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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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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식의…… 칠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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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걸음 안에 하이쿠를 읊으면 살아남는, 뭐 그런 겁니까? 별 스킬이 다 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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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시 정각을 찍은 직후, 살짝 어이가 없어진 바람에 히스토리에와 한참 만담을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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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당연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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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진짜 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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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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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실험도 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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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근데, 흠, 김율은 가끔 얄밉긴 한데 굳이 감정을 실어서 때리고 싶은 기분은 안 든단 말이죠. 감정 모듈이 고장 난 기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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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글 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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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 못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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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 어린 히스토리에의 불꽃 싸대기가 AI 특유의 정확성을 가지고 내 뺨에 쇄도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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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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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엇, 어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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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히 나를 향해 올곧게 다가오고 있었고, 난 그저 앞으로 가볍게 한 걸음을 내디뎠을 뿐이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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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공을 붕 가르더니, 그대로 내 몸에 몸통 박치기를 시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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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걸음 더 걸으면 그것도 피할 수 있나 싶었지만, 차마 인간의 측은지심이란 깡통의 것과 결이 다른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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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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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동작을 덜 격하게 하는 게 좋을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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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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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애 처음으로 느껴보는 푹신말랑한 감촉과 더불어서 첫 번째 실험이 허망하게 막을 내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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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뒤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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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루하고 현학적인 활자 조합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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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글을 읽을 바에 군대 다시 입대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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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이 써도 이것보단 재밌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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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을 깎아내리는 폭언과, 진심으로 몰아치는 히스토리에의 맹공을 받아낸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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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감을 느끼고 밟는 일곱 번의 스탭 동안, 나는 나에게 가해지는 물리적 피해를 대상으로 완전 회피를 할 수 있음을 체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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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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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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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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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싶지 않은 정보였지만, 쿨타임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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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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뺨에 손자국이 선명하게 아로새겨지면서 체득한 결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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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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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검을 보자마자 본능적으로 내디딘 한 걸음이 내 목숨을 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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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생명의 위협을 느끼면 두뇌가 빠르게 회전한다고 하던가, 아니면 헥토르의 가호가 내 사고를 침착하게 유지하게 해주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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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명한 죽음이 나를 방금 스쳐 지나갔음에도 불구하고 침착하게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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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봐도 암살자 같은 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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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에 뒤떨어지는 얼간이 같은 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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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명백한 적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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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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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공격, 두 번째 발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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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션 영화에서 볼법한 과장된 움직임과는 달리, 몹시 훈련받은 듯한 절도 있는 움직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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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상대는 무수히 많은 사람을 죽여본 암살의 프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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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걸음, 네 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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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한 조바심 탓에 조금 더 걸어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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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나를 모두 흘려보낸 다섯 걸음째에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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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아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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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련용 나무 몽둥이를 휘둘러 암살자의 손목을 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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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생각해도 수학적으로 아주 완벽한 궤도였으며, 내 몸에 남아있는 헤라클레스의 영압 또한 미소 지으면서 엄지를 척 세울만한 일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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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문제가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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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법이로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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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적으로 단검의 날에 하얀빛이 휘감기면서 늘어나더니, 내 몽둥이를 두부처럼 싹둑 썰어버렸다는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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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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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것이 바로 절정 고수만 뿜어낼 수 있다던 검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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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둥이와 더불어서 내 몸이 김/율으로 변해버리기 전에, 나는 한 발짝을 더 내디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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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아아! 누렁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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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동시에 목걸이로 만들어서 매달고 있었던 누렁이의 비늘을 쥐고서 간절히 기도를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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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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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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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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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없던 허공에서 누렁이가 떨어져서 암살자를 짓뭉갬과 동시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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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일곱 번째 걸음이 땅에 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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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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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아아! 헤라클레스으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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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렁이의 비명이 거리에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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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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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맘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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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 수도, 신문을 가장 빠르게 구할 수 있는 기차역 근처의 어느 주택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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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테아는 침대에 뒹굴면서 그녀의 유일한 취미, 소설 감상을 즐기기 위한 예열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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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신문 연재 소설이 아닌, 오래간만에 맛보는 양장본의 감촉을 만끽하던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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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리시스의 멱살을 잡고 흔들길 벌써 몇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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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 이거라도 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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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작가는 쥐고 흔들면 뭐라도 나온다고, 자신의 적극적인 구애에 버티다 못해 그가 다른 곳에 살 때 출판했다는 소설을 주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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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필 누렁이 대응반 히스토리에가 자리를 비운 바람에, 김율이 아껴뒀던 비축용 누렁이 사료를 다 털려버린 비극이긴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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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에스테아 본인에게는 희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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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료다! 맘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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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히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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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제목은 별로 끌리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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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포스 이야기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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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내용인지 가늠이 잘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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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원래 제목이 괴식이라도 작가가 조리했던 다른 요리가 미식이라면, 내용물은 미식에 가까울 가능성이 높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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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부제목 중 가장 맛있어 보이는 것, ‘헤라클레스 영웅담’을 아주 옴팡지게 맛있게 옹냥냥 먹기 시작한 에스테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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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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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랑팔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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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랑살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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팡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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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이 넘어가는 소리, 꼬리가 흔들리는 소리, 나아가 만족스러운 대목에 도달할 때마다 꼬리가 이불을 두들기는 소리가 조용한 방을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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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라클레스!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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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라클레스! 멋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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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렁이식 독서법으로 순식간에 와구와구 퍼먹으면서 에스테아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입가에 피워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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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인 말이라니……! 아주 무서운 상상력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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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적으로 용을 잡아먹는 괴물 말의 모습을 상상하기도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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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럽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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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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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테아는 그녀의 몸이 공간을 베어내어 어디론가 빨려 들어가는 느낌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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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서 처음 겪어보는 현상에 당황한 에스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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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도 그럴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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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비늘을 누군가에게 선물해 본 것이 기나긴 용생에서 최초였으며, 이렇게 빨리 김율이 그 기회를 쓰리라 생각하지도 못했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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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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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테아는 이불을 돌돌 말고 있는 상태 그대로 허공에 소환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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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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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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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 같은 비명을 지르며, 소환된 위치 바로 아래에 있던 사람을 무자비하게 깔아뭉개고야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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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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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아아! 헤라클레스으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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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적인 상황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격한 반응이 터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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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 소설의 주인공처럼 난폭하게 변해버리고 만 에스테아가 포효했지만, 그다음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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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으읏, 이건 또……! 아이사츠는 생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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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자신의 밑에 깔렸던 사내가 뒤로 몸을 빼더니, 달려들며 에스테아에게 휘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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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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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두르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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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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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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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테아의 눈과 마주치자마자 몸이 돌처럼 굳어버리기 전까지는, 그러려고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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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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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를 휘둘러 건방진 사내의 뺨을 툭, 툭 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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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테아는 드래곤다운 지성과 통찰력을 발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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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을 보아했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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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내가 율리시스에게 생명의 위협을 느끼게 했고, 그래서 율리시스가 비늘의 힘을 빌려 자신을 불러낸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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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작 인간 하나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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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작 하잘것없는 인간 하나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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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이어서 봐야 재밌는 데에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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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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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 클라펜의 강냉이가 어두운 밤하늘을 수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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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게, 작가라면 집에서 얌전히 글을 써야지, 왜 밖에 나왔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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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을 잃은 채 혼절한 클라펜을 의자 대용으로 깔아뭉갠 에스테아가, 꼬리를 연신 바닥에 내리치며 일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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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의 분노를 정면에서 받아냈음에도 불구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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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 좀 나올 수도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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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율은 머쓱하게 뒷머리를 긁적이며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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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모습을 보고 에스테아가 분노 게이지를 조금 더 끌어 올리려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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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윽. 갑자기 심리적 스트레스로 내일 휴재할 것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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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안돼애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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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테아의 분노가 순식간에 사그라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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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직후, 누렁이처럼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면서 김율에게 날아가 매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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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리시스, 휴재는 죄악이야. 그런 건 존재해서는 안 돼. 으응? 그러니까, 으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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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하찮은 인간에게 자신이 매달리고 있다는 의식 따위는 완전히 망각해 버린 에스테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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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율은 그 빈틈의 실을 놓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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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음, 그러면, 부탁 두 개만 들어주면 내일 연참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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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 연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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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의 살랑거림이 세 배로 빨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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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렁이를 위한 완벽한 유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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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히스토리에가 어화둥둥 에스테아를 업고 다니면서 맘마를 주는 모습을 꾸준히 관찰해 왔던 김율만이 휘두를 수 있었던 미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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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으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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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니가 없어진 채 신음을 흘리며 꿈틀거리고 있는 암살자 클라펜을 내려다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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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위대하신 드래곤께서는 사람의 정신 또한 지배 가능하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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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율은 일부러 극존칭을 덧붙여서 설득의 효과를 극대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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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헴! 당연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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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과는 굉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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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얘 좀 털어서 혹시 누가 저 죽이라고 시켰는지 확인할 수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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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쯤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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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테아가 엣헴, 하면서 벌떡 일어나며 순식간에 꼬리로 클라펜을 휘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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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 없이 흐느적거리는 클라펜을 순식간에 눈앞으로 가져온 에스테아가, 그의 머리 위에 손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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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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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lam veritatem dicere deb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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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랑했던 에스테아의 목소리가 한 톤 낮아짐과 동시에, 영혼을 뒤흔드는 듯한 주문이 그녀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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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율의 눈이 살짝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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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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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을 반쯤 잃은 클라펜의 입이 열리며 소리를 빚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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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뚜뜨…… 공장니미…… 디디하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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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냉이가 날아간 충격으로 영 어눌한 발음이었지만, 김율은 그 말을 정확히 알아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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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투스 공작, 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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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율은 낮은 목소리로 그 이름을 뇌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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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엣헴! 이 위대하신 드래곤님께서 처리해 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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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테아가 가슴을 쭈우욱 펴며 금방이라도 입에서 브레스를 뿜을 것처럼 갸르릉거렸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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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율은 조용히 고개를 내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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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는 다른 사람에게 맡기는 게 아닙니다. 제가 직접 엿을 먹여야 진정한 복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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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율의 눈빛이, 마치 박사 논문을 반려한 지도교수를 상상하는 것처럼 음험하고도 흉악하게 번들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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