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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반응을 보인 건 당연하게도 로젤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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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데없이 이게 무슨 무례죠? 귀족이나 되어서, 지금 가련하고 연약한 약자를 힘으로 핍박할 셈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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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데없이 가련하고 연약한 약자가 된 김율이 기침을 켈록 뱉어냈지만, 딱히 로젤린은 그 말을 철회할 의사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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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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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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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젤린의 눈에, 김율은 글은 잘 쓰지만 가끔은 사서 매를 버는, 기묘하게 맷집이 좋은 햄스터 정도로만 보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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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도 완력에 있어서 압도적인 출력 차이가 존재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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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때론 햄스터도 해바라기씨를 까먹는 것 외에 흉포함을 발휘할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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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 로젤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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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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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탁자 그리고 바닥을 쓰리 쿠션으로 치고 간 장갑을 주워 들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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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율은 싱긋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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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제국의 가정교육 수준은 우수하군요. 어머니가 여럿이시라 좋으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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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격조 높은 극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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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 천한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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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기오스는 너무나도 기쁜 나머지 온몸을 파들파들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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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귀족으로서, 수도경비대의 일원으로서 남아있는 일말의 책무감이 열심히 일해준 덕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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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장 검을 뽑아 들어 김율의 목을 치려다가 성녀의 주먹을 맞고 배에 구멍이 뚫린다는 선택지를 피해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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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의 삼남 자리를 야바위 대신 정정당당한 정자 레이스로 따낸 사내다운 회피 기동이었다고 평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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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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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그런 폭언을 내뱉어 놓고서 결투를 거절하는 천박한 짓을 저지르진 않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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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지막하게 으르렁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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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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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율은 또다시 로젤린의 기대를 배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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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짓거, 한 판 뜨죠. 별것도 아닌 것처럼 보이시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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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작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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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젤린의 경악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김율은 의자에서 일어나 레기오스와 눈을 마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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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요석이 빛을 발하는 듯 불길한 느낌이 드는 시선이 레기오스의 눈높이보다 더 높은 곳에서 아래로 내리꽂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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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적으로 기세에 밀린 레기오스가, 자신의 감각이 잘못되었나 마나의 흐름을 읽어보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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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율의 신체 내에는 어떠한 마나의 흔적도 느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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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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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세라는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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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용기는 쓸만하군. 그럼, 내일 남부 수도경비대로 출석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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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웃음을 흘린 레기오스의 뒷모습의 그들의 시야에서 사라지자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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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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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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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님! 지금 제정신인가요! 그러다가 손목이라도 다치면 어쩌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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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젤린의 등짝 스매시가 그대로 김율의 척추에 꽂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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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으로 접힌 김율이 부들대는 것에도 아랑곳하지 않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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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봐! 이런 애교 하나 못 버티면서 무슨 결투를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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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성녀님, 애교 두 번이면 제가 네 갈래로 찢겨 죽을 것 같은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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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상대가 누군지는 아시는 거죠? 설마 알면서 그러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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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젤린의 질문에, 김율은 접혔던 허리를 펴면서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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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알죠. 아버지를 닮아 아랫도리를 가장 잘 놀리며, 50등분의 어머니를 가지신 레기오스 경비대장 나으리 아니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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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아네? 저 남자가 그래도 제국 내에서 손꼽히는 검사인 것도 아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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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지가 강해봤자 드래곤보다 강하기야 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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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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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누렁이 에스테아가 꼬리를 살랑살랑 흔드는 꼴을 직관하지 못했던 로젤린이었기에, 뜬금없는 말에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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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율은 이미 필승 플랜을 계획해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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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참에 제가 얼마나 강한 남자인지 증명해 보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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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안 해도 될 말을 덧붙였다가 또다시 등짝에 성녀 산 손자국을 하나 더 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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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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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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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부 수도경비대의 연무장에는 아침부터 유쾌함이 감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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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진짭니까? 진짜로 결투를 받아들였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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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하하! 그것참, 용기가 가상하다고 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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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대결에 괴물 성녀를 난입시킬 것도 아니고, 그자는 무슨 목숨이 여러 개랍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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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많이 쓰다 보니까 자신이 영웅이라도 된 것 같은 착란을 일으킨 게 틀림없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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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기오스의 부대는 아카데미에서부터 그와 친분을 쌓아온 귀족 집안의 자제들만 모여 있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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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아카데미를 다닐 시절 실력으로도 한 번도 꺾어보지 못했으며, 가문의 권세로만 따지면 올려다볼 수조차 없는 까마득한 곳에 있는 레기오스가 패배할 것이라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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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그저 세상 유쾌하게 떠들어댈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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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 살살 하심 안됨까? 솔직히 두 영웅, 재밌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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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대원의 농담 섞인 말에, 하루가 지나 분노가 살짝 가라앉은 레기오스 또한 실실 웃음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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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 손모가지 잘라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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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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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레기오스의 입 밖으로 흘러나온 말은 전혀 유쾌하지 않았으니, 부대원은 곧장 입을 다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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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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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칠 줄 알았는데, 그래도 오긴 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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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새끼는, 무슨 여자를 저렇게 끼고 다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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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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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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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그러다 죽는다? 저 성녀님께서 얼마 전에 암살단 열다섯 개를 단신으로 처리했다는 이야기 못 들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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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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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대원의 수근댐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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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율은 두 명의 여인을 대동한 채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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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제국 수도에서 목격담이 잦은 괴물 성녀, 로젤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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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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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헤, 재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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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냥 해맑게 꺄르륵 웃는 금발의 소녀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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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이어 그녀들이 임시로 마련된 관중석 쪽으로 또각또각 뚜방뽀짝 발걸음을 옮긴 직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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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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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율과 레기오스는 연무장에서 마주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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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집들이나 우르르 끼고 오다니, 무슨 소풍이라도 나온 것으로 착각한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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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기오스가 비아냥거렸지만, 김율의 표정은 평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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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율의 입이 천천히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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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말, 혹시 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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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간교하고 천박한 혓바닥을 놀릴 셈이라면 그만둬라. 여기서 네놈이 처참하게 패배한다는 결론은 변함없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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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구차한 소리를 또 지껄이려 그러는지 모르겠지만, 레기오스는 개의치 않고 이죽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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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 들은 건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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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을 상대하기 위해 애써 뭉툭한 쇠몽둥이를 하나 구해오는 졸렬한 모습을 보인 사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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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자신의 검은 그깟 쇠뭉치에 꺾일 정도로 나약하게 갈고 닦은 검이 아니었으니, 아무 소용 없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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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그의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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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율은 태연하게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주절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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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장 속에서도 장수 둘이 눈을 마주치면 주변에 있는 병사들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일기토가 벌어지는 법. 당신을 한낱 잡병이라고 마음먹는다면, 어찌 그를 상대라고 여길 수 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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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한 도발이라는 게, 겨우 그 정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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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기오스는 실소를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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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자세를 고쳐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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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말장난에 어울려 주고 싶은 기분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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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르게 끝내고 부대원들과 가볍게 술잔을 한 바퀴 돌린 뒤, 눈여겨보았던 여염집 아낙이나 탐할 생각으로 가득 찬 레기오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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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덤벼라, 천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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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신을 김율에게 늘어트리고, 심판을 맡은 부대원이 북을 크게 한 번 둥, 두들긴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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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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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에서 휘몰아치는 거대한 중압감에, 레기오스는 순간적으로 검을 놓칠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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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제야 위화감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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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연무장에 발을 딛고서, 지금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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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앞의 남자, 김율은 단 한 번도 자신을 바라본 적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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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등 뒤에 있는 무언가에 계속 시선을 맞추고 있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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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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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무엇이 존재한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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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그런 것은 이제 관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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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저 천한 것을 때려눕히고, 본보기로 손목을 자르고, 그리고 승리의 웃음을 지으면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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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네 상대는 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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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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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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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외치고 싶었지만, 정작 레기오스마저도 등 뒤에서 느껴지는 압도적인 존재감, 그리고 전신을 난자할 것만 같은 살기에 후들거리려는 다리를 가까스로 붙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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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악문 레기오스와 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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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주 선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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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율의 눈은 여전히 침잠한 심연처럼 무심하게 그의 어깨 너머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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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태연함에 짓눌린 탓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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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아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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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라면 가볍게 놀아줄 생각이었지만, 레기오스는 자신도 모르게 전력을 다해서 일검을 휘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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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정신은 살짝 주눅이 든 상태였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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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나긴 수련의 세월은 그를 배신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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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끔함 그 자체라고 평할 수 있는, 제국에서도 명성을 드날린 검이 아름다운 획을 하나 그어냈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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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윽고 그 획은 선명한 죽음이 되어 김율을 향해 엄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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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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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율의 손에 들려 있던 기묘한 몽둥이는 서서히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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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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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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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기오스의 눈이 경악으로 일그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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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수년에 걸쳐서 단련해 온 검의 궤적과 비교했을 때도 부족하지 않은, 아니, 오히려 더 완벽에 가까운 듯한 궤적이 그의 손에서 펼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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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을 숨긴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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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다, 어찌 마나도 없이 저런 움직임을 낼 수 있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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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악은 거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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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율이 휘두른 몽둥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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쩌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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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빚어낸 검격을 말 그대로 집어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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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도 아무런 힘을 잃지 않은 채, 그가 오래도록 잘 관리해 오던 명검 프람베르그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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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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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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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그대로 접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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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어버리다 못해, 두 번 다시 이어질 수 없게끔 완전히 끊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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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도 힘이 남아있는 몽둥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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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차, 천천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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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천천히가 아니라 빠른 속도였지만, 적어도 레기오스가 감각하기로는 너무나도 느리고도 선명하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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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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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기오스의 허리를 접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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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공중에 붕 뜨는 느낌과 함께, 시야가 순간적으로 명멸하더니 흐릿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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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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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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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날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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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편화된 소리의 조각이 흐릿하게 그의 고막에 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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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레기오스는 그 소리를 곱씹을 틈도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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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날려 보낸 사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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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외양은 유약해 보이는 흑발의 사내를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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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여전히 자신을 보는 것이 아니라, 다른 곳을 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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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에 뜨고서야, 레기오스는 어렴풋이 그 형체를 눈에 담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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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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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발의 자그마한 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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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까지 닿았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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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기오스의 기억과 의식이 암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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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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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어퍼스윙으로 레기오스를 하늘로 퍼 올려 홈런을 쳐버린 사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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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율은 시원하게 뒤로 빠던을 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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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호 사인 에디션 알루미늄 배트가 호쾌하게 나뒹굴면서 자아내는 소음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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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소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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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장! 물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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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꼭 한번 해보고 싶었던 대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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