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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미친 평민 새끼가, 감히 내게 똥물을 뿌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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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토 백작은 분노에 휩싸인 채, 손에 쥐고 있던 신문을 찢어발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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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도 분이 풀리지 않은 나머지, 손에 잡히는 잡동사니를 죄다 벽에 내팽개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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쨍그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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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잔이 박살 나는 소리가 방 안을 크게 울리고, 후폭풍처럼 적막이 그 뒤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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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어먹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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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어먹을 평민 따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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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깟 설탕 좀 대량으로 밀수해서 정치 자금으로 삼은 게 도대체 뭐가 흠이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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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획을 입안하고 앞장서서 실행했다 뿐이지, 민중당 의원들도 함께 그 단물을 핥아먹지 않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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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철에 잘 해먹지 않았느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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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님께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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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서 책임지고 잘 처리하시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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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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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아귀에 절로 힘이 들어가는 걸 느끼면서, 판토 백작은 화를 억지로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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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 그렇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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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손을 더럽힐 만한 일도 아닐뿐더러, 자신의 선에 닿지 않도록 철저하게 언론을 매수하고 당사자를 협박하거나 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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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일이 충분히 가능할 정도의 강대한 권력을 쥐고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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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일반적인 상황이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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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 또한 권력과 인맥을 이용해서 입을 막아버릴 수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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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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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주범인 이상 그런 노골적인 수를 쓸 수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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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아스테릭이란 빌어먹을 새끼를 뒤에서 모르게 지켜주어야 할 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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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죽는다면, 증거가 공개될 것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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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제일 윗줄에는 자신의 이름이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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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발을 어중간하게 담근 정적들은 오히려 환호성을 보내고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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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이 빌어먹을 카이사르라는 건 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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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소설 주인공 이름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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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씹. 그깟 수준 낮은 놈들이나 보는 불쏘시개 때문에 내가 이런 모욕을 당해야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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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블 위에 있던 술을 병째로 입에 몇 모금 털어 넣은 후, 판토 백작은 씩씩거리며 부하에게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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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작가 새끼라도 담가버려. 그러면 경고가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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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을 건드릴 수 없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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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이라도 건드려야 조금이라도 울분이 풀릴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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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그것만으로도 진리일보에 대한 경고를 함께 곁들일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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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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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토 백작이 분노에 휘감긴 채 밀수죄, 횡령죄에 이어 살인교사죄까지 트리플 악셀을 밟고 있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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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이건 표절 소설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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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 역시 공작님이 소싯적 쓰신 글을 표절한 겁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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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전체적으로 정의롭고 위대해 보이는 것이, 바로 나, 베르투스를 표절한 게 아닌가 이 말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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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투스 공작은 서재에서 ‘몰락 귀족이 정치를 잘함’을 읽으면서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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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랏일을 하다 보면, 정치를 하다 보면 이런 사소한 빗방울이 튀어 날아오는 것이야 몹시 흔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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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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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사소한 일’은 그가 직접 나설 필요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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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마음 편하게 자화자찬하면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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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의 머릿속에는 이 사태를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이 여러 가지 떠오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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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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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태에 연관된 민중파와 황제파의 의원들을 솎아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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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그 과정에서 귀족파 몇 명 또한 칼을 피해 갈 수는 없겠지만, 아무렴 어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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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들은 짖으라면 짖고, 죽으라면 죽어야 하는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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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토 백작에게는 아주 살짝 유감스러운 일이었지만, 애초에 이렇게까지 뒤를 파헤쳐졌다는 것 자체가 그의 무능함이 드러난 지점이라고 해도 무방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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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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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대중적인 공분을 살 수 있는 사안은, 오히려 역이용했을 때 가장 큰 효과를 볼 수 있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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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히 제국 내에서 이런 부정부패가 발생했는데, 내 어찌 정의로운 마음을 참을 수 있을까. 기자회견을 해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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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신문사에 모두 연락을 돌려서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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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가 밀려올 때까지 기다리는 것만큼 바보 같은 행동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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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현명한 자는, 그 파도의 흐름에 누구보다 빠르게 편승해서 앞장서는 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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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용감한 아스테릭 의원도 초대하게. 어찌 나 혼자 그 영광을 누릴 수 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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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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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테릭 의원이 마족식 격언으로 ‘전가의 보도’처럼 흔들고 있는 아스테릭 리스트인가 뭔가가, 아주 살짝 기억에 착오가 생겨서 잘못된 기록이 남을 가능성을 조금 방지해 두는 것도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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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마족식 격언을 인용해서, ‘일거양득’이라고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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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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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이 참 재밌군. 작가에게 후원금도 보내도록 하지. 내 젊은 시절의 치기가 떠오를 정도였으니, 그만한 보답을 받을 가치가 있을 걸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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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그래도 황제의 시선을 돌릴 거리가 필요했던 찰나에, 이렇게 완벽한 틈을 만들어 준 자에게도 응당한 보상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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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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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분노한 판토 백작의 칼날을 피해 그 재화를 쓸 수 있을 시간이 생길진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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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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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회당에서 열릴 기자회견장에 참여하기 위해 마차를 타고 가던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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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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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 수도에서 발견되어서는 안 될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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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 드래곤의 오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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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조 파괴자, 걸어 다니는 재앙, 온갖 수식어를 통해 경고된 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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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룡狂龍 에스테아가 유희를 다닐 적의 모습과 유사한 형상을 본 듯한 베르투스 공작의 전신에 소름이 끼쳐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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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님, 혹시 어디 불편하신 곳이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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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닐세,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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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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족히 삼십 년도 전에, 젊었던 그가 보는 앞에서 왕국의 왕성 하나를 통째로 잿더미로 만든 후에는 딱히 대외 활동이 없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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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필이면 거사를 준비하고 있는 이 시점에 그런 흉조가 제국 수도에 드리울 리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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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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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테릭인가 하는 의원이 카이사르에 너무 과몰입한 나머지 전방위 폭로 난사 대소동을 즐기신 지도 1주일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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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예상과는 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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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랍게도 나에게는 아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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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오히려 가열찬 바이럴로 인한 호재가 밀려온 나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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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몰락 귀족이 정치를 잘함] [현재 25화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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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 고증: 부합함] [완성도 평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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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간의 평가: 매우 긍정적] [일일 독자 수: 1,344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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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스킬 획득 조건을 충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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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주일 이상 유지해야 합니다. (현재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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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 획득 스킬: [B급] 카이■르의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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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일 독자 수가 2배 넘게 늘어나 버리는 쾌거와 더불어서, 내일까지만 버티면 내 스킬 창에 B급 스킬이 하나 늘어날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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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더불어 인터뷰 세례 등이 마구 쏟아졌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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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다 거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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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명은 순간이지만, 실명은 영원한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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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에스테아와 세레핀이 쿠당탕탕 용용사쇼를 할 때야, 아무리 그래도 용사랑 드래곤이니까 알려줬겠지라는 생각은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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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후 길포드에게 신신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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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나의, 신상을 유포하지 말아 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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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내가 얼굴 까고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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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 하면 그 아스테릭 리스트…… 왠지 모르게 매카시 리스트가 연상되는 그 명단에 올라가 있는 사람들이 나를 죽이려 들 게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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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보안이 잘 유지되고 있는지, 그런 일은 일어나진 않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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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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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뒤로는 에스테아가 꼬리를 살랑거리며 나타나지도 않았고, 세레핀(남) 용사님께서도 마경으로 복귀하셨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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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작가님! 오늘도 우연히 만나네요! 아, 이거요? 으음, 수도가 치안이 조금 좋지 않더라구요? 자꾸 어디서 벌레가 날아드는데, 청소 중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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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젤린만 빼면, 아주 평온한 일상이라고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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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헥토르의 용기를 달고서도, 로젤린은 여전히 마주칠 때마다 뭔가 심장이 벌렁거리는 느낌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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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주했었던 상황이 흉흉하기도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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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비밀조직의 드레스 코드라도 됐는지, 검은 옷을 쫙 차려입은 사내를 아주 곤죽으로 다져놓은 채 머리채를 잡아 질질 끌고 가는 광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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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걸 과연 성녀라고 불러야 하나, 하는 신성모독적 의문이 머릿속에 감돌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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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치유력 하나는 역시 진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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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만날 때 손목이 뻐근하다고 살짝 언질을 주면 그 즉시 종합 건강 검진 및 치료 세트가 내 몸에 끼얹어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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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게 좋다고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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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성녀는 드래곤이랑 싸워도 이길 수 있는 것일까, 해서 나도 모르게 질문을 던져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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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하하! 으음, 아무래도 드래곤은 힘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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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다고 했지, 진다고 얘기하지 않은 게 그렇게 두렵고도 듬직할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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잼민이 드래곤이 날 납치하려고 하면 성녀 찬스 써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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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치면 아주 완벽하게 평온한 일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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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만사 새옹지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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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게 다 후원금이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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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습니다, 작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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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은 거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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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내 소설을 높이 평가한 아주 훌륭하신 귀족님께서, 내가 지금껏 상상해 본 적도 없는 금액을 후원해 주시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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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제가 다 받아도 되는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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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하죠. 저희가 드릴 수 있는 것도 많지 않은데, 어찌 후원금까지 떼먹겠습니까?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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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포드의 웃음이 살짝 뭔가 미묘한 느낌도 들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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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신문 연재로 얻을 수 있는 고료가 그렇게까지 많지 않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 후원금은 정말 막대한 가치를 지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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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한 번 보안이 뚫린 집을 더 좋은 곳으로 이사하고도 남고, 남은 걸로 반년 이상의 생활비를 충당할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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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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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돈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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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감에 충만한 채, 길포드에게 원고를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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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담아낸 내용은 대부분 카이사르가 본격적으로 로마의 정계에 뿌리내리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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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무관에 선출되어 원로원에 한 발을 걸치고, 마리우스의 유지를 이어받아 민중의 목소리를 대변하겠다고 연설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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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로마에 남아있는 술라파의 견제를 피하기 위해, 첫 번째 부인인 코르넬리아가 사별한 후 술라의 외손녀 폼페이아와 결혼하는 담대함을 보여주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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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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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목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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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두정치의 한 축이자 카이사르가 없었다면 분명히 로마를 손에 거머쥐었을 풍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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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이우스 폼페이우스 마그누스가 처음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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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이제 본격적으로 입지를 쌓아나가는 카이사르와 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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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에서 보여준 영웅적 업적과 카리스마를 바탕으로 무려 술라 면전에서 ‘당신은 지는 해이고, 나는 뜨는 해입니다.’를 박아버린 사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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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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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사르의 생애에서 숙명의 라이벌이 되어줄 사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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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이야기의 재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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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뿐만 아니라 잘 조형된 반동 인물Antagonist의 존재가 필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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폼페이우스는 마땅히 그럴 자격이 있는 사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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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조금, 지금 독자들의 입장에서는 조연으로 보일 수 있는 인물을 조망한 것이 다소 과도하지 않나 걱정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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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좋습니다! 이대로만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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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포드는 침팬지를 닮은 미소를 지으며 엄지를 척 내게 세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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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그럼, 저는 이만 들어가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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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중 못 나가드려서 죄송합니다. 살펴 가십시오, 작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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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접실……이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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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의 재고가 잔뜩 쌓여있는 창고를 도망치듯 떠나면서도, 나의 영혼은 기쁨으로 충만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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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머니 속에서 짤랑짤랑 소리를 내는 은화들 덕분이라고 한다면,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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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돈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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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히스토리에가 상태가 조금 이상하게 태어난다고 할지라도 족히 3개월은 충분히 사회화시킬 수 있을 정도의 여유 자금이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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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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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나는 스킬 창에서 ‘피그말리온의 집념’을 없애버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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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킬을 사용함으로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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