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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히스토리에와 함께 머리를 맞대고 논의한 결과.
내가 상태창이라고 외칠 때마다 떠오르는 환각…….
이게 괴혈병에 걸려서 내가 꿈을 꾸는 건지, 아니면 진짜 이세계에 트립한 특전인지는 아직 완벽하게 알 수는 없지만.
밑져야 본전이니까.
이 환각을 검증해 볼 필요가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
.
.
“꽤…… 대담한 발상이군요.”
“그런가요? 하하…….”
그래서 방문한 중소 출판사.
내 불세출의 역작을 받아 들고서 순식간에 읽어내린 편집자의 반응은.
“확실하게 도전적이고 참신하며 재미있긴 한데……. 신이라는 표현을 좀 바꾸면 안 될까요? 영웅이라거나, 아니면 뭐, 그런 느낌으로.”
조금 떨떠름했다.
이해하지 못할 것도 아니었다.
이세계는 여신교로 신앙 단일화에 성공한 세계.
나도 그 지점이 조금 마음에 걸려서 퇴고 과정에서 신이라는 표현을 없애려 노력해 보았다.
하지만.
흥미를 위해, 혹은 융통성을 발휘해서 수정을 마무리하는 순간.
[역사적 고증: 부합하지 않음]
[소설의 개작으로 인해 변경 사항이 적용됩니다.]
[D급 스킬 ‘퀴클롭스의 손재주’가 비활성화됩니다.]
“……그건 안 됩니다.”
또다시 환각, 아니, 상태창이 떠오르면서.
기껏 얻은 특전 스킬마저 증발할 위기에 놓였다.
어떻게든 안 되겠냐는 듯한 눈빛을 초롱초롱 쏘아 보내자, 편집자는 한숨을 내쉬면서 내 원고를 다시 차르륵, 넘겼다.
“어쨌든, 출간할 가치는 충분히 있겠습니다. 잘만 소개글을 풀어내면 직접적으로 교단을 겨냥한 이야기가 아니라 우화로 읽힐 수 있으니…… 단, 인세 비율은 2:8로 하겠습니다.”
조금 짠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아직 현시점에서 나는 이제 처녀작을 완성한 초보 작가.
이후의 판매량으로 증명할 수밖에 없었다.
편집자가 내민 계약서에 서명했다.
첫 주사위가 던져진 순간이었다.
사흘이 지났다.
“작업 완료했습니다. 먼저 가보겠습니다.”
“벌써? 자네, 뭐 마법이라도 배웠나? 그 많은 물량을 어찌 이리 빠르게……?”
“하하……. 그럼,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
그 사이.
나는 특전 호소인이었던 ‘퀴클롭스의 손재주’의 성능을 직접 체감해 볼 수 있었다.
취업에 실패해도 먹고는 살아야 하니 간간이 출근했었던 아르바이트, 목공점.
손가락을 망치에 찧기 일쑤였던 과거와 달리.
원래 내가 작업을 처리하던 속도보다 거의 두 배 이상 빠르게, 그리고 깔끔하게 마무리할 수 있었다.
이걸로도 충분히 굶지 않을 만큼 먹고 살 수 있을 것이란 확신이 들 정도였다.
그리고 키보드를 칠 때 손목 통증도 사라졌고.
그야말로 손으로 하는 일은 뭐든지 적당히 잘하는 기합 찬 사나이로 거듭나버리고 만 나였던 것이다!
“후후후.”
역사로 썰 푸는 것만으로도 생계가 보장될 뿐만 아니라.
심지어 내 본연의 능력이 강해질 수도 있다?
역시 역사학부는 의대 패고 공대 무릎 꿇릴 수 있는 사상 최강의 무적 학과임이 틀림 없었다!
물론 신화를 역사로 볼 수 있느냐에 대해서는 학계에서 의견이 갈렸지만, 어쨌든 시스템이 ‘(신화)’라는 부연 설명까지 덧붙여 가면서 소재로서의 가치가 있다고 공언해 주었으니.
최고예요 신화신화.
최고예요 역사역사.
원래라면 바로 여관에서 대충 저렴하게 끼니를 때운 후 연구실에 들어가서 열심히 글을 써야 할 시점이었겠지만.
오늘은 내 첫 소설이 출간되는 기념비적인 날.
서점에 가보지 않을 수 없었다.
.
.
.
지금껏 모험의 뒤꽁무니만 쫓아 살았던 터라 대중문화에는 크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지만.
이세계에는 꽤 예술이 대중적으로 유행하고 있었다.
미술관, 극장, 그리고 거리마다 목청을 높여 노래를 부르고 있는 음유시인까지.
홍대 거리를 방불케 하는 복잡스러운 장소를 지나, 서점에 들어선 순간.
“오…….”
신간 판매대에 놓인 내 책들을 보자마자 뿌듯한 느낌이 확 몰려왔다.
[여신님의 눈길이 닿지 않는 세상, 또 다른 신들이 있었다!]
[떠오르는 신인 작가가 그려내는 도발적이고 환상적인 이야기!]
그 위에는 편집자와 머리를 맞대 쥐어짜 낸 홍보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팔랑거리고 있었다.
최대한 여신의 권위를 실추시키지 않는 방향으로 담아낸 결과물이었다.
이제 이게 마구마구 팔리면 난 부우자가 되고, 유명인이 되고, 점유율이 늘고, 접속자가 늘고…….
“안 살 거면 비켜라, 평민.”
“앗, 넵.”
퉁명스러운 말투와 함께.
귀족 한 명이 나를 밀어내고서 내 책을 집어 들었다.
이세계의 책은 가격대가 조금 나가는 편이었다.
마법공학으로 대량 인쇄가 가능해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는 있다지만, 그래도 기본이 양장본이라 나 같은 서민은 쉬이 구매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러니 수요층은 저런 돈 많으신 분들일 수밖에.
현대의 웹소설이었다면 즉각적으로 피드백이나, 피드백을 가장한 날카로운 뱀의 혓바닥이 나를 푹푹 찔렀겠지만.
지금의 나는 이렇게 판매고를 지켜보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약 3시간에 걸쳐 11번째 책이 팔리는 걸 보고서.
서점을 나섰다.
첫 출판으로부터 두 달이 지났다.
그리고 나는…….
“저, 저는 율 작가님의 필력을 믿고 있었습니다! 저희와 재계약을!”
“4:6! 4:6을 주지, 우리 출판사와 계약하자고!”
“저희는 차기작까지 먼저 계약하겠습니다!”
내가 생각했었던 것보다 더 인기를 끌고야 말았다.
기존 출판사가 눈치 보고.
다른 출판사가 구애하고.
경쟁 작가들이 전전긍긍.
두 달 사이.
나는 첫 작품 외에도 하나의 작품을 더 집필했다.
한 권에 그리스 로마 신화를 다 담아낼 수는 없었으니, 당연하게도 올림포스 이야기의 속편이었다.
자연스럽게 이름이 바뀐 첫 작품, ‘올림포스 이야기 : 신들의 전쟁’은 별로 인기를 끌지 못했으나.
며칠 동안 서점을 들락거리면서 다른 소설들의 트렌드를 파악한 결과.
염정소설── 사랑 이야기와 더불어 모험담이 굉장히 인기를 끄는 것을 목격했다.
하지만 완성도는 기대 이하.
K-막장 드라마 하나만 투하하더라도 가뿐하게 다 휩쓸어 버릴 수 있을 것만 같은 처참한 수준이었다.
고로.
세계관을 본격적으로 확장할 겸.
‘제우스의 연애담’을 제목으로 한 2편.
솔직히…….
거의 야설에 가까웠다.
조금 더 노골적으로 제목을 짓는다면, ‘제우스가 다 따먹음’ 정도로 지어도 무방했으리라.
그 덕분에, 출판사로 성희롱이 담긴 투서가 마구 도착할 정도로 컬트적인 인기를 끌었다.
역시 신화사 JOAT, 최고의 난봉꾼, 제우스님님.
그렇게…….
“그, 작가님. 혹시 차기작의 계약은 어떻게 하실지…….”
“아니, 우리랑 한다니까! 2:8이이었다니, 그건 노예계약이잖소!”
“당연히 저희도 비율 정산을 다시 할 예정입니다……! 흑흑, 저희가 작가님을 몰라뵙고…….”
지금에 이르렀다.
뭐, 지금은 내게 매달린다지만…….
사실 진짜 메이저급 출판사라고 할 수 있는, 신문사들은 아직 찾아오지도 않았다.
이른바, 하꼬 중의 1등이 된 느낌.
조금 불안한 점이 있다면.
헤라클레스 이야기는 결말 때문에 욕을 오지게 먹을 예정이었다.
미리 죄송합니다, 독자님들.
고증입니다.
그래도 막장 드라마가 왜 인기가 있겠는가.
막장이니까 인기가 있지.
“계약 문제는…… 조금 더 생각해 보겠습니다. 아직 차기작을 집필 중이라서요. 제 쪽에서 먼저 연락을 드리도록 하죠.”
후회, 피폐, 집착으로 얼룩진 편집자들을 쫓아낸 후.
“상태창.”
언제 읊조려도 감동이 있는 어절을 입 밖으로 내뱉었다.
[제목: 올림포스 이야기 – 신들의 전쟁]
[역사적 고증: (신화) 부합함] [완성도 평가: 평작]
[세간의 평가: 대체로 긍정적] [판매량: 774권]
[획득 스킬(최초 특전): [D급] 퀴클롭스의 손재주]
[(4일 남음) 다음 스킬 획득까지 앞으로 판매량 1,226권 필요]
[예상 획득 스킬 : [C급] 헤파■스■스의 ■■■]
[제목: 올림포스 이야기 – 제우스의 연애담]
[역사적 고증: (신화) 부합함] [완성도 평가: 평작]
[세간의 평가: 복합적] [판매량: 1,834권]
[(34일 남음) 다음 스킬 획득까지 앞으로 판매량 166권 필요]
[예상 획득 스킬: [C급] 헤르■스의 ■■■]
세간의 평가는 오히려 떨어졌지만.
판매량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사실 그렇게까지 잘 팔린 편은 아니었다.
베스트셀러는 기본적으로 2달이면 몇천 권은 거뜬하게 팔아치운다고도 하니까.
하지만, 내게는 이 정도도 과분했다.
비록 첫 작품이 조금 부진한 나머지, 아마도 헤파이스토스와 관련 있는 스킬을 획득하지는 못할 것 같지만…….
지금의 추이로 보면 헤르메스와 연관된 새로운 능력을 얻을 가능성은 굉장히 높았다.
시시각각 눈앞에서 판매량이 증가하는 게 보이고 있었으니, 조만간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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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복인 줄만 알았던 불사의 능력은 오히려 대영웅 헤라클레스를 찔러오는 역린이 되었다.
참을 수 없는 고통을 극복하기 위해 마침내 분신자살을 결정한 그는, 장작더미 위로 올라가서 누운 채 비장하게 읊조렸다.
“한평생 뜨거운 열정을 불사르며 살았으니, 내 마지막은 당연히 불과 함께리라. 자, 불을 붙여라. 불을 붙여서 나를 편안하게 해다오!”
하지만 정작 나서서 불을 붙이는 사람은 없었다.
모두가 대영웅, 헤라클레스를 차마 이렇게 비극적으로 떠나보낼 수 없었기에.
하지만, 유일하게 용기를 낸 사내가 있었다.
스승님이 존엄성을 유지한 채 영광된 신들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필록테테스가 앞으로 나섰다.
이윽고 필록테테스가 붙인 불씨로 인해 장작더미가 화르르 타올랐고, 온몸에 느껴지는 작열감에도 불구하고 헤라클레스는 초연하게 미소를 입가에 머금으며 그를 바라보았다.
“고맙다, 자랑스러운 내 제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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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우…….”
이게…… 맞나…….
아무리 고증이라지만, 전설적인 위업을 달성한 용사가 아내에게 배신당한 나머지 차라리 죽고 싶어질 정도의 고통을 겪고, 분신자살……?
다행스럽게도 마지막 결말 부분.
아테네가 제우스의 명령을 받아 헤라클레스를 신으로 만드는 장면, 그리고 1편에서는 의도적으로 생략했던 헤라클레스가 기간토마키아에서 활약하는 장면.
이 부분을 넣는다면 그나마 비극적인 결말에 해피 엔딩을 한 스푼 넣을 수 있을 것이고…….
아마 오늘 중으로는 완성할 수 있을 것이다.
비록 신화를 원전으로 한다지만, 이를 이세계에서 먹힐 소설로 각색하는 과정은 오롯이 내 손에 달려 있었으니 조금 머리가 아파왔다.
세간의 평가는 둘째 치고.
시스템적으로도 역사적 고증이니, 완성도 평가니 뭔가 신경 쓰이는 요소들도 있었으니까.
“조금 쉴까.”
『고생했어요. 율. 잠깐 산책이라도 하면서 머리를 식히는 게 어때요?』
히스토리에의 충고에 따라, 밖에 나가서 신선한 공기라도 마시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오늘 자 콜라의 마지막 한 모금을 목구멍에 털어놓고 문밖으로 나선 순간.
“율 작가님, 맞나요?”
누군가가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시선을 돌리자.
“헉…….”
육감적인 몸매를 불경스럽게 강조하듯, 가슴팍에 십자 모양의 틈이 벌어진 기묘한 옷을 입은 여인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이 복장.
어디선가 본 것 같은데.
분명히…….
“여신 교단에서 나왔습니다. 잠시 협조 부탁드려요.”
…….
등줄기에 식은땀이 흐른다.
이세계는 여신교로 신앙 단일화에 성공한 세계, 였다.
그리고 난.
일신교 세상에 다신교 썰을 풀었다.
으음…….
혹시, 나, 이단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