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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테아가 몇 번이고 공간이동에서 반품당한 채 바닥에 내팽개치고 데구르르 뒹굴고 파닥거리다 못해 끄아앙 울분에 찬 브레스를 허공에 뿜을 무렵.
“드디어!”
“여포 같은 캐릭터는 한 번 쓰고 퇴장시키기엔 아깝지!”
“마지막 등장이 동탁을 죽였을 때였나?”
“이번에도 거창한 전투 장면이 나오겠군!”
욕심 많은 특급 누렁이를 제외하고선, 독자들 대부분이 여포의 역습에 만족스러운 반응을 내뱉었다.
원래 한번 리타이어했던 악역이 파워업한 채 다시 돌아와 리벤지 매치를 뜨는 것은 꽤 검증된 클리셰.
세배 빠른 크와트로도 거창하게 역습을 갈겼고.
전투 자체가 실화인지도 불분명할 정도로 가슴이 웅장해지는 혈통 빨 퍼리 닌자와 혈통 빨 눈깔 닌자의 배틀도 그렇다.
심지어 대효도 환장 파티로 비호감 스택을 쌓아가던 조조의 뒤통수를 팍 때리면서 거의 세력의 존립을 위태롭게 만들 정도의 임팩트 넘치는 등장이었으니.
조조를 응원하는 사람들은 이러한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조조가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고구마가 너무 길진 않았으면 좋겠다는 감상을.
조조를 싫어하는 사람들은 드디어 정의의 심판이 도래했음에 조조족 척결 다섯 글자에 환호성을.
바야흐로 소설의 라이징스타로 자리매김하고 말았던 것이었다.
물론 그 지점에는 아예 대놓고 창작의 길을 걷기 시작한 유비 편, ‘황족이 혈통을 숨김’ 파트의 공헌이 컸다.
정사도, 연의도 초월한 초고성능 세탁기.
김율이 트립 전 감명 깊게 보았던 만화 ‘불꽃의 봉황이 들판을 휩쓴다’에 등장하는 문무겸비 여포의 모습을 은근슬쩍 녹여낸 것이다.
조조 파트였다면 절대 나올 리가 없었던 여포와 초선 이야기 또한 외전의 형태로 은근슬쩍 밀어 넣은 덕분에.
악역치고는 몹시 푸시를 많이 받은 상태라고 할 수 있었다.
심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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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공!”
연기 속에서 그림자가 뛰쳐나왔다.
전장에 동행한 사마 관직의 누이였다.
그의 얼굴은 검게 그을렸고, 갑옷은 반쯤 녹아내린 흉측한 몰골이었지만.
“일어나십시오, 주공! 여기서 쓰러지시면 천하가 무너집니다!”
그는 올곧은 충심으로 조조의 팔을 잡아챘다.
조조는 상처를 입은 고통으로 신음하면서도, 누이의 어깨에 팔을 기댔다.
자신의 부상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누이는 조조를 질질 끌다시피 하여 그가 타고 달려온 군마에 억지로 밀어 올렸다.
“가십시오!”
누이의 외침에 호응이라도 하듯, 말이 울음소리를 울리며 앞으로 튀어 나갔다.
가까스로 안장 위에서 몸을 추스르며.
조조는 뒤를 돌아보았다.
불타는 복양성의 전경.
피아를 가리지 않는 병사들의 함성.
그 모두를 뒤로 한 채.
조조는 피가 날듯 입술을 짓깨물면서, 다시 고개를 앞으로 돌렸다.
뒤를 돌아볼 여유도, 이유도 없었다.
살아야 한다.
살아남아야, 헛되이 죽어간 장병들의 고혼에 제를 지낼 수 있다.
“오늘의 빚은…… 반드시…….”
이윽고, 유일하게 활짝 열려있는 성문의 활로를 타고서.
그는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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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필하는 과정에서도 ‘쓰읍, 이게 맞나?’ 하며 고개를 갸우뚱거리고.
전위가 구해준 게 아니었구나 하고 한 번 더 고개를 갸우뚱거리면서 완성된 문제의 회차가 신문에 연재되자.
조조 코인은 소설 내적으로도, 외적으로도 하한가를 치다 못해 상장폐기 직전에 내몰렸다.
“캬! 믿고 있었다고, 여포!”
“이거거든!”
“역시 진주인공은 유비였다!”
“조조족 척결!”
조조 까도 미쳐 날뛰고.
“……추하다, 조조야…….”
“이게, 씹, 주인공이냐!”
“아니, 이 새끼는 뭐 심심하면 도망을 쳐?”
“이게 무슨 소리야? 또 졌어? 이젠 아예 전멸을 했다고!”
견훤에 빙의한 채 마구니가 깃든 조조 빠도 미쳐 날뛰었다.
여러 가지 의미로, 조조 또한 슈퍼스타였다.
하지만 원래 앞을 예측할 수 없는 막장 드라마는 욕은 먹더라도 시청률은 높게 나오는 법.
“일일 독자 수가 고점을 갱신했네…….”
“독자들은 피폐를 좋아한다…… 메모…….”
어차피 고증에 얽매일 수밖에 없는 김율은 물론이고.
옆에서 최근 ‘인풋’을 열심히 하기 시작한 히스토리에의 데이터베이스에 잘못된 정보가 입력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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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포 붐은 일어날 때처럼 빠르게 꺼졌다.
조조 빠들의 곡성이 하늘에 닿은 탓일까, 아니면 정사에 얽매인 김율의 저주받은 운명 탓일까.
복양 전투 이후에도 영혼의 한타에서 한 번 더 패배하고, 진짜 그대로 말아먹을 뻔한 걸 원소 찬스로 한 턴 버티고.
또다시 영혼의 한타를 벌이더라도 이미 체급 차이가 명확한 상황에서, 시의적절하게 메뚜기떼의 창궐로 암묵적 휴전이 성립된 후.
해가 바뀌고 나서, 조조는 여포를 그야말로 개 같이 후드려팼다.
그 마지막을 장식한 것은, 동민 전투.
작가가 카이사르 에피소드를 자기표절한 것인지.
참호를 파서 병력을 숨겨놓은 다음 그걸로 기습하여 여포 군을 완전히 찢어발긴다는 다소 주인공 편의적인 전개가 이어지고야 말았다.
게다가 여포는 하필이면 옆집 주인공, 유비네로 도망쳐서 의탁해 버린다는, 유비 입장에서는 전형적인 ‘아군이 된 적’ 클리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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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제 참호 만능론이나 다름없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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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리시스라는 작가는 참호를 넣지 않으면 전쟁씬을 못 쓰는 건가?
평론가의 촌철살인이 꽂혔지만, 김율에게는 아무런 데미지를 입히지 못했다.
애초에 참호 메타를 논외로 두면 성립될 수 없는 전쟁사가 많았기 때문이기도 했다.
당장 독일산 콧수염과 불곰산 콧수염을 탄생시킨 것 또한 참호로부터 유래했고.
정의로운 청년 아돌프가 희대의 학살자 히틀러를 쏘아죽인 것 또한 참호를 본뜬 벙커에서 일어난 거사였다.
원래 선지자는 고통받는 법이었다.
“으음, 율리시스 작가님? 이건 조금 고증에 문제가 있는 것이와요?”
최근.
클로에는 김율의 작품에 어떻게든 훈수를 두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었다.
이유는 단순했다.
- 감히 나를 이렇게 대한 작가는 처음인 것이와요!
애초에 위스페라우드 가문 상속 1순위에 당하는 귀족 영애이시자, 후레자식까지는 아직 진화하지 않은 오냐자식이었던 지라.
비록 100패를 할지언정, 최후의 순간에는 1승을 따낸 후 ‘야, 너 좆밥이잖아’를 박아 넣고 싶은 심보기도 했다.
에스테아 미만의 깐프 언저리적 발상이었다.
물론 이번이 처음도 아니었기에.
“뭐가 또 문제람?”
김율은 새끼손가락으로 귓구멍을 후비며 스스럼없이 말대꾸를 갈겼다.
제갈량이 보았다면 위연보다 못한 새끼라고 백우선으로 대가리를 내려칠 것만 같은 괘씸함!
하지만 아무리 신문사의 자본이 클로에의 주머니에서 나온다고 한들, 그 신문사의 이익을 최근 책임지고 있었던 것이 김율이었다.
그러니 그 만행에는 살짝 흐린 눈을 뜬 채로.
“이, 원문사극이라는 에피소드 말인 것이와요! 여포가 기령과 유비 사이를 중재하는!”
“그게 왜 말입니까?”
“백오십 보는 누구나 눈감고도 맞출 수 있는 거리인 것이와요. 그걸 내기로 한다니 현실성이 다소 부족한 것이와요!”
그 말에.
김율은 그저 눈을 끔뻑거렸다.
“심지어 유비는 고귀한 하이엘프! 백오십 보가 아니라 이백 보 거리도 거뜬히 맞출 수 있을 텐데, 너무 기령이 쉽게 수긍하는 것이와요!”
그 반응이 마치 자신의 말에 드디어 굴복했다는 것처럼 느껴진 클로에가 득의양양한 미소를 지으며 후속타를 날리는 순간.
핑그르르──
“?”
갈고리를 띄운 클로에의 반응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김율은 무심하게 바닥에 떨어진 주사위를 쥐었다.
“그럼, 내기하시겠습니까? 똑같은 조건으로, 다섯 발 중에 한 발이라도 맞추면 전개를 수정하겠습니다.”
김율이 보고 있으면 한 대 찰싹 때려주고만 싶어지는 미소를 입꼬리에 휘감았다.
그야말로 온몸과 온 얼굴로 형상화한 ‘쫄?’ 그 자체에.
“흥! 감히 고귀한 엘프의 위대한 궁술을 의심하는 것이와요? 가문의 명예를 걸고 제대로 보여드리겠사와요!”
클로에는 제대로 긁혔다.
다음 날.
제국 수도 외곽, 위스페라우드 공작가의 목장.
“후후…… 오랜만에 잡아도 어제와 같은 이 그리운 감촉…….”
허공에 활시위를 팡팡 당기면서 어깨를 푸는 클로에.
“흠, 흠…… 작가님. 왜 그러셨습니까.”
“아잇, 저 깐프 년이 꼴 받게 하잖아요.”
심판 역할로 소환당한 길포드와 김율이 속닥거렸고.
“와아!”
“나는 왜…….”
오늘도 연참 채찍을 갈기러 날아왔다가 재미있어 보이는 이야기에 홀라당 넘어간 에스테아, 그리고 1+1 상품으로 끌려온 히스토리에까지.
선수와 심판, 관람객이 모두 모인 자리에서.
클로에는 자신이 왜 고귀한 하이엘프 혈통인지 증명하기 위해, 활시위에 화살을 쟀다.
뭐? 150보 밖에서 화살을 맞춰?
그건 3년 쉰 나도 할 수 있지!
순풍이 불어와 그녀의 빈약한 폐부를 살짝 부풀리며 자신감을 피워올렸다.
그리고.
화살이 바람을 갈랐다.
“…….”
“…….”
“와! 개못쏴!”
“크흡.”
좌중에 눈치 챙긴 침묵과 천진난만한 웃음, 그리고 굳이 숨길 생각도 없는 비웃음이 감돌았다.
부러지기 두려워 시위를 떠나지 못하는 화살은 없다지만.
목표를 맞추기 두려워 일찌감치 고개를 숙인 채 바닥에 처박히는 화살은 있었다.
오십 보에 백 보를 더해서 백오십 보.
클로에가 쏘아 올린 작은 화살은 백오십 보에 백 보를 빼어 오십 보를 채 가지 못하고 형편없이 추락했다.
물론.
“어? 어어? 이럴 리가 없는 데스와요?”
본인도 어이가 없어진 나머지, 위스페라우드 가문 특유의 방언마저 말꼬리에 달라붙은 클로에가 다시 한번 더 비장하게 화살을 시위에 매겼지만.
툭.
“창끝은 못 맞춰도 화살 끝은 정확하게 맞췄네.”
김율의 평처럼.
그녀의 두 번째 화살은 바닥에 처박힌 첫 번째 화살의 끝자락을 스쳤다.
오십 보 한정 여포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의 신기묘산에 달하는 솜씨였다.
“이거, 거리가 이상한 것이와요?”
클로에의 다음 선택지는 현실 부정.
직접 한 걸음씩 걸어보며 과연 이게 백오십 보가 맞나, 내가 지금 조작당하고 있는 건 아닌가 확인하기 시작했다.
“화장실 급하십니까? 걸음걸이가──”
“닥치시와요!”
처음에는 멀쩡하게 걷더니, 진짜 백오십 보쯤 될 것 같자 김율이 표현한 것처럼 찔끔찔끔 보폭을 좁혀서 걷는 추태를 한바탕 벌인 후.
“후, 직접 걸어보니 확실히 알겠사와요……!”
다시 한번 근거 없는 자신감을 채운 채, 또다시 한 발, 두 발, 세 발.
세 번의 화살을 모두 다 50미터 인근에 때려 박는 기행을 보여서 화룡점정을 찍은 클로에였다.
이제 더는 오호홋거릴 힘도 모조리 사라진 채, 허망한 눈빛으로 털퍼덕 주저앉아 땅을 하염없이 내려다보던 클로에의 머리 위로.
그림자가 드리웠다.
그녀가 고개를 올려다보면, 그곳에는──
“내기, 패배하셨군요?”
김율이 사악한 미소를 입꼬리에 머금고 있었다.
그 미소를 마주한 순간.
클로에는 왠지 모르게 온몸이 오싹하게 달아오르는 것만 같은 기분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