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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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앗, 잇, 윽, 엣, 요, 용사님데스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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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장 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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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지금처럼 허물없는 사이가 나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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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바보가 육탄공세로 용사를 홀릴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봐야겠지만, 그래도 자연스럽게 가까이하면 정이라도 들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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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성녀라 한들 단명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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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닮아 시들지 않는 미모라면 언제고 그 전략 병기의 마음을 녹여낼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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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하면,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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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에니까 어쩔 수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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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아버지이기 이전에 냉정한 책략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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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 쉐도우 복싱을 열심히 갈겼던 슈나이센 공작이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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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김율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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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나는 에스쟝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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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한테 버릇없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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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어르신? 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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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따위가 지구 역사를 개연성에서 따라잡을 수 없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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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나이센의 상상력 또한 압도적인 현실 앞에서 무너질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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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에, 에스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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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나를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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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나이센 공작은 재빨리 머릿속에서 ‘포섭해서 아군으로 만들면 유용할 것 같은 인물’ 리스트에 들어있던 김율의 이름을 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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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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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 건드리면 가문뿐만 아니라 국가 전체가 박살이 날 수도 있는 걸어 다니는 재앙’ 리스트를 만들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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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윗줄에 김율과 에스테아의 이름을 적어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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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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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멍청하면…… 드래곤을 못 알아보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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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으로 탄식을 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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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클로에가 이야기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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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꽤 귀여운 드라고니안과 가끔 놀아주는 걸 보니, 심성은 나쁘지 않은 것 같사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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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고니안이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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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고니안이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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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외형적 특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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뿔과 꼬리가 있고, 인간의 피가 많이 섞였다면 숨길 수 있다는 점에서는 공통점이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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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과 드라고니안은 엄연히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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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현 빈도도 그만큼 다르긴 했다. 드래곤은 세기에 한 번 목격될까 말까 한 존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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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인간으로 비유하면 이제 막 스무 살쯤 된 클로에에게 그 정도의 상식을 바라는 게 과한 일이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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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목격담을 클로에에게 전달해준 길포드조차, 에스테아를 그냥 진상 드래고니안 정도로 생각했을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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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잖아. 아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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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읍. 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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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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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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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저 강아지 같은 태도를 보면 어찌 저것이 드래곤이냐고 생각한 게 당연했을 수도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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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묻잖아, 아냐고.’라고 이야기했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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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나이센 공작은 종족치와 개체값에 아주 오래전 새겨져 버린 진득한 공포심을 느끼고야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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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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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진짜 아는 사람, 아니, 엘프였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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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그래도 그렇게까지 말종은 아닌 것 같네! 움, 순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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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망한 눈빛으로 에스테아가 금괴를 와그작 씹어먹는 걸 보고 있자니, 내 가슴이 찢어질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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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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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한 누렁이를 데리고 간 효과는 꽤 톡톡히 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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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클로에가 바보 허접 깐프에다가 조금만 긁어주면 바로 원하는 게 톡 튀어나오는 자동판매기라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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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베르투스 공작 사태처럼 이상한 오해에 휘말릴 수도 있었다. 늙은 생강이 더 무섭다는 표현도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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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흠……. 저도, 아니, 나도 그 사업에 관심이 좀 있어서 말일세. 투자를 더 본격적으로 하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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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 보이를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은 휠체어 맨을 만난 도-조의 심정이 그런 느낌 아니었을까 싶을 정도로, 이야기가 수월하게 잘 풀리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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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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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영웅집결’ TCG의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대량 양산 문제도 이제 말끔하게 해결된 것 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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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대로, 신작! 마구마구 써서 보여주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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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정도야,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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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모르게 제갈건을 쓰고 백우선을 팔랑거리는 에스테아의 모습을 상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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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을 가까스로 참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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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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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프의 마법, 그리고 심지어 마도 공학의 정수까지 합세하여 코 묻은 돈을 빨아들이기 위한 준비를 차츰 해나갈 무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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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캬……! 바텐더! 여기 관운장 한 잔 주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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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 아래로는 짙은 검은색이 침잠하고, 잔 위로는 살색에 가까운 붉은 컬러가 믹스된 칵테일, ‘관운장’은 바야흐로 제국 제일의 판매고를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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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상의 후의를 저렇게 저버리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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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떼잉, 쯧쯧. 이래서 머리 검은 놈은 거두면 안 된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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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우 억까 헤이터들은 오관참육장이라는 희대의 몰살 이벤트에, 귀 큰 놈이나 수염 긴 놈이나 같은 개자식들이라며 야유를 퍼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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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간교한 간신이 그 보고를 가로챘는진 모르겠지만, 정작 조조 파트에서는 관우의 그 무례한 행각에 별 논평을 담지 않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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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묵묵하게 북진멸원의 기치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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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조조는 오소, 백마를 거쳐 관도에서 원소를 찢어버리고, 겸사겸사 여남에 있던 귀 큰 놈의 꿀밤도 한 대 호되게 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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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근슬쩍 또 조조의 뒤통수 각을 보다가 제대로 뚝배기가 깨져버린 유비는 또다시 팬티까지 벗고 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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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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똬리를 튼 와룡이 고요히 잠들어 있는 곳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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