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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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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영회 파트로 내 가슴 속에 있는 삼뽕 또한 화끈하게 불태운 후.

나는 한동안 독자 반응을 멀리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조조는 귀 큰 놈 믿고 있다가 졸지에 통수 맞은 병신이 되었다.

유비는 깐프가 깐프 행동한 게 뭐가 문제겠냐만, 어쨌든 깐프 행동했다고 욕을 먹었다.

거기에다가 내가 무슨 논평을 덧댈 수 있겠는가.

당장 클로에에게 ‘사실 유비는 기회주의자였습니다.’라고 속삭였는데, 돌아온 반응은.

  • 공식이 뭘 아는 데스와! 조조는 어차피 극악무도한 악당! 고귀한 하이엘프 혈족을 핍박하는 악의 축인 데스와!

…….

그랬다.

트립 전에는 나도 종종 썼던 표현이라 반박할 수가 없었다.

심지어 거기서 끝난 게 아니라.

분노 게이지 MAX로 채운 조조가 레이지 아트를 켜고 건강 박수를 짝짝 쳐주니, 그때부터 대도주 유비 전설의 화려한 서막이 펼쳐진 것이다.

그때부터 유비 서사는 메인이 아니라 서브가 될 수밖에 없었다.

그야…….

목만 오지 않은 관우는 무적이니까.

그래도 아예 실종되었다가 나중에 은근슬쩍 산적이 되어 합류한 장비보다는 낫지 않겠는가?

하지만 연재소설의 금기가 있다면.

아무리 잘 조형된 조연이라도, 조연이 주인공을 밀어내는 순간 소설의 인기가 떨어지기 마련이다.

차마 이 상황에 두 씨까지 끼얹어버리면 카드 장사에도 지장이 있을까 염려하여 피눈물을 흘리면서 그 부분을 덜어냈다.

그러니.

관도대전까지는 조금 벽 보고 쓰자.

그게 내 정신건강에 나을 것 같다.

그거 말고도 다른 집중할 만한 것도 많았으니까.

“조금 더 화려하게.”

“끄응……! 환상 마법은 그렇게 막 쥐어짠다고 나오는 게 아닌 것이와요!”

예를 들자면, 클로에를 쥐어짜는 거라든가.

여러 논의 끝에 우리는 가칭 ‘영웅집결’의 초안을 완성했다.

규칙은 당연하게도 존재 자체가 파쿠리의 여신, 히스토리에가 초안을 잡아주었다. 베이스는 하■스톤이라는데, 난 제대로 안 즐겨봐서 모르겠고.

등급은 R, SR, SSR.

기본적으로 판매하는 베이직 세트는 모두 R등급으로.

그리고 이제 가챠 팩을 뜯으면 안에는 5개. 가챠 팩으로만 얻을 수 있는 R등급과 더불어, 여기서부터 사악한 확률 놀음이 들어간다.

“그래서 이 조운이라는 인물은 비중도 없는데 왜 SSR인 것이와요?”

“스포일러입니다.”

“제갈량은 누구인 것이와요? 왜 이렇게 멋있게 부채를 살랑거리고 있는 것이와요?”

“스포일러입니다.”

“흥!”

앗.

깐프가 삐졌다.

어쨌든.

확률 놀음이 들어가는 만큼, 획득했을 때의 쾌감을 마련해줄 필요가 있었다.

일단 이 카드가 들어가 있는 포장 팩.

찢으면 빛이 난다!

반짝반짝! 두근두근!

금색! SR!

와! 무지개! SSR!

……마법이란 실로 대단했다.

그리고 이제 SR 이상의 인물 카드는 지금 클로에가 노가다하고 있는 것처럼, 카드 위에 홀로그램이 둥둥 떠다니게 하고.

SR은 스탠딩만. SSR은 전용 모션까지.

완벽한 차별화 전략을 통한 수집 욕구 자극이다.

처음에는 이게 팔리겠냐고 의문을 표하던 사람들도, 완성된 카드 팩 몇 개를 던져주니까 아주 눈이 벌게져서 뜯더라.

아.

시간이 빨리 갔으면 좋겠다.

내 이 악마적 발명품(아님)을 빨리 이세계에 풀어서 도파민 파티를 벌이고 싶구나……!

“아, 전달할 게 있사와요.”

“뭔데요?”

“투자 계획서를 올리니 아빠가 김율을 한번 만나보고 싶다고 한 것이와요. 시간을 비워두는 것이와요.”

“흠, 뭐 그 정도야…… 잠시, 아빠?”

이 허접 깐프 영애의 아버지라면, 분명.

…….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다.

왜 난 자꾸 늙은이들만 꼬이는 건가.

이번에도 인간 방패로 로젤린을 데려가야 하나?

요즘 성녀님 좀 보기 무서운데…….


슈나이센 폰 위스페라우드.

통칭 슈나이센 공작.

그는 전형적인 하이엘프였다.

인간에 비해 아득히 기나긴 세월을 살아가면서 터득할 수 있는 지혜가 그의 영성을 충만케 했고.

쉽게 노화하지 않는 육신은 언제나 강건한 생명력을 그에게 선물해주었으니.

자연스럽게 마음에 들어차는 것은 자연에 대한 감사.

그리고, 하이엘프야말로 세계를 선도할 종족이라는 자부심!

살짝 삐뚤어지면 콧수염을 달고 까매지거나 빨개지기 쉬운 사상으로 똘똘 뭉쳤지만.

다행스럽게도 그는 처세의 능신이자, 치세의 능신이었다.

바꿔 말하면 권력과 힘의 향기를 잘 맡았다.

그의 딸이 돈 냄새를 잘 맡는 것처럼.

그리고 그의 코에.

한 사내의 향기가 서서히 풍겨오기 시작했다.

베르투스 공작을 글로써 엿먹임.

베르투스 공작의 삼남을 무력으로 제압함.

딸의 귀를 마구 잡아당기면서 희롱을 일삼음.

그 괴물 성녀와 두터운 친분을 가지고 있음.

출신 성분은 불명확하며, 심지어 흑발흑안.

드라고니안과도 친분을 유지하고 있음.

“하늘에서 뚝 떨어진 듯 어느샌가 나타난 존재라. 심지어 신분 등록도 일 년 조금 전에 마쳤고.”

물론 제국의 행정이 완벽하진 않아, 신분이 등록되지 않은 사람들도 많았지만.

너무나도 공교롭게 스무 살의 나이로 하늘에서 뚝 떨어진 듯 등장하는 케이스는 당연히 거의 없었다. 차라리 평생을 무등록자로 살면 몰라.

심지어 발급해준 사람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신분이 등록되어 있다는 건, 필연적으로 무언가 꼼수가 있었다는 뜻.

결론은 하나였다.

오래전에 은퇴한 성국의 용사.

그게 아니라면 존재를 설명할 수 없었다.

애초에 용사는 마경 돌파의 책무뿐만 아니라, 국가의 전략 병기의 역할을 함께 수행하는 존재.

비록 지금은 용사를 전장에 앞세우는 문화가 거의 사라졌다고 하지만, 몇십 년 전까지만 해도 용사는 마경을 막는 자들이 아니라 적을 분쇄하는 자였다.

그렇기에 용사의 정체는 극비리에 부쳐지는 것이 관례.

괴물 성녀가 마경에 발을 들이지 않는 것도, 그 짝인 용사의 파트너로 점지되었기 때문이 아닌가.

용사라는 족속들은 사실 은퇴가 없다.

은퇴하기도 전에 마경에서 생을 마감하기에.

하지만, 그 사내는 성공적으로 은퇴한 후, 성국도 아니라 제국에서 여생을 즐기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그 말인즉슨, 마경 토벌대로서도 쉬이 동원할 수 없을 정도의 압도적인 강자라는 거겠지.”

심지어 그 사내가 마경에서 아무 상해도 입지 않은 채 귀환했다는 첩보까지 극비리에 얻어낼 수 있었다.

역시 인간은 멍청하다.

명석한 두뇌의 단 1%만 쓰더라도 명확히 추론할 수 있는 것을, 왜 베르투스 공작은 몰라보고 사서 부스럼을 만드는가?

게다가 실패할 게 뻔한 역모를 기획하다가 괜히 실패하기까지. 어리석기 짝이 없었다.

물론 그가 깨달은 이 어마어마한 사실을 굳이 딸에게는 일러두지 않았다.

분명히 그의 딸이라면.

  • 앗, 잇, 윽, 엣, 요, 용사님데스와?

“고장 나겠지.”

차라리 지금처럼 허물없는 사이가 나으리라.

……그 바보가 육탄공세로 용사를 홀릴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봐야겠지만, 그래도 자연스럽게 가까이하면 정이라도 들지 않겠는가.

아무리 성녀라 한들 단명종.

자신을 닮아 시들지 않는 미모라면 언제고 그 전략 병기의 마음을 녹여낼 수 있으리라.

못 하면, 뭐.

클로에니까 어쩔 수 없지.

그는 아버지이기 이전에 냉정한 책략가였다.

.

.

.

혼자서 쉐도우 복싱을 열심히 갈겼던 슈나이센 공작이었지만.

“안녕하십니까. 김율이라고 합니다.”

“안녕! 나는 에스쟝이야!”

“어르신한테 버릇없게.”

“응? 어르신? 누가?”

소설 따위가 지구 역사를 개연성에서 따라잡을 수 없듯.

슈나이센의 상상력 또한 압도적인 현실 앞에서 무너질 수밖에 없었다.

“에, 에, 에스테아……?”

“응? 나를 알아?”

슈나이센 공작은 재빨리 머릿속에서 ‘포섭해서 아군으로 만들면 유용할 것 같은 인물’ 리스트에 들어있던 김율의 이름을 지웠다.

그리고.

‘잘못 건드리면 가문뿐만 아니라 국가 전체가 박살이 날 수도 있는 걸어 다니는 재앙’ 리스트를 만들어서.

맨 윗줄에 김율과 에스테아의 이름을 적어넣었다.

그리고.

‘얼마나 멍청하면…… 드래곤을 못 알아보는 건가……?

속으로 탄식을 뱉었다.

분명 클로에가 이야기하기를.

  • 꽤 귀여운 드라고니안과 가끔 놀아주는 걸 보니, 심성은 나쁘지 않은 것 같사와요!

드라고니안이라며.

드라고니안이라며……!

아무리 외형적 특징──

뿔과 꼬리가 있고, 인간의 피가 많이 섞였다면 숨길 수 있다는 점에서는 공통점이 있지만.

드래곤과 드라고니안은 엄연히 다르다.

출현 빈도도 그만큼 다르긴 했다. 드래곤은 세기에 한 번 목격될까 말까 한 존재니까.

물론 인간으로 비유하면 이제 막 스무 살쯤 된 클로에에게 그 정도의 상식을 바라는 게 과한 일이긴 했다.

애초에 목격담을 클로에에게 전달해준 길포드조차, 에스테아를 그냥 진상 드래고니안 정도로 생각했을 정도였다.

“묻잖아. 아냐고.”

“스읍. 떽.”

“아르릉!”

“…….”

물론 저 강아지 같은 태도를 보면 어찌 저것이 드래곤이냐고 생각한 게 당연했을 수도 있지만…….

방금, ‘묻잖아, 아냐고.’라고 이야기했을 때.

슈나이센 공작은 종족치와 개체값에 아주 오래전 새겨져 버린 진득한 공포심을 느끼고야 말았다.


“그래서 진짜 아는 사람, 아니, 엘프였습니까?”

“아니? 그래도 그렇게까지 말종은 아닌 것 같네! 움, 순금!”

허망한 눈빛으로 에스테아가 금괴를 와그작 씹어먹는 걸 보고 있자니, 내 가슴이 찢어질 것만 같았다.

그래도, 뭐.

심심한 누렁이를 데리고 간 효과는 꽤 톡톡히 본 것 같다.

아무리 클로에가 바보 허접 깐프에다가 조금만 긁어주면 바로 원하는 게 톡 튀어나오는 자동판매기라지만.

또 베르투스 공작 사태처럼 이상한 오해에 휘말릴 수도 있었다. 늙은 생강이 더 무섭다는 표현도 있지 않은가.

  • 흠……. 저도, 아니, 나도 그 사업에 관심이 좀 있어서 말일세. 투자를 더 본격적으로 하겠네.

……리틀 보이를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은 휠체어 맨을 만난 도-조의 심정이 그런 느낌 아니었을까 싶을 정도로, 이야기가 수월하게 잘 풀리긴 했다.

어쨌든.

내 ‘영웅집결’ TCG의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대량 양산 문제도 이제 말끔하게 해결된 것 같고.

“약속대로, 신작! 마구마구 써서 보여주는 거다?”

“그 정도야, 뭐.”

나도 모르게 제갈건을 쓰고 백우선을 팔랑거리는 에스테아의 모습을 상상했다.

웃음을 가까스로 참았다.


엘프의 마법, 그리고 심지어 마도 공학의 정수까지 합세하여 코 묻은 돈을 빨아들이기 위한 준비를 차츰 해나갈 무렵.

“캬……! 바텐더! 여기 관운장 한 잔 주시오!”

잔 아래로는 짙은 검은색이 침잠하고, 잔 위로는 살색에 가까운 붉은 컬러가 믹스된 칵테일, ‘관운장’은 바야흐로 제국 제일의 판매고를 올렸다.

“승상의 후의를 저렇게 저버리다니!”

“떼잉, 쯧쯧. 이래서 머리 검은 놈은 거두면 안 된다니까.”

관우 억까 헤이터들은 오관참육장이라는 희대의 몰살 이벤트에, 귀 큰 놈이나 수염 긴 놈이나 같은 개자식들이라며 야유를 퍼부었다.

어떤 간교한 간신이 그 보고를 가로챘는진 모르겠지만, 정작 조조 파트에서는 관우의 그 무례한 행각에 별 논평을 담지 않고서.

그저 묵묵하게 북진멸원의 기치를 들었다.

그렇게 조조는 오소, 백마를 거쳐 관도에서 원소를 찢어버리고, 겸사겸사 여남에 있던 귀 큰 놈의 꿀밤도 한 대 호되게 때렸다.

은근슬쩍 또 조조의 뒤통수 각을 보다가 제대로 뚝배기가 깨져버린 유비는 또다시 팬티까지 벗고 튀었다.

형주로.

똬리를 튼 와룡이 고요히 잠들어 있는 곳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